'라인전에서 지지 않은 MVP는 강하다' 이번 스프링 시즌 정설로 통했다. 라인전만 잘 풀리면, 어떤 팀을 만나도 뛰어난 한타력과 과감한 판단으로 승리를 만들 줄 아는 MVP였다. MVP는 그런 장점으로 비교적 단출한 로스터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대망의 첫 포스트 시즌 티켓을 따냈다.

플레이오프 첫 일정이었던 7일 아프리카와의 대결, MVP는 라인전에서 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가 어땠나? MVP의 2:0 승리가 이번 대결 결과다. 스프링 정규 시즌 후반, 극도로 라인전 폼이 좋지 못했던 MVP가 라인전에서 패배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정규 시즌 후반 MVP가 왜 유독 라인전에서 고전을 했는지부터 살펴보자.



2라운드 후반, 모든 라인 저격당한 밴픽


MVP가 라인전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주로 미드와 봇 때문이다. 2라운드 후반부터 MVP는 이런 약점에 대해 집중 견제를 받았다. 한두 라인이 아닌, '봇-미드-탑' 모든 라인이 밴픽에서 곤욕을 치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견제를 받은 쪽은 원거리 딜러였다. MVP의 상대 팀은 바루스를 자르고 애쉬를 훔쳐가거나, 바루스와 애쉬를 모두 자르는 등 '마하' 오현식을 저격했다. 3월 29일 삼성 갤럭시와의 대결을 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MVP가 코그모와 루시안을 사용하며 대처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코그모는 라인전 약점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고, 루시안은 '마하'가 잘 다루는 챔피언이 아니었다.

원거리 딜러가 견제를 받자, '맥스' 정종빈의 장점도 사라지게 됐다. '마하'가 코그모나 루시안 같은 CC기가 없는 딜 위주의 캐리형 챔피언을 잡게 되니, '맥스'는 이를 보좌하기 위해 룰루를 자주 사용했다. 물론 이는 메타의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룰루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맥스'는 변수를 만들어내는 챔피언을 잡았을 때 가장 위력적인 선수다. 게다가, '마하'의 캐리력이 그렇게 뛰어난 편도 아니기에 룰루의 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또 있는데, 룰루를 사용함으로써 라인전에서 더욱 힘을 못 썼다는 점이다.

▲ 원거리 딜러 저격

다음 견제 대상은 미드였다. 신드라를 뺏긴 '이안'은 상대에게 라인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미드가 흔들리니 당연히 패배로 이어졌다. '이안'은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판테온과 같은 조커 카드도 사용했지만, 효율적인 전략이 아님이 결과로 드러났다.

미드와 봇 라인전의 약점은 탑 견제로도 이어졌다. 지난 1일 경기에서 SKT T1는 미드와 봇이 아닌 탑에 집중 밴을 했다. 애초에 미드와 봇은 라인전이 약하니 맞상대를 해서 이기고, 탑은 밴픽을 통해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중이었다. 결국, 상성에서 앞선 카드를 뽑은 SKT의 탑은 '애드' 강건모를 곤경에 빠트렸다. 미드와 봇도 라인전에서 당연하다는 듯 승리를 거뒀다.

▲ 탑 저격


대 아프리카전 : MVP의 성공적인 피드백


■ 탑 저격 노린 '애드'의 저격 - 자르반 4세

아프리카의 저격은 지난 순위결정전과 마찬가지로 탑이었다. 순위결정전에서 그야말로 압살을 거뒀으니, 어쩌면 당연한 판단이었겠다. 하지만, '애드'는 똑같은 방법에 당하지 않았다. 새로운 병기를 준비했다.

'애드'는 탑 자르반이라는 고대 유물을 사용했다. 최근에 W스킬을 먼저 마스터하는 탑 자르반이 유행하기는 했지만, 대회에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특히, 포스트 시즌 같은 큰 무대에서는 더욱이. 그럼에도 '애드'는 용감한 선택을 했고, 성공적인 결과로 만들었다.

자르반은 노틸러스를 상대로 티아맷이 나온 시점부터 라인전 주도권을 잡고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를 통해, 필요한 상황마다 먼저 이니시에이팅을 걸 수 있었다. 오랜만에 자르반을 상대해 본 아프리카 선수들의 대처는 당연히 완벽하지 못했다.

자르반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또 있다. MVP가 이즈리얼을 잘라버리며 상대에게 이동기 없는 원거리 딜러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다는 점. 아프리카는 MVP의 날카로운 밴픽에 걸려들었다. 1세트에서 1픽으로 애쉬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애쉬로 주도권을 잡고자 했지만, 역으로 자르반에 당하는 형국을 맞게 됐다.



■ 신드라는 무조건 선택하고 룰루는 버린다

MVP의 변화는 미드와 봇에서도 있었다. 먼저 미드 라인. '이안'은 지난 아프리카와의 순위결정전에서 신드라가 풀렸음에도 빠르게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에게 신드라를 내주고, 아리로 상대했다. 그러나 라인전이 크게 밀리는 결과를 만들어내며 실패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전에서 빠르게 신드라를 가져왔다. 신드라를 가져오고 아리나 탈론 같이 상대하기 귀찮은 챔피언들을 잘라줬다. 라인전에서 살아남은 '이안'은 소규모 교전과 한타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상대에게 물리는 경우에도 끝까지 궁극기를 사용하면서 충분한 데미지를 넣고 전사했다. 후반에서 더욱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후반으로 향할수록 힘이 떨어지는 에코의 단점과 맞물린 결과이기도 했다.


미드에서는 신드라를 무조건 선택했다면, 봇에서는 룰루를 과감히 포기했다. 상대에게 룰루를 내어주고 자이라와 쓰레쉬라는 능동적으로 변수를 만드는 챔피언을 선택했다. '맥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역시 대 성공이었다. 불리하게만 흘러가던 1세트 초반, 자이라는 화력을 통해 엘리스를 잡아내며 반전을 만들었다. 이후 한타에서도 상대 진영 중앙에 궁극기를 사용하며 도드라지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자이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맥스'였기에 더욱 눈에 띄는 활약이었다. 2세트 쓰레쉬 선택도 옳았다.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내며 완승에 주역이 됐다. '맥스'의 활약은 MVP의 색깔을 다시금 제대로 느끼게 했다.



아쉬웠던 아프리카의 2세트 대처


MVP의 노력이 빛나는 경기였지만, 아프리카에게 아쉬움도 남는다. MVP가 라인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감이 없지 않다. 1세트는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다 예측할 수는 없으니. 아쉽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2세트다. 상대의 카드를 봤음에도 1세트와 똑같은 전략을 가지고 나왔다. 자신들의 밴픽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었을까. 물론 동일한 밴픽으로 승리할 수도 있었겠지만, 더 나은 밴픽을 찾아야 했다.


■ 더 확실한 탑 저격 필요... 1픽 애쉬? 자르반 안 밴?

먼저 살펴볼 부분은 2세트 1픽 애쉬다. 상대가 자르반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다시 애쉬를 뽑은 것은 조금 의아했다. 그런 방법으로는 탑에 많은 밴 카드를 사용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자르반이 활약할 환경을 주는 것은 물론, MVP의 다른 라인이 좋아하는 픽을 선택할 여지를 줬기 때문이다.

애쉬 밖에 뽑을 게 없지 않았냐고? 그렇지 않다. 이동기 좋은 원거리 딜러, 루시안이 있었다. 루시안은 지금 메타에서 좋은 챔피언으로 평가받으며, 상황에 따라서 바루스에게 솔로킬 압박도 줄 수 있다. 서포터만 받쳐준다면 라인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게 루시안이다. 게다가 '크레이머' 하종훈은 루시안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자르반을 밴하는 방법도 있었다. '마린' 장경환이 자르반에 밀리지는 않았지만, 자르반은 여러모로 아프리카를 귀찮게 했다. W스킬을 먼저 마스터하면서 생각보다 탱킹력이 뛰어났고, 회피기가 좋아 잘라내기에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라인전에서 자르반을 압도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자르반이 라인을 먼저 밀고 다른 라인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예전부터 이런 조커 카드는 일단 잘라내는 것인 다 전제에서 필요한 덕목이 아니었나.


■ 미드-원거리 딜러 저격으로 선회

탑 저격이 먹혀들지 않았다면, 다른 라인으로 선회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했다. 첫 번째는 미드 라이너다. 아프리카는 '이안'에게 신드라를 열어주고 에코로 받아치려 했다. 하지만, '이안'을 견제하는 방법으로는 좋지 못했다. '이안'이 그동안 곤욕을 치렀던 경기들을 보면 초반부터 라인전에서 압박을 받았을 때였다.

에코가 초반부터 신드라를 압도할 수 있는 챔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중반부터 신드라를 CS도 못 먹게 하나? 그렇지도 못했다. 신드라는 원래부터 라인전에서 어떤 챔피언을 만나도 크게 밀리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조금 까다로운 챔피언이 있을 뿐이다. 결국, 밴 혹은 뺏어오는 게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원거리 딜러 저격. 모든 라인을 통틀어 MVP는 원거리 딜러 저격을 당했을 때 가장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현재 메타에서 '마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챔피언은 바루스와 애쉬다. 두 개를 견제하면 크게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데 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최근 아프리카 봇 듀오의 라인전 능력이 올라왔기에 더욱 사용할 법한 밴픽이었다. 또한, '크레이머'는 '마하'와는 다르게 이즈리얼과 루시안에 강점이 있어 밴픽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컸다.


성장할 여지는 더 있다


밴픽에서 아프리카가 아쉬웠던 부분은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MVP가 정말 잘했다. 약점을 보완하고, 과감한 판단과 한타 능력으로 승리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MVP의 이번 시즌은 역대급 시즌 중 하나다. 슈퍼스타들이 대거 몰려든 이번 LCK에서, MVP 같은 소규모 팀이 준준결승까지 올라가리라 어느 누가 상상했을까. 이름값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MVP다. 꿈을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와 팀에게 귀감이 될만한 팀이다.

그렇다고 아직 만족할 때는 아니다. 발전할 부분이 더 남아있다. 계속 언급된 미드와 원거리 딜러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뚫어내야 한다. 다음 상대는 시즌 전적에서 우위을 보이는 kt 롤스터니, 한 단계 진화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어떤 변화를 또 보여줄지. MVP 다음 경기는 언제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