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게임에 추억을 가신 유저들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983년에 출시된, '고전 게임'이라는 타이틀에 절대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게임이니까요. 그리고 그만큼 의미도 있는 작품이며, '애플2', 'MSX'라는 초창기 개인용 컴퓨터에 등장했던 게임입니다. 바로 액션 퍼즐이라는 장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브로더 번드의 '로드러너'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동네에 패미컴을 가진 친구가 딱 한 명이 있어서 그 친구 집에서 즐겼던 기억이 있네요.

어린 저에게는 아주 어려운 게임이었고, 제 것도 아니라서 많이 플레이하진 못했습니다. 로드러너 하나만 몇 달을 플레이한 친구도 당시에 100스테이지를 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게임 방식 자체는 아주 독특했고, 친구가 직접 만든 맵을 플레이하는 재미도 있어서 인상이 깊었던 작품이죠.

첫 시리즈가 나온 게 1983년이니, 벌써 35년 가까이 됐습니다. 애플2에서 첫 스타트를 끊은 '로드러너'가 데브캣의 손에 의해서 모바일로 부활합니다. 데브캣의 김동건 본부장이 존경심을 담아 혼자서 만들어보기 시작했던 '습작' 프로젝트가, 마침내 정식으로 출시하게 된 겁니다.

인벤에서는 넥슨을 찾아 '로드러너원'은 원작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이 게임을 만들게 된 과정은 어떻게 된 것인지 좀 더 상세하게 물어봤습니다. 인터뷰에는 데브캣의 김동건 본부장과 윤성문 팀장이 참석했습니다.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의 김동건 본부장(우), 윤성문 팀장(좌)

Q. 로드러너는 게임 시장의 태동기에 나왔다고 할 정도로 아주 오래된 작품인데, 이 작품을 모바일로 다시 제작하게 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동건
=재작년 추석 때였을 거예요. 그때 개발자인 '더글러스 스미스'의 부고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로드러너를 정말 열심히 즐겼으면서도 누가 만들었는지 몰랐었어요. 이름까지는 몰랐죠. 그런데 그 소식을 접하고 나니까 좀 부채의식 같은게 느껴지더라고요. 아, 예전에 내가 정말 이 게임을 좋아했고 이 게임 때문에 개발자까지 됐는데, 그 사람이 뒤에 뭘 했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흘렀구나 하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연휴에 집에 있는 김에 로드러너를 기억을 되살려서 만들어볼까 했죠. 그래서 처음엔 혼자 만들었어요. 스마트폰에서 돌아가게요. 스마트폰에서 조작이 잘 안되니까, 당시에는 터치를 해서 길을 찾아가도록 만들었죠. 한 3일 걸렸나? 그때 거의 다 만들긴 했어요.

이걸 그냥 게임 만들고 말아야지...했었는데, 기회가 돼서 부사장님을 보여드렸었죠. 올드 게이머시니까 바로 "어, 로드러너네?"하고 좋아하시더라고요. 근데 거기서 조작을 터치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될 것 같다 하고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그래서 이걸 좀 더 알아볼까 하고 시작을 하게 된 거죠.

처음에는 세 명이서 시작했고, 거의 3명이서 만들다가 한 분 더 도와주셔서 네 명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아주 소규모로 만들었고 일 년 반 정도 걸린 것 같네요. 데브캣의 이름을 걸고 나가기도 했고, 아무리 소규모 팀이라도 프로로 개발하는 거니까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많은 부분을 다듬고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당시 김동건 본부장이 제작한 '로드러너 터치'. 터치 인터페이스 기반이다.

Q. 그런데 게임 자체가 꽤 오래됐다 보니 라이센스 문제가 복잡했을 것 같아요.

김동건
=저는 이게 뭐 게임이 어디로 가있는지, 라이센스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몰랐어요. 그 후에 조사를 해보니까 게임을 만들었던 브로더 번드는 사라지고, 일본 게임사가 판권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토자이게임즈'였죠. 그래서 토자이 게임즈와 이야기를 좀 해봤어요. 우리가 로드러너를 출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하고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렇게 진행이 된 것 같습니다.


Q. 토자이 게임즈에서도 모바일 버전으로 '로드러너 오리지널'이 있어서 좀 충돌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동건
=네. 그런데 저희가 만드는 건 클래식 버전이 아니니까요. 토자이에서도 클래식과 같으면 본인들이 만든 게임하고 충돌이 있으니까 그걸 서로 좀 이야기해서 맞춰나갔어요. '로드러너원'에도 토자이판 클래식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링크도 넣고 하는 식으로 됐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만드는 로드러너는 클래식과 유사한 스테이지는 있지만 조금 달라요. 전체적으로 룰도 좀 달라서 고쳐나간 부분이 있습니다. 게임이 서로 다른 면이 있어서 무사히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토자이의 오리지널판도 링크도 게임속에 들어가있다.

Q. 로드러너원의 룰이 클래식 로드러너의 룰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윤성문
=크게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골드를 다 획득하면 사다리가 나오죠? 그래서 거기로 탈출하는 구조인데, '로드러너원'은 처음부터 문이 닫혀있어요. 그리고 골드를 다 획득하면 문이 열리면서 나갈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됐고요. 그 외에도 캐릭터도 여러 가지라서 특성이 다릅니다. 어떤 캐릭터는 봉 타기가 빠르고 어떤 캐릭터는 가드를 직접 타격해서 부시는 게 가능해요. 그런 식으로 열 가지가 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김동건
=그리고 이게, 원작이 좀 어렵거든요. 로드러너는 액션 퍼즐 게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고 최초의 액션 퍼즐게임이죠. 지금도 해보면 아주 어려워서, 스마트폰으로 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로드러너원'은 스마트폰으로도 느긋하게 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게임 룰도 납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좀 빼고, 쉽게 가는 걸로 했죠.

예전 로드러너는 봉을 타고 있는 도중에는 땅을 팔 수가 없었고, 가드가 서있는 지역도 못 팠죠. 금괴가 있어도 안됐죠? 그런 걸 좀 빼도 기본적인 게임성은 거의 차이가 없으니 좀 심플하게 하고 스마트폰에 맞게 바꾸는 식으로 바꿨습니다.


Q. 게임 캐릭터 디자인은 어떻게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로드러너는 허드슨판을 가장 먼저 접해서 그런지 약간 좀 확 와 닿지 않은 부분도 있었거든요.

김동건
=허드슨판은 봄버맨의 디자인을 좀 가져와서, 그 시리즈를 처음으로 '로드러너'를 접하셨던 분은 '로드러너원'의 디자인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원래 오리지널 로드러너는 포스터부터 SF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트론(TRON)이라던가 하는 SF 룩을 많이 따라갔었어요. 가드도 사이보그였죠. 그런 부분을 충실하게 하고자 했어요.

로드러너원은 총 10종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Q. 로드러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유저들이 직접 스테이지를 만들어서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는 점인데요, 이 부분도 모바일에서 살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스테이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요?

윤성문
=스테이지 제작 방식도 원작과 좀 다릅니다. 일단 스테이지 구성 공간이 있고, 거기에 타일을 찍을 때 기존처럼 격자 좌표를 하나씩 터치하는 게 아니라 스테이지를 옮겨가면서 커서를 바꾸는 형식이에요. 좀 생소한 방법이긴 한데, 한 번 써보니까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했어요.

보통 스테이지를 구성할 때, 타일을 많이 찍어야 하는데 하나하나 찍고 있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스테이지 전체를 옮기면서 십자 크로스 위치에 좌표를 찍는 식으로 구성해놨습니다. 처음에 구현했을 때는 가로, 세로로 일직선을 찍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좀 보완을 했죠.

타일 찍기를 누르고 드래그를 해도 찍히게 돼요. 이게 근데 수평이나 수직이 잘 안되더라고요. 근데 보통은 찍고 싶은 건 수직이나 수평이 많기 때문에, 코드 보정을 해서 가로를 조금 방향이 틀어져도 일직선으로 갈 수 있도록 짜놨습니다.


Q. 게임이 나온 당시에는 새 스테이지를 만들어도 친구를 초대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돼서 스테이지를 인터넷으로 공유하고 내려받아 플레이하는 기능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건
=네. 그게 가장 원작과 다른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직접 내가 맵을 재미있게 만들었어도, 친구들을 불러야 했잖아요? 하지만 '로드러너원'은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나왔고, 인터넷도 가능하니까 서버에 올려주는 방식입니다. 서버에 내가 만든 맵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거죠. 전 세계 사람들이 맵을 올리면 그중에서 선택해서 플레이해볼 수 있어요.

간단하게 평가하는 기능도 구현해놨어요. 한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 아이콘이 두 개 떠요. 그거만 클릭하면 바로 평가가 됩니다. 최대한 안 귀찮게 하는 식으로 해놨어요. 그래서 재미없는 맵은 좀 덜 나타나게 해놨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받을수록 나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식으로 디자인을 했고요.

이게 근데 얼마나 환경을 구성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라이브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서...유저들이 좀 많이 귀찮아한다면 다시 한 번 개선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도 여러 방향으로 연구를 하고 있어요. 굳이 '로드러너원'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유저들이 만든 콘텐츠를 유저들에게 직접 제공하는 방법에 대한 좋은 연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디터를 통해 스테이지를 제작하고, 전세계 유저들과 공유할 수 있다!

Q. 게임의 타겟 유저층도 좀 있을 것 같은데 이게 굉장히 좀 애매한 부분이죠. 30-40세대보다 더 위의 게이머층이 추억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잖아요? 그리고 국내 유저뿐 아니라 글로벌로 출시해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뒀는지 궁금합니다.

김동건
=네. 일단 글로벌 출시를 할 예정이고요, 타겟 유저층은 생각 안하고 있습니다. 그걸 고려하고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아니에요. '로드러너원'은 순수하게 '로드러너'에 대한 존경심에서 출발한 게임입니다. 어디가 타겟층이다라기 보다는 로드러너를 기억하던 분들이 '아, 옛날에 이거 했었지'하고 기억하시고 플레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로드러너를 모르시던 분들은 "이거 옛날 게임이라고 하는데 이런 부분이 재미있네"하고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액션 퍼즐에 대한 재미를 되살릴 수 있는 작품이랄까요. 앞으로도 그리고 계속 로드러너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그런데 게임의 과금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게임 형태 자체가 부분유료화로 나누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김동건
=완전히 무료입니다. 일단 무료 게임이고... 광고가 좀 있는 정도에요. 넥슨 게임의 광고가 들어갈 예정이고, 선택적으로 광고도 아예 안 보고 플레이가 가능해요. 앞서 이야기했던 캐릭터들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자연스럽게 얻는 구조입니다. 스테이지도 한 300개쯤 됩니다.

윤성문
=네. 기본 노말 스테이지는 200개쯤 되고요, 꽤 어려운 챔피언십 스테이지가 좀 있고 클래식 스테이지까지 합치면 토털 300여 개쯤 됩니다. 그다음에는 유저들이 만든 스테이지가 계속 나올 테니 거기서 스테이지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Q. '로드러너'는 초반에는 스테이지 난이도도 쉽고 생각할 게 적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정말 큰 맵에서 이것저것 생각할 요소가 많아 플레이가 어려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큰 화면이 아닌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도 이 부분은 좀 골칫거리였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소했는지 궁금합니다.

김동건
=그래서 '로드러너원'은 오리지널 스테이보다 블록 수가 많이 적은 편이에요. 오리지널판은 나중에 가면 정말 맵이 커져서 한눈에 다 안 들어오고 그만큼 조작하기도 힘들었었죠. 그걸 최대한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스테이지를 구성한 편이고, 챔피언십 스테이지가 좀 큰 편이라 걱정은 됩니다. 그래도 옛날 스테이지처럼 깨알같이 보이고 그런 건 아닙니다. 이것도 유저 피드백이 좀 더 나와봐야 알 수 있는 문제에요.

스테이지를 크게 키우기만 한다고 재미있는건 아니라서, 그런 걸 좀 안 하려고 일반 스테이지는 더 커지지 않았어요. 크기보다는 새로운 기믹들을 좀 넣었죠. 원작에서는 못 보던 가드들이 나오는 편입니다. 그런 게 있어서 스테이지 크기는 거의 비슷하게 가면서 다른 재미를 주는 쪽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윤성문
=가드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로드러너와 비슷한 가드가 있고 여기서 추가적으로 몇 가지가 더 있어요. 사족보행을 하면서 좌우로만 움직이는 가드라던가, 좀 더 똑똑하게 플레이어를 따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가드들이 좀 멍청한 편이라 놀려먹고 그러는 부분도 있었죠.

'로드러너원'에서 좀 똑똑한 가드는 아주 멀리 있어도 척척 길을 찾아서 플레이어를 따라온다던가, 함정에 빠지지 않고 통과하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로 만나니까 좀 무서웠습니다. 빠뜨리고 그냥 지나가야지 하는데 구멍이 그대로 남아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고 하니까...거기서 또 새로운 플레이가 되더라고요. 가드들이 함정을 점프해서 넘기도 하고 해서 함정 대응 방식이 좀 달라져야 됩니다.


김동건
=예전에는 가드 대응에도 공식이 있었죠? 한 마리 쫓아오면 구멍을 세 개, 두 마리면 구멍 다섯 개파고 하는 식으로요. 물론 지금도 공식이 좀 있긴 하지만 옛날과 달라요. 블록 사이즈도 좀 크고 하니까 타이밍도 다른편입니다. 그리고 캐릭터마다 속도가 좀 다르고 특성도 있어서 예전처럼 공식에 의존해서 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드러너원은 가드가 금괴를 탈취하면, 어떤 가드가 가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예전엔 그게 안 나와서 좀 고생했었죠. 원작에서 블록인 줄 알았는데 그냥 지나가면 푹 빠지는 거, 그것도 뺐어요. 이게 요즘 플레이어들을 납득시키기는 좀 어려운 기믹이거든요.

챔피언십 스테이지의 경우는 단순히 클리어하는 게 아니라, 높은 점수를 내야 돼서 일부러 가드에게 금괴를 먹이고 다시 탈취하고 그런 플레이도 유저들이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많은 점수'를 낼지 고민하게 되는 방식이죠.


Q. 지난해 지스타에서 게임을 한 번 시연해볼 수 있었는데, 당시의 유저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때의 유저의 피드백을 적용해 변경한 점이 있을까요?

김동건
=지스타에서는 전반적으로 반응이 꽤 괜찮은 편이었어요. 피드백 중에서 좀 많이 바꾼 건 조작이 어렵다는 부분이에요. 당시 조작계랑 지금 출시 버전하고는 좀 많이 달라요. 개선이 된 편이죠. 저희가 이번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는데, 이거는 저희가 특허도 냈습니다.

가상패드는 뭔가 내가 직접 어디로 조작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잖아요? 그래서 그걸 좀 직관적으로 보여주려고 한 장치입니다. 가상패드에서 내가 조작하는 상대적인 위치를 표시하는 건데, 캐릭터 근처에서 노란 점이 하나 나와서 내가 어디로 조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요. 이게 있고 없고가 조작 느낌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이건 가상패드를 사용하는 여러 게임에도 적용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노란점이 캐릭터 앞에 표시된다. 이 '점' 하나로 조작감이 많이 달라진다.

윤성문
=그리고 지스타에는 스테이지가 별로 없어서 저희가 그냥 내부에서 만들던 걸 들고 갔어요. 조금 다듬긴 했지만 튜토리얼이 아니라서 친절하지가 못했죠. 로드러너에서 중요한 두 줄 연속 파괴라던가, 가드를 따돌리는 방법 같은 걸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두 줄 파기도 이게 블록 파는 순서가 정말 중요한데, 처음 보는 분들이 바로 이해하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런 현상을 좀 보완하기 위해서 초반에는 학습하기 위한 구간들을 추가했어요. 이런저런 기능이나 테크닉을 알려주는 쉬운 스테이지 형식으로 구현해서 차근차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Q. 로드러너원을 제작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었던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동건
=개발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액션과 퍼즐의 균형이랄까요. 원작은 '액션'의 비중이 정말 높아요. 하지만 '로드러너원'은 모바일이다 보니 아무리 저희가 조작을 개선했다고 하더라고 콘솔과 같은 경험을 주기는 어렵거든요. 예전처럼 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퍼즐의 비중을 좀 높여야 했어요. 액션의 비중을 낮추면서 퍼즐의 비중을 올리는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너무 퍼즐적인 요소가 강하면 '로드러너'라는 느낌이 안 나고, 액션을 강조하다 보면 조작이 어려워서 경험이 영 좋지가 못하고요. 그런 부분이 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Q. 최근에 넥슨에서 출시한 게임들 중에 신선한 시도가 많아졌습니다. '애프터 디 앤드'나 '이블 팩토리'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로드러너원'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이런 신선한 시도에 대한 문화가 사내에서도 좀 퍼져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동건
=넥슨은 과거부터 내부에서 뭔가 이런걸 해보자 하면서 성장해온 회사라고 생각해요. 탑 다운 방식으로 뭔가를 만들어온 회사는 아니라고도 생각하고요. 오히려 바텀부터 시작해서 "이런 게 재미있지 않겠냐"하고 보여주고, 이걸 프로젝트로 키운 회사라고 생각하는데 중간중간 성장통을 겪으면서 그런 문화들이 좀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서 다시 그런 걸 살려보자 하는 분위기가 생기긴 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로드러너원'을 즐길 유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윤성문
='로드러너원'을 제작하면서 많이 고민했어요. 물론 원작을 즐겼던 유저들이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로드러너'를 즐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난이도 같은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좀 많이 썼고, 어린아이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나이나 성별을 따지지 않고, '로드러너원'을 많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동건
=저는 앞서 언급했듯, '로드러너'에 빠져서 개발자가 된 사람입니다. 그런 '메시지'가 계속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의 게이머들도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시면서 많은 분들이 게임 개발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게임 개발자라는데, 어떻게 보면 '놀아주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유저랑 '놀아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거잖아요. 로드러너의 스테이지 제작 자체도 내가 만들어서 친구들이 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친구들이 못 풀게 만드는 게 아니라, 결국은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클리어하도록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게임이 추구해야 하는 부분이랑 맞닿아 있는 게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대단히 멋진 것보다는 친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재미있게 깰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로드러너 스테이지 에디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