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에 대형 신인이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챌린저스를 뚫고 새롭게 합류한 에버 8 위너스의 미드라이너 '셉티드' 박위림이다. 박위림은 지난 2016년 6월 챌린저스 코리아 소속 팀인 에버 8 위너스에 합류해서 신인답지 않은 뛰어난 플레이로 LoL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꿈에 그리던 롤챔스 무대에 입성한 박위림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위림은 데뷔전에서 마치 '페이커'의 데뷔 시절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플레이로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아직 많은 경기를 뛰진 않았지만, 박위림은 현재 신인 중에서 가장 도드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신인이 엄청난 호평을 받게 되면 자만할 수 있지만, 박위림은 결코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그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 아직 그런 호평을 받을 정도의 선수가 아니라고 말하며 겸손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버 8 위너스는 박위림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현재 1승 2패를 기록하며 리그 7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 에버 8 위너스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제 막 출발 선상에 올랐을 뿐이다.

확실한 건 에버 8 위너스는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팀이라는 점이다. 장래가 유망한 선수와 팀의 등장은 LoL 팬들의 가슴을 언제나 뜨겁게 하니까. SKT T1과의 결전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시즌 최고의 신인 '셉티드' 박위림과 만나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에버 8 위너스에서 미드라이너를 맡고 있는 '셉티드' 박위림입니다.


Q. 항상 궁금했던 것이 '셉티드'라는 닉네임의 의미였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닉네임인가요?

사실 처음 아이디를 만들 때, 아무 단어나 쳐보다가 'Cepted'라는 단어가 예뻐서 만들게 됐어요. 딱히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Cepted'가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로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이란 좋은 의미가 있더라고요.


Q.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대학교 재학시절에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어요. 단순히 취미로 LoL을 즐기면서 챌린저를 찍곤 했죠. 점점 대학 생활에 흥미를 잃으면서 휴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최병철 코치님께서 에버 8 위너스 팀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해주셨어요.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작년 6월에 팀에 합류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프로게이머가 됐어요.


Q. 에버 8 위너스 팀 생활은 어땠나요? 적응은 잘하셨나요?

대부분 나이가 비슷해서 거리낌 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숙소 생활도 굉장히 편해서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었어요. 전라남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지하철이 굉장히 많은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Q. 학생 신분으로 LoL을 즐길 때와 선수로서 LoL을 할 때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솔로 랭크를 하면서 팀원들과 채팅으로 가끔 다투기도 했는데, 선수가 되고 나서 거의 말을 섞지 않아요. 팀원이 너무 말을 많이 하면 멘탈 보호를 위해서 차단하고 게임을 해요. 그리고 게임이 끝날 때 차단을 풀죠(웃음).


Q.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난 시즌 챌린저스 코리아 4강에서 콩두 몬스터에게 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 날 2세트에서 제가 실수하는 바람에 졌거든요. 그때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경기에서 졌을 때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크게 힘든 부분은 없어요.



Q. 오랜 도전 끝에 꿈에 그리던 1부리그 LCK에 입성했습니다. 승격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승격에 대한 부담감이 심해서 챌린저스 코리아 1, 2라운드에서 CJ 엔투스에게 다 졌어요. CJ 엔투스를 이기지 못하면 승격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결국, 챌린저스 결승에서 CJ 엔투스를 꺾고 우승했는데, 그때 승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 승격을 확정 지었을 때 다 같이 엄청 기뻐했던 것 같아요. 승격했던 날 2차까지 회식을 했어요. 술에 떡이 된 저를 들이 형이 업고 들어갔어요(웃음).


Q. LCK 입성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인지도가 늘었어요. 그리고 챌린저스에 있을 때는 1부 리그 팀과 스크림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자주 해요. 끝으로 방송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이전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Q. 아직 세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LCK에서 경기한 소감을 말하자면?

쉽지 않아요.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예상만큼 어렵네요.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팀이 승점 자판기가 될 거라는 말이 많았는데, 지금 당장은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고 분위기가 크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강팀들과의 경기가 앞으로 줄줄이 계속되잖아요. SKT, 롱주, 삼성, kt 등 상대하기 버거운 팀이 많아요.


Q.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았지만, 현재 이번 시즌 최고의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페이커 과'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런 말을 들으면 감사하지만, 부담스럽긴 해요.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크잖아요. 1라운드가 끝난 뒤에 그런 평가를 들으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텐데, 아직 시즌 초반이기도 하고 저보다 잘하는 선수가 많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셉티드' 선수의 스타일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라인전이 강하거나 안정감이 다른 선수와 비교해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신 팀원들이 저에게 무엇을 해주면 확실하게 보답할 수 있는 미드라이너라고 생각해요. 성장시켜줄 보람이 있는 미드라이너라고 할까요? 장점을 말하자면, 롤챔스 경기를 하면서 상대가 이쪽으로 올 것 같다고 예상하면 꼭 그쪽으로 오더라고요. 감이 좋은 것 같아요. 상대의 실수를 잘 잡아내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안정감이 좋다는 말도 들었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지난 아프리카전 3세트에서 제 오리아나가 애쉬의 궁극기를 맞고 잘려서 게임이 힘들어졌거든요. 저는 그냥 상대 팀의 탑이나 서포터가 안 보이면 무조건 타워에 박혀 있어요. 정글이 안 보이는 건 딱히 신경 안써요. 갱킹은 제가 재량껏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경기를 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포탑 퍼블이나 갱은 절대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조심하면서 게임해요. 그리고 우리 팀의 조합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이득 보는 플레이를 하자"는 마인드로 플레이해요.



Q. 워낙 뛰어난 활약을 보이다 보니, 벌써 에버 8 위너스가 '셉티드' 원맨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에 따른 부담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가 게임이 잘 풀리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개인 기량이 뛰어나요. 현재 저와 승찬이 형을 제외하면 다들 챌린저거든요. 팀원들이 솔랭하는 걸 보면 다들 정말 잘해요. 대회 때 부담감 때문에 잘 안 풀리는 것 같아요. 다들 잘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정글러 근성이를 믿고 플레이하고 있어요(웃음).


Q. 패한 경기에서는 주로 어떤 피드백이 이뤄지고 있나요?

최근에 있었던 경기에서 패하고 밴픽과 초반 설계가 아쉬웠다는 피드백이 이루어졌어요. 팀원들과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상대 조합과 우리 조합을 비교한 뒤 초반 설계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너무 안 되고 있다고 승찬이 형이 강하게 말하더라고요. 초반부터 설계를 잘하면 충분히 중위권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특별히 신경 쓰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Q. 신드라, 오리아나, 카시오페아 같은 챔피언으로는 엄청난 캐리력을 선보인 반면, 갈리오는 비교적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는데요. 본인에게 잘 맞는 챔피언이 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딜러 챔피언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논타게팅' 챔피언을 더 선호해요. 예전부터 상대의 무빙을 예측하며 스킬을 맞추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갈리오는 잘 쓰면 분명히 좋은 챔피언이에요. 상황이 좋으면 버스 타기 좋은 챔피언이죠(웃음). '쿠로' 선수가 미드 갈리오를 잘 쓰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고 사용했는데, 지난 경기에서는 갈리오를 제대로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아쉬워요. 그래서 충분히 갈리오를 연습할 생각이에요.


Q. '셉티드' 선수가 생각하는 미드 챔피언 티어는 어떻게 되나요?

챔피언마다 상성이 있어요. 모든 챔피언이 밴이 안 된다는 가정하에 신드라가 1티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신드라는 피즈에게 약한데, 피즈가 갱 호응만 잘하면 신드라가 살아남기 힘들어요. 가끔 신드라의 카운터로 에코가 언급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신드라가 에코보다 훨씬 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손싸움'으로 충분히 에코를 이길 수 있어요. 신드라 다음 티어로는 오리아나가 있겠고, 갈리오는 1.5티어정도 되는 것 같아요. 나머지는 챔피언들은 선픽하긴 애매하지만, 카운터 픽이나 '손싸움'이 중요한 챔피언이 있겠네요.


Q. 신드라가 밴되면 오리아나 혹은 갈리오가 나오고 있죠. 갈리오는 무조건 버티면서 한타나 운영으로 넘어가고 있고요. 이러한 미드 메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 미드 메타는 정말 재미없어요. 서로 물고 뜯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챔피언을 픽하면 다른 라인으로 돌리기도 하잖아요. 챔피언을 하나의 라인에만 적합하도록 설계해서 다른 라인으로 돌릴 수 없도록 하는 패치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미드에 탱커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탱커가 오면 때릴수록 저만 아프거든요(웃음).



Q. 닮고 싶거나 롤 모델로 생각하는 선수가 있나요?

닮고 싶은 선수는 '크라운' 선수와 '템트' 선수예요. '크라운' 선수는 모든 측면에서 잘해요. '템트' 선수는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나요. 두 선수의 장점을 닮고 싶어요. '되고 싶은' 선수를 말하자면 당연히 '페이커' 선수가 있겠죠. 모든 선수가 '페이커' 선수 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선수가 되길 꿈꾸잖아요. 저도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Q. '셉티드' 선수가 생각하는 미드 라이너란?

미드 라이너는 중심에서 최대한 잘 버티면서 다른 라인을 풀어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탑 바텀 중 최소한 하나라도 힘들면 풀어줘야 해요. 지금 메타에서 미드와 정글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드와 정글이 지면 게임이 정말 힘들어져요. 굳이 로밍형 챔프가 아니더라도 미드 라이너가 무빙만 해도 다른 라인에서는 큰 위협을 느껴요.


Q. 선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받았던 좋은 평가에 대해서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의 선수가 되고 싶어요.


Q. 팀 차원에서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실적인 목표는 LCK 잔류지만, 더 높게 잡아서 포스트 시즌에 가는 것이 목표예요. 롤드컵도 가보고 싶어요. 롤드컵은 직관으로 가야죠(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SKT T1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쉽지 않은 상대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팀이 잠시 주춤해도 더 열심히 노력할 테니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 : 박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