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층이 확실한 게임을 만들었던 개발진이 인디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액션 어드벤쳐 '다크사이더스'를 개발했던 주요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이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첫 시리즈를 시작하여 최신작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항상 남아있는 시리즈였기에 의아한 면도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판매량이 보장된 게임을 벗어나, 난데없이 고전 JRPG의 향수를 노리겠다고 선언했으니까요. 어찌 보면 무모했던 이들의 도전은 킥스타터 펀딩 금액 85만 6천 달러(한화 약 10억 원)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 간만에 보는 인카운터 배틀 - "고전 JRPG의 향수"

'배틀체이서즈'가 지향하는 점은 명확합니다. 고전 JRPG (주로 패미컴 시절의)가 줬던 추억과 재미들을 지금의 취향에 맞게 되살리고자 했습니다. 시대에 맞게 그래픽과 시스템은 발전했지만, 게임의 곳곳에서 고전 작품들의 향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자 하면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 월드 맵에서 이동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서 세계의 곳곳을 탐험하게 됩니다. 지금의 RPG들 처럼 직접 탐험하는 맛은 적지만, 세계가 전체적으로 묘사된 지도를 통해서 상상하는 재미를 남겨뒀습니다. 특유의 아트웍도 보는 재미가 있고요.


전투마저도 그 시절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ATB와 비슷한 전투 시스템으로, 특정 능력치의 순서 맞춰, 캐릭터의 턴이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좌측에는 아군이, 우측에는 적군이 자리 잡은 익숙한 모습이고 공격과 인벤토리 등을 선택해서 전투를 진행합니다.

전투 중에는 캐릭터들의 기술 연출을 감상할 수 있게 해뒀습니다. 간단한 기술은 화면전환 없이 이루어지고, 일종의 필살기와 같은 기술들은 '이건 뭔가 강력하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카메라를 이리저리 전환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어찌 보면 뻔하다 싶은 연출이겠지만, 이런 시스템에서 유저들의 집중력을 환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고전 JRPG의 시스템을 지향했기 때문에, '배틀체이서즈'의 전투는 어딘가 밋밋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통속적이며,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턴제 시스템 중에서도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시스템이니까요.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서 이펙트와 타격에 한껏 힘을 줬습니다.

▲ '빠각!' 소리가 날 것 같은 타격 이펙트



■ 세계를 느끼고 모험하라 - "탐험과 제작"

지향점은 JRPG지만, 당시의 시스템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개발사가 마련한 틀을 따라가던 시스템을 탈피하고, 파고들 만한 거리를 추가시키려 했습니다. 이러한 탐험 & 제작 콘텐츠는 단순한 미니게임 수준을 넘어서, 게임에 큰 영향을 줄 예정입니다.

같은 던전이라도 난이도에 따라서 구조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던전 내의 퍼즐 배치에도 변화를 줌으로써 던전을 공략하고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안배했습니다. 탐험 페이즈에서는 조작하는 캐릭터에 따라서 벽을 부수거나, 함정을 회피하는 등 각기 다른 액션으로 길을 열어나갈 수 있습니다.

▲ 캐릭터를 바꿔가면서 던전을 탐험해야 합니다.

채집과 탐험에서 얻는 재료들은 장비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에 사용됩니다. 고전 JRPG에서 장비는 보물상자나 상점, 숨겨진 던전의 보상으로 얻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입맛에 맞게 수정한 셈입니다. 던전 보상으로 얻는 장비들도 있겠지만,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추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 시절 RPG라면 빠질 수 없는 것 - "스토리"

고전 JRPG를 표방한 만큼, 스토리에도 공을 들일 예정입니다. 15년 전에 중단되었던 원작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한편, 중요한 시점에는 2D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 밝혔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일부 공개된 영상의 퀄리티를 보면 나름 준수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활용해서 만화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조 마두레이라' 본인이 디자인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컷신과 전투 등을 통해서 전달할 계획이며, 게임의 전투와 시스템 모든 면에서 플레이어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퍼블리셔인 'THQ 노르딕'과 개발사 '에어십 신디게이트'는 킥스타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세계 각국의 언어를 지원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습니다. '배틀체이서즈'가 최종적으로 지원하는 언어는 영어, 일어, 중국어 외에도 한국어까지 포함하여 11개로 확정된 상태입니다.





■ 이 사람은 빼놓을 수 없지 - "조 마두레이라"

'배틀체이서즈'는 '다크사이더스' 시리즈를 개발했던 비질 게임즈의 개발자들이 모여서 만든 작품입니다. 다크사이더스의 아트 디렉터였던 '조 마두레이라'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곳이기도 하죠. 조 마두레이라는 비질 게임즈 재직 당시에 소규모로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고, 그 결과물이 '에어십 신디게이트'로 마무리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 마두레이라는 에어십 신디게이트로 자리하면서 자신이 예전에 집필했던 만화, '배틀체이서즈'를 이용해 게임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배틀체이서즈 곳곳에는 조 마두레이라만의 독특한 아트 스타일과 디자인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 마두레이라가 보여주는 아트들은 아름답다기보다는 투박하고 강렬한 스타일이기는 합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조 마두레이라의 팬이라면, 충분히 반길만한 스타일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주거든요.


▲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기 보다는 투박한 매력을 보여주는 아트 스타일.



■ '배틀체이서즈'가 주목받는 이유? - "도전 정신"

'다크사이더스' 개발진이라는 유명세 때문이었을까요? '배틀체이서즈'는 킥스타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계속해서 개발을 해왔습니다. 출시일이 연기되기도 했지만, 약속한 것들을 차근차근 지키면서 현재 출시를 앞둔 상태입니다.

어찌 보면 고전 RPG의 답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게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향수에 기반을 뒀지만 개발 과정의 목적성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개발진의 주축이 되는 '조 마두레이라'가 내세운 고전 JRPG의 향수라는 목적 외에도, 이미 성공한 프랜차이즈를 벗어나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도전을 보여줬습니다.

THQ 노르딕의 퍼블리싱을 거치면서도 킥스타터를 통해 개발 자금을 모은 것도 이와 같은 도전 정신에서 선택한 것입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안정된 개발과 자금을 포기한 에어쉽 신디게이트. JRPG의 향수를 한껏 모은 '배틀체이서즈: 나이트워'는 오는 10월 4일 PC와 PS4, Xbox,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