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기대를 모았던 하스스톤 신규 확장팩 '얼어붙은 왕좌의 기사들'이 출시됐다. 출시 전부터 수많은 전문가들이 느린 컨트롤 덱 메타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컨트롤 덱에 힘을 실어주는 다양한 카드들이 등장하면서, 해적을 필두로 한 어그로 덱의 비중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템포가 느려지고 어그로 덱의 비중이 줄면서 '클린'한 하스스톤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해적보다 더 악랄한 '노루'가 나타나서 판을 어지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스스톤은 '드루이드 vs 안티 드루이드' 구도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드루이드가 메타를 지배하고 있다.

외신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드루이드의 픽률은 과거 최고의 'OP'덱으로 평가받은 '장의사 냥꾼' 시절의 사냥꾼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토큰 드루이드, 어그로 드루이드, 비취 드루이드 등 다양한 종류의 드루이드 덱들이 등장해서 모든 직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확장팩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드루이드는 현재 뚜렷한 약점이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역병' 시리즈 카드를 받으며 더욱 강력해진 '역병 비취' 드루이드를 막을 수 있는 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번 확장팩 전의 비취 드루이드는 '육성'과 '가젯잔 경매인'의 드로우에 의존해야 하는 단점과 느린 템포 때문에 강력한 후반 뒷심을 가졌지만, 약점이 뚜렷한 덱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확장팩에서 비취 드루이드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카드들이 등장하면서 드루이드는 명실상부한 생태계 파괴자가 됐다.

이미 드루이드의 심각성을 많은 유저들이 몸소 체험하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드루이드의 핵심 카드를 통해서 드루이드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 퍼져나가는 역병




퍼져나가는 역병의 등장으로 드루이드는 더욱 안정적인 초반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상대의 필드 개체 수와 동일한 개체 수가 될 때까지 1/5 도발 하수인을 소환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가 다수의 저 코스트 하수인을 필드에 꺼낼 경우 엄청난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완벽한 어그로 카운터 카드라고 볼 수 있는 이 카드는 비취 드루이드가 안정적인 초반을 보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토큰 드루이드 덱에서 공격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지하 군주'-'퍼져나가는 역병'-'튼튼 껍질 청소부'로 이어지는 콤보를 사용하면 엄청난 스탯을 가진 도발 하수인 필드가 형성된다. 강력한 스탯의 하수인으로 필드를 장악한 드루이드는 필드 버프 카드를 사용해서 언제든 피니시를 넣을 수 있게 됐다.


■ 역병의 드루이드 말퓨리온




다음으로 살펴볼 카드는 드루이드의 '죽음의 기사' 카드인 '역병의 드루이드 말퓨리온'이다. 발동 능력과 영웅 능력 자체는 다른 직업의 죽음의 기사 카드와 비교해서 크게 뛰어나지 않지만, 이 카드는 현재 자주 사용되고 있는 드루이드 덱에 엄청난 힘을 실어 주면서 키 카드로 떠 오르고 있다.

7코스트 타이밍에 등장할 경우 상대의 공격을 한 턴 수월하게 막을 수 있고, 독성 거미를 소환해서 상대의 까다로운 하수인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판드랄 스태그헬름과 함께 사용할 경우 도발과 독성 하수인 모두 소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록, 사제를 상대로는 '광기의 물약'과 '어둠의 권능:공포'에 쉽게 제압당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없지만, 사제를 제외한 다른 직업에게 충분히 위협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역병의 드루이드 말퓨리온'은 이어서 언급할 '궁극의 역병'을 사용하기 전 마지막 방어 수단으로 가장 적합한 '죽음의 기사'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드루이드 덱에서 '역병의 드루이드 말퓨리온'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공격과 수비에서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 궁극의 역병




출시 전, 10코스트라는 엄청난 소모 값 때문에 쉽게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궁극의 역병'은 현재 이름 대신 '그 카드'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10코스트를 소모해서 5/5 하수인 소환, 5 데미지, 5드로우, 방어도 5 획득이라는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아무리 불리한 게임도 이 카드가 등장한 순간 드루이드에게로 승기가 넘어가게 된다.

보통 높은 코스트의 카드를 사용하면 상대에게 역습을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성능이 좋은 카드라도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상대의 하수인을 끊으면서 5/5 하수인을 소환하고 방어도를 얻기 때문에 상대에게 역습을 당할 위험이 적다. 'Low Risk High Return' 카드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등급전을 지배하고 있는 '비취 역병' 드루이드의 승리 패턴은 단순하다. 급속 성장, 수렁의 수호자, 정신 자극, 육성을 사용해서 '궁극의 역병'을 최대한 빠르게 사용하는 것이 승리로 향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 드루이드, 이대로 괜찮을까? 답은 No!




현재 드루이드의 카운터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비취 드루이드의 카운터로 1코스트 주문 카드를 없애는 '엄습하는 외눈깨비'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엄습하는 외눈깨비'로 '비취 우상'을 제거해서 비취 드루이드의 무한 동력을 막을 수는 있지만, 비취 드루이드는 비취 골렘의 스택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벽한 카운터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특정한 카드를 넣는 것보다 비취 드루이드를 카운터 치는 저격 덱이 등장하고 있다. 느린 템포 덱을 가장 효율적으로 카운터 칠 수 있는 '무한 화염구' 퀘스트 마법사가 최근에 다시 떠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카운터 덱의 등장과 상관없이 현재 드루이드는 가장 높은 픽률을 기록하며 메타를 획일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다행인 점은 하스스톤 밸런스 팀도 드루이드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카드들과 드루이드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약' 카드들을 하스스톤 밸런스 팀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직접 밝힌 것을 보면, 밸런스 조정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밸런스 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희망의 끝 요그사론'과 '해적 신참 단원' 때처럼 뒤늦은 밸런스 조정으로 유저들이 떠나가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마도 패치가 적용되기 전까지 대회에서 드루이드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최근, 인벤에서 주관한 HTC 예선전에서도 드루이드는 사실상 '필밴'이었다. 새로운 메타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직업이 존재하는 것은 모두에게 달갑지 않다. 다수의 하스스톤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만족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