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대에 진행됐음에도 에버모어 선수의 솔로 경기 1위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수만 명의 사람이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스트리밍으로 시청했을 만큼 뜨거웠던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의 인기. 게임스컴 취재차 독일에 온 저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가 열리는 독일에 갔는데도 왜 경기를 직접 보지 않았냐고 물으신다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사실 올해 역시 예년처럼 게임스컴의 취재 여건은 좋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프레스실이 있지만 전 세계 수백 명의 기자가 함께 무선 공유기를 나눠 쓰다 보니 언제 끊길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기사를 처리해야 했죠. 나흘 동안 수십 만명이 찾는 게임스컴 현장에서 데이터를 써가며 하는 스트리밍 시청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 경기가 열리는 9홀의 ESL 부스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죠. 일단 오프라인 예선에 참가하려는 수많은 현장 참가자들을 뚫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부터 일이었습니다. 예선이 끝나고 시작되는 경기를 보려고 모인 관객들 역시 입장 수시간 전부터 입장 준비를 기다리고 있었죠. 경기 한 번 보려고 하면 그날 취재는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인비테이셔널 둘째 날 간신히 ESL 관계자 패스를 받아 10분 정도를 겨우 입장할 수 있었는데요. 수십 명의 선수들이 한 장소에 모여 경기를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e-스포츠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분석하기도 하고, 경기에 몰입한 팬들의 열의도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 못지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100여 명에 이르는 플레이어가 한데 게임을 하다 보니 개인방송과는 달리 e-스포츠로서의 보는 맛을 살리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뭐 옵저빙이나 대회 룰에 대한 피드백이 일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의 김창한 PD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번 대회를 일종의 실험으로 생각하고 진행한 대회였던 만큼 향후 개선할 여지를 크게 열어두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이 더 큰 셈입니다.


e-스포츠로의 가능성 외에도 예상이 빗나간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를 향한 뜨거운 열기가 그저 유저만의 몫이 아니라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모두의 것이라는 점 말이죠. 이는 사전 입장일부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 기대작들이 소개되고, 또 최초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스컴 현장. 그래서 언제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배틀그라운드보다는 미공개 신작들을 플레이하기 위해 더 애를 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기자들이니만큼 신작 게임에 대한 관심은 더 크니까요. 그래서 혹시 '기껏 참여한 한국 게임의 부스가 텅 비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했죠.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배틀그라운드 플레이 존은 기자들의 발길로 끊이질 않았거든요. MS가 배틀가운드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증명하기도 했는데요. Xbox 부스에 자리를 튼 시연 존에는 10대의 시연 기기를 준비되어있었는데 이는 MS 부스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었던 '포르자 모터스포츠7'이나 새로 공개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디피니티브 에디션'과 맞먹는 수준이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인기를 해외에서 얻고 있습니다. 이는 판매량 추이나 플레이어 국가 현황을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하지만 이런 뜨거운 열기를 몸소 체험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게임스컴 2017 현장에서 유럽 게이머들이 보여준 열기가 더 가치있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요?

비록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제대로 놀았던 게임스컴 2017의 모습만큼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기억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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