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제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합니다. 때로는 긍정의 시선을, 때로는 부정의 시선을 마주하고, 그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합니다. 특히나, 많은 대중 앞에 서는 사람들은 이 시선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공론화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게이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이 그들의 플레이뿐만 아니라 게임 외적인 부분들까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중에게서 커다란 사랑을 받는 만큼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판, 가끔은 과한 비난도 피할 수 없습니다. 마치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겠죠. 피지컬 만큼이나 멘탈이 중요한 e스포츠 프로 세계에서, 선수들은 이런 시선을 반드시 견뎌내야 합니다.

약 2년간 SKT T1(이하 SKT) 소속으로 경기를 뛰면서 냉탕과 온탕을 수없이 오갔을 '블랭크' 강선구 선수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라는 게, 제가 못할 때는 좋지 않다가도 잘하면 띄워주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얻은 깨달음은 '나만 잘하면 나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거였어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 보다는 제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1998년생, 만으로 20살도 채 되지 않은 그에게서 예상보다 성숙한 대답을 듣고 사실 조금은 놀랐습니다. 과장 없는 담담한 말투는 이 대답이 단순히 어디서 듣거나 누군가 알려준 것이 아니라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스스로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죠. 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된 걸까요.

롤드컵 준비 기간 중 마련한 인터뷰 자리를 통해 2년간 '블랭크' 선수가 걸어온 길에 대해 이미 알려진 이야기들, 혹은 더 깊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명실상부한 강팀 SKT T1(이하 SKT) 소속으로 LCK에 첫발을 딛게 됐던 2016년의 '블랭크' 선수. 큰 기쁨 만큼이나 부담감도 어마어마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같은 정글 포지션에는 말 그대로 협곡의 전설 '벵기' 배성웅 선수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 복귀하면서 올해는 꼭 한국에서 뛰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힘들었거든요. 성적도 안 나오고, 말도 안 통하고. 팀에는 제가 먼저 연락을 했어요. 테스트를 통과하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입단하게 됐죠.

그때 정글러였던 (배)성웅이 형이 진짜 레전드잖아요. 정말 닮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성격도 정말 착하고 좋은 형이에요. 이전까지만 해도 저는 운영 같은 것들을 아예 몰랐어요. 성웅이 형을 통해 많이 배웠죠. 연습할 때 뒤에서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어요. 또, 팀에 정글러가 두 명이다 보니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당시에는 주전 경쟁이라는 생각도 전혀 없었어요. 같이 팀을 이끌어나가는 팀원이라는 생각이 더 컸죠. 경쟁에서 밀렸을 때는, 음...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배움의 마음가짐이었지만, LCK 데뷔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그해 스프링 시즌 1라운드 두 번째 경기인 진에어전에서 선발 출전하게 되죠. 결과는 뼈아픈 패배였습니다. 이후 찾아온 방송 울렁증은 프로 선수로 활동함에 있어 정말 큰 골칫거리였고,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어요. 커뮤니티 같은 것도 늘 봤죠. 좋지 못한 경기를 펼치고 나면 혹평을 들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보고 나면 걱정이 생기고, 그게 또 다음 경기에 영향을 끼쳤어요. 경기에서 실수가 한 번 나오면 이후에 대처가 아예 안 되는 거에요. 머릿속이 그냥 하얗게 되고. 그게 가장 큰 문제였죠.

팀 차원에서 심리 상담을 지원해줬어요. 아침에 일찍 8시 즈음 일어나서 센터에 가면, 질문지 같은 걸로 테스트를 보고, 상담을 했죠. 센터 소장님이 운동 선수 출신이셔서 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어요.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감독님이나 코치님도 조언을 참 많이 해주셨어요. 팀원들은... 아무래도 남자들이다 보니까 서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냥 토닥토닥 정도? 이게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등 한 번 두드려 주는 것에 많은 의미가 전달되기도 하거든요(웃음). 팀원들과는 그랬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보던 커뮤니티를 끊었어요. 사람들의 반응이라는 게, 제가 못할 때는 좋지 않다가도 잘하면 띄워주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얻은 깨달음은 '나만 잘하면 나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거였어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 보다는 제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스트레스 해소법이요? 저는 노래를 불러요. 코인 노래방 같은 곳에 혼자서도 가요. 최근에도 한 번 혼자 갔어요. 원래는 (박)의진이 형과 자주 갔었는데, 요즘에는 바쁘다고 같이 안 가주더라고요.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가면 장르 안 가리고 이것저것 많이 부르는 편이에요."


진지하게, 때론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지난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던 도중,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질문이기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블랭크' 선수라면 웃으며 답할 수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냈죠. 바로 당시에는 꽤 논란이 되었던, '그는 왜 타릭의 궁극기에 풀콤보를 넣었나'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음... 잠시만요. 그 장면을 이제는 기억에서 지우긴 했는데요(웃음). 다시 한번 돌이켜 보자면, 당시에 타릭의 궁극기가 무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타이밍에 무적이 발동되는지를 잘 몰랐던 거죠. 창을 맞췄는데, 반짝하더라고요. 그때가 무적인 순간인데 그걸 인지하지 못해서 그런 장면이 나왔어요. 프로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명백한 제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아쉬운 표정이 얼굴에 드러나긴 했지만, '블랭크' 선수는 답변을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약간의 여유로움도 느껴졌죠. 덕분에 더 편안한 분위기로 인터뷰가 계속됐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출전하게 된 2016 롤드컵. 모든 프로 선수들의 꿈의 무대이기도 한 롤드컵이지만, '블랭크' 선수의 입장에서는 이 첫 롤드컵의 경험이 마냥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락스 타이거즈와의 4강전에서는 '벵블블벵벵', 삼성 갤럭시와의 결승전에서는 '벵벵벵블벵'이라는 기록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블랭크' 선수는 두 경기 동안 출전한 모든 세트에서 패배를 맛봤고, 반대로 '벵기' 선수는 팀에 우승컵을 안긴 영웅이 되었습니다. '블랭크' 선수가 보여준 이전 라운드에서의 활약도 자연스레 묻히고 말았죠.

▲ 2016 롤드컵 4강과 결승전, 팀의 승리 확정 후 '벵기'에게 안기는 '블랭크'

하지만, '블랭크' 선수는 팀이 이겨서 기분이 정말 좋았고, 진짜 그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우승이 확정됐을 때 그가 '벵기' 선수에게 달려가 와락 안기던 장면에서 우리 모두에게 전해졌던 그 기쁨이 전부였던 것입니다.

▲ 'B'의 의지를 이어받다!

이 장면은 약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재현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블랭크' 선수가 다른 선수를 안아주는 입장이 되었죠. 그 선수는 바로 '피넛' 한왕호였습니다. '피넛'의 합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이 장면이 연출됐던 kt 롤스터와의 2017 섬머 플레이오프 대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날, '블랭크' 선수는 팀이 2패을 한 상황에서 교체 투입돼 '패패승승승'을 이끌었죠.

"저도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작년 롤드컵에서 성웅이 형이 저를 구원해주셨을 때 제가 너무 기뻐서 달려가 안겼어요. 근데, 이번에 kt전이 끝나고 왕호가 저한테 달려와 안기더라고요. 감회가 남달랐어요. 신기하고 미묘한 기분? 경기를 시청하는 팬분들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패패승승승'이지만, 사실 선수 입장에서는 진짜 살 떨리거든요.

한 세트만 지면 탈락하는 순간에 투입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요? 일단, 저는 항상 자신감이 있어요. 그래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그리고, 역심리죠. '한 세트만 지면 탈락한다'가 아니라 '져도 난 1패밖에 안 했어'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가요. 그렇게 했을 때 실제로 더 잘 되더라고요. 부담감이 없어지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해요.

kt와의 플레이오프도 자신 있었어요. 1, 2세트는 우리의 실력이 발휘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3세트가 시작되기 전 대기 시간에도 오늘은 우리가 이겼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막연한 자만이 아니라, 당시의 분위기나 경기 내용을 분석하고 나온 자신감이었죠.

실제로 경기 안에서 kt가 급해지는 게 보였어요. 작년의 우리 같았죠. 작년 섬머 플레이오프에서 kt에게 '승승패패패'로 졌었잖아요. 그때 저희도 2승을 한 상태에서 많이 들떠있었거든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패패승승승'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6년을 락스 타이거즈 소속 정글러로 보냈던 '피넛' 선수는 2017 시즌에 SKT로 합류했습니다. 어제의 적이 바로 오늘의 동지가 된 거죠. '피넛' 선수가 2016년에 정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기에 '블랭크' 선수의 입장에서는 주전 자리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신예 선수가 영입됐다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확률이 높았겠지만, '피넛' 선수와 함께하면 경쟁을 피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블랭크' 선수는 긍정의 마인드로 '피넛' 선수를 맞이했습니다.

"(한)왕호가 2016년에 정말 잘했었죠. 그리고 왕호는 강타를 참 잘 써요. 저는 잘 못 쓰는데...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을 거고, 좋은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저 스스로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왕호에게 배운 스틸 노하우요? 그런 건 없었는데, 그냥 왕호가 플레이할 때 뒤에서 봐요. 알려주지 않아도 뭔가 있거든요. 일단, 왕호는 급박한 순간이 되면 키보드를 떨면서 누르더라고요. 그냥, 타고난 것 같아요(웃음). 진짜 스틸 확률이 높은 선수예요. 웬만하면 다 스틸 하잖아요.

강타는 반응 속도랑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운적인 요소는... 왕호를 옆에서 보면 운이 아니라 정말 실력인 것 같아요. 아, 빼앗기는 거요? 그것도 실력이죠(웃음)."


탑과 정글에 전력을 보강하며 무서울 게 없을 것처럼 보였던 2017년의 SKT였지만,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지역 간의 맞대결인 리프트 라이벌스 패배 이후 창단 첫 LCK 4연패를 기록하게 되죠. '블랭크' 선수는 단지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 연패의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 첫 패배 이후 자신감을 잃었고, 실제 경기력 또한 4경기 내내 단 한 세트도 따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외적인 논란까지 SKT를 덮쳤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e스포츠 판에서 멘탈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조심스럽게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이런 이슈들이 선수의 실제 플레이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물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잘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딱히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아요. 경기 외적인 논란과 실력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작년의 저였다면 분명 큰 영향을 받았을 테지만, 지금은 멘탈이 조금 강해졌거든요. 물론, 영향을 받는 선수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치만, 팀원들도 워낙 베테랑이라 웬만하면 그런 요소로 경기력이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연패는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겪은 거죠.

팀 차원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해요. 외부에 흔들리지 말라고. 우리가 연습하던 대로만 하면 잘해질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해요. 우리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요."


확신에 찬 대답에서 '블랭크' 선수가 그동안 해왔을 끊임없는 마인드 컨트롤이 느껴졌습니다. 외부 요인을 경기력의 원인으로 두지 않았기 때문에, 실력이 저하됐을 때는 핑계나 탓이 아닌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좋은 경기를 펼쳤을 때는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 주제로 현재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진행 중인 롤드컵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2017 시즌 SKT는 탑과 미드, 정글 세 포지션에 서브 멤버를 두었습니다. 롤드컵행 비행기에는 6명만이 탈 수 있기 때문에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죠.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SKT의 선택은 정글 식스맨이었습니다. LCK 기간 동안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라인이 탑이었기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생겼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게 없어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탑의 식스맨보다 정글 식스맨이 활용도가 더 높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롤드컵에 가게 됐다는 걸 알았을 때는 미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도 했거든요.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가는 게 당연히 좋겠지만, 일단 우승이 우선이잖아요. 서운하지 않았겠느냐고요? 음... 노코멘트 해도 되나요(웃음)? 아쉽기는 했을 거에요. 롤드컵이 시즌을 총정리하는 느낌의 대회니까요."



LCK가 세계 최고의 지역 리그로 불리는 만큼 한국 팀은 국제 대회에서 오랫동안 한국 팀이 강세를 보였왔습니다. 지난 7월 열린 리프트 라이벌스에서 중국이 한국을 꺾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것도 그런 이유였죠. 특히나 롤드컵에서는 시즌3부터 늘 한국 팀이 우승을 차지해왔고, 상위 라운드에도 항상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구도는 결승까지 한국 팀을 만나지 않는 거죠. 사실 결승에서도 한국 팀을 안 만나면 좋겠지만(웃음)... 롱주나 삼성 모두 강한 팀이어서 이번에도 결승에서 한국 팀끼리 겨루지 않을까 싶어요. 4강도 작년처럼 세 팀 모두 올라갈 것 같고. 한국 팀들은 언제나 강했잖아요.

해외 팀의 실력은 해가 지날수록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 같아요. 와일드 카드도 더 이상 와일드 카드라고 부르면 안 될 정도로 다들 잘해졌어요. 그래도 가장 견제되는 지역은 아무래도 중국이죠. 제가 중국 경기를 많이 챙겨보거든요. 중국 팀들이 대체로 정말 잘해요. 북미의 TSM도 경계가 안될 수가 없는 팀이긴 해요. 아무래도 북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고, 예전부터 정글과 미드가 눈에 띄게 잘 하더라고요. '더블리프트' 선수도 최근 기량이 좋고요.

일단은 저희가 속한 A조에서 1위을 하는 게 당연한 목표에요. 그다음은 아마 EDG나 AHQ가 될텐데, EDG가 조금 더 경계되네요."


'블랭크' 선수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해외 팀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 팀이 강세를 보일 거라고 전했죠. '블랭크' 선수는 이어서 메타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습니다. 롤드컵 버전인 7.18 패치에서는 서폿 아이템 '불타는 향로'가 하드 캐리형 원딜과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향로했다'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죠. 초중반의 불리함을 향로 차이로 뒤집어버리는 경기도 종종 나오곤 합니다.


"솔직히 스트레스가 크죠. 솔로 랭크부터도 힘들어요. 상대 봇을 라인전 단계에서 많이 잡는다 해도, 캐리형 원딜과 향로 서폿 조합이면 어느 순간 게임이 져있어요. 한타 때 한 번만 킬을 내줘도 답이 없어지죠. 만약에, 그럴 일은 희박하지만, 트위치와 향로 서폿이 라인전을 이겼다고 하잖아요? 그 게임은 절대 이길 수가 없어요(웃음).

정글러 입장에서는 제발 향로를 없애줬으면 좋겠죠. 정글이 아무리 잘해도 적팀이 향로라면 게임이 너무 힘들어지니까요. 파훼법은... 맞향로요. 아니면 상대를 아예 성장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터트려야 하는데, 프로 레벨에서는 그게 쉽지 않잖아요. 더 찾아보긴 해야겠지만, 솔직히 같이 향로 서폿을 활용하는 게 아니면 힘들 것 같아요.

저희 팀에게 이 메타가 득일지 실일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반반인 것 같아요. 저희가 아직 대회 때 향로 조합을 활용해보지 않았거든요. 실제 대회에서 우리가 향로를 썼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직접 해봐야죠."


약 한 시간의 인터뷰 시간 동안, '블랭크' 선수는 다양한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들려줬습니다. 진지해야 할 땐 진지해졌고, 짓궂은 질문은 웃음으로 받아치기도 했죠. 확실히 실력만큼이나 성숙해진 '블랭크' 선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곧 '블랭크' 선수를 포함한 SKT 게임단은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입니다. 네 번째 우승 트로피 사냥을 떠나는 그들의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려요. 제가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 별명들을 만드시는 분들은 정말 머리가 비상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어요. 특히, 다크나이트와 합성한 짤방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제가 그 영화를 정말 감명 깊게 봤거든요. 기분 좋은 별명이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해외 팬분들께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전하고 싶네요. 이번에 중국 가서 꼭 좋은 경기력으로 우승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 석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