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게임 전시회 '지스타'가 개최되고 있는 부산 벡스코에서 금일(17일), 웹보드게임 소비자 보호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가 개최됐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그리고 한국외대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센터가 함께 주최한 이날 행사는 웹보드게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규제 및 게임 이용자 보호와 관련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발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날 주제발표에 참가한 한국소비자원 윤민섭 선임연구원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종희 교수, 가천대 경영대학 전성민 교수는 각각 '성인의 과소비 문제와 정책적 접근', '게임규제의 사법적 분석', '게임이용자보호의 데이터 분석'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 한국소비자원 윤민섭 선임연구원

'성인의 과소비 문제와 정책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제1발표를 맡은 한국소비자원의 윤민섭 선임연구원은 과소비의 주된 문제점이 개인의 문제가 가계경제 파탄, 신용 불량과 같은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정부가 정책으로 과소비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게임에 몰입하는 행위는 일종의 중독현상, 혹은 과소비 행동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는데, 현재의 규제는 양쪽의 견해를 '게임물 등급제', '게임 시간 이용제한' 그리고 '결제한도 제한'이라는 방법으로 모두 제한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규제가 정말로 과소비를 억제하기 위함이라면, 결제한도 제한은 웹게임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미 휴대폰 소액결제한도, 신용카드 결제한도 등으로 소비억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결제한도 제한'은 본래의 목적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서 윤민섭 선임연구원은 게임 이용에서 결제한도를 규제하는 것은 소비자의 규제 회피적 행동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데 한도가 막히게 되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다른 회사의 다른 게임,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해외회사의 게임으로 이동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으로 소비자 지향성 평가사업을 통한 게임 규제체계 검토 및 개선과 같은 '게임이용자 중심'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현재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소비자 지향성 평가사업'을 통한 새로운 규제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향후 합리적 규제 개선을 위하여 소비자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된 정책과 규제가 형성될 필요가 있으므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한 여러 기관이 상호 협력하여 공동으로 적절한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종희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종희 교수는 두 번째 발제에서 웹보드게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들에 대한 사법적 분석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게임산업법 시행령에 따른 통제 방식은 게임산업계의 양적,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정부실패라고 볼 수 있으며, 해당 규제의 목적은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래의 통제 패러다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전성민 교수

곧 이어진 세 번째 발제에서 가천대학교 경영대학의 전성민 교수는 1,000여 명의 데이터와 75개의 변수를 적용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게임 이용자 규제의 현실적 영향에 대해서 설명했다.

웹보드게임의 규제가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논의는 계속 있었지만, 구체적인 규제 항목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전성민 교수는 설문을 통해 직접적 규제에 해당하는 항목 중 '1일 기준 10만 원 이상 손실 시, 24시간 접속제한'이라는 항목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설문은 심리학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K-GAS 중독성 측정도구를 사용하여 진행됐다. 일반 사용자보다는 웹보드게임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문이 진행됐고, 설문이 유효성이 있는지 밝히기 위해 요인분석을 실시했다. 설문결과에서는 7가지 차원의 KGAS 측정치에서 금단증세, 조절실패, 과도시간, 내성이라는 네 가지 차원의 답변이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웹보드게임 규제가 과몰입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그리고 일괄적 규제가 과몰입 정도에 상관 없이 똑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결국 '규제에 노출된 사람들이 국내 게임을 외면'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대부분의 유저들은 10만 원의 규제가 자신과 무관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이는 10만 원이라는 기준이 심리적인 '준거'를 제공하는 라이센싱 이펙트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정한 기준에 해당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규제의 존재가 사용자로 하여금 더 게임에 과몰입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많은 사람들이 규제를 당했을 때 게임을 포기하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많았고, 10만 원이라는 규제에 적응하기 시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괄적인 규제를 가함으로서 예상치 못한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연구결과 웹하드게임의 규제가 목적 달성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말하며 자신의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