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은 어디일까.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킹존 드래곤X가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고, 팀 창단 이후 최다 연패(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가 기세를 회복 중인 SKT T1도 있다.

하지만 최근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아프리카 프릭스다. 2017 LCK에서는 2회 연속 포스트 시즌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름값에는 살짝 부족한 성적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확실히 그랬다. '마린' 장경환이나 '스피릿' 이다윤, '쿠로' 이서행은 모두 LCK 우승이나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을 경험해봤던 선수들이었으니까.

그랬던 아프리카 프릭스가 최근 확실하게 달라졌다. 기존의 강점은 그대로 살려둔 채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LCK 단독 2위 자리를 꿰찼다. 그 중심에는 한층 날카롭고 치밀해진 밴픽 전략과 유기적인 경기 내 호흡이 있었다.


밴픽 전략
챔피언 '심리전'과 확실한 조합 콘셉트


아프리카 프릭스의 밴픽 전략을 보고 있으면 놀라움에 혀를 내두른 적이 꽤 있다. 이는 LoL 프로 게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정도다. 그만큼 아프리카 프릭스의 밴픽 전략과 그 결과물은 치밀하고 날카로웠으며 교묘했다.

우선 아프리카 프릭스는 밴픽 단계에서 특정 챔피언을 가지고 심리전을 자주 걸었다. 특히, '스피릿' 이다윤의 챔피언 폭이 넓다는 점을 활용했다. '스피릿'은 이번 스프링 스플릿에만 총 11개의 챔피언을 꺼냈다. 자주 등장하는 자르반 4세와 세주아니, 카직스, 잭스 뿐만 아니라 자크, 쉬바나, 렝가, 카밀, 니달리에 스카너 등 조커 카드로 불릴 만한 챔피언으로 두루 활약했다.

※ '스피릿' 이다윤의 챔피언 폭
자르반 4세(3회), 카직스(3회), 카밀(3회), 잭스(2회), 세주아니, 자크, 쉬바나, 렝가, 니달리, 스카너, 리 신(이상 1회)


아프리카 프릭스는 '스피릿'이 있다는 점을 통해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챔피언을 먼저 꺼내면서 상대를 심리적으로 툭툭 건드렸다. 최근 아프리카 프릭스는 카밀을 먼저 뽑아두는 전략을 자주 선보였는데, '기인' 김기인과 '스피릿'은 물론, '투신' 박종익도 카밀을 선택했던 적이 있어 상대 입장에서는 꽤 골치 아팠을 것이다.

▲ '일단 카밀 뽑아' 전략은 아프리카 프릭스의 최근 밴픽 심리전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또 다른 밴픽 전략은 '확실한 콘셉트'다. 모든 팀은 상대 팀과 밴픽 전략으로 머리를 굴리다 보면 그 결과물이 중구난방인 상황을 겪곤 한다. 심지어 '저 조합은 뭘 하려고 뽑은거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상한 경우도 왕왕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의 밴픽 결과물을 보면 그 콘셉트가 확실하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자신들이 준비했던 전략과 운영을 위한, 그리고 그걸 현실화하기 정말 좋은 조합을 갖춘다는 점이다. 심지어 상대의 챔피언 조합에 초반부터 후반까지 딱히 밀리는 구도도 별로 없었다.


bbq 올리버스전에서 아프리카 프릭스가 꾸렸던 조합 형태를 살펴보자. 갈리오와 카밀에 알리스타까지. 딱 봐도 밀고 들어가는 조합 형태다. 나르나 카밀 혹은 알리스타가 한타의 시작을 알리면 갈리오가 궁극기로 그 위를 덮고 이즈리얼이 뒤에서 안정적으로 스킬을 난사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실제로 아프리카 프릭스의 조합은 그런 한타 구도를 여럿 만들면서 승기를 굳혔다.

그렇다고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에게 크게 밀리다가 한타로 역전하는 조합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미드 라인에 갈리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 탑과 봇 라인은 아프리카 프릭스를 쉽게 압박하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라인 주도권을 잃기 쉬운 이즈리얼-알리스타 역시 갈리오의 존재 덕분에 안정적으로 라인전에 임할 수 있었다. 반대로 bbq 올리버스의 코그모-모르가나 조합은 생존기가 취약해 라인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조합임에도 상대 갈리오의 존재에 압박을 느꼈다.


이건 어떨까. 아프리카 프릭스가 탑 라이즈를 꺼냈던 경기다. 여기서는 '기인'의 챔피언 폭을 믿고 라이즈를 탑으로 기용했다. 물론,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저게 탑 라이즈인지 미드 라이즈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아프리카 프릭스의 챔피언 '심리전'이 또 발동했다.

밴픽 결과물을 보면 락스 타이거즈는 밀고 들어가는 조합이었다. 자르반 4세와 알리스타가 뛰어들고 갈리오가 날아오면서 바루스와 블라디미르가 상대를 유린하는 한타 돌진 조합. 하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의 조합은 이를 완벽하게 상쇄할 수 있었다. 우선, 라이즈와 잭스, 코르키는 스플릿 운영에 힘을 줄 수 있는 챔피언이다. 상대와의 싸움을 최소화하면서 운영으로 이득을 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만약 상대가 이니시에이팅을 시도해도 충분히 카이팅할 수 있었다. 라이즈와 이즈리얼, 코르키 모두 생존기가 우수하며, 잭스와 브라움은 상대의 돌격을 한두 번 막아줄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챔피언 역시 생존에도 좋은 스킬을 보유했다.

이처럼 아프리카 프릭스의 밴픽 전략은 선수들의 챔피언 폭을 믿고 상대에게 심리전을 거는 걸 즐기는 쪽으로 발달했다. 또한, 그 결과물은 콘셉트가 확실한, 그러면서도 상대의 조합을 최대한 카운터하는 형태를 갖췄다. 어찌 보면 밴픽 전략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수들의 기량 상승
밴픽 전략을 완성하는 선수들의 팀 플레이


아무리 좋은 밴픽 전략을 갖추고 이를 실행했다고 해도 경기 내에서 준비했던 걸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에서 감독이나 코치진의 전략 구상과 운영법을 직접 실천에 옮기는 건 선수들이고, 선수들이 이를 실행하지 못하면 그건 오히려 실패한 전략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밴픽 전략이 돋보이는 이유는 선수들이 경기 내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밴픽 결과물을 보고 예상했던 플레이와 운영에서 거의 벗어나는 일 없이 기계적으로 이를 완수했다. 이는 경기에 출전 중인 모든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특정 선수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발전했다'고 설명해야 하는데, 그 특정 선수를 꼽기 힘들다. 그 정도로 현재 아프리카 프릭스의 주전으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선수 모두 뛰어나다. '기인'의 잠재력이 이번 스프링 스플릿 들어 제대로 꽃피웠고, '스피릿'은 넓은 챔피언 폭과 수준급의 운영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쿠로'의 든든함과 묵직한 존재감이야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고, '크레이머' 하종훈은 KDA 전체 1위에 빛날 만큼 안정감 넘친다. '투신'은 현재 MVP 포인트 1위다.


모두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가운데 그래도 한 명을 꼽자면 가장 돋보이는 건 '투신'이다. 그가 MVP 포인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투신'은 승리한 모든 경기에서 빛났다. 필요한 순간마다 적진으로 뛰어드는 용맹함, 아군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능력, 여기에 이 모든 걸 다 해내면서 최대한 자신도 생존하는 집중력까지. 현재 '투신'은 완성형 서포터로 불릴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여기서 설명하고 싶은 건 아프리카 프릭스 선수들 개개인이 빛나는 슈퍼 플레이가 아니다.이들은 정말 '하나의 팀'으로 경기 내에서 플레이한다. 다섯 개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기계처럼 말이다. 마치 한 명의 선수가 다섯 개의 챔피언을 조종하는 것 같은 팀 플레이가 현재 아프리카 프릭스의 최대 강점이다. 그래서 아프리카 프릭스의 밴픽 전략이 더욱 빛난다.

위의 내용이 잘 드러나서 놀랐던 적이 여러 번 있는데, 대부분 아프리카 프릭스의 합류 속도를 본 직후였다. 합류전에서 아프리카 프릭스의 팀 플레이가 가장 두드러진다. 자신들이 싸움을 열었을 때는 물론, 상대가 먼저 설계한 구도에서도 아프리카 프릭스는 빠르게 뭉쳐 판도를 바꿨다.

▲ 이미 합류 중인 아프리카 프릭스

MVP와의 2세트. MVP는 봇 라인 설계를 통해 이득을 챙기려 했다. '투신'의 알리스타가 물렸고, 그는 스킬 연계와 '초시계'로 시간을 벌려 했다. 상대가 수적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깔끔하게 킬 포인트를 내주고 반대쪽에서 이득을 취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신'은 왜 최대한 시간을 벌었을까.

그건 이미 팀원들이 상황 발생 직후부터 빠르게 합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최대한 저항하면 상대가 주요 스킬을 많이 소모할 것이고, 그럼 합류한 팀원들이 한타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견적이었다. 실제로 아프리카 프릭스는 그렇게 발생한 합류전 구도에서 큰 이득을 취했다. 이 모든 절차가 유기적인 팀 플레이와 콜 플레이에 기반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강팀' 아프리카 프릭스
지금과 같은 기세 유지가 관건


확실히 아프리카 프릭스는 치밀하고 정교한 밴픽 전략과 이를 완수하는 선수들의 유기적인 팀 플레이가 맞물려 강팀으로 성장했다. KSV에게 분패한 이후, 세트 10연승 중이다. 최근 모든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0으로 승리했다. 현재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세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프릭스의 선수들은 입을 모아 방심하지 않고 경기력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쿠로'는 "우리의 목표는 롤드컵이기 때문에 계속 상위권에 있지 않으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하나 같이 지금의 경기력과 기세를 끝까지 유지하거나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미였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은 물론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 모두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기력 유지 혹은 발전을 꿈꾼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지금과 같은 '기세 유지'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롤드컵 진출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지금 이 순간에도 정진하고 있을 아프리카 프릭스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