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롤스터 소속 당시 안구 건조를 호소했던 '하차니' 하승찬

스포츠 프로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누군가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은퇴할 때까지 큰 사건사고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경기력이 좋은 선수는 그 기량을 오래 유지하는 것, 그렇지 않은 선수는 경기력을 최대한 빨리 끌어 올리는 것도 목표가 된다.

이런 중요한 요소들 혹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 필수요소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몸이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며 좋은 경기력도 튼튼한 몸에서 나온다. 그래서 선수들은 항상 자신의 건강을 관리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과 같은 당연한 일부터 시작해서 평소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관리한다.

최근 LoL e스포츠 쪽에서 프로게이머의 건강과 관련된 이슈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몸 상태나 심신 건강은 어떤 관리를 받고 있을까.


프로게이머의 건강
어떻게 관리되고 있으며 어떤 대비책이 있나


최근 킹존 드래곤X 소속 탑 라이너 '칸' 김동하가 경기 중에 과호흡 증상을 보였다. 쉬는 시간이 되자 현장에는 구급대원들이 도착해 해당 선수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증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완화됐지만, 그날 경기에 더 이상 출전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오전 킹존 드래곤X 관계자는 선수와 함께 병원을 찾았고 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현재 '칸'은 증상이 호전되어 LCK에 참여 중이다.

▲ '칸' 김동하

아찔한 순간이었다. 과호흡은 잘못하면 심각한 호흡곤란 및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한 증상이다. 현장에 구급대원이 빠르게 도착했고 상태가 호전되어 더욱 큰 이슈는 발생하지 않았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이처럼 경기 도중에 건강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 종목만큼 몸을 활용하지 않다고 해서 프로게이머의 건강 상태에 관심을 적게 두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게 이번 이슈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사실 프로게이머는 현장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부상 및 이상증세 보다는 지속적인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PC 앞에 앉아서 보내는 프로게이머의 특성상 허리와 목, 어깨의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많다. 또한, 마우스를 잡고 있는 시간이 많아 터널증후군을 앓기도 한다. 혹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나 팬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해 심리적 압박을 겪는 등 프로게이머의 심신 건강은 어찌 보면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프로게이머의 건강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건 프로게임단이다. 이들은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프로게이머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가장 체계적이었던 건 SKT T1이었다. SKT T1은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전문 인력 및 단체와 제휴해 스포츠 심리 강화훈련과 근육 치료 및 자세교정을 받도록 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는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팀적인 건강 관리 시스템이 탄탄했다. SKT T1와 같은 대기업 프로게임단인 kt 롤스터 역시 의료비와 심리상담을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었다. 케빈 추의 KSV도 팀이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e스포츠 경험이 풍부한 이지훈 단장을 필두로 선수들의 건강에 대한 만발의 준비를 갖추는 중이었다.

과호흡 증상을 보였던 '칸'이 소속된 킹존 드래곤X는 어떨까.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내방하던 병원 진료 일정을 일과 중 최우선으로 설정했다. 사소한 증상에도 병원이나 응급실을 방문했던 킹존 드래곤X는 최근 '칸' 관련 이슈 이후에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자발적으로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는 등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LCK 프로게임단도 소속 선수들의 건강 관리에 적극적이었다. 평소 자체적으로 식단을 관리하고 피트니스 센터 혹은 단체 운동과 자세교정을 권장하며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모든 일정을 변경해 병원 내방 및 치료를 우선시했다. SKT T1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자주 겪는 이상 증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병원 등과 제휴를 맺어 해당 이슈 발생 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게임단이 많았다. 또한, 프로게이머들 역시 팀의 권유 또는 자발적으로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이나 팬들의 부정적인 목소리에 대한 압박감으로 심리적인 불안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많다. 이에 대한 관리는 면담 및 심리치료의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프로게이머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코치진과의 면담이 기본적으로 모든 팀의 공통사항이었다. 여기서 증상이 심해질 경우에는 전문 심리치료를 권장하고 지원하는 등 대부분의 프로게임단이 선수들의 몸 건강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에도 관심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스포츠 프로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프로게이머 역시 경기장에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서울 OGN e스타디움과 강남 넥슨 아레나 두 곳에서는 프로게이머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 위와 같은 경기장에서 프로게이머가 증상을 호소한다면?

OGN에서는 경기장 근처에 위치한 CJ E&M 사무실 내부에 마련된 헬스케어센터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프로게이머나 방송 출연자가 이상을 호소할 경우, 즉시 해당 센터로 연락해 현장을 찾도록 요청하는 방법이었다. 헬스케어센터에는 응급처치나 간단한 진단이 가능한 전문 인력이 항시 대기하고 있으며, 만약 심각한 상태일 경우에는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식을 활용 중이었다.

SPOTV GAMES가 LCK를 진행하는 넥슨 아레나는 어떨까. 이들 역시 OGN과 비슷했다. 넥슨 아레나 내부에 응급용품과 AED를 배치하고 모든 보안요원에게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을 숙달하도록 했다. 또한, 최근 과호흡이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프로게이머가 종종 있어 경기장 내부에 산소캔을 준비하고 관련 처치법 또한 교육했다고 전했다.


시스템은 충분하다
건강에 대한 프로게이머의 관심이 더욱 커지길


이처럼 모든 LCK 프로게임단은 물론, 양대 방송사에서도 프로게이머의 건강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사실 더할나위 없는 관리 체계가 갖춰진 상태였다.

EU LCS와 NA LCS에서 활동 중인 선수 대부분은 팀과 계약 시 계약서에 건강 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넣는다고 한다. 그만큼 프로게이머들 스스로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를 꾸준히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LCS 팀들 역시 이러한 선수들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중국 LPL 프로게임단들도 최근 들어 소속 선수들의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심리치료사와 운동 트레이너를 구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으며 선수들 역시 해당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 LCS 프로게이머는 꾸준히 건강을 관리한다(출처 : '골든글루' 트위터)

LCK에도 이제 필요한 건 프로게이머 스스로 건강에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소속 팀이 아무리 건강 관리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해도 선수 개인이 건강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그 모든 것은 쓸모없는 것 이 되고 만다. 프로게이머는 직업 특성상 앉아있는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많고 그로 인해 운동 부족과 내장기관 허약, 신체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다소 귀찮더라도 기본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을 습관처럼 간직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은 평소 꾸준한 관리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지름길은 없다. 그리고 한 번 망가진 몸과 정신은 다시 바로 잡힐 때까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