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처드 오우드(Richard Oud) 게릴라 게임즈 리드 애니메이터

강연자 소개: 리처드 오우드(Richard Oud) 게릴라게임즈 리드 애니메이터는 10년 이상 FPS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맡아온 베테랑 개발자다. 그는 '킬존2' 및 '킬존3' 개발 이후 게릴라게임즈의 신규 프로젝트였던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리드 애니메이터를 맡았으며, 주로 기계 동물들의 현실적인 동작을 구현하는데 중점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GDC 2017 도중 발매된 게릴라게임즈의 신규 IP 타이틀, '호라이즌 제로 던'이 출시된 지 한 해가 조금 지났다. 비록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슈퍼마리오 오딧세이'등 쟁쟁한 경쟁작들 때문에 2017년 최다 GOTY를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호라이즌 제로 던'은 출시 2주만에 26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고, 메타크리틱 89점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오픈월드 액션 RPG를 처음 만들었던 게릴라 게임즈에게도 큰 도전이었던 동시에 성공적인 결과였으리라.

이러한 '호라이즌 제로 던'의 명성은 올해 개최된 GDC 2018의 강연 리스트에서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강연부터 시작해 프로그래밍, 오디오, QA에 이르기까지 '호라이즌 제로 던'과 관련된 10가지가 넘는 주제의 강연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GDC 2018의 첫 날, 애니메이션 부트캠프 세션의 첫 번째 강연은 게릴라게임즈의 리차드 오우드(Richard Oud) 리드 애니메이터가 맡아 기계 동물들을 제작한 과정을 참관객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간은 원시시대로 돌아가고, 최첨단 기계 동물들이 생태계를 차지하고 있는 매력적인 세계관의 '호라이즌 제로 던'. 과연 이들은 어떻게 기계 동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었을까?




킬존 시리즈에 특화된 소규모 스튜디오로 시작했던 게릴라게임즈에게, 완전히 새로운 IP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다. 리처드 오우드 애니메이터는 처음부터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되면서, 스튜디오가 개발자들에게 다양한 아이디어 피치를 제안할 수 있도록 많은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당시 게릴라 게임즈의 개발자들이 제안했던 아이디어는 약 50여 개였고, 현재 '호라이즌 제로 던'의 토대가 되는 아이디어가 가장 많은 인기를 얻어 즉시 소규모 R&D에 돌입하게 되었다. 리처드 오우드 리드 애니메이터는 당시 R&D를 시작했던 R&D 인원 중에서, 자신은 처음부터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IP인 만큼, 처음 단계에서는 그만큼 새로운 인사이트도 필요했다. 야생의 기계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이 주요 콘셉트였기 때문에 기존 동물들의 동작들을 연구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를 위해 다양한 동물들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찾아봐야 했다. 뿐만 아니라 게릴라 게임즈는 자체적으로 고생물학자와 같은 전문가들을 스튜디오로 초빙해 개발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강연 기회를 제공했으며, 오픈월드 3인칭 액션 장르에 경험이 많은 전문 인력들을 충원하기도 했다.

▲ '썬더죠'와의 대결을 구상했던 첫 프로토타입 화면

이어 리처드 오우드 리드 애니메이터는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주요 콘셉트만 존재할 뿐, 게임플레이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에 프로토타입 과정에서는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전했다.

"소규모 R&D로 시작한 만큼 자원도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처음 제작한 것은 '킬존3'의 에셋을 기반으로 레고 형태로 만든 썬더죠와의 전투 장면이었다"

그렇게 스튜디오는 게임 내에서 가장 강력한 기계로 등장하는 '썬더죠'를 가장 처음 만드는 데 집중했고, 프로토타입의 고도화를 거쳐 최종 형태의 썬더죠를 만드는 데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게임에 등장할 무기들의 개념도 차츰 정립됐으며, 전체적인 게임플레이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도 갖춰졌다. 또한,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썬더죠'의 메커니즘을 토대로 몇몇 부분들을 할애해 다른 기계들에 적용하게 되었다는 것이 리처드 오우드 애니메이터의 설명이다.

▲ 기계 동물은 동물처럼 움직여야 할까, 아니면 기계처럼 움직여야 할까?

이러한 프로토타입 과정중에 논의되었던 것 중 하나는 기계로 된 동물들의 행동에 대한 것이었다. 기계 동물들은 동물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것인지, 아니면 기계처럼 어딘가 투박한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그 결과 전체적인 움직임은 동물들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어딘지 삐걱거리는 '로봇 같은' 움직임을 표현하도록 의도했다. 물론, 자연 환경과 동떨어진 모습의 '고대 기계'들의 경우에는 동물들보다는 실제로 볼 수 있는 공업용 기계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프로덕션 단계에서의 목표는 어딘가 실존할 것 같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계들의 움직임에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했으며, 모든 동작에서 해당 기계의 무게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마지막으로는 전투에 돌입했을 때 플레이어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 하나의 기계 동물이 만들어지는 과정

하나의 기계가 만들어지기까지 거치는 개발 과정은 대략 이렇다. 먼저 게임 디자이너들이 두 페이지 분량으로 기계의 특징을 만들어 내면, 이를 토대로 비주얼 디자인이 들어가게 된다. 이후 해당 작업물은 테크 아티스트와 애니메이터의 손에 맡겨져 각종 테스팅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이 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때까지 해당 과정이 반복된다. 이후 최종 게임 디자인안에 따라 기계의 형태가 만들어지며, AI와 FX, 사운드 디자인을 입혀 최종적으로 하나의 기계가 탄생하는 식이다.

리처드 오우드 리드 디자이너는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낼 때마다 레퍼런스를 살펴보는데, 이 때 항상 다른 각도로 접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게임 내 존재하는 다양한 기계들을 사레로 들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벨로우백'의 경우 전체적인 생김새는 등에 액체를 지고 다니는 이족 보행류 공룡의 모습을 닮았는데, 실제로 참고한 동물은 캥거루였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캥거루의 다리 움직임이나 점프 동작을 최대한 참고했으며, 투사체를 발사하는 모션 또한 캥거루의 특정 동작에서 착안해왔다는 것이 리처드 오우드 리드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 두더지 콘셉트지만, 지상에서는 바다사자의 움직임을 보이는 '락브레이커'

땅속의 광물을 주요 자원으로 사용하는 '락브레이커'의 경우 기본 콘셉트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두더지에서 처음 외형을 착안했다. 하지만, 락브레이커가 땅 위에 있을 때는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참조한 것은 바다사자의 움직임이었다고 리처드 오우드 리드 애니메이터는 설명했다. 얼음 위에서 둘이 싸우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참조했을 때, 바다사자에게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락브레이커'와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확장팩인 '프로즌 와일드'에 등장하는 '프로스트클로'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는 곰의 동작을 최대한 활용했는데, 그렇다 보니 움직임이 상당히 예측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 리처드 오우드 리드 디자이너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좋아했던 '레서팬더'의 움직임을 추가해봤다고 전했다. 레서팬더가 구르는 모습은 상당히 귀엽지만, 이를 프로스트클로에 적용했더니 상당히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무서워 보이는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고.

▲ '롱넥'의 경우 화난 닭에서 전투 동작을 착안했다

이렇게 모든 기계들의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계들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와쳐의 경우는 호기심 많은, 언제나 살피는 성격을 표현해야 했다면, 쉘-워커는 언제나 자신의 껍데기를 보호하는 면모를 보여줘야 했다. 은신 기능을 갖춘 맹수 '스토커'의 경우는 언제나 공격할 준비가 되었다는 사나운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했다.

이렇게 개체들마다 성격이 정해지면 이후 다큐멘터리 등의 레퍼런스를 통해 해당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동작들을 찾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러한 동작들을 참고해 기계들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콘셉트의 기계형 동물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특색있는 움직임은 각 기계들의 성격을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한, 리처드 오우드 리드 애니메이터는 기본 포즈를 찾는 것과 도전적인 부분에 대해서 많은 도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했다.

한가지 사례로 스냅모의 일화를 전했는데, 처음 악어 형태인 기계 스냅모에 대해서 게임디자이너 총괄이 탐탁지 않아 했다. 실제 악어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게임에서 등장시켜도 크게 부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래서 리처드 오우드 리드 디자이너는 다큐멘터리에서 본 악어가 사자들에게 공격당하는 영상을 토대로 다양한 움직임을 프로토타입으로 개발하게 됐다. 꼬리로 후방 180도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모습이나, 물속에서 빠른 수영 솜씨로 에일로이를 제압하는 장면, 육지에서 걷는 애니메이션 등을 만들어 디렉터에게 보여줬고, 잘하면 될지도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아 게임 속에 스냅모가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리처드 오우드 리드 디자이너는 폴리싱과 디테일을 살리는 작업이 큰 변화를 만들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계 생명체들의 전반적인 동작과 제스처, 피격 모션 등은 알파 단계 이전 작업 과정에서 대부분 만들어졌다. 이후 베타 단계에서는 주로 해당 모션들을 더욱 디테일하게 만드는 폴리싱 과정이 이어졌는데, 이 중 80%는 기계들의 공격 동장에 대한 수정에 집중했다는 것이 리처드 오우드 리드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공격 동작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플레이어가 기계들의 움직임을 보고 언제, 어느 방향으로 공격이 행해지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게임 디자인 단계에서 제작되었던 애니메이션에 수정을 가해야 했는데, 공격을 예측할 수 있는 동작과 기존보다 큰 범위로 움직이는 공격 모션을 추가하는 것에 많은 시간이 들었다. 또한, 점프 등의 공격 동작 이후 기계 특유의 무게감이 없이 느껴지는 일이 없도록 공격 이후 각 기계의 특징적인 세부 동작을 추가하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25종 이상의 기계 동물들은 각각 100에서 150여 개의 세밀한 동작을 가질 수 있었다. 리처드 오우드 리드 디자이너는 끝으로 조사 단계에서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자료를 찾아볼 것과 디테일과 폴리싱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한 뒤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