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팬들이라면 GDC 구글 세션에서 공개된 '드래곤볼 레전즈'는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며칠 전에 홈페이지에 카운트를 시작하기는 했었지만, 난데없이 구글 세션에서 공개될 것을 짐작한 사람은 적었을 테니까. 해외 매체들의 기자들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서 '드래곤볼 레전즈'를 플레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식적인 첫 공개였으므로, 구글의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으며, 게임의 기본적인 플레이를 매체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날 확신에 차 공개했던 실시간 멀티플레이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도 관심사였다. 개발을 담당한 이케다 케이고 총괄이 직접 일본에 있는 직원과 플레이 시연을 직접 하기도 했으며, 아무런 렉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도 직접 증명했다.

다만, 게임 플레이 방식에는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우려는 있었다. 최근 콘솔로 출시되었던 드래곤볼 IP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었고, 원작의 캐릭터들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으니까. 그래서 '드래곤볼 게임'하면 생각하는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카드 형태로 조작을 간소화한다는 의도에 먼저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유저들이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 왜 카드 시스템인데 대전 액션?

하지만 직접 플레이하고 나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 플레이해 본 결과, 앞선 걱정들보다는 꽤 준수한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임이다. 조작이 간소화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드래곤볼 IP를 활용한 대전 액션이라는 설명을 붇일만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게임의 조작은 그저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 것보다는 모바일 기기의 특징을 고민하고 선택한 과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RPG라면 91년 출시했던 '초사이어인 전설'이 있기는 했지만, 대전 액션 장르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드래곤볼 시리즈에서는 어색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보이는 대전 액션의 흐름을 생각해보자. 공격-방어(또는 회피)-필살기 사용이라는 흐름은 고스란히 담은 모습이었다. 단지 조작 형태가 카드 형태로 변경된 셈이다.

가상패드를 이용한 커맨드 조작은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 + A 라는 기본적인 구조를 모바일 환경에서 입력하는 데에는 많은 애로사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드래곤볼 모바일은 이러한 기본적인 틀을 카드 시스템으로 대체하여, 번거로운 조작이 없어도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뒀다.

▲ 진짜로 손가락 하나면 된다.

여기에 카드마다 일정량의 코스트를 할당하고, 일종의 행동력을 소모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게임은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조금 더 증가하기 시작한다. 콘솔 전작들에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기를 모으는 과정은 모바일에서 새로운 공격 카드를 받는 것으로 대체된다.

그래서 드래곤볼 레전즈는 반드시 공격을 멈추고 쉬어야만 하는 타이밍을 강제한다. 한편으로는 전략적인 판단도 중요해진다. 한 번의 공격에 들어가는 코스트를 분배하고 언제 어떻게 기를 모아서 공격 카드를 받을 것인지, 회피하고 상대를 공격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들이 이어진다.


누구나 공격을 쉬어야만 하므로 게임은 대전 액션으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전략적인 면모를 요구하게 된다. 동시에 게임은 한층 박진감이 넘치게 된다. 순간적으로 역전할 수 있는 장치들을 몇 개 마련해뒀고, 개인의 전략과 컨트롤에 기대면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된 시연에서도 서로 대전을 하면서 역전의 쾌감을 맛보는 사례들이 자주 나오기도 했었다.

아직은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시스템적인 안배는 눈여겨볼 만한 게임처럼 보인다. 적어도 대전 액션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재미 '쉴 틈 없는 공방', '몰입할 수 있는 전투' 등은 충실하게 구현한 셈이다.

게임의 세부적인 사항들 -BM 또는 성장 구조- 등은 시연에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싸우는 맛' 만큼은 우리가 익히 생각하는 격투 게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올여름 한국어화를 통해 국내에도 서비스될 '드래곤볼 레전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관심을 둘 만한 게임이지 않을까.

▲ 연출도 긴장감도 준수하게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