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세 달간 쉴 틈 없이 달려온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이 이제 엔딩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 시즌 챔피언 킹존 드래곤X(전 롱주 게이밍)와 그에 도전하는 아프리카 프릭스가 하나뿐인 봄의 왕좌를 두고 최후의 결전을 펼친다.

정규 시즌 동안 두 팀 간의 상대 전적은 세트 기준 4:1로 킹존 드래곤X가 압도적이다. 그 중심에는 킹존 드래곤X의 에이스라 해도 부족하지 않은 '칸' 김동하가 있었다.


'칸'은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팀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게임 내외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2017 시즌. 섬머 스플릿을 기점으로 팀에 합류한 '칸'은 데뷔전(이라 하고 복귀전이라고 읽는)에서 피지컬에 있어서만큼은 당대 최고로 꼽히던 '스멥' 송경호를 솔로 킬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알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최상위 탑솔러라는 타이틀과 함께 LCK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비록 그 해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아쉽게 트로피를 획득하지 못했지만, 2018 시즌 더 화려하고 강력한 경기력으로 돌아온 '칸'은 정규 시즌 내내 보는 눈을 즐겁게 했다.

'칸'이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이자 최강의 탑솔러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웬만해선 그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씬에서 특정 선수를 공략하기 위해 준비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밴픽 단계에서 '저격밴'으로 견제를 하거나, 게임 안에서 전략적인 플레이를 통해 압박을 주는 방식이다. 가끔은 지독하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칸'은 이런 전략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 그래서 더 무서운 선수였다. 대체 왜일까.

■ 저격밴으로 억제할 수 있는가?

▲ '칸'의 시그니처 챔피언이 된 제이스


기본적으로 킹존 드래곤X의 밴픽은 잘 짜여있다. 전 라인이 워낙 강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밴픽 역시 거칠게만 보이기도 하지만, 완성된 그림을 들여다보면 약점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꼼꼼하고 치밀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엑토신' 연형모 코치의 합류가 완성도를 더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밴픽 구상은 사실 코칭스태프 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무조건 좋고 유리한 챔피언만을 가져올 수는 없다. 선수의 챔피언 풀이라는 제약에 걸리기 때문이다. 킹존 드래곤X의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그림대로 밴픽을 그려나갈 수 있는 건, 킹존 드래곤X 선수들의 넓은 챔피언 풀이 한 몫했다.

특히, '칸'은 전천후 탑 라이너다. 딜러에 특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탱커류 챔피언을 못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칸'이 탱커를 잘하냐 못하냐를 따질 상황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타에 관계없이 언제든 원하는 챔피언을 꺼낼 수 있는 독보적인 피지컬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제이스는 쓰기 힘든 챔피언이라고 단언하던 작년 여름, '칸'은 제이스를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밴 카드 도둑이다. 이번 시즌 락스 타이거즈와의 대결에서 보여준 리븐 역시 비슷한 예로 들 수 있다. 오른, 카밀, 제이스가 금지되고 상대가 갱플랭크를 가져간 상황에서 가장 마지막 픽으로 리븐을 선택할 줄, 그 리븐으로 펜타킬을 터트릴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 펜.타.킬!(출처 : LoL esports 공식 유튜브 캡처)



■ 탑 라인 집중 공략은 통하는가?

인게임 플레이로 탑을 집중 공략하는 방법 역시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칸'은 소위 말하는 '108갱'으로 몇 번의 데스를 안겨도 '칸'은 좀처럼 라인 주도권을 내주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더 거세게 상대 라이너를 압박하며, 마치 '어디, 더 와봐'라고 말하는 듯한 플레이를 펼친다. 상대하는 정글러 입장에서는 또 가지 않을 수가 없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렇게 '칸'에게 이목이 쏠린 사이 킹존 드래곤X의 진짜 딜러진인 '비디디' 곽보성과 '프레이' 김종인이 편안하게 몸집을 불린다. 두 선수의 캐리력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한타 페이즈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느새 '칸' 김동하가 언제 힘들었냐는 듯 스플릿 푸시로 존재감을 뿜어낸다. '칸' 집중 공략은 그렇게 킹존 드래곤X의 또하나의 승리 공식이 됐다.

그렇다면 우승컵을 노리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입장에서는 대체 어떻게 '칸'을 억제해야 하는 걸까. 가장 좋은 방법은 순수 기량으로 '칸'을 제압하는 탑솔러가 등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도 분명 LCK 정상급 탑 라이너이긴 하지만,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결과로만 따지자면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밀렸다.


다른 방법은 역으로 '칸'의 시선을 빼앗는 것이다. 다른 라인을 무너뜨려 '칸'이 그쪽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거다. 가장 좋은 선택지는 탑에서 가장 먼 라인인 봇이다. 아래 라인이 피해를 입기 시작하면 '칸'은 순간이동 활용이나 합류 타이밍을 계속 신경쓸 수밖에 없게 되고, 온전히 제 플레이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다. 그 흔들리는 틈이 아프리카 프릭스가 파고 들 수 있는 승리의 문이다.

물론 LoL은 5대 5 팀 게임이다. 한 명의 선수가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무조건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승패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칸'의 존재감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칸'은 이번 결승전에서도 승리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어떤 방식으로 '칸'에게 억제기를 달고자 할 것인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