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인기가 없던 게임이, 해외 진출을 통해 살아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정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어찌 됐던 세계는 매우 넓다.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더 많은 유저들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더 많은 게임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동시에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진출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 나라마다 다른 언어와 문화도 신경 써야 한다. 현지에 맞는 특수한 상황에 맞게 게임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생길 수 있다. 일단, 나라마다 시간대가 다르므로 발생하는 여러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글로벌 원빌드로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고려사항을 준비하고, 글로벌 출사표를 던진 게임이 있다. 2016년 겨울 국내 출시된 매니지먼트 RPG '리터너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재 성적은 순위에서 찾아보기도 어려운. 소위 말해 기억 속에서 잊혀진 게임인 리터너즈는 152개국, 글로벌 시장이라는 무대에 섰다.


단적으로 말해, '리터너즈'의 국내 다운로드와 수익 순위는 하위권에 있다. 2016년 12월 8일 출시하여 서비스 1년 사이에 빠르게 순위에서 탈락하며 잊힌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나고 새로운 곳을 무대로 다시금 부활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월 10일 152개국에 게임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준비한 것이다.

출시 후 약 20여 일이 지난 시점에서의 결과는 어땠을까. 구글 플레이 5월 29일 기준, 태국에서는 다운로드 랭킹 29위. 캐나다 32위. 싱가폴 43위, 홍콩 87위, 마카오 92위 등 8개 나라에서 전체 게임 100위권 내에 진입했다. 이외에도 영국, 베트남, 스페인, 대만 등의 나라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0~150위 정도의 순위권이지만, 꾸준히 다운로드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 다양한 국가에서 상승세를 보이거나, 안정기로 접어든 상태다.

최고 순위 달성 기준으로는 홍콩 5위, 대만 7위, 필리핀 21위를 기록하여 주로 동남아권에서 높은 순위를 보였다. 한편으로 북미와 유럽 지역의 성적도 준수하다. 캐나다에서는 최고 다운로드 순위 10위를, 스페인 20위, 독일 27위를 기록하면서 전반적으로 상위권에 자리했다.

매출 순위 또한 긍정적이다.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기준으로 베트남에서 최고매출 13위를 달성했으며, 홍콩 57위, 미국 67위를 기록했다. iOS 또한 브루네이 7위, 태국 14위, 싱가폴 18위 정도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매출 순위에서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한 번 상승한 순위가 오래가지는 못했으나, '리터너즈'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매니지먼트 RPG라는 장르적인 포지션이 다른 나라에서는 통한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 어떤 점이 글로벌 유저들에게 어필했는가?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서 리터너즈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명확하다. 전투력 또는 아이템 파밍에 치중하는 다른 게임과는 달리, 플레이어의 전략적인 구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 무언가를 관리하고 전략을 세우며 결과를 지켜보는 매니지먼트 장르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획득한 영웅들을 육성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전투 도중에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은 대미지를 주거나 부가적인 효과를 내는 '카드' 뿐이다. 캐릭터들은 각자 우선하여 공격하는 대상이 있으며, 컨디션에 따라 스킬 발동률도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캐릭터 수집과 육성, 관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셈이다.


▲ 컨디션, 선호 타겟 등등 관리할 것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권을 아우를 수 있었다는 점들이 눈에 띈다. 역사적, 신화적으로 알려진 영웅들이 등장하여 전투한다는 설정은 다양한 문화에 다가갈 가능성을 내포한다. 어느 한 문화권에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지역과 사람들에게 캐릭터의 매력을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캐릭터는 확률을 기반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글로벌 유저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다양한 능력, 성향, 전략이 있는 캐릭터들은 업적과 같은 형태로 제공된다. 스테이지의 달성도 또는 리그 진입 순위에 따라서 일정 재화를 지불하고 획득하는 구조다. 유료 재화를 통해 미리 획득할 수도 있고, 기준을 달성한 뒤에 골드를 지불해서 획득하는 방법도 있다.

▲ 세계 각국의 영웅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수집하고 육성한 영웅들은 비동기화 PVP를 통해 전략적으로 활용된다. 최대 9명의 캐릭터가 참전하는 PVP는 물론이고, 게임을 켜놓지 않아도 진행되는 '리그'와 '토너먼트'를 주력으로 삼는다. 매니지먼트라는 장르 특징에 맞게, 미리 구성한 전략대로 전투를 진행한다. 전략 외에도 컨디션, 캐릭터 조합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변하기도 한다.

여기에 '게임을 종료해도 진행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는 미리 짜놓은 전략대로 알아서 진행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비동기화 PVP인 만큼, 실시간이 아니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에 메리트가 있다. 각국의 시간대가 다르더라도, 같은 기회와 보상이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만큼의 보상이 들어오는데다, 자신이 진행한 경기를 관람하면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즉각 진행되는 실시간 PVP는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미리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을 늘림으로써 설계가 맞아 들어가는 경험에서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 PVP는 비동기화로 진행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시간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서 개선을 해왔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좋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했음에도,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업데이트로 게임을 다듬고, 콘텐츠를 추가해 온 것을 주목해야 한다. 순위가 떨어지면서 방향을 유지·보수로 잡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웅과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개발사가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에 관심을 두고, 발전시킬 여지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운로드와 매출 순위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음에도 콘텐츠 개발에 계속해서 투자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뒀지는 알 수 없으나, 꾸준한 노력을 보여줬다는 점은 인정해야만 한다.

▲ 한 달에 한번 업데이트를 꾸준히 해왔다.

이미 해외 진출을 마친 '리터너즈'가 앞으로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넥슨의 해외 진출은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꾸준한 준비를 해왔고, 흥행에 실패한 타이틀을 가다듬어, 완성도를 올려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그리고 출시 후 약 3주가 지난 현재. 리터너즈는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 기록한 낮은 성적은 글로벌 출시 시점에서 게임을 변화시킬 기회가 됐다. 1년 6개월간 쌓아온 노력은 리터너즈에 어떤 결과물로 자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전 세계 유저들을 대상으로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리터너즈라는 이름처럼 다시금 돌아올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