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철 한국정보사회학회장

한국게임학회가 주최하는 2018 춘계학술대회가 6월 1일부터 2일 양일간 중앙대학교에서 개최된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한국 게임 산업과 관련한 50여 편의 신규 연구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2018 춘계학술대회 첫 날 초청강연을 맡은 김성철 한국정보사회학회장은 '미디어로서의 게임'이라는 주제로, 현재 미디어 산업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 사이에서 게임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김성철 회장은 생산, 소비, 유통의 관점에서 미디어 산업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N스크린(N개의 스크린에서 콘텐츠에 대한 같은 경험이 가능한 환경)시대가 되면서, 전통적인 매스 미디어 소비가 감소했다. 대신 스낵 미디어라는 새로운 개념의 간단한 미디어들이 소비의 중심이 되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는 선택의 자유를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했는데,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용 장소와 맥락에도 매이지 않게 됐다. 또한, 다양한 기기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환경이 되면서, 이동시간 등 짧은 시간에도 소비가 가능한 형태의 미디어가 주목받은 이른바 '스낵컬쳐'가 등장했다. 웹드라마, 웹툰, 카드뉴스 등이 스낵미디어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으며, 그밖에도 비실시간 보기, 몰아 보기, 끊어 보기 등 새로운 콘텐츠 소비 행태 또한 등장하게 됐다.


콘텐츠의 생산의 측면에서는 지능화가 대두하고 있다, 데이터가 무수히 발생하는 만큼 이 모든 것을 사람이 분석할 수 없어 AI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지능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기획 생산 유통이 이뤄지게 됐다는 것이 김성철 회장의 설명이다. 그 사례로, 콘텐츠 기획을 AI와 함께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AI가 5분짜리 티저 영상을 편집하는 등의 시도 또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콘텐츠 생산에서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더 이상 전문가가 미디어를 독점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1인 미디어(크리에이터)가 강력한 인플루언서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곧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 유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콘텐츠 유통에서의 변화 또한 이끌었다.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 다양한 단말기로 전달되는 현상이 정착됐으며, 기존에는 플랫폼 영역에 있지 않았던 것들이 플랫폼으로 들어오면서 콘텐츠 유통의 깊이와 폭이 확장되었다는 것이 김성철 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네트워크와 단발기의 범용화가 이뤄지면서, 콘텐츠와 플랫폼의 영역에서 경쟁과 협력이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OTT(Over-The-Top, 범용 인터넷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부상 또한 콘텐츠 유통의 큰 변화다. 초창기 유튜브는 점유율이 10%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전 세계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 트래픽의 76%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그 뿐 아니라 유튜브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동영상 매체 1위이자, 젊은 층에서는 새로운 검색 엔진으로 부상했다.


다음으로 김성철 회장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콘텐츠 사업 전략의 변화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개인창작자와 OTT의 등장으로 MCN(Multi Channel Network)의 잠재력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영상콘텐츠 생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거기에 기존 플랫폼 사업자 또한 준통제 플랫폼으로 이동, 흡수되면서 미디어 시장 자체가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추세에 있다.

글로벌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던 것에서, 점차 기업 가치를 상승시킨 뒤 M&A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타 산업 영역으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인다. 콘텐츠와 플랫폼이 만나는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갖는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되었는데,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바로 그 사례다.

김성철 회장은 "넷플릭스의 경우 연 8조 원을 자체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2017년 약 4조원을 투자했다"며, "한국에는 콘텐츠에 이러한 투자를 할 기업이 없다. 미디어기업 세계 30순위를 봐도 브라질은 존재하지만 한국 기업은 없다. 다행히 현재 M&A를 하기도 하는 게임은 미디어산업 관점에서는 효자"라고 전했다.

한편, 미디어의 역기능 또한 심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개인 정보 보호 이슈도 최근 큰 문제가 되었으며, 인터넷 중독, 정보 격차, 가짜 뉴스, 댓글 조각, 필터 버블 등 사회적인 논란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디어 산업은 어떻게 생존하고 발전해야 할 것인가. 김성철 회장은 우리나라의 ICT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설명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면 성장이 정체된 하드웨어 제조 측면 대신 취약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에 힘을 쓰는 방법으로 작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미디어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역을 키우면서 지능화된 형태로 투자하고, 국가대표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게임기업으로, 이들이 다른 기업들을 끌고가는 선단의 형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역기능에 대해서도 훨씬 더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성철 회장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수출 비중이 7%의 내수 위주 산업이며, 이러한 수출 비중 중 절반을 게임 산업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모바일게임 이용자가 하루 평균 46분을 게임에 사용하고,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가 1,160억 달러(한화 약 124조 원, 2017년 기준)이라고 할 때 게임은 전략적으로 투자해 줄 필요가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는 짙은 그늘이 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임 업계가 사회적인 공헌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다른 미디어 산업보다 많이 약하다는 것이 김성철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게임은 사업자를 규제하지 않고 게임 자체를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게임은 망해도 사업자는 계속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이해 관계자들이 (업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준 부분에 대해 사회적 공헌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 대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타 미디어의 경우 공익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의 균형을 도모하려고 노력한 반면, 게임은 공익적 가치 측면에서 미흡해 지속 가능성이 높지 않다. 미디어로서의 게임은 산업적인 가치가 높지만 공익적 가치는 저평가되고 있으며, 게임 과몰입 등 역기능이 강조되면서 일반 미디어보다 공적인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게임산업이 잘 알려지지 않고 핍작을 받는 마이너이지만, 아주 중요한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미디어로서의 게임은 산업적인 의미가 있으며, 공적 측면에서 바로잡을 여지가 상당히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디어로서 게임산업의 발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먼저 게임 중독을 규제에 대해서 김성철 회장은 알콜, 마약, 도박과 함께 4대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며, 규제보다는 사회적인 예방과 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나 정치권이 해야할 일은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그는 게임 업계가 직접 나서야 함을 강조했는데, 게임으로 돈을 벌어 게임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기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김성철 회장은 게임산업 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셧다운제 등의 규제를 꼽았으며, 콘텐츠 산업의 중흥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가 힘을 합해 강력한 진흥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위해서는 의료,금육 등 전통산업의 규제 또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콘텐츠의 지능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아마존의 경우 온라인 커머스에 콘텐츠를 융합하며,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에 이르는 백엔드 IT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와 같은 백엔드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 추천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 생산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 김성철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업은 예술과 사업의 측면도 구분이 안 되어 있고, 지능화된 게임이 아니라 아직도 예전처럼 게임을 만들고 있다. 진정한 경쟁 우위는 데이터에서 나오는 것으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오리지널 콘텐츠(IP)를 창작할 수있는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김성철 회장은 다양한 이용자 및 파트너들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이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 마케팅하는 사례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포털 웹툰 생태계의 사례를 들었다. 웹툰 창작자들이 리그를 통해 경쟁하면서 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처럼, 게임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IP 창작자로 만들어 내고, 집단 지성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성철 회장은 게임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전하며, 이제는 게임 기업의 비즈니스 자체에 사회적 책임을 불어넣고, 또한 사회에 대한 역할에서 미래 비즈니스의 기회를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 산업은 자신을 우위에 있게 해 준 커뮤니티 이용자들, 약자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 너무 소홀하다"며, "사회적 지속 가능성 측면 때문에 공적 규제로 공격을 받고있는 것은 아닐까. 보다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법을 생각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