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 강사 '큰별쌤' 최태성

'2018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의 첫 강연을 맡은 한국사 스타 강사, '큰별쌤' 최태성은 그동안 많은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면서 '게임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본격적인 발표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최근 한국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정말 많아졌다"며, "GNP가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문화와 역사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그저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역사적)스토리를 기반으로 창조해낼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소재 1 - 치우천왕과 황제 헌원의 전투! '탁록 전투'

▲ 붉은악마로 잘 알려진 치우천왕의 모습

이어 최태성 강사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게임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은 역사적 요소를 하나하나 소개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한국의 고대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주류 역사계에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이 존재한다"며, "바로 단군 이전의 이야기인데, 그와 관련한 책이 바로 '환단고기'"라고 전했다.

환단고기는 1979년 이유립이 출간한 책으로, 주류 역사학계에서는 위작으로 판단하여 사료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최태성 강사는 "하지만, 게임은 상상력의 영역인 만큼, 주류 학계가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부분 또한 '판타지적 요소'라는 점으로 접근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날 설명한 환단고기의 내용은 치우천왕과 중국 황제 헌원의 전투다. 환웅이 세운 배달국의 14대 천왕이 '치우천왕'인데, 그는 동이문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중화 문명의 상징인 '황제'와 '치우천왕'이 벌이는 전투가 바로 탁록전투이며, 물론 이는 주류 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다.

치우천왕은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 티셔츠를 통해 그 모습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편이다. 그의 머리는 구리로 되어 있으며, 이마는 쇠로 되어 있고, 몸은 사람의 몸이지만 손발에 발굽이 있다. 눈은 네 개며, 손은 여섯 개로, 최태성 강사는 이것만으로도 게임 속 멋진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탁록 전투를 조금 더 살펴보면, 중화 문명의 황제는 맹수를 풀어 전투를 벌이며, 치우천왕은 단군 신화에 나오는 신들인 풍백과 우사를 동원해 전투를 치른다. 최태성 강사는 "탁록 전투는 중화 문명과 동이 문명의 전투를 그리고, 상상 속 존재들이 등장하는 만큼 기괴하고 멋진 장면이 많다"며, "이러한 요소들을 녹여낸다면 재미있는 게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소재 2 - 한강을 무대로 한 '한국판 삼국지'

▲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황산벌'

다음으로 최태성 강사가 소개한 소재는 바로 '한국판 삼국지'다. '한강'이라는 게임 제목도 지어왔다고 말한 그는 한강을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소재가 게임으로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백제, 고구려, 신라는 각각 4,5,6세기 한반도를 주름잡았는데, 그때마다 요충지로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바로 한강이다. 그는 과거 자신이 교직에 몸담았을 시절 삼국지 게임의 광고 모델 제의를 받았었다고 전하며, '중국의 삼국지 게임은 있는데 왜 우리나라 삼국을 소재로 한 게임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각 나라마다 다른 특색을 보이는 것도 게임으로서 적당한 요소다. 민족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고구려는 철갑 기마병을 앞세운 수성전에 강한 모습이 떠오르며, 최근까지도 여러 나라의 공예품들이 출토되는 백제의 경우 배를 이용한 해양 세력으로 우뚝 자리 잡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신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친 힘을 외세를 이용해 극복하는 등 나름의 지략과 전략을 뽐냈다.

최태성 강사는 "근초고왕, 광개토태왕 등의 캐릭터를 보고 싶은데 유비, 관우, 장비만 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며, 한국의 삼국시대를 소재로 한 게임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 소재 3 - 조선 시대 심시티, 그리고 인생 시뮬레이터?

▲ 한성부 지도의 일부

다음으로 그는 조선 시대로 넘어가, 먼저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주목했다. 정도전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유학자로, 흔히 조선을 설계했다고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최태성 강사는 "정도전이 종이에 줄 하나를 그으면 길이 됐고(지금의 종로), 점 하나를 찍으면 문이 됐다. 조선을 성리학으로 꽃피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그는 유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의예지신'을 하나씩 문에 새겼다. 그게 바로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숙정문(북대문)이 됐다. 마지막 신은 서울의 한복판에 적었는데, 그게 바로 보신각이다. 이렇게 서울 한양의 종로와 사대문이 완성된 것이다"

이어 최태성 강사는 조선 시대 서당에 다니던 아이들이 즐겼던 놀이 하나를 소개했다. '승경도'는 벼슬을 얻기 위한 그림이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인생 최대의 꿈인 관직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는 "승경도를 보면, 기본적으로 조선 시대 관직의 체계를 그려 하나씩 올라가는 게임이지만, 안 좋은 일이 있어 유배를 가기도 하고, 사약을 먹고 놀이가 끝나는 등 요소도 그려져 있었다"며, "이런 것들을 지금의 게임에 옮겨봐도 재미있지 않을까"한다고 전했다.

▲ 승경도 놀이의 모습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 소재 4 - 독립투사들의 활약을 그린다면?

▲ 나석주 의사와 동양척식주식회사

끝으로 최태성 강사는 일제 강점기로 눈을 돌려 게임화 하기 좋은 소재를 이야기해 나갔다. 최근 들어 '밀정', '암살' 등 영화를 통해 떠오른 단체가 '의열단'인데, 그는 의열단의 활동을 보면 놀라운 것이 많다며 나석주 의사의 사례를 발표를 통해 공유했다.

의열단 단원이던 나석주 의사는 1926년 일제의 식민지 수탈 기관의 파괴를 목적으로 중국인으로 위장한 채 국내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해 말 조선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했으며, 이후 일본 경찰과 대치해 시가전을 벌인 바 있다.

오늘날 명동에 가면 이 나석주 의사의 동상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이 있는 자리에는 과거 조선식산은행이 존재했고, 나석주 의사의 동상이 있는 근처에는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존재했다.

최태성 강사는 "당시 독립투사들이 목표를 세워 놓고, 단계별로 이뤄나가는 모습들을 게임으로 표현해도 흥미로운 결과가 탄생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그는 " 역사 속에는 게임에 접목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존재한다. 일반 대중들의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열풍이 게임 업계에서 확산 되기 위해서는 대중이 좋아하는 한국사적 요소들을 과감히 끌어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