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캐릭터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해당 캐릭터만이 지니고 있는 특징을 부여하거나 남들과는 전혀 다른 외형 등이 대표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죠. 이와 함께 캐릭터의 개성을 완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목소리'입니다. 목소리는 캐릭터의 특징을 한층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보는 것만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캐릭터의 숨은 매력까지 끌어내기도 합니다.

이는 소울워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저들이 직접 컨트롤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물론이고, 각 도시에서 유저들은 반기는 NPC와 메이즈 속에서 유저와 대립하는 적들은 성우들의 열연을 통해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게임 속에서 자주 보는 캐릭터가 자신이 좋아하는 성우의 연기로 만들어진 캐릭터라면 관심이 더 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소울워커 녹음에 참여한 성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상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인 2역은 기본이고, 혼자서 4~5명의 캐릭터를 연기한 성우가 있는가 하면 소울워커 이전부터 인연을 쌓은 성우들도 있었죠. 과연 소울워커 녹음에 참여한 성우들에게는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었을까요?

※ 해당 기사는 NPC 및 스토리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보기 원치 않는 유저분들은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 성우들의 열연 캐릭터들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내면의 자아가 격돌한다!
1인 2역으로 자신과의 말싸움을 펼친 성우들

소울워커를 플레이하다 보면 서로 다른 캐릭터에게서 비슷한 목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한 명의 성우가 두 캐릭터를 모두 녹음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라서 그냥 쉽게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스토리상 1인 2역으로 녹음한 캐릭터가 대립하는 상황이 펼쳐지곤 합니다. 성우가 누군지 몰랐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장면이지만, 대립하는 캐릭터가 같은 성우라는 것을 알면 마치 이중인격을 지닌 사람이 자기 자신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보는 재미가 더해집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장면은 잔디이불 캠프에서 만날 수 있는 '테네브리스'와 '로이(켄트)'의 대화입니다. 두 캐릭터는 과거에 잔디이불 캠프를 수호하던 동료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동료라고 생각했던 로이는 배후에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렇다 보니 두 캐릭터가 대립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입니다.

그런데 차분한 목소리를 지닌 테네브리스와 약간은 경박하게 느껴지는 로이의 목소리를 연기한 것은 '강호철 성우' 한 명입니다. 목소리만으로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던 두 캐릭터를 혼자서 연기했다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루인 포트리스에서 볼 수 있는 '힉스'와 '제이크'의 대립은 '박만영 성우'의 작품입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니어 소울워커를 지키려 하는 힉스 박사와 반대로 니어 소울워커를 죽이려 하는 제이크가 서로 말싸움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대립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들의 모습은 어떨지 더 궁금해지네요.

▲ 차분한 목소리의 테네브리스와 경박한 느낌의 로이는 모두 강호철 성우가 연기했습니다

▲ 종국에는 비극으로 이어지는 힉스와 제이크의 말다툼은 박만영 성우의 작품


대립 구도와는 다르지만, 1인 2역으로 인해 재미있는 상황은 더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낙윤 성우'의 '잭 더 킹', '에드가' 연기를 빼놓을 수 없죠. 게임 속에서 잭 더 킹은 에드가가 만들어낸 인형으로 에드가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습니다. 특히, 로코타운의 스토리 진행 중에 들을 수 있는 잭 더 킹의 "에드가님! 사랑합니다! 에드가님!!"이라는 대사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매우 유명합니다.

그런데 잭 더 킹과 에드가를 연기한 성우가 같다는 점을 알고 해당 장면을 다시 본다면 어떨까요? 목소리는 전혀 다르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러나 사랑과 충성을 바친 잭 더 킹은 결국 에드가에게 버림을 받게 되니 결국 자신에 대한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네요.

그레이스 시티의 '헨리'와 '라반'은 '소정환 성우'가 연기한 1인 2역 캐릭터입니다. 헨리는 모든 유저가 가장 미워하는 캐릭터 순위를 뽑으면 단연코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악당이며, 라반은 헨리의 명령을 따르는 니어 소울워커입니다. 게다가 라반은 실험의 부작용으로 인해 '~하는 것이올시다'와 같이 특이한 말투를 사용하다 보니 명령하는 헨리와 같은 성우라고 상상하기 더 어렵습니다.

▲ 최낙윤 성우의 열연으로 널리 알려진 잭 더 킹의 명대사(?)

▲ 같은 성우라는 것을 알고 보면 자기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다가 결국 버려지는 비극이 되는군요

▲ 헨리(소정환 성우)가 명령하고 라반(소정환 성우)이 따르는 묘한 관계


1인 2역을 넘어 4역, 5역까지!
가장 많은 캐릭터를 녹음한 성우들

강호철, 박만영 성우와 마찬가지로 1인 2역을 연기한 성우는 조경이 성우(시온/요미), 김영은 성우(에녹/트리샤), 김성연 성우(브록/사라), 김현지 성우(릴리/미리엄) 등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1인 2역을 넘어 4역, 5역을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대사가 적은 편인 NPC 혹은 적 캐릭터라 할지라도 혼자서 여러 캐릭터를 모두 다른 목소리로 연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우선 소울워커에서 가장 많은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최낙윤 성우'입니다. 최낙윤 성우는 앞서 소개했던 '잭 더 킹'과 '에드가'는 물론이고, '자이트', '케인바렐', '랄프' 등 5명의 캐릭터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잭 더 킹과 에드가를 연기한 것도 대단한데 그 외에도 3명의 캐릭터를 더 녹음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 최낙윤 성우는 잭 더 킹과 에드가를 포함해 총 5명의 캐릭터를 담당


두 번째로 많은 캐릭터를 녹음한 성우는 '소라', '아만다', '베티', '아벨' 등 4명의 캐릭터를 담당한 '정혜원 성우'입니다. 소년의 목소리를 연기해야 하는 아벨은 물론이고, 서로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소라, 아만다, 베티까지. 솔직한 감상으로는 성우가 누구인지 알고 듣는다고 해도 같은 성우라는 것을 알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성우는 '캐서린', '제니스', '클로이' 등 3명의 캐릭터를 담당한 '김새해 성우'입니다. 특히, 클로이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오퍼레이터 역할인 만큼 소울워커를 플레이하면서 목소리를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캐릭터죠. 또한, 캐서린은 스토리상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관계가 깊은 만큼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이렇듯 혼자서 다양한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들에게는 절로 대단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 목소리만으로는 같은 성우라고 추측하기 어려웠던 정혜원 성우의 담당 캐릭터들

▲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캐릭터인 캐서린을 포함한 3명의 캐릭터는 김새해 성우가 연기했습니다


소울워커는 다른 세계에서도 영웅?
소울워커에 참여한 성우들의 특이사항

■ 가면라이더/파워레인저 출신의 캐릭터

소울워커에 참여한 성우 중에는 특촬물의 대표 격인 '가면라이더'와 '파워레인저' 시리즈에서 활약했던 성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6명의 소울워커 중에서는 어윈, 스텔라, 진, 이리스를 담당한 4명의 성우가 주인공 혹은 조력자로서 활약한 바가 있죠. 역시 클라우드림을 지키는 소울워커들은 다른 세계에서도 영웅인가 봅니다.

소울워커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주인공들을 맞아주는 요미, 케인바렐, 사라, 빅터, 세듀린, 마틴, 노아 등의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들도 가면라이더 혹은 파워레인저로 활약한 기록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소울워커가 사라졌던 상황 속에서도 클라우드림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이 있지 않았을까요?

어윈 아크라이트 (박성태 성우)
- 가면라이더 키바 中 '가면라이더 이크사' 역
- 가면라이더 포제 中 '가면라이더 포제' 역
- 파워레인저 정글포스 中 '정글 레드' 역

스텔라 유니벨 (이재현 성우)
- 가면라이더 포제 中 '죠지마 유우키(하은기)' 역

진 세이파츠 (김혜성 성우)
- 파워레인저 닌자포스 中 '레드 닌자' 역
- 가면라이더 이그제이드 中 '가면라이더 이그제이드' 역

이리스 유마 (박신희 성우)
-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中 '매직 화이트' 역

요미 (조경이 성우)
- 파워레인저 캡틴포스 中 '캡틴 핑크' 역

케인바렐 (최낙윤 성우)
- 파워레인저 정글포스 中 '정글 블랙' 역

사라 (김성연 성우)
- 파워레인저 정글포스 中 '정글 화이트' 역

빅터 (남도형 성우)
- 파워레인저 캡틴포스 中 '캡틴 실버' 역

세듀린 (김하영 성우)
- 파워레인저 미라클포스 中 '미라클 핑크' 역

마틴 (이호산 성우)
- 가면라이더 이그제이드 中 '가면라이더 스나이프' 역

노아 (문유정 성우)
- 파워레인저 고버스터즈 中 '옐로우 버스터' 역


▲ 어윈 아크라이트를 담당한 박성태 성우는 가면라이더 포제를
(우측 이미지 출처 : 東映特撮YouTube Official)

▲ 진을 담당한 김혜성 성우는 파워레인저 닌자포스의 레드닌자를 담당했습니다
(우측 이미지 출처 : 애니원 YouTube)


■ 3인조 아이돌 그룹이었던 소울워커

'프리파라'는 아케이드 게임으로 출시된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중 하나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탑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그룹이 만들어집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솔라미 스마일(소라미 스마일)'입니다.

해당 그룹의 멤버는 '라라', '미래', '소피' 등 3명이며, 각자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솔라미 스마일(소라미 스마일)이라는 그룹이 결성됩니다. 그리고 각 멤버의 담당 성우는 김현지 성우(라라), 박신희 성우(미래), 이재현 성우(소피)이며, 이들은 각각 소울워커인 릴리, 이리스, 스텔라의 성우이기도 하죠.

비록 소울워커에서는 팀으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탑 아이돌을 꿈꾸는 소녀가 아닌 소울워커로서 클라우드림을 지키는 소녀들의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좌측부터 라라, 미래, 소피) 솔라미 스마일의 멤버인 3명의 소녀는
(출처 : 프리파라 공식 블로그)

▲ 소울워커로서 클라우드림을 지키고 있습니다



■ 마틴 성우와 에녹 성우는 부부

루인 포트리스의 지휘관인 '마틴'을 담당한 '이호산 성우'와 니어 소울워커 중 한 명인 '에녹'을 담당한 '김영은 성우'는 실제로 부부 관계입니다. 이 부부는 소울워커 속 캐릭터로서는 직접 마주지는 일은 없으나 서브 퀘스트를 통해 알게 모르게 연관되는 일이 많습니다.

우선 마틴이 주는 서브 퀘스트 '어멋! 멋진 중년!'은 콜드 리벤지 에피소드 4 매니악에서 등장하는 에녹을 처치해야 하는 퀘스트입니다. 이 퀘스트의 내용은 책과 영화에 통달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음악이니 평소에 에녹이 헤드셋으로 듣고 있는 음악을 구해달라는 것이죠.

이것만 보면 연관성을 찾기 어렵지만, 이후에 아케론에서 추가로 주는 마틴의 서브 퀘스트 '화끈한 이별'을 통해 다시 에녹을 찾습니다. 이번 퀘스트의 내용은 모든 여성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할 자신의 올곧은 마음이 에녹 때문에 흔들리고 있으니 에녹에게 화끈한 이별을 통보해달라는 것입니다.

내용만 보면 마틴의 자의식 과잉으로 해석할 수 있는 퀘스트지만, 마틴 성우와 에녹 성우가 부부 관계라는 것을 생각하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마틴이 유독 에녹과 관련된 퀘스트를 주는 이유는 과연?


여담이지만, 김영은 성우는 에녹과 트리샤를 담당한 1인 2역 성우 중 한 명입니다. 그렇다 보니 루인 포트리스에 있는 트리샤의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약간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트리샤의 서브 퀘스트 중 하나인 '먹고 튀다'에서는 자신이 작업물을 돈도 내지 않고 가져간 에녹에게 본때를 보여달라고 하며 퀘스트를 줍니다. 물론 성우의 목소리로 대사가 나오지는 않지만, 트리샤가 에녹을 향해 '망할 계집애'라고 하는 것을 보면 마치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 트리샤와 에녹의 성우가 같다는 것을 알면 이 퀘스트 역시 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