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노조 '스타팅 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넥슨노조 ‘스타팅 포인트’(지회장 배수찬)가 30일 저녁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단체협약 설명회를 진행했다. 단체협약은 회사측(사용자)와 노조가 맺는 계약이다. 단체협약에서 체결된 내용은 ‘계약’이 되므로 사측에서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조합원 수가 과반이 넘으면 비조합원에게도 적용된다.

넥슨노조는 높은 이익을 거두는 회사의 상황과 다르게, 일반 직원 사이에서는 ‘법인별로 따지면 위기다’라는 반응이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배수찬 지회장은 “사측이 여러 법인으로 복잡하게 나누는 것은 노동자를 가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네오플은 지난해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로 연간 1조 원, 90% 이상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일부 넥슨 계열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만약 하나의 넥슨으로 본다면, 회사는 높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게 지회장의 주장이다.

먼저 넥슨노조는 이날 회사가 거둔 이익을 노동자에 정당한 비율로 배분할 것을 사측에 요구할 것이라 전했다. 이른바 "넥슨은 도토리를 뿌려라"이다. 도토리는 넥슨이 거둔 이익을 의미한다. 배수찬 지회장에 따르면 넥슨은 영업이익 40%가 넘는 우량 회사다. 일반 산업의 영업이익이 평균 7.4% 수준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반면 넥슨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낮다. 게임사가 보통 80.2%를 분배하는 반면, 넥슨은 38.1%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산업 평균인 68.7%와 비교해도 넥슨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낮다. 배수찬 지회장은 "영업이익은 매우 높은 반면 노동소득 분배율은 낮아 사측이 가져가는 이익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 영업이익률은 높으나, 분배율이 낮다

이익의 정당한 배분과 함께 넥슨노조는 “근무환경 개선, 일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보상, 고용안정을 사측에 요구할 것"이라 밝혔다. 근무환경 개선의 시작은 포괄임금제 폐지다. 포괄임금제는 본래 근로시간 사정이 어려운 직군에서 야근수당을 일괄로 주는 제도다. 그러나 지회장은 “노동자를 쉽게 갈아버리는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넥슨의 경우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 7월부터 1분 단위로 근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넥슨노조는 규정했다.

넥슨노조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해 두 조항을 사측에 요구한다. 조항은 노조가 사측에 요구할 사항의 일부다. 먼저 ‘제32조 임금체계의 개편 등’을 통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포괄임금으로 포함됐던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법정수당은 기본급으로 전환한다. 다음 ‘제35조 노동시간’으로 회사가 기준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노조는 유연근무제 개선과 휴식권 보장을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저녁을 먹으면 노동시간 1시간 차감하는 편법을 노조와 협의토록 하고, 코어 타임 외 시간의 선택은 직원이 직접 선택하도록 마련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한, 퇴근 후 SNS를 통한 업무 지시와 장애 처리는 반드시 공식 채널을 통하도록 개선하고, 노동한계시간(52시간)을 넘기는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관리자가 책임을 지도록 한다.

▲ 하단의 조항은 노조가 사측에 전할 요구사항의 일부

연봉 협상 때마다 “이 정도면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이라고만 하던 관행도 바꾸겠다고 노조는 전했다. 직원이 개인과 팀에 대한 평가 기준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도록 한다. 상급자에 대한 상향평가도 실질적으로 시행한다. 기존에는 ‘리더십 진단’ 정도로만 진행해 대부분의 직원은 평가인지도 몰랐다고 배수찬 지회장은 설명했다.

프로젝트가 폭파할 때마다 구인구직을 해야 했던 개발자의 처우도 개선한다. "정규직으로 다닌다고 하더라도 개발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넥슨노조는 전했다. 사실상의 해고였던 ‘권고사직’도 더이상 권고하지 않도록 한다. 그만두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도 해당한다. 배수찬 지회장이 인사팀에 문의한 결과 권고사직을 받고서 거절한 직원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현실적으로 거절할 수 없다면, 권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배수찬 지회장은 단체협약 설명회에서 “직원은 갈아 끼우는 부품이 아닌,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의 지시가 부당해도 개인이 저항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차를 사면 보험에 들 듯이 회사에 입사하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빗댔다. 끝으로 넥슨노조는 IT 업계가 30여 년간 겪은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기 위해 연대가 필요하며 네이버노조, 스마일게이트노조, 카카오노조와 함께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