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8 롤드컵만큼이나 이적시장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특정 팀을 응원하는 팬들끼리 리빌딩을 논의하며 영입 리스트를 구성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선수와 선수, 선수와 코칭스태프에 의해 이적 시장 물밑 작업이 진행됐지만, 현재는 에이전트들이 사전에 선수와 접촉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에이전트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을 대신하며 업무 또는 교섭을 대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스포츠에서는 선수를 대신해 게임단 혹은 구단과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에이전트가 모여 활동하는 회사를 에이전시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에이전트에게 선수는 고객이다. 선수(고객)와 계약을 맺고, 협상 업무를 대신한다. 그리고 선수의 뜻을 정확하게 피력하고, 원하는 금액을 이끌어내야 한다. 만약 일 처리에 미숙하다면 선수에 의해 해고당하기도 한다. 이는 해외 다른 스포츠를 통해 많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e스포츠에도 에이전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관계자들이 많다. e스포츠는 선수들의 연령층이 낮으며, 팀 관계자 혹은 코칭스태프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직접 얼굴을 맞대는 협상 테이블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감정적인 부분에 의해 계약이 좌우되는 경우다. 그래서 에이전트가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e스포츠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다수가 아직은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 e스포츠 에이전트는 한국 선수들이 대거 해외로 이적한 2014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는데, 피해 사례가 많다.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e스포츠 에이전트가 아닌, 브로커에 가까운 상황이다.


수수료에만 혈안, 선수 관리는 뒷전
정식 계약서 없이 에이전트 업무 기대하기 어려워......


앞서 말한 대로 e스포츠는 선수들의 연령층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에이전트' 또는 '에이전시'를 잘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그들의 말을 무턱대고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살펴 보면 e스포츠 에이전트는 브로커의 성향이 짙다.

보통 스포츠에서 브로커는 부정적인 단어로 쓰이는데, 쉽게 표현하면 중개인이다. 주 업무는 팀에 선수를 소개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 선수와 팀의 협상 과정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선수의 등급에 따라 수수료를 취한다.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정직한 이들도 존재하겠지만, 선수들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서 커리어에 흠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 사례로 한 선수는 한국인 에이전트를 통해 NA LCS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정확한 사유 없이 방출 통보를 받았다. 취재 결과, 이 선수는 해당 에이전트와 정식 계약을 하지 않았고, 수수료에 대한 부분도 공유받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에이전트가 수령하는 수수료가 5%~15%까지인데, 이 선수는 팀 소개 외에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소개한 이 에이전트는 과거 자신과 아무런 관련 없는 선수를 멋대로 해외 팀에 소개한 경우도 있었다. 해당 메일 내용에는 "만약 당신들이 이 선수를 원한다면 내가 소개해줄 수 있다"며, EU LCS와 NA LCS 팀들에 연락했다. 메일 속 선수에게 확인해본 결과, 그는 "어떤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으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LPL에서 활동했던 유명 선수는 2년 계약을 맺은 상황이었다. 1년만 채운 뒤, 다른 팀으로 이적하길 원했고 한국인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거액의 연봉으로 NA LCS 팀과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NA 팀과 계약이 종료된 후 에이전트가 선수에게 수수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선수가 이를 거절하자 에이전트는 폭언을 쏟아부었다. 역시나 두 사람은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관계였다.

마지막 사례는 에이전시다. 에이전트들이 모인 회사로 올해부터 이름을 알린 곳이다. 올해 여름, 그들은 LCK 상위권 팀과 LPL 팀과의 사이에서 선수 이적을 조율했다. 당시 한국 에이전시는 LCK 팀에 "LPL팀에서 선수를 위해 자금을 준비했다. 꼭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대신 전달했다.

그리고는 LPL 팀에게 "LCK 팀에서 해당 선수의 몸값으로 적정선의 금액을 요구한다"고 중개했다. 그러나 LCK팀과 LPL팀 관계자들은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으며, 결국 중개를 맡은 에이전시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두 팀의 관계가 악화됐다.



불거지는 탬퍼링 문제, 책임은 선수들의 몫
공식 에이전트란 존재하지 않는다


위 사례들은 일부분에 속한다. 에이전트들의 또 다른 문제점은 '탬퍼링'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탬퍼링이란 팀에 계약된 선수가 정해진 협상 기간 이전에 게임단이 선수에게 접촉하여 선수를 설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입을 원하는 각 팀은 11월 셋째 주(라이엇이 지정한 공식 계약 만료일)까지 기다렸다가 FA가 된 선수를 영입한다. 혹은 그전에 이적료를 주고 영입하는 방식이 있다.

우선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라이엇 게임즈는 에이전트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즉, 에이전트들이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들과 이적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면 '탬퍼링' 규정에 어긋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에이전트들이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SNS 메시지 혹은 친분관계를 이용한 만남이다. 대개 한국 선수들은 탬퍼링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만남이나 대화를 꺼려하는 편이다. 그러나 에이전트들은 "선수의 계약 기간과 상관 없다.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함정이 있다. 엄밀히 따지면 에이전트들에게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팀에 관한 이야기,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 선수가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는다.

선수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며, 대화를 유도하는 에이전트들의 태도는 큰 문제가 된다. 과거 한국e스포츠협회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몇몇 코칭스태프에게 "11월 셋째 주 이전에 다른 팀 관계자 혹은 선수들과 밥 먹는 것조차 조심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제아무리 코칭스태프들이 조심하더라도 지금처럼 에이전트들이 무분별하게 연락한다면 언제든 탬퍼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에 한 에이전트는 "우리는 특정 팀을 대신해서 선수들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문제 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업무가 선수들의 이적과 가장 큰 연관이 있으므로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은 선수들과의 접촉은 주의해야 한다.

라이엇 게임즈, 한국e스포츠협회 어느 곳이든 e스포츠 에이전트를 제재할 권한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선수들의 에이전트 고용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에이전트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선수와 친하다, 외국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에이전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충분한 법률적 지식을 갖추고, 규정을 준수하는 모습으로 투명함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