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규 주한 스웨덴무역투자대표부 투자자문관

이번 지스타 2018은 어느 때보다 글로벌 게임쇼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국내 게임사가 아닌 해외 기업 에픽게임즈가 메인 스폰서를 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고, 또 기존에 매년 지스타를 찾던 해외 공동관에 더해 북유럽, 폴란드, 홍콩 등 다양한 해외 공동관들이 처음으로 지스타를 방문한 해이기도 하기 떄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북유럽 지역은 자칫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들 중에는 의외로 북유럽에 본사를 둔 게임 회사들이 많습니다. 캔디크러시 사가로 유명한 킹이나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모장 등이 바로 그 사례죠. 뿐만 아니라 배틀필드 시리즈를 개발하는 DICE나 페이데이 시리즈 개발사 스타브리즈 등 AAA급 개발사들 중에도 스웨덴 출신이 꽤 됩니다.

그렇다면, 올해 처음 북유럽 해외 공동관으로 지스타를 찾은 북유럽 게임 개발자들은 어떻게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을까요? B2B 노르딕 존(Nordic Zone)을 담당한 주한 스웨덴무역투자대표부의 박은규 투자자문관을 만나 북유럽 게임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비즈니스 스웨덴(스웨덴 무역투자대표부)은 스웨덴 정부 기관 소속의 부서입니다. 무역과 투자를 진흥하는 스웨덴의 공식 기관으로, 한국의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스웨덴 기관이라고 보시면 되요. 저는 한국 지사 소속으로, 게임 산업과 관련해 스웨덴과 한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투자를 관련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노르딕 존'으로서는 처음 지스타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한국 게임산업협회(K-Games)가 올해 스웨덴 게임쇼인 노르딕 게임즈에 방문해 주셨고, 그때 협회장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이전에도 북유럽 사절단을 꾸려 아시아쪽에 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내부 논의가 있었는데, 이왕이면 지스타 기간에 맞춰 사절단을 꾸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크게 꾸리고 왔습니다. 그렇게 공동관 형태로 B2B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렇군요! 이참에 스웨덴 게임쇼인 '노르딕 게임즈'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노르딕 게임즈라는 컨퍼런스는 매년 5월 스웨덴 말뫼에서 열려요. GDC나 게임스컴은 많이 아시는데, 노르딕 게임즈는 좀 더 개발자 중심의 컨퍼런스라고 보시면 되요. 개발자들의 고충을 듣는 세션도 있고, 다이내믹하고 재밌어요. 최근에는 한국 분들의 참여도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4~5년 째 참가하고 있는데, 개발자 컨퍼런스의 진정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컨퍼런스라고 생각합니다. 잘 나가는 CEO도 개발자 감성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서 참가하는 컨퍼런스거든요. 그리고 스웨덴에서는 5월이 딱 여름이 시작할 때라, 날씨도 가장 좋을 때죠.


아시아 사절단이라면 한국 외에도 다른 국가를 방문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이번 사절단의 이름이 '게임 플랜 아시아 2018(Game Plan Asia 2018)'이에요. 먼저 중국의 세 도시를 방문했고, 이후 도쿄에 잠시 들렀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도착했어요. 규모로는 약 20개 업체가 사절단으로 참가했고, 비즈니스 스웨덴이 핵심이고, 그외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및 핀란드 등에 있는 협회들이 공동으로 참석한 큰 규모의 사절단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사절단 일정의 마지막 도착지인 셈이군요. 한국에서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 관련해서 행사를 많이 준비했어요. 처음 도착한 날은 웰컴 디너가 있었는데, 한국의 유명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밖에도 각종 네트워크 파티 등등을 기획하고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핵심은 지스타 기간을 통한 비즈니스 미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부스 절반에 걸쳐 어딘지 세션 분위기가 났던 노르딕관

그러고 보니 부스 절반이 스크린과 발표를 위해 꾸려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 한국의 대표적인 퍼블리셔와 개발사를 초빙해서 정보도 교류하고, 미팅을 할 수 있도록 그룹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 절반은 참가한 스웨덴 업체의 숫자 만큼 테이블을 마련해서, 개별적인 미팅을 하고 싶다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그룹 공간에서는 보통 어떤 발표가 이뤄졌나요?

- 한국 대표 퍼블리셔들로부터 어떤 해외 전략을 가지고 있고, 파트너십을 진행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들어보는 자리라고 보시면 되요. 중국이나 일본은 시장이 크고, 좋은 나라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만큼 북유럽과 파트너십에 오픈되어 있는 기업들이 별로 없다고 보고 있어요. 반면 한국의 경우 적극적으로, 좋은 게임 콘텐츠가 있다면 퍼블리싱이나 투자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업체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개발사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일단 북유럽은 개발이 굉장히 강한 지역이에요. 그 중에서도 스웨덴의 경우를 이야기하면 AAA게임을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튜디오가 많은 나라에요. DICE나 아발란체 스튜디오 등도 스웨덴의 게임 개발사에요.

또 이러한 유명 스튜디오의 영향을 많이 받은 혁신적인 기업들도 많아요. 캔디크러시 시리즈로 유명한 '킹'도 영국으로 옮기긴 했지만 아직 스웨덴에 스튜디오가 존재하고 있죠. 개발 쪽에 있어서는 스웨덴이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원이 한 명, 또는 두 명인 스타트업부터 시작해 다이내믹한 개발자들이 많은 나라에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대표 퍼블리셔들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게임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스웨덴, 그리고 북유럽이라는 생각을 가지시게 된 것 같아요. (지스타에)초빙을 드릴 때도 북유럽에 다양한 개발사들이 온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참여해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 역할이 북유럽의 좋은 개발사들과 원하는 커넥션이 있다면 소개해드리고, 파트너십을 도와드리고, 가장 좋게는 투자 유치나 북유럽 진출을 도와드리는 거죠.


아직 한국의 많은 게임사들은 이런 기관의 존재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주한 스웨덴무역투자대표부는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 서울 명동에 위치하고 있어요. 비즈니스 스웨덴은 대사관의 상무부서 역할도 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들을 보면 대사관에 함께 위치한 경우가 있는데요, 저희 경우는 스웨덴 대사관은 회현에, 저희는 따로 떨어진 명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북유럽 게임 시장의 규모는 어떤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수치상으로 이야기하자면, 스웨덴의 경우에는 게임 회사가 약 343개, 다음으로는 핀란드에 260개 회사가 존재하고, 이어 덴마크가 180여 개 순서로 북유럽에는 많은 게임 회사가 존재해요. 직원 수로 치면 스웨덴에는 약 5천여 명의 개발자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게임 산업 쪽에서 뭔가 돌파구를 찾았던 게임들, 예를 들면 '캔디크러시'나 '앵그리버드', '마인크래프트' 등 독창적이고 좋은 콘텐츠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쌓은 게임들이 북유럽에서 나온 경우가 많아요. 조그만 스타트업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정말 커진 경우가 스웨덴에서 많이 있었어요.

또 북유럽이 스카이프나 스포티파이 등 워낙 IT쪽에서 혁신이 많이 있었던 나라예요. 그러한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게임 산업도 많은 이익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북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회사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 아마 킹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페이데이'시리즈로 유명한 스타브리즈나 DICE도 있고,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모장도 스웨덴 개발사에요. 아, 유비소프트가 인수해 현재 영화 '아바타'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 매시브 엔터테인먼트도 스웨덴 개발사고요.

▲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도 스웨덴 개발사입니다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스웨덴에도 우리나라의 판교처럼 게임 개발사가 모여 있는 지역이 있나요?

- 판교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DICE나 아발란체 스튜디오 등이 모여 있는 수도 스톡홀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쪽에만 모여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게 매시브 엔터테인먼트는 말뫼라는 도시에 있거든요.

스톡홀름, 예테보리, 그리고 말뫼가 스웨덴에서 순서대로 가장 큰 도시에요. 이 세 도시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스웨덴 전역에 걸쳐 개발사가 존재해요. 어디든지 개발 환경이 존재하는 느낌입니다.


유저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스웨덴의 유저들은 주로 어떤 게임을 즐기나요?

- 스웨덴에서는 PC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들의 점유율이 올라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콘솔 기반 유저들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어요. 게임을 직접 사서 플레이하는, 북미 시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러한 영향이 있으니까 AAA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사절단에 참가한 회사들은 모두 개발사인가요? 퍼블리셔는 없나요?

- 전부 개발사에서 오셨어요. 규모도 다양해요. 9명 정도 있는 작은 회사부터 100명 정도 되는 큰 개발사까지 다양하게 참가했습니다.

워낙 개발사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고, 퍼블리셔는 별로 없어요. 더 많을 수도 있지만 유명한 퍼블리셔는 두 세 업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북유럽이 개발 능력이 뛰어난 지역이기 때문에, 참가사를 모집할 때에도 아시아 쪽으로 시장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을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 사렙타 스튜디오의 'My Child Lebensborn' 트레일러

개인적으로 이번에 참가한 개발사들의 게임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사렙타 스튜디오(Sarepta Studio)라고, 약간 감성적인 무언가를 자극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있어요.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플레이하면서 진중한 생각을하게 되는 게임이에요. 아마 접해보시면 신기하다는 느낌이 드실 거예요.

그리고 퀵세이브(Quicksave) 같은 경우는 채팅 기반 게임인데, 이러한 장르를 혁신적으로 재발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또, 노르웨이에서 온 미스크 게임즈 같은 경우에는 낚싯배 회사와 협력해서 낚시 게임을 개발했어요. 노르웨이가 연어가 굉장히 많이 잡히는 것으로 유명하잖아요. 뭔가 노르딕 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게임이에요.


이번 지스타가 첫 참가인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 많은 업체들이 참가해 주시긴 했지만 더욱 큰 대형 업체들이 스웨덴에 굉장히 많은데 이 분들이 개발 일정이 바빠 많이 참석해주시지 못했어요. 또 이미 아시아에 연락이 닿아 있어서 못 오신 업체도 많고요. 물론, 이번에 참가하신 분들도 뛰어나긴 하지만, 더 좋은 업체들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해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지스타에 참가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 글쎄요. 사실 한 4년 정도 전에 스웨덴관으로 지스타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 느낀 것은 북유럽 전체 규모로 꾸리다 보니 한국 업체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행사 이후 자체 평가를 해 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임 개발사 및 투자사에게 한 말씀만 해주세요

- 이미 말씀드렸던 것 같지만, 스웨덴을 비롯해 북유럽 지역은 개발이 잘 이뤄지는 곳이긴 하지만 시장 자체는 작아요. 그래서 스웨덴 회사들은 항상 'Born to be Global'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게임이나, 솔루션을 만들었을 때 스웨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알려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업체들이 많아요. 이번에는 첫 공동관이지만, 앞으로 많은 한국 업체들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이뤄져서 북유럽 게임이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일종의 과제같은 일이죠.

스웨덴 개발자들은 아무래도 시장이 다르다보니 한국 게이머들이 즐길만한 게임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해요. 개발력은 굉장히 강한데, 어떤 게임이 한국에서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많지 않거든요. 더 많은 교류가 이뤄질수록 더 좋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