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프로씬에서 SKT T1이란 이름은 그 무엇보다 특별합니다. 3회의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을 비롯한 수많은 업적을 쌓은 전무후무한 프로팀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올해 SKT T1은 창단 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었고, 결국 대부분의 주전 선수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많은 선수가 떠난 SKT T1의 빈자리는 LCK에서 각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들로 채워졌는데요, 개중엔 조금은 생소한 이름도 있었습니다. 바로 '클리드' 김태민입니다.

약 3년간 중국에서 활동한 '클리드'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LPL 정글러들 사이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습니다. 타고난 재능과 꾸준한 노력으로 만든 피지컬과 센스는 전 소속팀 장동 게이밍(JDG)의 성적을 3위까지 끌어올렸는데요. 이를 지켜본 많은 한국 팀들은 2019 시즌을 앞두고 '클리드' 영입에 눈독을 들였고, 결국 그는 SKT T1에 입단하며 LCK에 첫 도전장을 내밉니다.

인벤에서는 SKT T1 입단 발표 직후 '클리드'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클리드'는 한국어로 하는 첫 인터뷰라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준비된 모든 질문에 대해 솔직하고 성실하게 답했는데요. 재계약을 위해 JDG가 제시한 거액보다 롤드컵 우승이라는 영광이 훨씬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그는 이미 성숙한 프로 마인드를 가진 완성된 선수였습니다.

LPL의 에이스 정글러에서 SKT T1 이름표를 단 '클리드'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Q. 안녕하세요! 먼저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중국에서 3년 동안 활동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SKT T1 정글러 '클리드' 김태민입니다.


Q. 짧은 경력은 아니지만, LCK 활동이 없어서 '클리드' 선수가 생소한 팬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 분들을 위해 구체적인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고등학생 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LCK팀에 들어간다면 연습생이나 서브 선수가 될 게 분명했고, 실전 경험을 쌓고자 중국 무대에 먼저 도전하게 됐어요. 2015년 말 중국에 가서 2016년 1월에 LSPL(중국 2부 리그)팀이었던 뉴비 영에 입단했구요. 그 해 섬머 플레이오프서 우승해서 LPL에 진출한 다음 같은 팀에서 2년 동안 더 활동했습니다.


Q. 3년 동안 몸담았던 팀을 떠나 LCK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했을 때부터 LCK에서 뛰고 싶었어요. 중국에 있었던 3년이란 세월이 짧은 기간도 아니었구요.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어 LCK를 택했습니다.


Q. 바로 지난 시즌에 플레이오프 3위를 할 정도로 팀 성적이 꾸준히 오르고 있었는데, '클리드' 선수의 이적에 팀원들과 관계자들이 많이 아쉬워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성적이 점점 오르다 보니 서로 좋은 교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팀에 떠난다고 이야기했을 때는 저도 많이 감정적으로 힘들었죠. 마지막 순간엔 게임단주님이 '안 가면 안 되냐. 한 번만 더 생각해달라'고 했는데, LCK에 도전하고 싶었던 맘이 컸기에 제 생각을 지지해달라고 이야기하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Q. 오래 전 팀 동료였던 '칸' 김동하 선수가 LCK에서 주목받는 걸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요.

워낙 잘하는 선수란 걸 알고 있었기에 LCK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거라 믿었어요. 크게 놀라거나 신기하진 않았고, 그냥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Q. LCK의 역대급 스토브 리그에서 '클리드' 선수에 대한 각 팀과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는데요. 알고 있었나요?

중국에서만 활동한 제게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실 줄은 전혀 몰랐어요. 팀 관계자분들과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 반면 '얘가 누군데?'라는 등 시큰둥한 반응도 많았어요.

사실 그런 반응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저를 몰랐던 분들도 팬이 되어주지 않을까요(웃음).


Q. 여러 팀의 러브콜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SKT T1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수들한테 SKT T1 입단은 도박이잖아요. 우승했을 때 메리트가 엄청나게 크지만, 반대로 부진했을 땐 리스크가 엄청나게 크니까요. 그런 부분을 모두 감안하고서라도 자신감 있게 도전하자는 맘으로 입단을 결정했어요. 또 JDG와 계약 종료 후 귀국하자마자 김정균 감독님이 여러 번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내년의 SKT T1은 충분히 롤드컵 우승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칸' 선수나 '테디' 선수와의 친분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구요.


Q. 앞으로 한국 숙소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특별히 기대되는 것이 있나요?

중국과 크게 다를 건 없지 않을까요. 같은 프로팀이니까요. 다만 팀 내 문화나 생활적인 면에서 기존 팀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죠. 그런 부분에 있어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팀원들과 서로 이해하고 적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Q. '하루' 강민승 선수와 같이 입단했는데,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궁금해요.

LCK는 정글러를 2명 쓰는 팀이 많아서 주전 경쟁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다만 경쟁 상대가 누구든 간에, 스스로 잘하고 있으면 제가 필요한 때에 자연스럽게 출전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또 '하루' 선수도 굉장히 잘하는 선수라서 서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랑 스타일이 비슷한데, 제가 하나에만 확실히 집중한다면 '하루' 선수는 저보다 생각을 많이 하면서 플레이하는 타입이니까요.


Q. 플레이 스타일이 상당히 공격적인 걸로 알려져 있는데, 스스로 본인을 평가한다면?

공격적이란 건 100% 인정해요. 전 약간 팀원들의 케어가 필요한 타입이에요. 특히 서포터를 많이 이용하는데, 그래서 팬분들이 보기엔 멍청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예요(웃음). 다만 제 설계대로 게임이 흘러가면 확실히 팀에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 플레이를 합니다.


Q. 올해 5월 바위게 패치부터 시작된 미드-정글 캐리 메타가 맘에 들었을 것 같아요. 팀의 에이스로 활동한 기분이 어땠나요?

지난 시즌은 팀원들이 모두 잘 해줘서 제가 빛나 보였던 거예요. 특히 미드-정글의 소통과 양보가 가장 중요했는데, 그 부분에서 게임이 잘 풀린 것 같아요. 가장 자신 있는 플레이가 메타와 어울리다 보니 기분 좋은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었어요.


Q. 하지만 2019 프리 시즌 패치를 시작으로 벌써 많은 것이 변하고 있어요. 내년 메타는 올해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데요.

혹시나 메타가 바뀐다면 제 플레이 스타일도 그에 맞춰 바꿔야겠죠.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라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거구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연구하고 노력할 거예요.


Q. 올해는 국제무대에서 LCK가 LPL에게 완전히 무너졌는데요. 내년에 LPL팀을 만난다면 이길 자신이 있나요?

2년 동안 LPL의 많은 팀과 싸워왔어요. 그들의 플레이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충분히 자신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어요. 또 제 경험은 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Q. 큰 무대에서의 국제전 경험이 없는데, 앞으로 치르게 될 국제전에 대한 긴장이나 부담은 없나요?

지금까지 무대에 올라 경기를 치르면서 긴장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구요. 롤드컵 결승에 출전한다면 그제야 조금 두근거릴 것 같네요(웃음).


Q. 최근 솔로 랭크에서 어떤 LCK 선수의 플레이가 눈에 띄나요? 또 2019년에 가장 위협적이라고 생각되는 팀은?

LCK 선수분들은 모두 잘하지만, 그중에서도 '타잔' 이승용 선수와 '쇼메이커' 허수 선수가 정말 잘해요. 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한 플레이를 하는데, 이에 그리핀과 담원 게이밍이 2019년에 정말 강할 것 같아요.


Q. '클리드' 선수의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는?

단기적인 목표는 당연히 2019년 롤드컵 우승이구요. 아직 팬분들께 보여드린 게 많이 없어 섣불리 다른 목표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일단 경기를 통해 실력을 먼저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이제 인터뷰를 마칠 시간입니다. SKT T1 '클리드'로서 첫 각오를 말씀해주세요.

SKT T1은 제게 새로운 도전이고,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기간을 최단화해서 팀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 SKT T1 선수로서 팬분들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제 성장을 도와주고 좋은 이미지와 평판을 만들어 준 JDG 팀원들과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LPL을 떠나게 되어 아쉬워하는 중국 팬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선택한 도전인 만큼 이해해주고 응원해주세요. 또 기존 SKT T1 팬분들도 현재 로스터를 보고 많은 기대를 보내주고 계신데요, 앞으로도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