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e스포츠 포커스

지난 1일 중국 시안 취장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2018 LPL 어워드가 열렸다. 올해 중국은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MSI부터 아시안게임, 롤드컵 등 국제무대에서 중국팀은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그래서인지 중국 리그인 LPL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18 LPL 어워드 시상식의 규모도 대단했다.

웬만한 연예대상, 가요대상 등보다 뛰어난 무대 연출과 규모를 자랑했다. 순수 관객만 4,000여 명이 참여했고, 무려 5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으며, 선수들 외에 연예인을 포함한 유명 인사들까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중국의 e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천문학적 금액으로 치솟고 있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많이 접해 알고 있었지만, 시상식 규모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중국에서의 e스포츠 위상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단적인 부분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시상식조차 이런 엄청난 규모로 진행할 수 있던 것일까. 보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기 위해 라이엇 차이나 측에 문의했다.



Q. 이번 행사의 전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올해 초부터 이번 시상식을 기획하기 시작했고, 시상식과 뮤직 페스티벌을 합친 이벤트로 진행했다. LoL팬들이 모두 즐기고 축하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또한, 커뮤니티 유저들이 만든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훌륭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다.


Q. 누가 주최한 행사인가? 스폰서는?

텐센트가 메인 호스트였고, 라이엇 차이나와 바나나 컬쳐, 그리고 시안 취장 정부에서도 함께 이번 이벤트를 위해 협력했다. 그리고 쉐보레가 스폰서로 합류해 더욱 수월히 진행했다.


Q. 시안에서 개최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시안에서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된 이유는 첫째로 주요 대회가 잘 열리지 않는 도시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만들고 싶었고, 두 번째로는 시안이 WE의 연고지이기 때문이다. 시안 취장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줬다.

Q. 이번 행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LoL 플레이어들의 엄청난 성원에 보답하고 싶었다. 커뮤니티와 즐길 수 있고, LoL을 즐기는 주요 인사들과 함께 유저가 만든 콘텐츠를 장려하고자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이벤트로 만들고 싶었다. 또 인게임 콘텐츠와 젊은 세대들이 즐겨듣는 트렌디한 음악과의 크로스오버 기회를 계속 찾고 있다. 지난해 앨런 워커와 함께 작업했던 EDM은 많은 플레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이로 인해 올해 행사에서 두 번째로 LoL X EDM의 콜라보레이션(Carta / Curtis)을 선보이게 됐다.


답변을 받은 후 가장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부러움과 아쉬움이 공존한 형태였다. 아마 중국의 e스포츠에 대한 투자와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더 많은 성장을 불러올 것이다. 반면, 이제는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마저 힘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은 2016년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 이후 잠정 중단된 상태다.

시상식은 결코 단순한 축제의 의미만 갖는 행사가 아니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각 분야에 노고를 펼친 선수들, 감독, 코치 등에게는 축제이자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팬들에게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해낸다. 무엇보다 그 행사의 권위와 전통 있는 역사는 '꾸준함'에 있다.

▲ 출처 : 발롱도르 공식 홈페이지

세계 축구인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고 권위 있는 시상식인 '발롱도르' 역시 시작은 그저 프랑스의 한 축구 잡지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꾸준히 열리며 '발롱도르'에 대한 위상과 권위가 올라갔고, 수상 대상자도 유럽 국적의 선수에서 국적을 불문하는 형태로 바뀌고, 2018 현재는 21세 이하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코파 트로피와 여자 발롱도르인 발롱도르 페미닌까지 새롭게 생겨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과 박성배 교수 역시 시상식, 기록이 갖는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박성배 교수는 "e스포츠도 그냥 일반인들끼리 즐기고 거기서 끝나면 그냥 놀이에 불과하다. 상품성을 갖기 위해서는 도구나 시설, 실력, 팬 등 여러 가지 필요조건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바뀌고, 공식화된 뒤 명성, 전통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무언가'가 필요하다.

스포츠에서 이런 부분에 가장 적합한 무기는 바로 '기록'이다. 수많은 기록을 형태화시키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이나 분야가 잘 되고 안 되고를 좌우하는 큰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런 시상식이 없던 것은 아니다. 2005년부터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이라는 시상식이 꾸준히 열렸다. LPL 어워드처럼 규모가 큰 시상식은 아니었으나 충분히 가치가 있던 행사였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이마저도 사라져버렸다.(2016년 11월, 한국 e스포츠협회가 금품 수수 혐의에 휘말리며 누군가에게 상을 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란 어려웠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한 번이 두 번, 두 번이 세 번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지금부터라도 2019 한 해를 마무리할 시상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라이엇 코리아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라이엇 코리아 관계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내부적으로도 별도 시상식의 필요성에 대해 수차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 당장 준비할 수 없지만, 일단 롤 파크에서 진행될 2019 LCK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힌 뒤 적극적으로 고민해보겠다. 좋은 생각이란 것에는 적극 동의한다"고 전했다.

LCK에서 활동 중인 베테랑 선수A 역시 "중국에서 열린 이번 시상식을 보면서 확실히 중국 시장이 빠르고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스포츠를 정말 대중문화로 받아들인 느낌이다. 부러웠다. 한국 시장도 더 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러다 보면 선수들의 대우나 인식도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시상식이 없어도 그만인 행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1년 동안 수많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관계자들이 피땀 흘려온 노력의 결과물을 축하하고 인정받는 가치 있는 행사이자 자리이기도 하다. 꾸준히 이어져 온 무언가에 대한 가치는 생각보다 거대하며,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권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변화의 시작은 작고 고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내실을 다져 내년에는 한국에서도 멋진 시상식이 다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