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는 여러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회사다. 최근에는 서바이벌 장르인 APEX를 개발해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그래도 EA하면 스포츠 게임이다. 피파 시리즈라는 장수 축구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고, UFC, NFL, NBA 등 다양한 스포츠 게임을 매년 출시하고 있다. EA 만큼 많은 종목의 스포츠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없다.

EA 스포츠의 성지는 캐나다 밴쿠버에 자리하고 있다. EA 밴쿠버 지사는 총 세 동의 건물로 구성돼 있는데, 한 동은 경영 지원팀이, 또 한 동은 개발진이 사용한다. 마지막 동은 스포츠 게임의 꽃인 모션 캡처가 이뤄지는 곳이다. 건물을 모두 투어해보니 아주 탄탄한 구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EA 밴쿠버 지사에는 총 2,500명 가량의 직원이 근무한다. 또, 개 100마리 정도가 출근하고 있는데, 게임 회사에 무슨 개가 그렇게 많냐고? 직원들의 반려견이다. EA 스포츠는 직원들에게 최상의 근무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캐나다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반려견과 함께 출근하기였다.


스포츠와 게임, 그리고 반려견을 사랑하는 이에게 최고의 복지


▲ EA 밴쿠버 지사를 향했던 버스에 내리자마자 보인 건물 모습, 처음에는 솔직히 '별 거 없네' 싶었다


▲ 하지만, 입구를 보자마자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 일단 멋스러웠고, 이 입구 근처에 그동안 EA가 출시한 수많은 게임을 타임캡슐로 묻어뒀다더라. 뭔가 회사의 역사와 근본이 느껴진다고 할까


▲ 입구 바로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이런 게 보였다. 축구장이다. '축덕'으로서 환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축구장 근처에는 보이는 것처럼 야외 농구장과 테니스장까지 있었다. 누가 스포츠 게임의 본고장 아니랄까 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냥 겉멋을 위해 방치된 운동장이 아니었다. 사내 직원들이 이곳에서 대회나 경기를 하는 건 물론이고, 날이 좋을 때면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서 야외 영화 관람을 한다더라.


▲ 자, 드디어 입구를 통과했다


▲ 사설 보안 업체가 지키고 있었고, 바로 옆에는 카페가 보였다


▲ 이 카페인데, 캐나다의 스타벅스인 '리볼버'라고 한다. 맛이 꽤 괜찮았다. 사내에 리볼버가 두 곳 있고, 여기선 직원들도 돈을 내고 마셔야 한다. 물론 회사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카페도 있었다.


▲ 리볼버를 조금만 지나치면 소규모 오락실이 있다


▲ 불꽃 슛이 나가던 피파 2002를 기대했건만, 그건 아니었다. 어린 시절 문방구 앞에 있을 법한 게임들이었다. 이틀 동안 투어를 했지만, 이 공간을 이용하는 직원은 보지 못했다. 접대용이다


▲ 오락실 옆에는 EA 스토어가 있다. 굉장히 감성 충만한 느낌이었다


▲ 대체로 저렴한 편은 아니었는데


▲ 요 태블릿으로 살 수 있는 EA 최신작들은 무지하게 저렴했다. 대체로 2만 원 안이었다. 역시 게임 회사인가 보다


▲ 가장 눈에 띄었던 건 개집이다. 무슨 사연인지 경원 지원팀에서 나온 가이드가 자세히 설명해줬다.

"EA 캐나다는 직원들이 반려견과 함께 출근할 수 있다. 직원이 약 2,500명 정도인데, 출근하는 반려견이 100마리가 넘는다. 반려견을 위한 공원도 두 개가 있다. 반려견은 주인의 책상 밑에 두는 게 일반적이다. 업무를 하는 데 방해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확실하게 훈련된 견인지 테스트를 거친다. 인증받은 반려견만이 회사에 나올 수 있다"

캐나다인은 반려견을 정말 사랑한다. 투어를 하면서 정말 많은 반려견을 봤다. 개인적으로 개를 무서워하는 편인데, 짖는 녀석을 본 적이 없었고, 모두 목줄을 하고 있어서 안심이었다.

▲ 관련 문구


▲ 대형 스크린을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회의 공간이 나오고


▲ 식당에 가기 전에 이런 곳을 발견했다. 일일 직원 서비스라고 하는데, 매일 직원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하루는 미용실, 하루는 수선소가 된다.


▲ 식당이다. 넓고 깔끔했다. 식당은 두 개가 있었고, 이 식당이 가장 큰 곳이었다


▲ 앉아서 먹는 공간


▲ 식당에 신기한 화장실이 있었다. 남녀공용 화장실이었다. 사내에 이런 화장실이 몇 개 더 있었다. 내부를 찍을 순 없었는데, 소변기가 없는 화장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1동 투어는 1층을 둘러보는 것으로 끝났고, 2동으로 향했다


▲ 이곳은 EA 스포츠의 핵심 인력인 개발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 여기서부턴 대외비가 많아 사진 촬영이 편하지 않았다


▲ EA 캐나다에는 참 휴게 공간이 많았다. 과장하면 사무 공간보다 휴게 공간이 넓다는 느낌. 실제로 측정해보면 혹시 과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 여기는 피파 시리즈를 만드는 피파 팀 사무실이었다. 가장 많은 공간을 사용하는 팀이었다. 한 층을 거의 다 썼다. 2동에는 피파 뿐만 아니라, 피파 모바일-NHL-UFC-NBA 등 모든 종목의 EA 스포츠 팀이 생활했다


▲ 사무실 투어를 하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건 지하였다. 설마했는데, 농구 코트가 있더라. 당시 시각이 오전 11시가 되지 않았을 때인데도 운동을 하는 직원이 있었다. "탄력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주 근로 시간 40시간만 채우면 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나중에 우연히 한국인 개발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주에 40시간만 일한다고 확인해줬다.



▲ 이곳에서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걸 단 이틀 만에 다 관찰할 수 있었다. 그만큼 사내 동호회가 열정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 바로 옆에는 웬만한 사설 피트니스 센터 부럽지 않은 사내 피트니스 센터가 있다. 없는 게 없다

"사내 코트는 예약하면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고, 동반 가족 1인까지 무료다. 회사는 직원들이 스포츠 활동을 하길 권장한다. 서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스포츠 게임을 만드는 회사인만큼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 또한 24시간 운영해 직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트레이너가 상주하고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마사지도 가능하다. 비교적 싼 편이다"


▲ 지나다 마주친 웰빙룸은 피곤한 직원들이 잘 수 있는 공간이다


▲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형 세미나실이다. 회의를 하고 있어 들어갈 순 없었다


▲ 2동의 마지막이었던 옥외 휴게실, 날이 좋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 이곳 망원경으로 건너편 산에 스키를 타는 사람도 볼 수 있고, 밴쿠버 시내를 한눈에 넣을 수도 있다


▲ 1-2동 조감도. 2동 옆에 모션 캡처 센터인 3동이 있다




EA가 자랑하는 '모션 캡처 센터', 모션 캡처는 어떻게 이뤄질까?


▲ 바로 여기다


▲ 모션 캡처실에 들어가면 먼저 의상실을 만나게 된다


▲ 여러분은 이제부터 신발 뒤에 달린 저 알맹이에 주목해야 한다




▲ 여기도 알맹이, 저기도 알맹이. 도대체 알맹이들은 무엇일까?


▲ 모션 캡처를 하기 위한 옷은 이렇게 찍찍이 느낌인데, 이 또한 알맹이를 달기 위함이다


▲ 일단 갈아입자


▲ 이분은 유튜브 꾹TV의 꾹님


▲ 구석구석 붙인다


▲ 주로 관절을 따라서 설치됐다. 이유가 무엇일까

모션 캡처 팀은 "이 볼은 빛을 반사하기 위함이다. 모션 캡처 카메라는 볼이 반사하는 빛에 반응한다. 볼은 하나의 점이 되어 선으로 이어진다. 관절에 볼을 설치해 선으로 이으면 사람의 몸이 형상화된다. 총 75대의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해 바로 정교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 옷을 다 입었으니 필드에 나가야...하기 전에 할 일이 있다. 이 빨간 조명 앞에 서는 일이다


▲ 빨간 불빛 안에서 앞에 보이는 화면이 지시하는 포즈를 따라해야 한다


▲ 몇십 가지 동작을 해야 했다


▲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신체 기본값을 측정하기 위함이다. 나중에 실제 모션 캡처를 할 때 오류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 이제 필드로 나가볼까


▲ 많은 소품과


▲ 무대 장치가 있지만


▲ 오늘은 그냥 축구다


▲ 필드 위에는 이렇게 철근이 있는데, 여기에 75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 얘는 50번 카메라


▲ 모션 캡처가 시작됐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T-포즈에 주목해야 한다


▲ 공격을 해서 골을 넣고


▲ 셀레브레이션을 하고


▲ 다시 T-포즈! 이렇게 해야 한 동작이 완성이다. T-포즈는 영화 촬영할 때 사용하는 슬레이트와 같은 거다. T-포즈로 시작해서 T-포즈로 끝이 나야 한다!


▲ T-포즈의 무한


▲ 반복! 호날두도 같은 방법으로 모션 캡처를 했다


▲ 실시간으로 동작이 애니메이션화 된다




▲ 모션 캡처를 하는 데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 세세한 표현이 필요한 애니메이션 감정 씬은 어떻게 해야 될까?


▲ 이때는 다른 장비가 필요하다. 모션 모자와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 모션 모자를 착용하고


▲ 모션 카메라로 연기를 찍으면 문제없다

모션 캡처로만 모델링을 할 순 없다. 모션 캡처는 말그대로 동작을 따내는 거고, 선수의 얼굴과 몸의 형상은 스캔을 통해 구현된다. 스캔을 하기 전에 모션 캡처팀이 간단한 비하인드 얘기도 해줬는데, 가끔 선수들이 왜 말도 안 되는 헤어스타일로 모델링이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보통 트레이닝 때 스캔과 모션 캡처를 한다. 피파에 관심이 있는 선수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 줄 알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머리도 제대로 안 감고 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머리가 너무 지저분해서 자르고 오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통 팀의 주장이 나서서 모범을 보이긴 해도, 어린 선수들은 자주 지각을 하기도 하고 어려움이 많다(웃음)"

한국인 참가자는 밴쿠퍼 화이트캡스로 이적한 황인범의 스캔에 대해서도 물었다.

"우린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MLS(북미 축구 리그)는 우리와 가까운 지역 리그이기 때문에 업데이트도 자주 하는 편이다. 황인범이라는 선수가 화이트캡스에 왔다면, 이른 시일 내에 페이스 스캔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본격적으로 스캔에 돌입했다. 먼저 바디 스캔이었다. 여러 동작을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 이렇게 수백 장의 사진이 찍히게 된다


▲ 사진을 조합해 바디 모델링을 한다. 구현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로 볼 수는 없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은 모션 캡처 팀원이 예전에 자신을 모델링 했던 것이다


▲ 이번에는 페이스 스캔이다. 페이스 스캔은 위 장비를 통해 1초 정도 간격으로 얼굴 사진을 두 번 찍는다. 한 번은 조명을 밝게, 한 번은 조명을 어둡게 한다. 이유는 얼굴의 음영을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 곧바로 사진이 나온다. 어떤 건 밝고, 어떤 건 어둡다는 걸 알 수 있다


▲ 확대하면 모든 잡티가 다 보일 정도로 고화질이다. 무섭다... 뭔가 관찰당하는 느낌이랄까. 페이스-바디 스캔은 촬영에만 한두 시간이 소요된다


▲ 온종일 투어를 하니 어느새 눈발이 흩날렸다. 이제 집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