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으로 예전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카트라이더 리그가 약 10년 만에 야외무대로 나가 결승전을 치른다.

과거 스타크래프트1으로 시작된 e스포츠 리그에서 야외 결승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8년 전인 2001년에도 임요환과 홍진호가 결승전을 하면 수천 명의 팬들이 장충 체육관을 빼곡히 채웠다. 그래서 당연히 그런가 보다 했다. 룰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결승은 더 특별하고 거창한 곳에서 하는 것을.

평소 경기장이 아닌 야외로 장소를 옮겨 결승전을 진행하는 건 그 리그의 인기를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척도가 되기도 한다. 카트라이더 리그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굴곡이 있는 리그다.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보통 하락세를 오래 걸으면 투자를 받기도 힘들고, 신입 선수의 유입, 게임사의 의지 등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생겨 리그가 사라지는 게 보통이다.

수많은 리그들이 그렇게 사라져갔다. 카트라이더 역시 언제나 위기였다. 10, 15년 전 카트라이더 리그는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한 인기 게임이었다. 당연히 리그도 잘됐다. 2차 리그부터 10차 리그까지 야외에서 결승전을 진행했고,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11차 리그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카트라이더 리그에 야외 결승은 없었다.



그런데 작년 후반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카트라이더가 다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피시방만 가도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카트라이더의 부흥은 당연히 리그에도 큰 영향이 있었다.

지난 1월 개막전부터 네이버와 유튜브를 통해 중계되고 있는데, 매 경기마다 10만 여명의 누적 시청자 수를 기록중이며, 1년 전쯤 열린 2018 카트라이더 리그 듀얼 레이스 시즌3와 비교했을 때 약 3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한, 현장을 직접 찾아주는 팬들도 많아졌다.

카트라이더 리그가 시작하기 2~3시간 전부터 넥슨 아레나 앞은 팬들로 가득찬다. 관람객 수 역시 이번 시즌 평균 350명으로 2018 듀얼 레이스에 비해 1.6배 증가했다.

▲ 플레임의 팬미팅 줄


이번 결승 장소가 공개된 후 카트라이더 리그 역사와 함께한 김대겸 해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야외무대를 상상해봤는데, 울컥했다. 10년 만에 외출이다. 마지막 야외결승이 건국대학교에서 진행했던 10차 리그였다. 리그 초기에는 게임 자체의 인기가 높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야외결승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침체기에 접어 들었고, 어떻게 하면 다시 카트 리그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시즌 결승을 야외에서 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꿈만 같았다. 좌석을 다 채울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다행히도 1분 만에 매진됐다.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야외로 나가는 만큼 흥이 절로 나는 텐션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드리겠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아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중계하는 게 내 목표다. 현장에 오지 못하시는 분들도 집에서 같이 재밌게 시청해주시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대겸 해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정준 해설은 카트라이더 리그의 마지막 야외결승이었던 10차 리그 이후 11차 리그부터 합류했다. 카트 중계로는 야외무대 해설이 처음인 정준 해설이지만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준 해설은 "11차부터 중계진도 많이 바뀌고 여러 변화가 있던 시즌이었다. 그런 시기에 투입되었는데, 요즘처럼 많은 분들이 환호해주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이 더욱 신기하고 설레기도 한다.

이제부터 진짜라고 생각한다. 당연하겠지만 결승전에서는 온 힘을 다해 열정적인 중계를 할 예정이다. 목을 다 쓰겠다. 성승헌 캐스터나 김대겸 해설도 마찬가지 일거다. 함께 재밌는 해설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카트라이더 리그 넥슨 관계자는 "보다 많은 관람객을 수용하기 위해 기존 넥슨 아레나에서 외부 행사장으로 결승전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며 "이날 현장에서 페이스페인팅, 포토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해 '카트라이더 리그'를 함께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카트라이더 리그가 다시 야외무대에서 결승전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팬들의 사랑이다. 팬들의 사랑이 없이는 그 어떤 환경에서도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없다. 더불어 게임사의 의지도 강력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리그가 하락세를 걷고 있을 때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리그를 시청하는 팬들이 존재하고, 지금처럼 열화와 같은 성원을 꾸준히 보내준다면 카트라이더 리그는 더 좋은 관람과 재미를 위해 보답할 것이다. 넥슨은 카트라이더에 그런 의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