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수보이' 김지수입니다."

2017 PUBG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이하 PAI)부터 2019 PUBG 코리아 리그(이하 PKL)까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긴 여정을 지나 성숙기에 진입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의 열정만큼은 변하지 않았는데요.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철저한 분석을 통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대표 해설가로 자리 잡은 김지수 해설은 올해도 쉴 틈 없이 달려왔습니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어느 날, 한적한 카페에서 김지수 해설과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약 2년 전에 만났던 김지수 해설은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머금은 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지금의 김지수 해설은 안정과 여유가 공존하는 전문 해설가의 느낌을 물씬 풍겼습니다. 작년 한 해를 오롯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바친 그의 일상은 올해도 같았습니다.

"올해도 작년이랑 크게 다를 것 없이 지냈어요. 스크림이나 선수들 개인 방송, 해외 대회를 수시로 챙겨 보고, PKL 경기가 있는 날에는 심층 분석도 하면서요. 바뀐 게 있다면,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예요. 아무래도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허리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웃음)

이번 2019 PKL 페이즈1에서 김지수 해설은 박상현 캐스터, 김동준 해설의 품을 떠나 새 파트너를 만났습니다. 토요일 경기마다 채민준 캐스터, 신정민 해설과 함께 진행을 맡게 됐죠. 새로운 중계진들을 만난 김지수 해설은 기존 중계진 못지않은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깔끔하게 PKL 페이즈1 일정을 마쳤습니다.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채)민준이 형이나 (신)정민이 형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두 베테랑 중계진 사이에 제가 과연 잘 녹아들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요. 그래서 본 대회 시작 전에 두 분이 출연한 대회 경기들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첫 회식 자리에선 제가 막내인 걸로 서열 정리를 마치고 친목을 다졌죠. 그 이후론 같이 게임도 하고 밥도 자주 먹으면서 금세 친해졌고, 중계도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 팬분들은 이번 중계진 조합이 생소했을 텐데, 반응이 좋아 정말 다행이었어요."


초창기부터 명품 해설을 선보인 김지수 해설의 날카로운 해설 솜씨는 여전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삶의 중심을 기울인 김지수 해설은 본인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 중인데요.

"배틀그라운드는 워낙 전투 구도가 어지러워서, 해설이 한 부분이라도 틀리게 되면 그 실수가 스노우볼로 번지게 돼요. 저도 가끔 실수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집에서 반성문을 써요(웃음). 최근엔 선수들과 같은 시점에서 경기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경기가 끝나면 팀별 방송에서 팀장의 오더를 들으면서 상황을 재구성하죠. 이 팀이 왜, 어떻게 이런 플레이를 하게 됐는지, 그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런 부분들을 선수의 입장에서 이해하면 더 풍부한 해설이 가능해지니까요.

또 '해설을 잘 하는 것'과 '방송을 잘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해설을 처음 시작했을 땐 해설만 잘 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경력이 조금씩 쌓일수록 실시간 방송이라는 무게감이 크게 다가오더라구요. 방송적인 표현이나 중계진들과의 케미 같은 부분도 해설만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항상 노력 중입니다."


한편, 김지수 해설은 아프리카TV 매니지먼트 소속으로 활동 중입니다. 김동준-이승원 해설과 이영호 선수가 속해 있는 아프리카TV 매니지먼트는 최근 박상현, 채민준 캐스터, '빛돌' 하광석 해설, 권이슬 아나운서와도 계약을 체결했죠.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찾은 김지수 해설은 더없이 만족한 모습입니다.

"저한텐 정말 좋은 기회였죠. 프리랜서로는 스스로 일정을 관리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매니지먼트 소속 이후로는 관리를 받게 됐으니까요. 관계자분들 외에도 같이 소속된 선배님들이 방송 내외적으로 절 많이 챙겨주세요.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조언과 본인들의 노하우를 가족처럼 잘 알려주시죠. 이런 말까지 해도 되나? (박)상현이 형은 최근에 55인치 TV를 선물로 주기도 했어요(웃음). 이 기회를 빌어 배틀그라운드 해설로 저를 선택해주신 채정원 본부장님, (박)상현이 형, (김)동준이 형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1월 마카오에서 2019 PAI이 진행됐습니다. 중계진으로 발탁된 김지수 해설은 박상현 캐스터, 김동준 해설과 흥미진진한 진행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죠. 쟁쟁한 해외 팀들을 꺾은 한국 대표 액토즈 스타즈 레드(현 VSG)의 우승으로 끝난 2019 PAI, 김지수 해설은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합니다.

"1일 차에 엘스타즈가 압도적으로 1위에 올랐잖아요. 그걸 보면서 위기감과 의구심이 동시에 들었어요. 17 게이밍이 1위에 올랐다면 이해하겠는데, 분명 엘스타즈는 중국 최강 팀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1일 차 일정이 끝나고 숙소에서 다시 경기를 복기하는데, 엘스타즈의 경기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하늘이 도왔다'였어요. 세 번의 치킨 모두 자기장 운이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던 거죠.

복기를 마치고, 운영 측면에선 분명 해외 팀들이 한국 팀들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확신했어요. 역시나 엘스타즈는 2일 차부터 하락세를 걸었고, 한국 팀들이 제 기량을 드러내기 시작했죠. 우승 팀 예측까진 못 했지만 한국 팀의 우승은 확신했습니다."


2019 PAI 종료 후 머지않아 2019 PKL 페이즈1이 개막했습니다. 김지수 해설은 어김없이 해설자로 나섰는데요.

"이번 2019 PKL 페이즈1은 전 지역 통합 규정으로 진행돼서 큰 의미가 있었어요. 앞으로 긴 호흡의 대회가 이어질 텐데, 그 시작을 큰 사고 없이 잘 끊은 것 같아요. 경기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한국 팀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됐다는 거예요. 앞으로 열릴 국제전에서도 한국 팀들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 페이스잇 글로벌 서밋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들은 중국의 17 게이밍과 OMG를 주의해야 할 거예요. 17 게이밍은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고 있고, OMG는 2019 PAI 진출에 실패한 후로 제대로 칼을 갈았거든요. 또 베트남의 디바인 e스포츠란 팀이 있는데요. 동남아에서 독보적인 최강 팀이예요. 비자 문제로 PAI 2019에는 출전하지 못했는데, 만약 페이스잇 글로벌 서밋에 출전한다면 큰 변수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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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눌수록 김지수 해설은 '진짜'입니다.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배틀그라운드만 보고, 하고, 들은 지 꽤 됐어요. 예전엔 LoL,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게임도 열심히 했는데 말이예요. 최근에 한 번은 '항아리 게임'을 잠깐 했는데, 금세 그만뒀어요. 아무래도 해설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다른 게임을 한다는 게 팬분들께 실망을 드릴까 봐요. 요즘 유행하는 게임들도 최대한 접하지 않으려고 해요.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건 배틀그라운드니까요.

또 커뮤니티에서 "'지수보이'가 다른 게임 해설을 하는 게 상상이 안 된다"는 글을 봤는데, 저도 동의해요. 다른 것에 관심을 두면 배틀그라운드 해설에 빈틈이 생길 것 같아요. 지금처럼 좋은 평가도 듣지 못할 것 같구요. 그래서 다른 종목을 생각하는 것조차 무섭기도 해요.

베테랑 해설자분들께서 여러 종목의 게임을 해설하시는 걸 보면 어마어마한 재능과 노력이 더해진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는 재능이 없는 순수 노력파이기 때문에, 아직 욕심을 낼 그릇은 안 되는 것 같구요(웃음). 지금 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해설에 충분히 만족합니다."


마치 배틀그라운드에 인생을 바친 수도승 같은 느낌입니다. 이 남자, 건강은 괜찮을까요? 문득 김지수 해설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제 생활 패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얘기해줬어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는 개인 방송에서 팬분들과 소통하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또 다른 중계진 분들이 절 칭찬해줄 때 카타르시스가 와요. (박)상현이 형이 '너 오늘 재밌었어'라고 말해주거나, (김)동준이 형이 '이 부분 해설이 정말 날카롭고 좋았어'라고 피드백해주면 제가 비로소 살아있다는 걸 느껴요.

그나저나 이젠 페이즈1도 끝났고, 조금은 여유가 생겼으니 취미를 가져볼까 생각 중이예요. 삶의 여유를 찾고, 에너지도 좀 충전하면 좋겠네요. 운동도 계속 열심히 해야겠고, 조만간 벚꽃축제가 시작되면 혼자 돌아다니면서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싶어요. 네, '혼자'요(웃음).



출범 이후 약 1년 반동안 쉼 없이 변화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김지수 해설은 앞으로 있을 변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줄곧 개선되어 왔죠. 매 시즌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변화될 예정이구요. 다만 선수들이 원하는 e스포츠의 방향성과 시청자, 유저분들이 원하는 e스포츠의 방향성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맞춰나갈 것인지가 중요해 보이네요. 펍지주식회사가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면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눈 이야기에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까지 배틀그라운드인 김지수 해설. 다음에 만나볼 그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다른 건 몰라도, 한층 성숙해진 e스포츠 해설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제 꿈은 재미있는 구전 동화 같은 배틀그라운드 해설을 하는 거예요. 각 팀과 선수의 스토리를 통해 더욱 재밌고 풍성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대한 팬분들의 애정과 관심을 잘 알고 있기에, 실수를 줄이고 항상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늘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