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SBA(서울산업진흥원)이 명동 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집에서 '2019 인디게임포럼'을 오늘(24일) 진행했다. 이번 포럼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 자작 게임물 공유 사이트 '주전자닷컴', '플래시365' 등을 제재한 사태를 계기로 마련됐다.

기조연설을 맡은 버프스튜디오 김도형 대표는 "2004년 바다이야기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 왜 초등학생의 플래시 게임을 잡게 됐나"라고 운을 떼며 "최근 게임위가 비영리게임 심의 면제를 추진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자육로운 게임 창작 문화를 위해 영리든 비영리든 자율적으로, 사후심의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도형 대표는 "넥슨 김정주 대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의 공통점은 모두 1990년대 PC 통신시절 게임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한 게 밑거름이 됐다"며 자유로운 게임 창작 문화는 지금 2019년이 1990년대보다 퇴보했다고 평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만약 90년대에 지금과 같은 규제가 있었다면, 앞서 소개한 대표들이 지금의 넥슨, 엔씨소프트, 펄어비스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 법무법인 주원 김진우 파트너변호사

다음으로 법무법인 주원의 김진우 변호사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사전심의 근거 조항을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21조 1항에 기재된 유통시키거나 제공할 목적으로 제작 또는 배급하는 자 모두를 사전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포괄적 규제라 볼 수 있다"며 "친구에게 보여주는 것도 포함할 수 있어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해석했다.

김 변호사는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제출해야 할 '게임물 내용정보 기술서'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기술서에는 게임 내 여러 콘텐츠를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 항목을 나누어 적어야 하는데, 이는 이미 게임위의 편견과 예단이 전제됐다는 의문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음악와 영화와 같은 다른 문화 산업의 사례를 보더라도 게임물 사전심의는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 헌법 제 21조 2항은 언론, 출판에 대한 검열을 금지한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음반과 영화도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사후심의로 변경됐다. 헌재는 "음반과 영화도 언론 출판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임이 명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진우 변호사는 "애초에 일의적으로 모든 게임은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발상은 행정편의적, 권위적 발상과 입법의 문제다"라며 "이런 관치행정적인 통제가 없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업계 스스로 주체가 되어 책임을 지는 자율규제 방향이 마땅하며, 게임산업과 정부는 대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라고 끝맺었다.

이어지는 세션을 맡은 R'FN 허양일 대표(前 선데이토즈 임원)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게임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게임산업의 위기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너무 샤이(shy, 수줍은)하다는 점도 지적하며,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시대의 인재들은 모두 어린 시절 게임을 즐기거나 개발했다"라는 사례를 들며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과거 사례 외에도 현재 주목받는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나 자율주행차에 도입된 요소도 모두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로 꼽았다.

"게임은 오랜 규제 속에서 문화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산업으로 스스로 성장했다"며 "이런 산업을 지금 상태로 계속 놔둘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키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허양일 대표는 전했다. 말미에 그는 마블에 등장하는 캡틴 아메리카를 예시로 들며 "영웅을 계속 냉동인간 상태로 잠들게 할 것인가? 아니면 깨워 지구를 구하게 할 것인가?"라고 게임을 비유했다.

한편, 오늘 행사에 참석한 주전자닷컴 박훈 대표는 "지난 제재는 안타깝지만, 이를 계기로 오늘과 같은 포럼이 생겨 문제를 조명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라며 "나쁜 걸 나쁘게 끝내지 않고, 좋게 만드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 "냉동된 게임산업을 놔둘 것인가? 아니면 깨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