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해도 '33'인 오버워치 리그, '자극적인 맛'도 있다?

삼삼하다 :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 오버워치 e스포츠를 보는 이들이라면, '33'으로 불리는 3탱-3힐 메타에 대해 앞선 사전적인 의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질 것이다. '33'의 묘미는 오버워치 컨텐더스 KR과 리그 스테이지1 결승전을 통해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다.

반대로, 패치와 스테이지의 변화에도 여전히 '33' 메타가 이어져오면서 싱거움을 느끼는 이들도 생겨났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프로들이 방패-망치와 도리깨를 들고 있다. 화끈한 에임과 헤드샷을 자랑하는 이들이 어중간한 둔기로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니... 신 영웅이 합류하고 새 패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3탱-3힐이라는 체제가 유지되면서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기존 영웅 대신 윈스턴-아나와 신 영웅 바티스트가 투입돼 바뀐 '33'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지만 몇몇 팀과 프로게이머들은 이런 변화 속에서 빈틈을 찾아냈다. 새롭게 등장하는 영웅을 카운터 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딜러를 기용하는 팀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처럼 자칫 지루할 법한 '33' 구도에 변화를 주는 명장면을 만들어내면서 말이다. 때로는 '삼삼'한 맛에도 자극적인 맛이 필요하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선수와 오버워치 리그 경기를 3주 차 TOP5 플레이 영상과 함께 소개해보겠다.

▲ OWL 3주차 TOP5 플레이어 '린저-에일린-띵-IDK-토비'


푸른 눈동자의 '부산맨-린저'
경기는 패배해도 부산은 포기 못해!

▲ 인천에서 한국대표팀과 경기 펼친 바 있는 '린저'

휴스턴 아웃로즈는 스테이지2에서 0승 3패로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이다. 오버워치 월드컵을 경험한 각국의 유명한 딜러들이 포진한 팀이어서 변화에 강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성적이 스테이지1보다 하락했다. 0승 3패 팀에게 큰 기대를 할 팬은 많지 않다. 그런 휴스턴이 의외로 1세트에서 연승을 달린 바 있다. 승리의 주인공은 1세트 부산맵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린저'의 솔져 76다.

부산맵에 등장하는 '린 병장'은 확실히 달랐다. 홀로 솔져 76로 3킬 이상씩 올리는 장면을 2주 연속 보여줬다. 한 주간 오버워치 리그의 TOP5 플레이를 선발하는 영상에 2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부산맵을 장악하고 있다. 비록, 다음 세트부터 '이젠 아니야'라는 대사처럼 쉽게 볼 수 없는 솔져 76이지만, 확실히 부산에서는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린저'의 에임은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핀란드 국가대표 시절부터 남다른 위도우메이커 활용으로 이름을 날렸고, 솔져 76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술 조준경 없이도 매서운 그의 에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홀로 전장을 휩쓰는 솔져 76의 화끈한 킬을 보고 싶다면, 휴스턴 의 1세트 부산 만큼은 눈여겨 볼만하다.


5연패 늪 탈출! 안전제일 주먹 '에일린'
'33' 진형 파괴, '그 영웅' 둠피스트가 돌아왔다


단단한 '33'을 돌파하지 못할 것 같다? 스테이지2 전패 탈출을 위해 광저우 차지가 뽑은 카드는 둠피스트였다. 한동안 거점에서 버틸 때나 잠시 나왔다가 들어가던 그 영웅이 돌아온 것이다. 최근 빠른 초반 궁극기 활용을 위해 윈스턴-아나 '33'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힘을 빼 놓기 위해 등장한 둠피스트는 더 위력적이었다. 성난 고릴라인 윈스턴을 다수의 CC기로 온순하게 만들어놓을 정도로 '에일린'과 광저우는 특유의 둠피스트의 활용을 입증한 바 있다.

무엇보다 '에일린'의 장점은 적절히 치고 빠질 줄 안다는 것이다. 자칫, '외줄타기' 같은 플레이를 펼치다 떨어지기 쉬운 둠피스트의 플레이를 순조롭게 이어가고 있다. 들어오는 둠피스트에 당황한 상대는 온갖 기술을 낭비하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에일린'의 뒷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이렇게 둠피스트를 활용한 광저우는 5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비록, 항저우 스파크와 풀 세트 대결에서 패배했지만, 애틀란타 레인과 초장기전 끝 승리에 기여하면서 여전히 건재한 둠피스트 활용을 선보였다. 위 영상처럼 견고한 3탱-3힐이 주먹 하나에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광저우 차지의 경기를 추천하고 싶다.


EMP-포화에 머리가 '띵'
'띵'과 P.O로 승천할 준비하는 상하이 드래곤즈?


상하이 드래곤즈는 스테이지2 딜러 메타 활용의 적절한 예를 잘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스테이지2 초반만 하더라도 그토록 집착하던 '죽이는 타이어'에 펑크가 잦았다면, 이제는 파라-솜브라를 활용한 공중전-해킹전까지 장악하며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 '띵' 양진혁이 있다. 컨텐더스 시절부터 파라로 이름을 떨쳤고, 스테이지2를 맞아 파라-솜브라로 상하이의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버워치의 최고급 기술력을 최대로 다룰 줄 아는 양진혁은 위 영상(TOP3)처럼 솜브라의 EMP로 상대를 '띵'하게 만들었다. 스테이지1부터 파라 체제를 고수한 청두 헌터즈와 '진무'의 파라를 격추시킬 정도로 '띵'이 한 수위의 기량을 뽐내기도 했다.

이제는 1년 넘게 연패로 고통받던 상하이가 아니다. '띵-디엠-디야-영진'과 같은 다수의 딜러로 다양한 경기 양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딜러를 가장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팀 중 하나가 됐다. 여전히 최상위권은 '33'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상하이가 딜러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 파라로 공중까지 장악한 '띵'



낙사로 세운 아이헨발데 '토비교(橋)'
DJ '토비', Drop the beat & hero


그동안 루시우 슈퍼플레이를 넘어선 명장면이 나왔다. 맵 구간 별로 한 번에 두 명씩 떨어뜨리는 장면은 리그를 꾸준히 봐왔던 팬들에게 익숙할 수 있다. TOP2에 이름을 올린 'IDK'를 를 비롯한 많은 팀 루시우들이 충분히 보여줬던 장면이기도 하다. 이번 TOP1 장면의 주인공인 '토비' 양진모는 좀 더 나아갔다. 승패를 홀로 결정지을 만한 역할로 뻔한 '33'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것이다.

아이헨발데의 2점 직전의 구간에서 서울 다이너스티와 댈러스 퓨얼이 접전을 펼치는 상황. '토비'는 화물이 조금만 전진해도 게임이 끝날 수 있는 순간에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마지막 수비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벽을 타고 돌아 쉴 새 없이 상대를 떨어뜨린 것. 상대의 대지분쇄와 중력자탄에 아군이 쓰러질 때 힐러 본연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며 힐러 캐리의 끝을 선보였다.

과거 루나틱 하이 시절 피지컬이 뛰어난 힐러로 이름을 날렸던 '토비'. 한동안 주전의 자리를 잡지 못 했지만, 댈러스 퓨얼 전 완승을 이끌며 이전 부진을 자신의 손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나아가, '토비'에게 이번 승리는 시즌2에서 처음으로 한 경기를 온전히 소화했기에 더욱더 값지다고 볼 수 있다.


돌아온 겐지의 '학살' 장면
신 영웅 바티스트에 확실한 신고식

▲ B.O.B 조합 '학살'하는 밴쿠버 (영상 출처 : 오버워치 리그 유튜브)

밴쿠버 타이탄즈가 현 최강 전력이란 건 경력들이 입증하고 있다. 3탱-3힐 메타에서 컨텐더스-리그 스테이지1까지 최근 우승을 모두 휩쓸었기에 그렇다. 여전히 밴쿠버의 3탱-3힐은 강력했고, 순조롭게 3세트까지 가져면서 승리를 확정짓고 있다.

더욱 무서운 건 승리를 확정지은 밴쿠버가 새로운 변화까지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딜러 '후렉-스티치'를 기용하는 것은 물론, '학살' 김효종의 악명높은 겐지를 꺼내는데 거침없다. 스테이지1만 하더라도 브리기테의 방패와 도리깨에 맞고 쫓겨나는 듯한 장면이 있었지만, 브리기테의 자리를 대신해 바티스트가 등장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상대인 보스턴 업라이징이 바티스트-오리사-바스티온(B.O.B) 조합을 꺼내자 밴쿠버는 바로 주 무기인 겐지로 '학살'을 시작했다. 위 영상처럼 팀원과 함께 들어가 B.O.B의 수비 라인을 순식간에 돌파해내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오리사의 벽을 넘어 바티스트의 불사 장치를 터뜨리고 용검으로 모든 걸 가르는 '학살'의 겐지는 명불허전이었다. 핵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피지컬에 팀적인 합과 어우러져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느낌마저 든다.

이렇듯 새로운 '33'을 파훼하기 위해 프로들이 새로운 무기를 계속해서 갈고 닦는 중이다. 3탱-3힐과 B.O.B 조합에 맞서는 새로운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아직 시즌2 스테이지2의 절반밖에 안 지난 상태다. 새로운 조합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마지막 승자가 될 팀은 어떤 스타일을 구사할 것인가. 시즌1처럼 스테이지 후반부의 승자가 뒤바뀔 수도 있기에 절대 방심할 수 없는 게 오버워치 리그다.

이미지 출처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