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피지 않는 꽃은 없습니다. 다만 그 시기가 다 다를 뿐이죠. 이번 봄에는 '고스트' 장용준 선수의 꽃망울이 활짝 피어올랐습니다.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만개한 실력을 뽐내며 소속 팀 샌드박스 게이밍의 주축 멤버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bbq 올리버스에서 강등 겪은 뒤, 샌드박스 게이밍에 입단해 두 번째 기회를 거머쥔 2018년 12월. 당시 '고스트' 선수의 목표는 단순히 '잘해지고 싶다'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스프링을 통해 그 목표를 이뤘다는 점을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스트' 선수는 이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단 몇 달만에 분명한 변화와 발전을 맞이한 '고스트' 선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봄을 지나고 여름을 앞둔 '고스트' 선수를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Q.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샌드박스 게이밍의 원거리딜러를 맡고 있는 '고스트' 장용준입니다.


Q. 스프링 스플릿이 끝나고 휴가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시즌 중간에 휴식이 많이 부족했었는데,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면서 마음 편하게 있으려고 노력했어요. LoL과는 좀 멀어져서 있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웃음). 여행은 안 다녀오고 진짜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편히 있었어요.


Q. 샌드박스 게이밍 입단 직후에 인벤과 인터뷰를 하셨었잖아요. 인터뷰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팬들의 응원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렸는데, 예상하셨나요?

아뇨, 그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실제로 경기 끝나고 팬미팅 할 때 오셔서 인터뷰를 보고 많이 힘이 됐다는 분도 계셨거든요. 사실 그 인터뷰 덕분에 제가 힘을 가장 많이 받았죠. 이후에 시즌이 시작하고, 성적까지 같이 잘 나오니까 더 힘이 됐던 것 같아요.



Q. 그 인터뷰를 할 당시와 지금의 마음이 정말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그때는 목표로만 이야기 했던 것들이 어느 정도 현실이 됐잖아요. 스플릿을 마치고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승격강등전만 가지 말자는 마음이었는데, 성적이 잘 나오다보니까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최종 5위로 스플릿을 마쳤는데도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섬머 때는 더 잘해서 높은 순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포스트 시즌에 올라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저희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2위를 유지하고 있었잖아요. 근데,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순위가 점점 내려왔고... 이게 포스트 시즌 순위권 밖에서 올라온거면 기분이 되게 좋았을 것 같은데, 2위에서 내려온 거라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것 같아요.


Q. 시즌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극초반에 그리핀을 만나기 전까지 5연승을 내리 달렸어요.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2018 케스파컵이 끝나고 나서 지금 멤버가 갖춰졌고, 정식으로 연습을 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스크림 성적이 좋은 거예요. 처음에는 좀 못 믿었어요. 잘한다는 생각보다 '이게 우리 실력이 맞나?'라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리고 나서 대회장에 가서 처음으로 경기를 했는데, 딱 우리가 연습했던 것처럼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1승, 2승 해나가고, 연습도 계속 이기고 하니까 그때서야 알았죠. 우리가 잘하는구나, 자신감을 가지고 해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Q. 초반부터 성적이 그렇게 잘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다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상대 팀을 신경쓰지 않고, 우리가 할려고 하는 플레이에 집중해서 경기를 풀어나간 게 좋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경기의 방향을 먼저 잡고, 그대로 이끌어 갔던 게요.


Q. 그리고, 샌드박스 게이밍이 어쨌든 2부 리그에서 막 올라온 신예팀인데 장점이 운영이었단 말이에요. 그런 점도 참 신기했거든요.

저도 이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근데 저희가 겉보기에는 신인팀처럼 보이는데, 선수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온플릭' 김장겸 선수를 제외하고는 다 경력이 오래됐더라고요. 최소 3년? 그렇게 보면 사실 신예인 척하는 오래된 팀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그래서 운영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그런 운영을 이끌어 나가는 메인 오더도 있나요?

저희는 라이너들끼리 말을 되게 많이 해요. 그러면 '조커' 조재읍 형이 저희가 준 정보를 취합하고 어떤 걸 해야할지 정리해주죠. 또, 라이너가 무언가 해야 할 각이 보일 때는 먼저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가 오더를 따라주기도 해요.


Q. 후반부에는 살짝 힘이 빠지는 모습으로 아쉽게 정규 시즌 4위까지 떨어졌어요. 이유가 뭐였을까요?

저희가 그때 쉬지 않고 달리던 상황이라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왔던 것 같아요. 그것과 게임 내적인 문제가 겹치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불안해졌죠. 뭐가 문제인지 잘 파악을 못하고 흔들렸던 게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팀들의 폼이 점점 올라왔던 것도 있었고요.



Q. 포스트 시즌에서는 담원게이밍과 만났습니다. 사실 상대전적이 굉장히 앞서는 상황이었는데, 아쉽게 패했죠.

아무래도 저희가 큰 무대가 처음이다 보니까 저도 그렇고 다들 긴장을 너무 많이 했어요. 그래서 원하는 경기를 못했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아쉬웠어요. 경력이 길다 해도, 큰 무대는 다들 처음이었거든요. 경험의 중요성이 크게 와닿더라고요.


Q. 이번 스프링에서 팀에서 '서밋' 박우태 선수와 '고스트' 선수가 가장 주목을 많이 받았어요. '고스트'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봇이 딱히 라인전에서 진 경우가 없는 것 같아서 제 할 일은 다 하지 않았나... 근데, 제가 잘한만큼 우태 형도 슈퍼플레이를 많이 해서 비슷하다 정도? 사실 다 같이 잘했죠. 다 잘했으니까 그만큼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고스트' 선수는 평소 칼리스타, 드레이븐과 같이 캐리력이 있으나 그만큼 숙련도가 높고 피지컬이 필요한 챔피언을 선호하시잖아요. '고스트' 선수에게 잘 맞는 챔피언인가요?

개인적으로도 잘 맞고, 팀에도 잘 어울려요. 저희가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거기에 어울리는 챔피언을 찾다보니까 나왔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고스트' 선수의 '최애' 챔피언은 무엇인가요? 지금 입고 계신 티셔츠의 주인공인 드레이븐인가요?

아뇨. 드레이븐보다는 칼리스타요. 제가 예전부터 자신있었던 챔피언이거든요. 아마 제가 칼리스타는 세상에서 제일 잘하지 않나 싶어요(웃음). 이번에 결과도 잘 나와서 더 좋아지게 된 것 같아요.


▲ '제 최애는 칼리스타지만, 그림은 드레이븐으로 그릴래요'

Q. 칼리스타 하니까 경기 퍼즈 이슈가 생각나네요. '고스트' 선수의 칼리스타에서 버그가 발생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된 적이 있었죠. 꽤 긴 퍼즈였잖아요.

원래 칼리스타가 평타를 치면서 점프를 뛰어야 하는데, 미끄럼틀을 타듯이 미끄러지더라고요. 그래서 버그가 있는 것 같다고 하고 퍼즈를 걸었는데, 이야기가 잘 안 돼서 시간이 좀 길어졌어요. 재부팅인가 PC 교체를 하고 나서 괜찮아져서 경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Q. 당시 퍼즈와 함께 화제가 됐던 게 나중에 공개된 '전지적 프로시점(선수들의 경기 음성 채팅을 담아낸 LCK 영상 콘텐츠)'에서 '온플릭' 선수가 끊임없이 '아재 개그'를 치는 장면이었는데, 기억 나시나요?

그 형이 흰 도화지 같은 형이었는데, 제가 물감을 잘 못 뿌린 것 같아요. 점점 이상해지더라고요(웃음). 저도 아재 개그를 좋아해서... 제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방도 같이 써서 함께 있는 시간도 길고. 팀원들 반응은 항상 영상에 나온 그대로예요. 우태 형은 '왜 그럴까' 이러고 있고, (조) 재읍이 형은 가끔씩 같이 하고. 다들 즐기는 것 같아요.


Q. 이번 스프링에는 '고스트' 선수에 대한 좋은 평가도 굉장히 많았어요.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말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 중에는 제일 잘하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앞으로 제가 더 잘해진다면 지금이 전성기는 아니게 되는 거잖아요. 그게 제 목표예요. 지금이 전성기가 아닐 수 있게 더 기량을 끌어올리는 거요.



Q. 이제 섬머 시즌이 다가오잖아요. 우선, 샌드박스 게이밍이 가지고 있는 올해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일단, 스프링 때보다 더 높은 등수를 받는 건 당연하고요. 이제 막 다같이 모여서 섬머 시즌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단계인데, 모두 다 우승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우승만 하면 롤드컵도 직행이니까요. 섬머 때는 큰 무대 가서도 안 떨고 잘 하고 싶어요.


Q. 개인적으로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시즌 전에 이야기 했었던 부진을 털고,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건 일단 이루신 것 같은데요.

이번에 MVP 포인트 1,000점을 채우고 싶었는데, 잘 안 돼서 아쉬웠거든요. 섬머에는 1,000점 한 번 채워보겠습니다!


Q. '고스트' 선수가 굉장히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해서 벌써 연차가 꽤나 쌓였어요. 팬들에게 '고스트' 선수는 어떤 이미지의 선수일 것 같나요? 개인적으로 생각하시기에요.

이번 스플릿을 통해서 많이들 놀라시지 않았을까요? 작년에 많이 못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 플레이하는 걸 보시면서 '얘도 이렇게 할 수 있었네'라는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놀라게 한 선수라고 해야 하나.



Q.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선수로 남고 싶으신가요?

부진을 딛고 일어서서 계속 승승장구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우승 커리어를 쌓아야겠죠. 우승은 언제나 욕심이 났지만, 멀게만 느껴졌거든요. 이제는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Q. 개인적으로 이건 꼭 물어보고 싶었는데, '고스트'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승자 인터뷰에서 패자를 비난하기보다 승자를 축하해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했던 게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항상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내가 이야기를 한다고 모든 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인터뷰를 보고 한, 두 분이라도 마음을 바꾸시면 더 좋은 문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팀에 먼저 양해를 구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물론 프로이기 때문에 지면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 맞아요. 그런데, 선을 넘는 비난들이 정말 많아요. 가족을 욕한다거나,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건 정말 잘못 됐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마무리 멘트할게요! 팬들이나 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맘껏 하시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이번 생일 때 팬분들께서 메시지 북이랑 선물들 챙겨주셨거든요. 팀에서 주최한 공모 이벤트를 통해서 그림도 그려주시고.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스프링 때는 위쪽에서 미끄러지면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는데, 섬머에는 더 열심히 연습해서 꼭 좋은 결과 들고 오겠습니다.

또, 샌드박스 게이밍 이필성 대표님, 나희선 이사님, 김범휴 이사님, 이영민 부대표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정말 잘 챙겨주셨거든요. 숙소에 안마 의자도 사주셔서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아요. 성적으로 꼭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