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하스스톤 e스포츠를 대표하던 '하스스톤 챔피언십 투어(HCT)'가 폐지되고 새 프로그램 '하스스톤 마스터즈'가 신설됐다. '하스스톤 마스터즈'의 최상위 리그의 '그랜드 마스터즈'에선 북미, 유럽, 아시아 등 3개 지역 48명의 선수가 대결을 펼친다. 새롭게 도입된 '스페셜리스트' 룰과 함께한 하스스톤 그랜드 마스터즈, 아시아 지역의 첫 번째 우승자는 '서렌더' 김정수였다.

'서렌더' 김정수는 하스스톤 유저라면 모르는 이 없는 유명 인사다. 2015년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서렌더' 김정수는 2017년 HCT 섬머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월드 챔피언십 4강에 오르며 커리어 정점을 찍었다. 이후 프로게임단 SKT T1에 입단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e스포츠 종목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이제 '서렌더' 김정수는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 한다. 대회 무대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그였지만, 2019 하스스톤 그랜드 마스터즈 시즌1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누구보다도 예리하고 정교했다. 오랜 경력에도 식지 않은 '서렌더' 김정수의 열정과 노력은 앞으로 더 많은 명예와 보상을 가져다줄 예정이다.




Q. 하스스톤 그랜드 마스터즈의 첫 우승자가 된 소감이 궁금하다.

리그 시작 전 두 개의 시즌 중 한 번은 꼭 우승해서 블리즈컨에 가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러한 목표를 일찍 달성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Q. 리그 2주 차에 1승 3패로 공동 꼴찌를 기록했었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

다른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대회 전부터 열심히 노력했는데, 성적이 그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암울해 하진 않았다.


Q. 3주 차부터 다수의 승리를 쌓으며 상위권으로 올라갔다.

나한테 가장 잘 맞는 덱을 찾은 게 주효했다. 3주 차부터 꾸준히 전사를 플레이했는데, 한 번 이기기 시작하니 자신감이 붙으며 내 플레이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반면 상대방들은 내게 부담을 느낀 것 같다.


Q.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선 도적을 사용했다. 어떤 이유인가?

전사 대 마법사 매치업의 상성이 반반이었는데, 리그 중간 진행된 밸런스 패치로 마법사가 유리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시즌 중에도 도적을 종종 사용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마법사를 의식해 도적을 꺼냈다. 전반적인 밸런스는 마법사가 가장 좋지만 도적이 내 플레이 스타일에 더 잘 맞는다.


Q. 결승 상대 '알루테무'와 시즌 전적이 1승 1패였다. 결승 대진 성사 후 승리할 자신이 있었나.

약 3주 전 동일한 매치업(도적 vs 마법사)으로 '알루테무'에게 승리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또한 결승전은 유일하게 5판 3선이었는데, 이 부분에서도 보조 카드 활용의 이점이 내게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덕분에 1세트 패배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Q. 우승을 달성하기까지의 연습 과정이 궁금하다.

한국 선수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특별한 보답을 한 적도 없는데, 요청만 하면 성심성의껏 연습 상대가 되어줬다. 또 같은 팀 선수인 '페노메노'와 '오렌지'도 많은 도움을 줬는데, 연습을 도와준 모든 선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Q. 시즌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상대가 있다면?

내게 유일하게 0승 2패를 안긴 '플러리' 조현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음 시즌에는 같은 그룹에서 안 만났으면 좋겠다(웃음). 상대하기 싫은 게 아니라, 도와주고 싶기 때문이다. 난 이미 블리즈컨 진출에 성공했으니, 시즌2에선 다른 한국인 선수가 우승했으면 한다.


Q. 그랜드 마스터즈엔 올해 첫 도입된 스페셜리스트 룰이 적용됐다. 해당 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다양한 룰을 시도하는 것은 대회를 더욱 흥미롭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러 직업을 보고 싶은 시청자분들에겐 부정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여러 직업을 플레이하는 데 자신 있기 때문에 기존 정복전 룰이 더 마음에 든다.


Q. 현재 상위 4개 직업의 점유율이 매우 높다. 현 메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야생 시스템이 추가되며 매년 카드 풀이 조절되고 있는데, 지금이 카드 풀이 적은 시점이기에 직업마다 격차가 있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다음 확장팩에서 밸런스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Q. 다음 달 새 확장팩인 '울둠의 구원자'가 출시되는데,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

가장 중요한 건 매력 있는 카드들이 얼마나 나오느냐다. 유저들이 플레이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카드 말이다. 확장팩마다 모든 카드가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확장팩이 됐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카드를 이용하는 콤보 덱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컨셉의 카드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Q. SKT T1에 입단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2015년부터 프로 팀에서 활동했는데, SKT T1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곳이 없었다. 날 믿어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이번 우승을 통해 팀에 어느 정도 보답한 것 같아 기쁘다. 또 '페노메노' 선수의 유럽 지역 우승을 축하한다. '오렌지'와 '보어컨트롤' 모두 뛰어난 선수인만큼 시즌2에선 좋은 성적 거둘 것이라 믿는다.


Q.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는 데 실력과 운의 비중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처음엔 50 대 50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헌터레이스'와 '페노메노', '세이코' 등 우수한 선수들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이번 HCT 월드 챔피언십에서 '헌터레이스'의 우승을 보며 실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실력이 80, 운이 20 정도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헌터레이스'가 이야기했던 '헷갈릴 땐 명치를 쳐라'라는 이야기에 동의하는지.

난 그 이야기를 일찍이 '식소'에게 많이 들었다(웃음). 내 생각엔 맞는 말 같다. 난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소극적으로 변해 눈앞에 있는 수에 연연해하는데, 그럴 때 차라리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하스스톤 e스포츠와 관련해 블리자드에 기대하거나 보완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고등학생 때부터 하스스톤 e스포츠를 즐기며 느낀 점이 있다. 누구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보상을 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그랜드 마스터즈가 도입되며 최선을 다해 연습하는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 가능성에 제약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하스스톤 유저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Q. 블리즈컨에서 열릴 그랜드 파이널 진출이 확정되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앞으로 열릴 서울 마스터즈 투어와 그랜드 마스터즈 시즌2을 대비해 열심히 연습할 것이다. 두 대회에 노력을 쏟는다면 기세가 이어져 그랜드 파이널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Q. 올해 남은 기간 동안의 목표가 있다면?

2017년 월드 챔피언십에선 4강까지 올랐는데, 올해는 글로벌 파이널 우승을 목표로 달리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솔직히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믿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대신 큰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걸 놓치지 않고 잘 잡는 편이니, 글로벌 파이널을 포함해 앞으로 있을 경기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