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세덱에서는 '게임 업계의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비결'이라는 주제로 대담 세션이 마련됐습니다. 대담에는 역전재판 시리즈의 메인 디자이너인 캡콤의 누리 카즈야 아트 디렉터와 '길티기어 시리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크시스템웍스의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CCO가 패널로 참가했고, 일본의 만화가 스즈키 미소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이날 세션은 진행자가 두 패널에게 질문을 던지면,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 중인 두 패널이 그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약 50분간 진행됐는데요. 게임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두 일러스트레이터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어떤 비결을 사용했는지,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았습니다.




스즈키 미소 : 이번 대담에서는 게임 업계에서 높은 퀄리티의 캐릭터 디자인과 아트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두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평소에 두 분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 디자인을 하시나요?

누리 카즈야 : 일단 게임이니까, 게임의 장르를 먼저 생각하고 다음은 유저가 실제로 조작하는 캐릭터인지, 아니면 이야기에 등장하여 유저가 바라보게 되는 캐릭터인지 먼저 고려하는 편입니다. 캐릭터에 움직임을 넣게 되면 비주얼적인 부분 이외에도 원활한 개발 작업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실제로 현실 세계에도 있을법한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 캐릭터를 현실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겠구나'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며 리얼리티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보통은 개발 과정에서 만들고자 하는 성격의 캐릭터 비주얼을 대강 정해둔 후, '이런 성격의 캐릭터는 어떨까요?'라고 제안해오는 편입니다.

▲ 누리 카즈야 캡콤 아트 디렉터

※ 누리 카즈야 (塗 和也) - 역전재판 시리즈의 세 번째 메인 디자이너. '역전재판4', '레이튼 교수 VS 역전재판'. '대역전재판'의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다. 나루호도를 잇는 역전재판 시리즈의 두 번째 주인공 '오도로키 호우스케'는 그가 탄생시킨 첫 번째 캐릭터다.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저는 캐릭터를 만들 때 특별히 리얼리티를 의식하고 만든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캡콤의 누리 씨처럼 메이저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고, 아크시스템웍스도 기업이라기보다 작은 동인 집단 성격의 회사이기 때문에, 오늘은 그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크시스템웍스에서는 주로 대전 격투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격한 움직임이 들어가는 장르 특성상 여러 각도를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격투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과장되거나 호쾌한 움직임을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 속에 등장할 캐릭터의 모습을 이후에 성격을 상상한 뒤에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편입니다.

평소에도 낙서 수준의 간단한 스케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연필로 그린 캐릭터를 3D로 옮기는 작업을 하다보니, 제일 처음 생각한 것처럼 이미지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본 스케치는 정말 러프하게, 간단하게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언제였던가 '항상 자면서 싸우는 캐릭터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캐릭터의 매력 포인트만 간단하게 표현한 낙서 같은 스케치를 플래너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들어진 캐릭터가 길티기어의 '베드맨'입니다. 이렇게 캐릭터의 특징이나 성격 같은 걸 먼저 정하고, 그 이후에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아크시스템웍스 CCO

※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石渡 太輔) - 아크시스템웍스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그는 게임 제작자 겸 일러스트레이터 겸 게임 음악가로 활동 중이다. '길티기어 시리즈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로도 불리며, 블레이블루 시리즈의 배경음악 작업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 "3D 작업물로 완성해야하기에, 스케치는 러프하게 아이디어를 담는 정도"

▲ 갑자기 떠오른 러프 스케치로 만들어진 캐릭터 '베드맨'

스즈키 미소 : 캡콤에서는 역시 '이러이러한 느낌의 일러스트를 그려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은 후에 미팅을 거치고, 그 후에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은가요?

누리 카즈야 : 정해진 어떤 이미지를 그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물론 많기는 한데,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캐릭터 디자인을 먼저 만드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이때는 회의를 진행하면서 알맞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하죠. 일러스트가 주는 영향력, 파워가 생각보다 큰 편이기 때문에, 이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그림을 먼저 만들고, 그 후 세밀한 작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할 수 있겠네요.



스즈키 미소 : 캐릭터성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특히 '게임'이기 때문에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강화법이란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액션 게임의 경우, 펀치를 주로 사용하는 캐릭터라면 포인트가 되는 손에 눈에 띄는 아이템을 배치하거나, 독특한 색깔을 넣어서 강조하는 편입니다. 물론 발차기가 특징이라면 발을 강조하고, 캐릭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 긴 백뷰 시점의 게임이라면 등에 커다란 무기를 배치하거나, 한눈에 확 띄는 포인트를 넣어줍니다. 이렇게 유저가 바라보는 시점을 고려해서 강조하는 것이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캐릭터 디자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리 카즈야 : 같은 개념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탑뷰 시점인 경우에는 캐릭터의 전체적인 모습이 더 보일 수 있도록 원화보다 캐릭터 모델링의 머리를 작게 만들기도 합니다.

스즈키 미소 : 유저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게임을 바라보는 시점을 고려하고, 처음부터 이를 의식하면서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이군요.

누리 카즈야 : 그게 애니메이션처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과 게임의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즈키 미소 : 캐릭터의 의상이나 액세서리 같은 것도 처음부터 전부 생각해두는 경우가 많겠네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액세서리도 캐릭터를 상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많이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옛날에 '근육맨'이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여기에 발만 봐도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는 캐릭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실루엣만으로 어떤 캐릭터인지 딱 알 수 있게 만드는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편입니다. 그렇게 해야 잔뜩 있는 격투 게임 캐릭터 중에서도 유저들의 인상에 남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죠.



스즈키 미소 : '게임' 캐릭터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신경쓰는 부분도 있나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아크시스템웍스에서는 3D로 만들지만, 유저들로 하여김 2D처럼 보이게 하는 컨셉의 게임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더 2D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하는 편이죠. 이미지를 하나 보여드릴게요. 한쪽이 3D로 만든 기본 모델링이고, 다른 쪽은 약간의 약간의 '거짓말'을 추가해서 얼굴 형태를 조금 바꾼 것인데요. 카메라가 비추는 각도에 맞춰 더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모습으로 입의 위치나, 눈의 위치를 변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하나의 완성된 그림처럼 보이게 되거든요. 이러한 작업은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누리 카즈야 : 2D 표현의 멋진 부분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앞에서 보면 이상한 얼굴처럼 보일거에요. 하지만 화면상에서는 정말 예쁘게 보이죠.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고, 이렇게 커스터마이징을 하지 않으면 캐릭터의 매력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3D 모델링을 만들 때 까다로워질 수 있는 디자인을 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뽀글뽀글한 머리라든지, 땋은 머리, 얇게 흩날리는 머릿결 같은 것이죠. 또 어깨 주변은 특히 오류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꼭 필요하지 않다면 디자인부터 가볍게 만들곤 합니다.

▲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 수정을 적용한 예

▲ 더욱 '그림'처럼 보일 수 있도록 별도의 작업이 필수적이다

▲ 움직임이 없는 조연 캐릭터의 디자인은 좀 더 자유로운 편

스즈키 미소 : 정말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 같은데, 보통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나요? 게임 전체를 개발할 때는 보통 2년 정도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매일 하는 일이 계속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격투 게임 캐릭터의 경우 보통 반년 정도 걸립니다.

스즈키 미소 : 게임 하나에 등장하는 캐릭터 전체의 디자인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반년인가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딱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반년입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다른 작업도 동시에 진행합니다.

스즈키 미소 : 대단하네요. 캡콤에서는 어떤가요?

누리 카즈야 : 가장 초기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모델링을 만들고 움직임까지 추가한다고 생각하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주인공 캐릭터라면 더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스즈키 미소 :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 다른 부분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게임 속에 꼭 흑인 캐릭터를 포함하거나 여성 주연 캐릭터를 추가하는 등 국제적인 분위기를 게임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을 의식해서 만든 캐릭터도 있나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그렇습니다. 특히 격투게임은 e스포츠의 형태로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국제적인 시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요즘의 추세인 것 같습니다. 어린 소녀 같은 외형의 캐릭터가 우락부락한 남성 캐릭터에게 맞는 모습을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녀린 체격의 캐릭터가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에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죠. 게임은 특히 다양한 이들이 접하는 매체이므로, 사람들로 하여금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가능하면 만들지 않는 것이 하나의 과제가 된 상황입니다.

스즈키 미소 : 노출이 많으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죠?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의상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문제인 경우는 자주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이런 부분이 전부 수정되는 일도 있죠. 길티기어에 '디지'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허벅지를 드러내는 등 꽤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근육질의 아마조네스 같은 캐릭터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어린 여자애처럼 보이면 '왜 이런 옷을 입혔느냐'라고 문제 삼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즈키 미소 : 역시 글로벌 시장이 일본 시장보다 더 큰 편인가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단위부터 다르죠. 어떻게보면, 일본에서 게임이 판매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 길티기어 시리즈의 '디지'

스즈키 미소 : 소년, 소녀처럼 가녀린 체형의 캐릭터가 강하면 괴리감이 느껴져서 선호하지 않는 국가가 있다는 이야기도 신기한 것 같네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일본 특유의 만화, 애니메이션 문화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하게 느끼는 부분일 수 있는데, 일본 밖으로 나가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어떤 곳에 초점을 두고 작업해야하나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누리 카즈야 : 몇몇 북미 유럽 국가의 경우, 플레이어가 받아들이는 이미지도 일본 유저들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게임 속에 어린 외모의 캐릭터들만 나오면 '저연령의 아이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이구나'라는 이미지를 가지기도 합니다.



스즈키 미소 : 또 궁금했던 것이 있어요. 누리 씨의 그림만 봐도 딱 일러스트레이터 '누리'의 작품이다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런 것처럼 그린 작품의 권리라는 것을 일러스트레이터가 갖는 것인지, 회사가 갖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누리 카즈야 : 물론 캡콤의 것이죠.

스즈키 미소 : 누가봐도 '이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이다!' 싶은 것도 전부 말인가요?

누리 카즈야 : 물론 회사의 것이죠. 그림을 그린 것은 개인이지만, 게임으로서 완성된 하나의 '캐릭터'로서의 가치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의 것이 됩니다.

스즈키 미소 : 그러면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내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화가는 캐릭터의 저작권을 가져갈 수 있거든요. 한 10년, 20년 뒤에는 아쉽다고 생각되지 않을까요?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회사원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20년, 30년 후에는 조금 다르게 생각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즈키 미소 : 잘 알았습니다. 끝으로, 오늘 대담을 진행한 감상이나, 참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이시와타리 다이스케 : 좋은 시간이었고, 그만큼 참관객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대담에서 나온 내용을 통해 자신의 작업에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기를 바라고, 이후에 같은 업계에서 함께 일할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누리 카즈야 : 세덱에서 마련된 이번 대담 세션처럼, 이후에도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현지시각 9월 4일부터 일본 요코하마에서 세덱(CEDEC 2019) 행사가 진행됩니다. 세덱 현장에서 기자들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세덱 2019 뉴스센터: https://bit.ly/2lF0i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