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www.onlinecasino.ca

중앙일보가 '게임 권하는 WHO 이사진 봤나···20년 게임중독 마이클 쇼크'라는 제목의 기사를 18일 보도했다. 기사 제목은 '게임중독'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WHO를 훈계하는 인상을 심어준다. 중앙일보는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벌이는 와중에, 게임 이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일어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중앙일보는 가상 인물 마이클(Michael)을 전면에 내세운다. 마이클은 헤드셋을 오래 써 머리가 눌렸고, 컨트롤러 이용으로 손가락에는 물집(플레이스테이션 손가락)이 생겼다. 먹고 게임만 해서 복부비만이 생겼고, 물은 적게 마셔 탈수 증상도 보인다. 오래 앉아 있어 다리에는 정맥류 증상과 발목도 부었다.

중앙일보는 "최근 영국 매체 메트로와 데일리 메일 등 외신은 '게임 중독자의 20년 후 모습'을 구현한 3D 이미지를 공개했다"며 "게임 전문가들이 제작한 이 모델은 지나친 게임 중독이 우리 인체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어 외신을 인용해 "전문가들은 WHO,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여러 곳에서 내놓은 게임 중독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이 모델을 완성했다"고 덧붙인다.


이 기사에는 사실 몇 개가 빠졌다. 마이클 이미지를 최초로 만든 곳(원문 링크)은 캐나다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는 '온라인카지노'이다. 온라인카지노는 오랫동안 잘못된 습관을 이어나가면서 게임을 즐기면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이어 올바른 게임 이용을 위해 운동, 식습관 개선, 자세 개선, 충분히 물 마실 것 등을 권장한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제목 뉘앙스와 달리 원문은 극단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며 올바른 게임 습관을 권장하는 공익적 내용이다.

중앙일보 기사에 나온 '게임 전문가'도 불투명하다. 온라인카지노가 자체적으로 연구를 수집해 만들었다고 나올 뿐, '게임 전문가'는 없었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게임 전문가들이 제작한 이 모델'은 사실 근거가 부족하다.

중앙일보는 영국 메트로가 가장 중요하게 쓴 문단은 생략한 채 인용했다. 영국 메트로는 "그들(온라인카지노)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실제로 20년 이상 동안 비디오 게임을 해왔고, 그 결과 마이클이 돌아다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며 온라인카지노의 마이클 모델을 조롱했다. 영국 메트로 기사 제목도 "우스꽝스러운 모델(Ridiculous model)은 20년 뒤 하드코어 게이머의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비꼬는 식이다.(기사 원문 링크)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중앙일보는 근거가 약한 공포심 유발 모델을 마치 사실인 양 보도했다"며 "온라인카지노의 '게임(game) 대신 차라리 도박(gambling)을 하라'는 의도를 읽어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객관적 사실을 투명하게 알렸기 때문에 국민들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었다"라며 "게임중독이 우려된다면 객관적 사실을 알려야 도움이 되지, 근거가 약한 과장은 오히려 공포심만 조장하여 사회에 해를 끼칠 뿐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