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맵' 송경호가 반 년의 휴식을 마치고 kt 롤스터로 돌아왔다. 재비상을 꿈꾸며.

2013년 IM 소속으로 LoL 프로씬에 데뷔한 '스맵' 송경호는 2015년 락스 타이거즈로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 인생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뛰어난 피지컬과 캐리력, 스타일을 가리지 않는 챔피언 풀과 그로 인한 팀적 시너지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닌 그는 '세계 최고 탑 라이너' 반열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다면 내리막도 있는 법. 위기가 찾아왔다. kt 롤스터에서 3년 차를 보내던 2019년, 개인의 부진과 팀의 부진이 겹치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그는 결국 시즌 종료 후 팀에서 나왔고, 휴식을 선언했다. 개인 연습에 매진해 섬머 때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말이다.

결국 '스맵'은 그 약속을 지켰다.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한 kt 롤스터와 다시 손을 잡았다. 사실 '스맵'의 복귀가 사실상 확실시 되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해외 진출 루머였다. '프레이' 선수와 나눈 사담이 유출되면서 더 힘이 실리기도 했다. 과연, 어떻게 '스맵'은 kt 롤스터로 돌아오게 됐을까.

휴식기 동안의 이야기부터 kt 롤스터로의 복귀 과정, 그리고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현 kt 롤스터에서의 생활까지. 가감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스맵' 송경호와의 인터뷰를 지금 바로 공개한다.



Q. 오랜만입니다, '스맵' 선수! 반가워할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쉬는 동안에도 팬분들께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사실 쉬면서 복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했고, 큰 힘이 됐어요. 저 이제 돌아왔습니다(웃음)!


Q. 정말 묻고 싶은 말도 많고, 듣고 싶은 말도 많은 자리에요. 팀을 떠난 2019 시즌 막바지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지만, 첫 2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승승장구해왔어요. 근데, 2019년도는 저한텐 처음으로 맞는 위기였어요. 중간에 극복해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나 참 아쉬운 한 해가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좀 큰 대미지를 입었어요.

2019 섬머가 끝나고 나서는 '내가 프로게이머를 더 할 수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원래는 늘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만을 고민하면서 살아왔는데 말이에요. 처음으로 제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어요.

사실 FA 신분이 되고 나서도 많은 팀에서 제의를 주셨었어요. 금액적으로 큰 금액은 아니었을지언정, 많이 연락을 해주셨죠. 그런데 선뜻할 수가 없었어요.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내가 이 팀에 들어가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들면서 결국 가능하다면 반 시즌 정도 쉬어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Q. 사실 프로게이머 직업 특성상 공백기를 갖는다는 게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걱정은 없으셨나요?

당연히 걱정 많았죠. 주위 프로게이머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도 절대 쉬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근데 당시에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쉬고 잘해진 다음에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 쉬기로 결정했어요.



Q. 일종의 폐관 수련 같은 느낌이었네요. 실제로 쉬는 동안에는 어떠셨나요?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확실히 다른 선배들이 왜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있었고, 어떻게 보면 2019년보다도 더 힘들었어요. 저는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할 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놀 때도 열심히 놀자는 마인드로 살아왔어요. 게임단에서 뛸 때는 정해진 루틴이 있으니까 그게 됐죠.

그런데 혼자 연습을 하면서는 할 수 있는 게 솔로 랭크 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솔로 랭크 한 판 한 판에 감정이 좌지우지 되고 그랬죠. 빨리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들었고, 힘든 시기였어요.

한때는 정말 은퇴에 대한 고민까지 했어요. 은퇴를 해야 하나, 다른 길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내가 못 하든, 자신감이 없든 무조건 복귀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Q. 그렇게 스프링 스플릿이 지나가고, 비시즌이 되면서 '스맵' 선수의 행선지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있었어요. 팀을 구했다, 안 구했다부터 시작해 해외 진출설도 있었고, LCK 복귀설도 있었죠.

사실 쉬는 기간에는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는 솔로 랭크 성적이 다예요. 근데, 처음 휴식을 결정했을 때 목표했던 점수만큼 올리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서 과연 팀에서 나를 찾아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다행히 국내와 해외 몇몇 팀이 연락을 주셔서 되게 감사했죠. 고민을 엄청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쉬면서 어떤 팀에 내가 들어가면 나도, 팀도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팀이 있었는데, 그런 팀들에서 연락이 왔고, 그중 하나가 kt 롤스터였어요.


Q. 사실 LPL 이적에 관한 루머가 굉장히 많았어요. kt 롤스터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끝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중간에 '프레이' (김) 종인이 형 개인 방송에서... 그런 사건도 있었는데, 이거에 대해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이건 잠시 뒤에 하기로 하고.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프로게이머를 계속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이번 섬머 6개월이 내년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될 텐데, 이 6개월을 어디서 보내야 나의 100%를 보여줄 수 있을지를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결론은 kt 롤스터가 가장 적합한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어요. 또, 2021년에는 LCK가 프랜차이즈가 되잖아요. 그럼 kt 롤스터의 얼굴로서 계속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여러 방향에서 저한테 정말 좋은 기회이고,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Q. 이제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할 차례인 것 같아요. '프레이' 선수의 개인 방송에서 두 선수 간의 대화 내용이 살짝 노출되면서 이슈가 많이 됐었죠.

일단, 제 최측근들에게도 어디를 가느냐가 되게 이슈였어요. 락스 시절 형들도 그렇고, '피넛' (한) 왕호도 그렇고 관심이 다들 많았어요. 근데, 저는 kt 롤스터와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건 말을 안 했었어요. '깜짝'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진행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사실 정말 친한 사람들끼리는 이야기를 좀 스스럼없이 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kt 롤스터와는 끝났다, 아무것도 없다는 의도로 이야기를 한 건데, 표현이 너무 과격했죠. 그게 의도치 않게 노출이 됐고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팬분들이나 kt 롤스터 관계자분들께 너무 죄송했어요.

그때는 정말 '쿠로' (이) 서행이 형도 '투신' (박) 종익이도 몰랐고, 감독님만 알고 있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알려지게 되면서 너무 당황했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빨리 인터뷰든 뭐든 해서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Q. 그래도 그 후에 kt 롤스터와 이야기가 잘 풀렸기 때문에 이렇게 해피엔딩이 된 거겠죠?

그 일이 새벽에 발생을 했는데, 진짜 바로 연락을 드렸어요. 다 캡쳐해서 사진도 보내면서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이렇게 됐습니다' 하고 말씀을 드렸는데, 다행히 '괜찮다, 친한 친구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않냐' 하면서 편하게 받아주셨어요. 정말 걱정 많이 했거든요. 답장 오기 전까지 잠도 못 자고...

다른 선수들한테도 연락 많이 왔어요. 다 비웃으면서 무슨 일을 벌인 거냐고, 빨리 수습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지금도 그 말을 해요. 'kt 롤스터 간 게 레전드네'라고요(웃음).


Q. 이제 본격적으로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오랜만에 개인이 아닌 팀 연습을 하는 거라 남다를 것 같아요.

6개월 간 쉬면서 팀 게임을 해본 건 멸망전 밖에 없었어요. 아직 조금밖에 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스크림도 하고 피드백도 받고 하니까 정말 재미있어요.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에요. 솔로 랭크만 해왔다 보니 당연히 잊어버린 것도 많고,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배워야 할 것도, 고쳐야 할 것도 많죠. 열심히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지금의 kt 롤스터는 '스맵' 선수가 3년 동안 생활한 kt 롤스터 때와 비교해 정말 많이 바뀌었잖아요. 가장 많이 체감되는 건 어떤 건가요?

일단은 숙소요. 3년 동안 kt 롤스터에 있으면서 숙소에 대한 어필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그게 올해부터 반영됐더라고요(웃음). 숙소에 딱 합류했는데, 너무 좋은 거에요. 넓고, 쾌적하고, 물도 잘 나오고, 난방도 잘 되고, 벌레도 없고. 물론 전 숙소가 그랬다는 건 아니지만, 그때는 공원 근처에 있어서 벌레와 정말 많이 싸웠거든요.


Q. 숙소에서 방은 몇 명이서 함께 쓰나요?

보통 두, 세 명이 함께 생활하는데, 저는 '소환' 김준영 선수랑 '쿠로' 선수와 같이 지내요. 코고는 사람도 없고, 둘 다 깨끗하고 착해서 좋아요. 마음이 편해요. 서행이 형이 궁시렁거리긴 해도 뭐라고는 안 하니까... 또, '소환' 선수는 이번에 합류하기 전부터 저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만났을 때도 굉장히 수줍어 하면서 좋아해 주더라고요.


Q. IM 시절을 함께한 강동훈 감독님과도 다시 만났어요.

프로게이머의 시작을 강 감독님과 함께 했었죠. 그때는 제 기억에 굉장히 무서운 감독님이었어요. 제가 너무 어렸기도 했고. 사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요. 경기장에서 가끔 마주치면 '구 IM 다시 뭉쳐야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서 신기해요.


Q. 락스 시절을 함께 한 '쿠로' 선수, 같은 IM 소속이었던 '투신' 선수와도 재회했죠.

두 선수가 kt 롤스터에 있다는 게 kt 롤스터를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정말 편한 선수들이고, 이 선수들과 함께 하면 내 실력의 100%를 다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서행이 형은 락스 타이거즈에서 정말 좋은 기억을 함께 했죠. 종익이 같은 경우는 같이 경기를 뛴 적은 없지만, 몇 안 되는 동갑내기 친구여서 친해졌어요. 다들 다시 한 팀에서 지내게 돼서 되게 반가워요.


Q. 보통 팀에 합류를 하면 팀원들과의 케미스트리나 팀 적응에 대해 꼭 물어보곤 하는데, '스맵' 선수에게는 그런 질문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아요(웃음).

아무래도 적응하는데 무리는 없었던 것 같아요. 안면이 없던 선수들도 되게 착하고 여린 친구들이 많아서 다가가기 편했어요. 벌써 다 적응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Q. '쿠로' 선수가 지금 팀의 주장이잖아요. 전 주장으로서 '쿠주장'은 마음에 드시나요?

마음에 안 들죠. 마음에 안 들고, 사실 서행이 형이 주장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뭔가 동생들을 챙기고 그런 것보다는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쉬운 형이라고 해야 하나? 푹신한 샌드백 같은 느낌이죠(웃음). 주장과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오히려 '투신' 선수가 그런 쪽으로 어울리지 않나... (혹시 완장을 빼앗을 생각도?) 일단 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좀 지켜보다가 한 번 노려봐야죠.


Q. 또, 스프링 스플릿 동안 kt 롤스터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선수로 '에이밍' 김하람 선수가 있어요. 원거리딜러로 에이스 역할을 잘 해냈죠. 실제로 같이 연습을 해보니까 잘 한다고 느껴지나요?

같이 합을 맞춘 지 얼마 안 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사실 '에이밍'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너무 잘해요. 제가 오기 전부터 스크림 결과도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보니까 정말 잘하고요. 진짜 우승도 노려볼만 하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요. 동기부여도 되고요. 열심히 해서 꼭 좋은 성적 내고 싶어요.


Q. 이번 섬머 목표는 당연히 LCK 우승과 월드 챔피언십 직행이겠죠?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죠. 근데, 저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목표가 있어요. 제가 스프링 동안 쉬게 된 게 제 실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어요. 이번 섬머에는 그런 두려움을 깨고, 자신있게 저의 100%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에게는 그게 가장 큰 첫 번째 목표인 것 같아요. 그게 된다면 성적은 당연히 따라올 거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그간 기다려준 팬들에게 한말씀 전하면서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6개월 동안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팬분들께서 꾸준히 응원해주셔서 힘들었던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에 응원해주신 만큼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잘 못 지켰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섬머에는 꼭 그 배로 보답하고 싶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