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즈음. TV 화면을 두고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The Last of Us Part2)의 엔딩 장면을 마주했다. 사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줄곧 그랬는데, 게임을 끝내고 어딘가 휑하게 뚫린 듯 쓰린 감정에 속이 좋지 않더라. 그리고 PS4의 전원을 끈 그대로 침대에 누워 주말 내내 끙끙 앓았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라오어2는 출시 전 과도한 개발진 혹사 논란에 게임 내용이 유출되고 이를 디렉터가 비난, 조롱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등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성적 지향이나 캐릭터 구성 등을 게임 트레일러 첫 장면에 올리며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과연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내릴 수나 있을지 걱정될 수준이다.

하지만 출시 전 플레이부터 엔딩까지, 온전히 게임을 플레이한 후 평가한다면.... 라오어2는 올해 나온 게임 중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게임은 잔혹하고 격정적이며 쓸쓸하다. 하지만 이게 불쾌하다느니, 슬프다느니, 흥분된다느니 하는 한 단어를 끄집어 설명문에 옮기기에는 썩 적합하지 않다. 그나마 비슷하게 풀어 써본다면 한이 담긴 소리꾼의 음색처럼 거칠고 때로는 슬픈 시 구절만큼이나 처연하달까. 그래서 힘들었다. 플레이어에게 말로 하기 어려운 수준의 감정적인 무게를 지우는 게임은 몇이나 될까.


게임이 이러니 할 말도 참 많다. 다만, 게임이 출시되지 않아 캐릭터 설명 한 구절조차 핵심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글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찍은 사진 맘대로 쓰지도 못한다. 기사에 적을 수 있는 글은 말하고 싶은 내용의 1/3. 아니 1/4이나 될까. 그런데도 이런저런 생각을 담아낸 뇌라는 녀석이 어서 키보드를 두들기라고 끊임없이 명령하고 있다.

당연히 글 분량도 역대급이 될 거다. 진짜, 정말로 길다. 인벤이 지면이 한정된 일반지였다면 이런 기사가 데스크에 올라간 즉시 경위서를 썼을지도 모른다(고맙다, 인터넷). 그러니 팬들이 궁금해하는 핵심 내용을 먼저 정리하고 그 세부적인 내용을 짚어가며 게임을 뜯어보고자 한다. 위에 번호 붙인 글만 훑어도 된다. 하지만 아래 한 호흡으로 길게 나열한 상세 내용을 함께 본다면 이 게임의 풍미를 출시 전, 조금은 미리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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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의 핵심 내용과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게임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

로드 화면에서 1회차 엔딩 직전 저장해 둔 세이브 파일의 플레이 시간을 보니 24시간 55분이 찍혔다. 게임을 하면서 디테일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고 잠시 게임을 멈춰놓고 기사에 쓸 내용을 정리한 시간도 꽤 된다. 아마 1, 2시간 정도 그렇게 허투루 쓴 시간이 있을 텐데 그걸 빼고 메인 스토리에 간단한 추가 요소들을 즐기며 진행하다면 플레이 타임은 23, 24시간 정도 쯤?

너티독 게임으로만 따지면 클리어까지 가장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지금까지 나온 게임 중 가장 큰 볼륨을 가지고 있었던 언챠티드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이 메인 스토리에 15시간, 기본적인 추가 요소까지 플레이하는데 17시간 정도 걸린다. 이 게임과 비교하면 더욱 커진 세계와 그 볼륨에 대충 감이 올 거다.

게임의 핵심 루트만을 따라간다고 생각한다면 기존 게임보다 약간 긴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다.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약간 돌아가느냐 조금 빨리 도달하느냐 차이는 있다. 하지만 주인공 엘리가 복수의 대상으로 삼은 적이 있을 법한 길, 나아가야 할 길. 이른바 게임의 메인 루트는 분명히 정해져 있다.

▲ 거대한 도시, 그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며 게임의 볼륨도 커졌다.

대신 개발진은 플레이어에게 세계를 탐험할 자유를 허락했다. 길옆으로 쓰러져가는 빌딩부터 침수됐다가 물이 말라 드러난 지하 주차장,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아사한 사체가 남은 아파트 방 등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려운 장소들이 등장한다. 이곳에 능력 강화와 무기 개조에 필요한 부품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이템이라는 강력한 유혹을 뿌리칠 수만 있다면야 조금은 더 빨리 게임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탐험 요소 외에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 길 찾기 요소도 있고 퍼즐 개념이 담긴 진행 구간도 있다. 적어도 같은 장소를 맴돌다 짜증이 돋아나 패드를 던질 일은 거의 없을 테지만. 이런 길 찾기는 개발진이 플레이어를 괴롭히기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리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주인공의 상황이라면 실제로도 저렇게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은 가상의 사실성마저 체감하게 한다.

그마저도 너무 오래 걸린다면 전작들처럼 힌트를 알려준다. 같은 장소에 너무 오래 있으면 '힌트' 아이콘이 화면 왼쪽 아래 표시되는데 이때 L3를 누르면 엘리가 힌트를 유추할 정보를 혼잣말로 떠들거나 동료 NPC가 길을 훈수 두기도 한다. 대신 아주 가끔 이런 길도 제대로 못 찾느냐며 핀잔을 주는데 이게 또 너무 진짜 같아서 괜스레 씁쓸하다.

▲ 길 찾기는 논리적인 해결과 정교한 오브젝트 구성으로 현실적으로 구현됐다.

엔딩을 본 뒤에는 새로운 게임+(흔히 뉴게임 플러스라고 하는 그런 종류다)가 활성화된다. 1회차에서 시체를 뒤지고 창문 깨 가며 올려둔 장비와 강화 요소는 여기서 그대로 이어진다. 더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는 것도 좋고 찍덕이 되어 자연이 뒤덮은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스크린샷을 남겨도 된다.

특히 포토 모드가 지원되는데 이게 또 조작 가능 범위나 성능이 엄청나다. 시네마틱에도 적용돼서 특정 캐릭터를 없애고 배경만 찍는 것도 가능하다.


2. 게임 안 사고 방송 실황으로만 봐도 될까.

리뷰에 있어 기자라는 위치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각 요소를 낱개로 쪼개 음미하고 맛이 가지는 힘 자체를 분석하는 데 있다. 그래서 타인이 진행하는 게임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 게임을 즐기고 평가하는 유튜브 에디션 등의 표현은 영 입맛이 씁쓸하다.

그럼에도 전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는 분명 방송만으로도 게임의 핵심을 이해하고 즐기기 충분했다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 주인공 조엘과 죽음을 맞는 딸의 이야기는 게임 10분 만에 보는 이의 가슴을 잡아 뜯는 아픔을 전했다. 그리고 조엘이 딸과 비슷한 소녀 엘리를 만나며 부녀의 정을 느끼는 것도 시네마틱만으로도 나름 새는 부분 없이 전해진다.

미학적인 부분이나 예술적 가치라는 부분을 떼놓고 보아도 영화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그만큼 보는 플랫폼에 최적화된 게임이 라스트 오브 어스였다.

▲ 게임 초반부터 강도 높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전한 라스트 오브 어스.

하지만 라오어2는 타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는 게임의 주제와 핵심이 되는 감정에 온전히 이입할 수 없도록 구성됐다. 이게 단순히 시네마틱 장면이 전만 못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래픽의 만듦새는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PS4의 한계를 넘어선 그래픽 연출과 인물 표현으로 이루어진 사실성이 쌓이며 감상하는 매체로서의 가치는 또 한 단계 진화했다.

그럼에도 분노와 투쟁, 정의, 그리고 이것들의 순환이라는 게임의 주제는 시네마틱 장면과 게임 플레이가 어우러졌을 때 온전하게 두드러진다. 이야기 자체는 전작들처럼 큰 내용이 정해져 있지만,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 내내 다양한 선택의 순간을 맞는 데 그 이유가 있다.

다양한 선택이라는 게 인터랙티브 무비처럼 죽인다, 혹은 살린다 따위를 고르고 알아서 진행되는 식의 플레이를 말하는 건 아니다. 길을 막고 배회하는 적들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고 가정해보자. 총을 든 병사의 뒤로 몰래 다가가 목을 그었다. 곧 계속 떠들던 병사가 조용해진 것을 눈치챈 다른 병사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는 쓰러진 병사의 이름을 부르며 슬퍼한다.

하지만 이 병사를 죽이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종교적 믿음에 따라 민간인의 목을 매달고 칼로 베를 그어 장기를 흐트러뜨릴지도 모른다. 보통은 그래픽 덩어리쯤으로 여겼을 적 졸개다. 아니, 이 병사는 실제로도 그래픽 덩어리가 맞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들을 죽인 책임은 온전히 엘리, 그러니까 선택을 내린 플레이어에게 돌아간다.

▲ 엘리라는 인물 자체에 이입하는 주요 과정을 게임 플레이에 두고있다.

단편적인 부분만 떼어놓고 설명했지만 이런 연출은 플레이 내내 플레이어가 주인공에 이입하도록 만들며 전에 없던 씁쓸한 경험을 전한다. 이게 곧 게임이 주장하는 핵심 주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다른 이의 플레이나 시네마틱 모음으로 게임의 스토리 틀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감상과 평가가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특유의 가슴 아린 감정을 체감하기 어렵다.


3. 과도하게 사회 정의만 부르짖는 게임이 되지는 않았나.

라오어2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정치적 올바름은 게임의 핵심이 된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인 엘리는 동성애자이고 게임 공개 초창기에 등장했던 시네마틱에서 엘리가 여성 캐릭터 디나와의 키스신이 영상 초반부를 크게 장식하며 이야깃거리가 됐다.

특히 게임의 디렉터 닐 드럭만이 "homosexuals, people of different colour, or women(호모섹슈얼,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 여성)"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면 공연에 오지 말라는 커트 코베인의 말을 인용한 트윗을 날리며 문제가 커졌다. 이 발언이 게임 유출 사태와 이에 따른 비난에 답한 내용이었지만, 다른 의도가 담겼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본작에서 사회 정의라 칭할 수 있는 게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게임에 존재하는 수많은 옵션이다.

▲ 조작부터 눈에 보이는 것, 들리는 내용까지 다양한 변경이 가능.

그냥 '많다'라는 말로는 체감이 안될까 봐 직접 세봤다. 조작방법부터 HUD까지 121개 옵션이 존재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금 더 많은데 이런 옵션을 통해 개발진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출시 단계까지 고민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체 조작에서는 버튼 반복 입력을 길게 누르기로 바꾸거나 입력 한 번으로 해결되도록 바꿀 수 있다. 흔히 강조 용도로 쓰이는 빨간색 등 특정 색을 인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색 변경도 준비했다. 이게 단순히 하나만 바꾸는 게 아니라 제1색각이상부터 제3색각이상까지 설정할 수 있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과 음향 신호 안내도 도입하고 있다. 일부 게임은 이미 이런 옵션을 지원하고 있는데 라오어2는 이동, 전투, 기타 등 다양한 옵션을 진동과 소리로 따로 구분해두고 있다.

▲ 접근성 옵션을 통해 다양한 접근성 지원이 담겼다.

이런 옵션은 게임에 서툰 이용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게 많다. PS4 패드인 듀얼쇼크로 적을 조준하는 게 어렵다면 조준 보조와 록온 조준을 설정할 수 있다. 기능을 활성화하면 확실히 게임이 쉬워지는데 이를 1부터 10까지 각각 조정할 수 있어 적당한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즐길 수 있다. 어지러움을 느끼게 하는 흐림 처리와 카메라 흔들림 등도 1부터 10까지 플레이어가 따로,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어 3D 멀미에 약한 게이머도 문제없다.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품으려는 너티 독의 배려는 게임 외적으로 사회 정의라는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혹시나 자신을 혹사하는 플레이와 이를 극복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이라면 게임이 너무 쉬워지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 없다. 생존자 난이도는 생각 이상으로 까다롭고 새로운 게임 플러스에서는 생존자 난이도도 생존자+로 어려움이 한층 더해지니까.

▲ 난이도만 높여도 게임은 충분한 고난을 선사하는 적들로 충분하다. 이마저도 세밀하게 수정할 수 있고.

그렇다고 게임 내적으로 인물 구성이나 성적 지향이 핵심에 떠올라있지도 않는다. 잭슨에는 엘리가 공개된 장소에서 디나와 키스하는 것에 화를 내는 노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엘리가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계기로 쓰이진 않는다. 윽박지르는 노인에 화를 내며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선 조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계기쯤으로 활용된다.

또 전염병이 휩쓸고 간 세상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주체가 됐다. 모든 성인은 총을 들고 싸우고 군사 훈련을 받는다. 마을 주변에 배회하는 감염자가 없는지 감시하기도 한다. 엘리는 총 한 자루 제대로 들기 어려웠던 나이부터 조엘과 함께 파이어 플라이를 찾아 나서며 위험한 상황을 헤쳐나간 만큼, 다른 인물보다 더 강인하게 그려지는 것도 설명된다.

게임의 재미를 이해하는데 혹여 부수적인 설정과 요소가 방해되리라 여긴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좀 빠를 것 같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아니라 능동적인 지도자 퓨리오사의 등장과 함께 마초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았던 매드 맥스: 분노의 질주에 좀 더 가까운 작품이 라오어2'라고.

확실한 건 출시 전 공개된 특정 장면, 특정 요소에 대한 거부감이나 추측만으로 이 게임을 놓친다는 건 너무 아쉬울 거라는 점이다.

▲ 성정체성 보다는 면역,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 등 생각할 거리를 다수 내포한 장면.


4. 2020년 올해 최고의 게임에 꼽힐 만한가.

2020년 상반기까지 나온 게임을 돌아본다면 단연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불릴 만하다. 물론 아직은 사이버펑크2077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겠지만.

2019년 최다 GOTY를 달성한 데스스트랜딩은 독창적인 작품이었다. '형, 하고 싶은 거 다 할게'라고 말하는 듯 감독 코지마 히데오가 그동안 상업성이라는 틀에 갇혀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뿜어냈다. 그만큼 게임 자체로서의 재미를 모두에게 인식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바이오하자드: RE2나 세키로도 유수의 매체로부터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누가 봐도 훌륭하다고 평할 만한 게임이 상반기부터 쏟아졌다. 옷장에 처박아뒀던 오큘러스를 지상 최고의 게임기로 만들어 준 VR 게임 하프라이프: 알릭스.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응원하는 게임 개발 게임 드림즈. 국내에도 스위치 전성기를 이끈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여기에 둠 이터널과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등 충분히 최고의 게임으로 불릴 만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게임보다 더욱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게 바로 라오어2다.



게임은 충격적인 스토리라인에 사실성을 기반으로 한 디테일을 덧입혔다. 너티 독 스스로 디테일에 광기 가까울 정도로 집착한다고 말한다. 흔히 디테일이 게임을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야 빛을 보는데 라오어2는 그런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 보지 않으려고 해도 안구 안으로 달려들어 오는 수준이다.

첫 시네마틱 영상에서 숨을 헐떡이며 적의 공격을 피하다 벽에 부딪히고, 그 충격을 반동 삼아 적에게 달려들어 칼을 목덜미에 꽂아넣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발표 후 한동안은 이런 애니메이션이 정말 인게임 플레이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팬들도 더러 있었다. 이처럼 주변 환경과 적들의 수, 위치에 따라 인물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다양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오히려 영상이 미처 모든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왼쪽에 달린 이동 스틱을 밀었을 뿐인데 태양 빛을 손으로 가린다든가 목을 긁적거리고 눈을 비빈다. 움직이는 태도 다르다. 물론 뒤를 돌거나 몸을 틀 때도 조작 방향에 따라 움직이기는 한다. 다만 로봇 마냥 그 장소를 향해 억지로 나아간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움직인다면 저랬을 것 같은 모양새로 이동한다. 작은 움직임 하나부터 숨을 틀어막고 적의 발소리를 들으려 애쓰는 모습까지 세세한 디테일은 게임이라는 영역을 한층 확장했다.

▲ 사실성 높은 애니메이션은 '상황에 맞게'라는데 충실하다

그래서 간혹 게임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채 이야기에 몰입하고 캐릭터의 감정을 온전히 내가 감당하게 된다. 여기에 게임이 품은 무게감 있는 스토리를 접한다면. 아! 이건 그냥 GOTY일 수밖에 없다.


5. 사전 유출됐다는 스포일러 내용은 맞는가, 틀렸는가

어쩌면 게임 구매를 망설였던 팬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 같은데 당연히 이번 리뷰로는 확답을 해줄 수 없다. 맞다, 아니다 답해주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니 직접 해보길 권한다.

다만, 해줄 수 있는 말은 스포를 보든 엔딩을 본 사람에게 내용을 듣든 어떤 결말을 생각하고 추측해도 상상한 것과는 다른 충격을 경험할 것. 그리고 그에 따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새롭게 이어지며 갈등을 담아낸다. 여기에 어느 한순간을 집어 들어 이게 최고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 챕터, 모든 순간 이 감격과 울분을 전한다. 그게 시네마틱이든, 혹은 게임플레이든.

개발진의 말을 덧붙여 마무리하면 엘리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계속 걸어가고 주역 인물들에 이입해 결말을 맞이하게 될 테다. 또 거대하고 잘 짜인 이야기를 온 가슴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엘리의 뇌에 자라난 돌연변이 포자를 꺼내 세계를 구할 백신을 만들어 낼 것인가. 아니면 엘리를 구하고 세계에 남은 희망을 끝낼 것인가.

조엘은 사랑하는 엘리를 선택하고 파이어 플라이 기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소규모 공동체 생활을 하는 마을 잭슨에 터를 꾸린 조엘과 엘리는 감염자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살고 있다. 게임 초반은 19세 엘리의 평온한 일상을 그린다. 튜토리얼쯤으로 설명할 수 있는 구간에서 엘리는 사랑, 조엘과의 서먹해진 관계 등 비슷한 나잇대의 청년들이 할 법한 고민에 머리가 아프다.

평화는 딱 거기까지다. 마을 밖은 거대한 재앙이 일어난 후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위험 상황들이 그대로 존재한다.

▲ 전작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평화로움과 안전함. 적어도 잭슨은 그런 공간이다.

감염자는 여전히 위협적인데 이번에 등장한 섐블러는 꽤 거친 존재다. 근처로 다가가면 몸을 부글부글 끓더니 산성 가스를 분출한다. 러너를 제외한 감염자 대부분이 그렇듯 소름 끼치는 외형은 정말 한층 더해졌는데 이토 준지 공포 단편 글리세리드 중 기름에 절어 여드름에 얼굴이 덮인 얼굴을 240배쯤 역겹게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외피는 공격을 튼튼하게 막아주는 역할도 해 원거리 처리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녀석들이 보통 어두운 하수구나 지하 건물 같은 좁은 곳에, 여럿이 등장해 엘리의 죽음을 앞당긴다.

눈이 먼 클리커들은 여전히 강력하다. 초반 체력 강화를 해두지 않은 상태에서는 클리커의 공격 한 번에 목덜미가 뜯겨 나간다. 대신 R1 버튼을 누르고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는 '듣기 모드' 상태에서는 발소리가 덜 나 조용히 접근해 손에 든 접이식 칼을 들어 한 번에 암살할 수는 있다. 그마저도 중반을 넘어서면 이 녀석들이 숨을 멈추고 몰래 접근해온다. 결국 가만히 듣기 모드만 켜놓고 있으면 위치를 파악할 새도 없이 살점이 뜯겨저 나갈 거다.

진짜 무서운 존재는 인간이다. 격리 지구에 사람들을 가둬놓은 군에 대항해 조직된 민간단체 워싱턴 해방 전선(Washington Liberation Front)은 무리를 지어 게임의 핵심 무대가 되는 시애틀을 지키고 있다. 약자 WLF를 따 울프라고 불리는 이들은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뒤로 돌아온 엘리에게 별다른 저항도 못 하고 쓰러지는 졸개일 뿐이다. 하지만 엘리도 그저 인간일 뿐이기에 그들이 쏜 총에 맞으면 뒤로 고꾸라지고 칼이나 도끼 같은 근접 무기 한 방에 명을 달리한다. 여기에 무리를 지어 행동하고 냄새로 위치를 확인하는 경비견까지 데리고 다니니 제자리에 마냥 숨어 기회를 엿보기도 어렵다.

신의 계시를 따라 행동하는 광신도 세라파이트는 스카라는 이명답게 얼굴에 큰 흉터를 낸 집단이다. WLF와 시애틀의 이권을 두고 다투는 이들은 엘리에겐 정말 성가신 존재다. WLF와 다를 것 없는 인간이지만 세라파이트는 말보다는 휘파람소리로 의사를 주고받는다.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일부는 활을 쓰는데 이게 몸에 박히면 뽑아낼 때까지 지속해서 피해를 주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 인간과 변이를 일으킨 새로운 감염자, 모두 위협적인 존재다.

그런데 왜 엘리는 안전한 잭슨을 떠나 이 위험한 세상 시애틀로 나와야 하는가. 여기서 게임의 핵심이 드러난다. 그건 바로 복수다. WLF 일당은 평화로운 잭슨에 쳐들어와 과도한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이에 이미 개발진이 여러 트레일러에서 밝혔듯 엘리는 커다란 분노와 슬픔을 겪은 캐릭터가 됐다. 그리고 거센 분노를 표출할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엘리는 복수를 통해 마음속 응어리를 해결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일 수 있는 복수극은 몇 번의 큰 사건들을 맞이한다. 시애틀에서 지내는 며칠간 엘리는 상실감에 괴로움을 겪기도 하고 자신의 손에 죽어간 이들을 떠올리며 몸을 떤다. 그럼에도 이 잔혹한 이야기의 끝을 보고 말리라는 결단력도 가지고 있다.

여러 사건을 겪을 때마다 엘리의 감정선도 변곡점을 맞고 요동치는 감정에 빠져든다. 그리고 플레이어 역시 엘리의 감정에 동조하기도 하고, 엘리의 복수가 정의로운 행동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 사랑이란 걸 할 수 있는 여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안정이 있는 잭슨을 엘리는 떠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사람은 깊은 상실과 사람을 죽여야 할 정도의 분노를 느끼기 쉽지 않기에 이런 엘리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게임을 하기 전엔 똑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개발진은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가 주인공 캐릭터에 온전히 자신을 이입하게 할지 고민했고 또 고민했다. 이건 직접 듣지 않아도 게임 속 플레이 곳곳에 녹아있기에 게임을 즐기며 몸으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이를 설명하는 게 게임의 또 다른 핵심인 경험이다.

모든 것이 허물어진 세계에서 내가 엘리라는 캐릭터가 됐다고 믿게 하는 것. 이를 위해 게임은 정말 자잘한 부분까지 구현해 플레이에 반응하게 했다. 이른바 그럴듯함인데 단순히 훌륭한 그래픽이라는 개념을 떠나 이동이나 공격 같은 단순한 행위부터 뛰고, 숨 쉬고, 적을 조준해 총을 쏘는 것 등 모든 부분이 상황에 따라 변하도록 만들어져있다.

적들의 공격을 피해 움직이고 반격하는 애니메이션 디테일은 위에서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회피에 좀 더 집중해보자. L1을 눌러 이루어지는 회피는 말 그대로 적을 공격을 피하는 행동인데 버튼 입력 타이밍에 따라 완벽하게 이루어질 때도 있고 엉성하게 주춤거리다 피해를 입기도 한다. 사실 누르는 건 버튼 하나인데 이게 꽤 다양하게 연출된다. 적이 어느 방향으로, 어떤 무기로, 어떻게 공격하는지와 피하는 공간이 충분한지, 지형지물이 막고 있는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 전투 애니메이션은 디테일을 향한 집착이 긍정적으로 구현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려내고 있다.

이런 분야에서 으뜸이라면 단연 '배트맨: 아캄 나이트'의 액션이다. 다만 여기서도 기계적인 타이밍이라는 게 존재해서 배트맨의 움직임 상으로는 공격을 맞아야 정상이지만, 입력 타이밍이 맞아 공격을 피하게 될 때가 있다. 이때는 약간 엉성하게 회피 공격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라오어2는 그런 키 입력과 캐릭터의 작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는 적과의 전투에서도 비슷한데 어떤 지형이, 어떻게 있는지에 따라 적을 죽이는 모션도, 시간도 달라진다. 엘리가 개활지에서 적을 처리할 때는 복부에 몇 번 칼질을 하다 목을 찌르는가 하면 벽 근처에서는 머리를 밀어 처박게 한다. 벽돌이 쌓인 장소처럼 낮은 장애물이 있다면 강제로 밀쳐 허리를 꺾어버린다. 적이 무기를 들고 있다면 이를 빼앗아 목숨을 빼앗는데 써버리는데 같은 시퀀스에서도 다른 액션이, 자연스럽게 구현된다.

물 흐르듯, 아니 얼음에 매끄러지듯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나마 새로 생긴 점프 행동을 제자리에서 하면 좀 어색하기는 한데 둠이나 퀘이크처럼 점프로 적에게 접근하고 상대 조준점을 흩트리는 게임이 아니라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사실 전투까지 가기 전, 캐릭터를 처음 조작하는 튜토리얼 단계에서도 이런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동하는 왼쪽 아날로그 키를 밀면 엘리는 이동을 시작하며 팔을 그게 휘두르며 움직인다. 이동이 계속되면 그 팔을 서서히 제 경로로 옮기며 자연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달리면 뛰는 발에 맞게, 멈추면 역시 멈추는 발에 맞게 멈춰 선다. 또 동행하는 NPC는 플레이어가 따라오지 않으면 뒤를 돌아보고 이를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돌아와 함께 가자고 소리친다.

▲ 움직임까지 하나하나에 담긴 디테일을 확인해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곳곳에 디테일이 넘치는 이런 액션이 몇 안되는 버튼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PS4 듀얼쇼크의 모든 버튼을 쓰기는 하지만, 앉기, 뛰기, 쏘기, 조준하기 등 대부분 하나의 버튼에 하나의 행동이 준비되어 있다. 여러 버튼을 조합하거나 순서대로 입력하는 것도 없으니 손에 익으면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조작 자체는 간단하게 이루어지면서 그에 대한 반응으로 확실하게 보상해주니 컨트롤러가 아니라 나, 그러니까 엘리를 직접 조작하는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대신 기능 자체가 한정되다 보니 지향사격 같은 액션이 불가능하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게임 속 세상에 탄환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 총알을 낭비하는 지향사격 기능이 있어도 쓰기 어려웠겠지만 말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전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사운드다. 단순히 배경음, 혹은 효과음 정도로 축약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게임의 분위기와 상황, 그리고 현재 위험도까지 사운드를 통해 직접 체감케 한다.

흔히 적들이 존재하는 구간에 돌입하면 긴장감 넘치는 배경 음악이 흐르는데 여러 음악적 효과를 사용해 긴장감을 높인다기보다는 한두 개의 악기만으로 낮게 깔리는 음을 만들어 위험 상황을 알린다. 이게 적 근처, 혹은 게임 플레이상 긴박한 상황에 도달하면 점점 고조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엘리가 숨을 참는 것과 헉헉대며 뛰어오는 적들, 발소리 등 모든 것이 전작 이상으로 다이내믹하게 귀를 때린다.

적들의 소리는 현재 위험 상황을 깨닫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인 울프는 대화로 위치를 알리고 세라파이트는 휘파람 소리를 내며 의사소통한다. 감염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내는데 이 장소에, 어떤 적이 있는지 대략 확인할 방법인 셈이다. 적들을 모두 무찌르면 엘리, 혹은 동료 NPC가 이제 '안전한 것 같아' 같은 말을 남기며 안전 지역이 됐음을 알린다.

사운드로 게임의 위험성을 온전히 판단할 수 있으니 긴장감은 떨어졌겠다 싶을 수 있는데 그렇게 만만하게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안전을 선언하고 적들이 존재할 때의 음악이 나지 않았을 때가 어쩌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 적의 눈을 피해 숨는다면 귀를 열고 위치를 파악할 필요도 있다.

라오어2는 긴장감의 굴곡을 잘 활용하는데 이렇게 안전한 상황이라고 인식한 순간 접근하는 적, 폭발하는 지뢰, 덮쳐오는 감염자로 상황을 반전시킨다. 이런 효과는 시네마틱 구간에서도 종종 쓰이지만, 인게임 플레이 중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기는 순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게임 속 플레이는 대부분 멈춤 없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그 예외가 엘리가 총기를 강화하는 순간처럼 보인다. 지역 곳곳에 존재하는 총기 강화대를 사용하면 게임 플레이를 통해 모은 부품으로 총을 강화할 수 있다. 이때 엘리의 시점으로 총기를 뚝딱뚝딱 분해하고 강화, 조립하는데 시점도 달라지고 인터페이스도 변화하며 마치 게임적 허용으로 정지된 순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모든 적을 처치했다고 생각한 빌딩에서, 총기를 조립하는 도중 적의 침입을 받기도 한다. 시점은 순간 다시 원래 게임 화면으로 돌아오며 엘리의 뒤를 잡은 적은 더욱 위협적으로 공격을 감행한다.

참, 엘리가 무기를 개조하는 모습은 그냥 버튼 누르면 짠 진행되는 게 아니라 직접 부품을 풀고 가죽을 무두질해 덧대고 납땜하는 등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군대에서 K5 권총이나 K2 등을 조립하고 분해하던 때가 떠오르는데 이게 꽤 재밌다.

▲ 총기 수입 시키면 잘할 것 같은 엘리.

연속적인 긴장감과 안전한 곳이 없는 세계. 그걸 강조하는 또 다른 요소가 바로 UI다. 크래프팅이나 붕대로 상처를 치료하고 무기를 바꾸는 행위는 전작처럼 게임 도중 진행된다. 실시간이라고 해도 이런 쪽으로는 먼저 선보인 데드스페이와는 그 결이 좀 다르다. 메뉴 자체는 엘리의 머리 위에 표시되며 게임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 다만 그 행동과 만들어진 상황에 리얼리즘이 더해졌다.

십자 키로 총기를 바꾸면 엘리는 메고 있던 가방을 꺼내 무기 종류를 바꾸고, 탄환을 바꾸거나 꺼내는 모션도 즉석에서 이루어진다. 아이템을 제작하는 행동도 이렇게 리얼타임으로 이루어지는데 아이템 대부분은 그 최대 보유 수가 정해져 있다.

결국, 필요하다고 앞뒤 생각 않고 사용하다 보면 금세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자연스럽게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크래프팅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순간 적에게 뒤를 잡힌다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

▲ 강화나 크래프팅 상황에서도 언제나 적이 덮쳐올 수 있다.

앞서 잠깐 플레이어의 경험을 구축하는 게 그래픽만은 아니라고 했지만, 빼어난 그래픽이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세상에 현실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몰입감을 느끼게 하는 그래픽으로써 평가한다면 라오어2는 100점 만점에 200점을 줘도 모자라다.

여기에는 크게 디테일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바탕에 깔렸다. 상술한 디테일이 애니메이션과 연출적인 부분에서였다면 이번에는 세밀한 그래픽 표현이라는 의미로 한계선을 정하고 설명해보려 한다.

사실 개량형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PS4의 성능은 분명 현존 게이밍 PC에 못 미친다. 고화질의 텍스처로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울 수 없다는 뜻이다. 당연히 눈에 보이는 구간에 한정해 텍스트를 분해하고 나눠야 하는데 라오어2는 그런 노력 자체가 필요 없다는 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건물을 덮은 덩굴 식물이나 고목은 벗겨진 껍질의 모습까지 구현되어 있고 쓰러져가는 건물 같은 인공 구조물은 시대의 흐름에 녹슬고, 부스러진 모습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고정된 오브젝트보다 실시간으로 연산 되는 자연물의 경우가 더 놀랍다. 질퍽거리는 바닥에 남겨지는 발자국은 소복이 쌓인 눈길 위에서와 그 깊이와 형태가 다르게 남는다. 자연스럽게 반사되는 물웅덩이는 물건을 던지거나 발을 올리면 잔잔히 퍼져나가며 헤엄칠 때는 손길을 따라 빠르게 갈라진다.

같은 장소도 비가 오거나 안개가 꼈을 때, 강렬한 햇살에 말라붙었을 때 모두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저 게임 속 환경이라며 헉 소리 한 번에 놀라 넘길 만한 수준은 분명 아니다.


이런 매끄러운 그래픽은 오브젝트 간의 상호작용과 배열로 길 찾기에서도 빛을 낸다. 대개 사실적인 그래픽을 강조하는 게임은 맵 디자인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나아갈 길을 명확히 표현하려고 기존에 쓰인 것과 눈에 띄게 다른 오브젝트를 쓰면 너무 도드라져 전체적인 조화를 잃는다. 그렇다고 비슷한 오브젝트만으로 맵을 구성하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아보기 어려우니 난제가 따로 없다.

라오어2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걸맞은 오브젝트 배열로 길 찾기의 난제를 해결했다. 엘리가 딱 뛰어 올라갈 높이에 울타리 위를 약간 끊어놓는다든가, 미끄러질 것처럼 보이는 방수포를 덮어 진행 방향이 아님을 인지시키는 식이다. 실제 엘리라면. 혹은 나라면 이곳을 어떻게 빠져나갈까 생각하고 고민한 대로 길이 열리는 셈인데 논리적인 맵 디자인 구성이라 진행에 불평할 여지가 없다.

배우들의 연기와 이를 뒤받쳐주는 표정 연기는 이미 비교할 게임을 찾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모든 이벤트 장면을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며 감정선을 한껏 끌어 올린 덕도 있겠지만, 게임과 그 이야기 줄기에 깊게 이해해야 하고 있는 캐릭터 표정 자체가 사실적으로 구현됐다.

일반적으로 과도한 실사 위주의 그래픽이 불쾌함을 주기도 하는데 라오어2의 사실성은 기존 너티 독 게임이 그랬듯 어디까지나 게임으로서의 기준 내에서 허용 가능한 가장 높은 단계로 구현됐다.


사실 비슷한 수준의 디테일을 선보인 건 너티 독의 전작 언챠티드4였다. 게임은 유리 파편이 튀어나오거나 차가운 철에 손을 대면 손바닥 온기에 자국이 남는 등 눈치채기 어려운 디테일까지 담았다. 라오어2는 여기서 한 발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래픽 디테일을 잡아냈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 수많이 언급된 디테일. 이걸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이 바로 레드 데드 리뎀션2다. 게임은 말 그대로 이런 것까지 신경 썼나 싶을 정도로 현실적인 디테일을 강조했는데 이게 도리어 게임적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라오어2의 디테일 역시 사실성을 덧대긴 했지만 상술한 대로 어디까지나 게임으로서 많은 사람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타협했다. 그래서 과도한 디테일 집착이 플레이어의 경험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 엘리가 당황한 게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 대화 장면

엘리의 복수와 이를 함께 경험하는 플레이어게 남은 게임의 핵심은 선택이다. 여기서 선택은 플레이어가 엘리를 직접 조작하고 여러 상황에서 직접 진행을 선택하는 경우, 그리고 엘리가 스토리 속에서 결정하는 수많은 선택과 플레이어가 여기에 이입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선택에 가장 부합하는 내용은 바로 게임의 탐험 요소다. 서두에서 언급했든 게임의 핵심 이야기는 기존 너티 독 게임이 그랬듯 올곧은 선처럼 진행된다. 시애틀에 복수를 위해 지내는 동안 과거 이야기가 잠깐씩 다뤄지며 왜 지금의 상황에 이르러졌는지, 혹은 캐릭터 성격과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는지 다뤄주기는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핵심 이야기로서지 과거의 선택이 이야기를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히 구분된 메인 루트에 수많은 갈래 길을 두고 탐색할 수 있는 지역을 두며 마치 오픈 월드 형태로 길을 구현했다. 이들 지역은 굳이 뒤지지 않아도 게임을 결말을 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만큼 감염자들이 득실거리는 위험한 구간이라 그냥 지나쳐도 된다. 하지만 반대로 누구도 찾지 않아 대재앙 이전부터 남아있는 약품이나 충분히 다시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넘쳐난다.

▲ 도시 곳곳은 직접 들어가 탐색해볼 수 있도록 구현됐다.

약품은 엘리의 갖가지 능력을 강화하는 데 쓰이고 고철 더미는 무기 강화에, 알코올, 헝겊, 용기, 폭발물질, 결속물, 날붙이 등은 체력 회복 키트나 폭탄, 권총 소음기 제작 등에 쓰인다. 무기 개조는 대미지를 올리거나 조준점이 덜 흔들리도록 정확도를 올려주는 등 전투에 직접 영향을 주고 엘리의 강화는 체력 향상부터 은신, 크래프팅 속도와 결과 등 부가적인 추가 능력을 제공한다.

많은 아이템을 획득하면 전투가 편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게임 진행에 핵심적인 아이템도 여기에 포함되는 일이 왕왕 있다. 기본적으로 엘리는 권총 하나, 장총 하나만 들고 다닐 수 있고 추가 무기는 가방을 꺼내 교체해야 하는데 총집을 얻으면 이게 하나씩 더 늘어난다.

엘리는 최대 권총 2종에 활을 포함한 장총류가 4개인데 전투 도중에 가방을 꺼내 무기를 바꾸다간 금세 사망신을 보게 된다. 바로 이 총집 같은 도구들이 메인 외 루트에 등장하기도 한다. 결국, 전투의 편의냐 빠른 진행이냐의 차이이며 이 선택 권한은 엘리를 조작하는 플레이어의 손에 달렸다.

▲ 총 몇 번 쏘면 탄약이 다 떨어지니 다양한 무기를 많이 들고 다닐수록 전투에 유리하다.

비선형 탐험 요소는 게임 출시 전부터 꾸준히 강조된 부분이기도 한데 사실 이게 게임이 가진 분위기를 헤칠 우려도 있었다. 대체 폴아웃4도 아니고 복수를 하러 가는 사람이 이곳저곳 뒤져가며 아이템을 얻고 다닌다는 것도 그렇고 진중한 게임 분위기가 깨지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탐험이라는 단어만 두고 생각한다면 이에 더 어울리는 게임은 일부 비선형 게임플레이를 먼저 도입한 언챠티드4와 그 시리즈다. 실제로 주인공 네이선은 모험가였고 게임의 테마도 세계 여러 곳의 유물과 유적의 탐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라오어2의 오픈 월드식 레벨 디자인은 거대한 세계를 모험한다는 느낌도 적고, 몇몇 수집품이나 아이템 획득에 그칠 뿐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게 하지도 않는다. 몇몇 구간은 기껏 탐색했더니 이미 가지고 있는 재료 몇 개만 뿌리기도 하고 오히려 감염자를 잡는데 획득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탄환과 소모품을 쓰기도 한다. 간혹 동료와 함께 이동할 때 다른 지역을 탐사하는 경우 빨리 갈 길 가자며 재촉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오픈 월드 탐사가 게임에 녹아든 이유는 탐색으로서의 색을 더했기 때문이다. 엘리는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얻는 걸 먼 길, 혹은 위험한 길을 가는 데 필요한 자원들을 챙기는 거라고 자답한다. 비교적 안전한 잭슨에 살았지만, 마을 밖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는 엘리에게 이런 자원들을 넉넉히 갖추는 건 곧 생존을 의미한다. 그래서 게임 중에 이를 어색하게 여긴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보고 갈 곳은 가 보고 챙길 건 챙기자는 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 다양한 정보를 획득해 금고 번호를 유추하고 풀어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든든한 보상이 있을 수도 있고.

플레이어가 주도권을 가진 선택과 함께 엘리도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선택을 한다. 복수를 위해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직접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엘리가 선택한 행동과 뒤따르는 결말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다. 아마 복수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잭슨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복수의 과정에서도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고통을 받기도 하고 고문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의 행동에 비참함과 불쾌함을 느끼며 온몸을 떨지만, 그에 따른 또 다른 보복과 슬픔도 감내해야 한다. 플레이어인 나 역시 다양한 디테일을 통해 엘리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한 만큼 어떤 결말이 다가올지 숨죽이며 함께한다. 엘리 자신도 옳은지 고민했고 후회하기도 했기에 결과에 다가갈수록 나도 함께 고통스러워진다.


이런 체험을 통해 게임은 복수와 그에 따른 살의가 언제나 옳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플레이어에게 엘리의 행위가 옳은지 자문하도록 설정한 요소도 여럿, 눈에 띈다.

우선 적 각각에 생명을 넣어놨다는 점이다. 감염자야 해당하지 않겠지만, 게임에서 감염자 이상으로 많이 만나는 울프와 세라파이트는 모두 인간이다. 이들은 각각이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해당 병사가 사라지면 이름을 부르며 찾고, 죽은 것을 발견하면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 때로는 소리 지르며 엘리를 찾고 슬픔에 흐느끼기도 한다. 특히 울프와 같이 다니는 경비견은 소음기 달린 총으로 주인만 먼저 죽이면 낑낑대며 제자리를 맴돈다.

게임 곳곳에서 인간들이 남긴 노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여기서 인간은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하기도 하지만,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존재다. 게임 중 내가 죽인 병사가 병든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라고 남긴 메모를 발견했을 때의 죄악감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이처럼 게임은 엘리가 느끼는 감정에 플레이어가 이입하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반대 관점에서 엘리의 행동을 평가하게 한다. 그리고 여러 번의 반전이 뒤섞인 스토리를 통해 그 책임을 마치 플레이어가 지도록 했고 이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로하고 감정을 소모하는 체험이 된다.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선 이상의 몰입감과 게임적인 디테일, 그리고 그 구간을 잇는 시네마틱까지 게임의 모든 요소요소는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경험이다.

▲ 지금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플레이어가 감당하게 된다.

팬들에게 남은 건 라오어2가 출시되면 게임을 플레이하며 심적 고통이 담긴 희열을 느끼는 것. 그리고 엔딩과 함께 메타 크리틱 점수가 얼마나 높게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참, 그리고 몇 가지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냥 지나치지 말길 바라는 부분이 있다. 이 정도는 미리 머리에 넣어두고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첫째는 NPC, 적병, 혹은 엘리 자신의 대화를 꼼꼼히 확인해보길 바란다. 너티 독의 전작에도 있었지만, 게임 속 인물들은 틈만 나면 서로 대화하고 자기 말을 한다. 적들은 현재 상황과 피해 정도를 말하기도 하고 NPC는 엘리와 있었던 과거를 논하기도 한다.

엘리도 여러 혼잣말을 하는데 이게 또 재밌나. 나름 시니컬하게 유머를 내뱉는데 때로는 정말 뜬금없게, 때로는 게임 플레이와 연관된 말을 꺼낸다. 뭐 건물 사이를 건너지 못하면 이것도 못하냐는 식인데 언차티드보다 3배 이상 늘어난 행동 지문 덕이란다.

▲ 혼잣말부터 대화까지 이것저것 해보고 다 들어보자.

게임이 어렵거나 너무 쉽다면 설정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앞서 설명했지만, 게임의 옵션은 매우 다양하다. 아무리 편리하게 조절해도 듀얼쇼크를 통한 조작이 마우스만큼 빠르고 정확하지는 않을 테지만, 카메라 이동, 조준 이동 모두 가로, 세로 모두 따로 감도 조정이 가능하고 수치도 세부적으로 구분되어있다. 또 조준 보정을 켜면 상대를 쉽게 조준할 수 있는데 이 모든 설정도 감도를 10단계로 나눠 설정 가능하다. 이 외에도 적이 크게 돌아 뒤를 잡지 못하게 설정하거나 공격 정확도 자체를 낮추는 옵션도 있다.

게임의 인터페이스부터 난이도, 조작법까지 불편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은 옵션으로 설정이 가능한 수준이다. 대신 게임 시작부터 어려움 이상 난이도인 생존자를 선택할 수 있다. 생존자에서 특정 부분은 좀 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커스텀 난이도를 선택하면 되는데 은신이나 자원 수 등을 매우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 생존자 수준으로 따로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

▲ '바꿀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은 다 바꿀 수 있다.

게임은 정말 잔혹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길 바란다. 전작도 그랬지만 사망 장면은 툼레이더 리부트가 그랬던 것과 달리 일종의 볼거리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죽는 짧은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고 바로 재시작된다. 하지만 이게 잔혹함을 덜어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임에서 주인공이 죽는 순간이 되면 그 상황에 걸맞게 눈이 뽑히고, 목이 꺾이고, 피부를 잡아 뜯긴다. 이런 장면은 특별한 게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표현되는 데 그것 자체로 거북하다. 내가 그 캐릭터에 온전히 이입해 있으니까.

사망 장면이 아니더라도 잔혹한 장면은 곧잘 등장하는데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고 그걸 온몸으로 겪는가 하면 뼈가 박살이 날 때까지 두들기는 장면도 여과 없이 등장한다. 일단 엘리가 적 병사를 죽이는 방법부터 잔혹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냥 잔혹하다라는 말로는 좀 부족하니 덧붙이면 사실적으로 잔인하다. 그러니 이런 분야에 약하다면 게임 전 마음의 준비는 꼭 하자.


▲ 알고 있겠지만,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이다.

게임에 나오는 간단한 상호작용들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아마 기타 치는 엘리를 출시 전 많이 봐왔을 것이다. 기타를 치는 게 꽤 신기한데 정해진 코드를 향해 아날로그 스틱을 옮기고 듀얼쇼크의 터치패드를 기타 스트링을 긁듯 밀면 소리가 난다. 여기에 맞춰 노래 부르는 엘리는 마치 이 잔혹한 세상에 따로 떨어져 있는 고결한 존재처럼 그려진다.

그런데 이런 기타 연주는 게임 초반, 중반, 후반 모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크게는 조엘의 부성애, 기억, 그리고 엘리 자기 자신의 상실과 평온쯤으로 쓰이는데 그냥 말로 들으면 바로 이해가 되진 않는다. 게임 플레이 중간 나오는 양몰이나 강아지의 장난감 던져주기 같은 것도 모두 게임의 큰 줄기에 빠져드는데 크게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이게 나올 때는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나오는데 이런 세세한 부분도 꼼꼼하게 생각해보면서 즐기면 게임을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 때론 간단한 미니게임도 이야기의 핵심 주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꼭 게임을 멈추고 포토 모드를 켜보길 바란다. 게임 출시 후 데이원 패치에 포함되는 거로 아는데 게임 포토모드의 성능은 정말 강력하다. 간단히 시야각을 조절하고 레터 박스를 넣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카메라 이동에 10개 이상의 필터를 지원하고 블러와 필름 효과도 세밀하게 조정해 넣고 빼는 게 가능하다.

또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시네마틱 구간도 포토모드가 적용된다. 이게 게임플레이와 동일하게 실시간 랜더링으로 시네마틱이 진행되는 덕분이다. 여기에 NPC, 혹은 모든 캐릭터를 화면에서 지우는 것도 가능하다. 여러 가지 로고를 워터마크처럼 박아도 되는데 모든 설정이 끝났다면 메뉴 창을 숨기고 캡처 버튼을 누르면 된다. 실제 사진급의 아름다운 풍경이 하드에 저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