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정규 시즌이 몇 주 안으로 다가온 요즘, 롤드컵 진출과 연관된 만큼 어떤 팀이 상위권에 자리를 잡을지 관심이 많다. 상위권 팀이 되기 위한 조건 역시 그렇다. 그리고 LCK-LPL을 가리지 않고 상위권 팀의 좋은 성적의 중심에는 미드 라이너 활약이 있다. 미드 라이너의 활약이 ‘언제는 중요하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그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

얼핏 보기엔 상위권팀 미드 라이너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와 단순히 챔피언 폭과 운영, 피지컬만으로 평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최상위권으로 향하는 미드 라이너는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상대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무언가. 슈퍼플레이라는 단순한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그들만의 플레이를 해낸다. 긴장할 법한 상황에서도 거침 없이 나오는 미드 라이너들의 놀라운 플레이는 많은 팬들의 환호 소리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그리고 미드 라이너의 활약은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더 빛났다. 지난 주말 LCK의 DRX와 젠지의 대결에 이어 LPL TES와 IG이 벌어졌다. 두 경기 모두 확실하게 미드 라이너가 돋보였던 경기로 승패의 큰 틀을 책임졌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쵸비', "봐줄래?"
당연했던? '쵸비'의 여유있는 슈퍼플레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은 상위권 팀 선수들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간단하게 말한다. 불리함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은연 중 믿음이 있어 보인다. 이는 게임 내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승부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한타에서도 상위권 팀들이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주 큰 관심 속에 진행됐던 LCK DRX와 젠지의 대결.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뽑으라면, 1세트에서 나온 '쵸비' 정지훈 갈리오의 슈퍼플레이다. 1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DRX 입장에서 중요한 경기였다. 게다가, 1세트는 상대 '비디디' 곽보성의 조이가 KDA 7/1/5로 맹활약한 판이었다. 젠지가 드래곤 3스택을 쌓으며 시간이 이대로 흘러갔을 때, 운영적인 이득을 취할 수도 있었다.

여기서 '쵸비'는 누구보다 침착했다. 그리고 팀에 불리한 조건을 갈리오의 묵직한 한 방으로 정리해버렸다. 정신 없는 한타가 진행되는 중에도 '쵸비'는 상대 스킬을 깔끔하게 피한 뒤 벽 뒤에 숨어서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상대 플레이를 완벽히 예측한 뒤 한타를 뒤집는 능력은 '쵸비'라는 선수명을 외치게 만드는 플레이였다.

일반적으로 갈리오는 합류전이나 한타를 여는 이니시에이팅 역할에 중심을 둔다. 그런데 '쵸비'의 갈리오는 의외의 '폭딜'과 킬로 또다른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쵸비'가 잡으면 주먹 한 방에 상대를 보냈던 OP 시절 갈리오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사실, '쵸비'는 LCK 미드 라이너 중 분당 CS 1위(9.7개)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선수로 어떤 챔피언을 선택하더라도 준수한 CS 수급과 성장을 해왔다. 이런 탄탄한 기본기까지 깔려 나올 수 있었던 갈리오의 슈퍼플레이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쵸비'는 게임 내에서 덤덤하다. 팀원들에게 "봐줄래"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들 승부수를 던졌다. '쵸비'는 어느새 중요한 경기, 강한 상대와 대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으로 성장해 있었다.


쓸거면 '루키'처럼
교전 중심 메타에도 통하는 '루키'표 오리아나


▲ 오리아나하려면 '루키'처럼 해줘야? (출처 : LPL ENG)

요즘은 상위권팀 미드 라이너의 챔피언 폭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맞게 챔피언을 뽑아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에 그렇다. 자연스럽게 특정 챔피언 '장인'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넓은 챔피언 폭을 바탕으로 동시에 특정 챔피언에 관한 남다른 깊이를 자랑하는 선수들은 여전히 있다. LPL IG '루키'의 오리아나와 TES '나이트'의 신드라가 그렇다. '나이트'의 신드라는 MSC에서 충분히 그 위력을 발휘했다면, '루키'의 오리아나는 요즘 LPL 경기에서 그 완성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오리아나 챔피언 자체에 관한 평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좋기 힘들다. 미드-정글 교전이 초반부터 중요한 시기에 이동기가 없는 '뚜벅이'에 초반보다 후반이 강한 오리아나 같은 AP 메이지 챔피언은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합류전 구도에서 쉽게 잘릴 위험이 크고, 라인전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도 갱킹 위험이 따르기에 그렇다. 그렇지만 '루키'의 오리아나는 다르다. 요즘 메타에서 오리아나를 할거면, '공격적으로 '루키'처럼 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붙을 정도다. 젠지의 '비디디' 곽보성 역시 오리아나로 승리했을 당시 인터뷰에서 '루키' 플레이를 언급할 만큼 그만의 특색있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

이는 IG와 TES의 경기에도 잘 드러났다. 평소라면 수많은 밴카드로 막혔을 '루키'의 픽들이 풀리면서 오리아나가 등장할 수 있었다. 해당 경기에서 '루키'는 '나이트'의 조이를 상대로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라인 복귀 후 합류까지 먼저 수 있었다. 탑에서 '더샤이' 강승록이 끊기는 상황이 나왔지만, 미리 합류한 '루키'의 오리아나가 트리플 킬로 상황을 정리해나갔다. 한 번의 스킬과 평타 배분의 실수 없이 차례로 세 명을 잡아내는 장면이 초반부터 나왔다. 보통 오리아나하면 충격파 한 방을 상상하겠지만, '루키'는 정교한 공굴리기로 이런 그림을 만들어나갔다.


미드 시즌 최강 미드
여전히 건재한 TES '나이트' 행보 어디까지?


▲ 불리한 경기 뒤집는 TES '나이트' 조이(출처 : LPL ENG)

LPL과 LCK의 상위권 네 팀이 맞붙은 MSC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바로 TES 미드 라이너 '나이트'였다. 롤드컵 진출에 우승 경험까지 있는 선수들을 국제 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나이트'가 모두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눈에 띄는 미드 라이너의 등장이었다. 첫 LPL 결승전에서 자신의 실수로 우승을 놓쳤지만, MSC 제패 후 LPL 섬머까지 한동안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LPL에서 가장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는 선수다.

영상은 '나이트'가 결과를 뒤집을 뻔했던 TES와 IG의 2세트다. 앞서 '루키'의 오리아나가 초반 트리플 킬로 시작했지만, 중반부터 경기가 뒤집히곤 했다. TES의 핵심인 '나이트'의 슈퍼플레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교전이 일어나기전에 '나이트'가 한 명을 끊어주는 한타가 연이어 일어났다. 오랫동안 참고 성장에 집중했던 '더샤이'의 제이스마저 아무런 힘을 써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렇게 잘 성장한 딜러가 한 명씩 사라지면서 승기가 TES 쪽으로 넘어간 경기였다. 마지막에 '잭키러브'가 허무하게 끊기면서 재역전패가 나왔지만, '나이트' 만큼은 여전히 무시 못할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TES의 2패라는 결과와 달리 '나이트'의 슈퍼플레이는 여전히 빛났다. V5전에서는 카시오페아로, IG전에선 조이로 불리한 팀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은 충분히 해주고 있다. LPL 역시 강한 미드 라이너가 조이를 잡았을 때 얼마나 경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나아가, '나이트'는 여전히 성장 중인 선수다. MSC에서 LCK 팀들을 끌고 다니던 '나이트'의 르블랑, 레넥톤처럼 사이드에서 홀로 파고드는 신드라를 활용하듯이 독보적인 챔피언 플레이 스타일을 확립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카르마와 같은 픽까지 섭렵하고 있기에 '나이트'의 성장세 만큼은 여전히 주목할만 하다.


"또 너냐 김허수"
첫 해부터 남달랐던 '쇼메이커' 허수



담원 게이밍은 작년에 1부로 올라와 롤드컵 8강까지 도달한 팀이다. 1부에 진출한 첫 해에 가장 큰 세계 무대를 밟아봤다는 것은 이들에게도 큰 경험이 됐을 것이다.

특히, 그런 무대에서 위 영상과 같은 슈퍼플레이를 해본 '쇼메이커' 허수에겐 지난 롤드컵이 특별할 듯하다.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해당 롤드컵 4강 주자였던 IG지만, '쇼메이커'는 이들을 상대로도 제 플레이를 펼쳤다. '더샤이-루키'를 상대로 아칼리로 트리플 킬을 올리며 전 세게에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해당 한타의 스노우볼을 바탕으로 담원의 IG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담원이 아쉽게도 8강에서 탈락하면서 '쇼메이커'의 활약은 더 나올 수 없었다. 당시 '아칼리-코르키를 밴하면,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칼리로 활약했던 대담함은 어디가지 않았다. 이번 섬머에도 여전히 '쇼메이커'의 활약은 기대를 모을만 하다.

게다가, 다양한 챔피언으로 활약하기에 챔피언 폭에 관한 지적 역시 이젠 소용이 없을 정도다. 팀원과 함께 전투하며 성장하는 카사딘, 발 빠른 합류전의 트위스티드 페이트, 여전히 강력한 조이-코르키, 바론 스틸을 하는 신드라 등 다양한 챔피언의 슈퍼플레이를 소화하는 중이다. 솔로 랭크에서 모두 다른 챔피언으로 플레이해 챌린저를 달고, 랭킹 1위까지 달성한 올해의 결실이 프로 경기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올해 담원의 성적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쇼메이커'는 꾸준히 잘해왔다. 그리고 팀 전반의 기량이 LCK 섬머에서 올라오고 있다. 이제 그동안 넘지 못했던 DRX-젠지와 같은 상위권 팀과 대결만 넘어서면 된다. 상위권 팀을 상대로 나온 운영적인 실수를 줄이는 게 우선이겠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승부를 가를 '쇼메이커'의 한 방 역시 기대해볼만 하다.

작년에 FPX는 '도인비' 김태상의 특색있는 합류전과 로밍 능력을 바탕으로 LPL-롤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도인비매직'으로 불릴 만큼 특색있는 스타일이었다. 올해 역시 여러 미드 라이너들이 자신의 깊이 있는 플레이를 만들어가고 있다. 강한 라인전 능력을 기본으로 한타나 합류전 상황에서 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미드 라이너들은 기존 챔피언의 평가와 한계를 넘어선 그들만의 플레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상위권 팀 간 최근 경기에서 눈에 띄었고, 앞으로 진행될 지역-세계 상위권 팀 간 대결에서 더 나올 듯하다. 세계를 놀라게 할 미드 라이너의 슈퍼플레이 말이다.

LPL팀 이미지 출처 : 라이엇 차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