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이 유저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경우가 꽤 있다. 가령 올라프를 선택한 유저는 올라프에 빙의 되어 한 번 도끼를 맞춘 적을 끝까지 따라가기만 한다거나. 리 신으로 '인섹킥'을 통해 상대 아무무라도 우리 쪽으로 배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거나. 소위 '급발진'이라고 표현되는 그런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챔피언들이 많다.

클레드도 위에 해당하는 챔피언 중 하나다. 일단, 챔피언 콘셉트부터가 살짝 정신이 흔들리는 듯한 쪽이다. 챔피언 대사만 들어도 클레드가 얼마나 정신없는 챔피언인지 단박에 알게 된다. 스킬 이름도 한몫 단단히 한다. '버럭버럭'과 '이랴!'에 이어 '돌겨어어억!!!'이라니. 살짝 정상 범주에서 어긋나있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스킬명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클레드를 아예 다른 방식으로 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클레드는 전형적인 브루저 계열 챔피언인데 프리 시즌에 들어서는 아예 탱커 아이템 위주로 세팅해 클레드의 다른 매력을 뽐내는 유저들이 많다. 그리고 이와 함께 클레드는 승률 53.57%로 탑 챔피언 중 승률 6위에 빛난다. 너무 의미 없는 픽률을 보이는 질리언과 카시오페아를 제외하면 탑 승률 4위에 자리매김했다.

▲ 잘 숨어있는 '꿀챔' 클레드(출처 : lolalytics)

그렇다면 클레드를 왜 최근에는 탱커 쪽에 초점을 둬서 플레이할까. 여기에는 프리 시즌에 개편된 아이템, 태양불꽃 방패의 효과에 있다. '불사르기' 효과가 클레드의 특징과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

불사르기는 '피해를 받거나 입히면 주변 적들에게 3초 동안 초당 20~40(레벨에 비례)+추가 체력의 1%에 해당하는 마법 피해를 입힙니다'라는 효과를 뜻한다. 클레드와의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추가 체력의 1%에 해당하는 마법 피해'에 있다.

클레드는 독특한 챔피언이다. 클레드가 겁쟁이 도마뱀 스칼에 탑승한 채로 행동하는 챔피언인데 클레드의 전체 체력은 클레드와 스칼의 체력을 합친 수치다. 1레벨에 클레드의 체력이 340, 스칼의 체력이 415로 총 755다(룬 파편 쪽에 체력 룬을 선택한 상태). 이는 모든 챔피언을 통틀어 1레벨에 가장 높은 체력이다.

6레벨인 클레드에 태양불꽃 방패를 장착시켰을 때 태양불꽃 방패의 불사르기 효과는 초당 29의 피해를 준다. 이때, 클레드의 전체 체력은 616 + 1124로 1740이다. 참고로 태양불꽃 방패를 주로 쓰는 자크나 아무무의 경우, 같은 조건에서 불사르기 효과로 둘 다 22(자크 체력 1478, 아무무 체력 1419)를 입힐 수 있었다. 클레드와 태양불꽃 방패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 태양불꽃 방패와 잘 어울리는 클레드의 체력

두 번째 아이템은 기존 클레드와 비슷하게 거대한 히드라를 가거나 스테락의 도전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다. 두 빌드 모두 선택 시 승률이 60%대로 높았다. 이 두 빌드 역시 클레드의 체력을 끌어올리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테락의 도전에는 체력 +400 옵션이, 거대한 히드라에는 체력 +500 옵션이 붙어있다. 이를 모두 구매한 18레벨 클레드의 체력은 무려 4,389다. 그리고 아이템 효과들로 공격력 역시 259에 달해 클레드는 딜과 탱을 모두 겸비한 만능 챔피언이 된다. 여기에 깨알 같은 태양불꽃 방패의 불사르기 대미지도 있다.

클레드 유저들은 여기에 덧붙여 4코어 아이템으로 가고일 돌갑옷을 구매한다. 그럼 가고일 돌갑옷의 사용 효과인 보호막 수치는 약 3,000까지 상승한다. 순간적으로 체력 7.389짜리 탱커가 되는 셈.

▲ 잡을 엄두가 나지 않는 클레드의 현재

이처럼 클레드는 유저들의 색다른 아이템 빌드 선택으로 때아닌 호황을 누릴 채비를 마쳤다. 다가올 10.25 패치에서 태양불꽃 방패의 체력 옵션이 너프되긴 하지만 이 때문에 클레드의 성능이 갑자기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오늘 랭크 게임을 돌려볼 심산이라면, 든든한 탱커의 특징을 갖게 된 클레드와 함께 적진으로 돌겨어어억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