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도 부산에서 4일간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09(G★2009)가 막을 내렸습니다. 행사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신종플루 여파와 지방 개최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철저한 예방대책과 부산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24만 명이라는 역대 최대 방문객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걸스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도우미 복장을 규제한 노력은 블레이드 앤 소울 코스프레이어의 퇴장이라는 사건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참가업체들의 수많은 신작 경연은 2,886만 달러의 수출 상담실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겉보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루 일찍 부산에 내려갔다 마지막 날까지 현장을 지키고 돌아온 인벤 특별취재팀은 지스타 행사를 어떻게 봤을까요.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지스타의 새로운 개최지, 부산은 어땠는지


루팡 : 일단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일산에서 할 때는 여간해서 분위기가 살지 않았는데 부산역에 도착할 때부터, 지하철을 탔을 때도, 심지어는 KTX 안에서까지 뭔가 된다 싶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겠더군요.

또 하나, 지스타 시작 전까지 각 게임사들이 보낸 보도자료의 갯수가 역대 지스타 중 최고 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신작들도 신작들이었지만, 보도자료의 물량만 봐도 단적으로 이번 지스타가 역대 지스타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겠죠.

'내년에도 부산'은 업계 관계자들 대다수의 공통된 인식이었습니다.

10만을 모았던 스타리그 결승전이나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이번 지스타까지 부산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와 궁합이 잘 맞는 도시 같습니다.


니모 : '게임을 하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한다'는 시민들이 지스타를 알고, 또 찾아갈 생각을 하고 있어서 놀랐어요. 길거리에서 만난 아가씨, 택시 기사 아저씨, 호프집(-_-;) 점원, 에 또 기타 등등. 상당한 홍보와 상당한 호응이랄까. 항도 부산의 게임에 대한 관심은 겨울 날씨도 잊게 만드는... 아, 부산의 날씨는 원래 그렇다고요?


헥터 : 단연 최고! 경상도 출신이라 매주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는 서울의 코엑스가 늘 부러웠거든요. 그래서 지스타 부산개최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했던 게 접니다. 당연히 성공도 확신했죠. 최대 관객 기록을 갱신했는데 앞으로도 관람객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여러 도시에서 개최했으면 합니다.





핸디 : 부산역과 도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 자원봉사 안내원이 배치되고 셔틀버스도 운행되더라고요. 특히 피서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 숙박시설도 충분하고, 오히려 일산에서보다 지방 관람객에겐 더욱 편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팩트 : 부산까지 갔다 오는 취재 여정은… 힘들었습니다. ㅜ.ㅜ


엔터 : 아... 부산 좋더군요. 다른 것 보다 완전 넓은 전시회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게 작게 토막 친 홀에 옹기종기 모인 지난 지스타와는 좀 달랐습니다. 벡스코는 단일 규모의 전시장치고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해요. 올해 성적이 워낙 좋아서 내년에도 부산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저는 환영합니다.



■ 지스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루팡 : 지스타 3일째, 벡스코 앞에 길게 늘어선 줄. 킨텍스의 줄보다도 한참 길었습니다. 그 줄은 점심 시간이 되어서도 그다지 줄어들지 않더군요. 덕분에, 프레스센터와 전시부스를 오갈 때마다 사람을 헤치며 나아가느라 힘이 들었습니다.


니모 : 게임 아카데미, 게임학과 부스들에 전시된 빛나는 게임들이 기억에 남아요. 손짓하는 도우미 한 명 없이도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죠. 언제 이 만큼 발전했지? 하는 느낌.





헥터 : 수도권이나 타지에서 내려오는 분들은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과 사투리에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하기도 해요. 기자도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 오해를 받곤 하는데, 가깝고도 먼 무뚝뚝함과 사투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팩트 : 올 해 여름 중국에서 열린 차이나조이에서 샨다가 빨간색 카트를 상품으로 나눠줬거든요. 당시 방문객의 80%이상이 똑 같은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상상해보세요, 그 많은 중국 사람들이 똑같은 빨간 카트를 끌고 행사장을 가득 메운 모습을… 그런데 ICON 행사 상품도 바로 그 카트! 이젠 잊었나 싶었는데… ㅜ.ㅜ


엔터 : 전 아직도 믿을 수 없습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팬 사인회 한 방에 위메이드 부스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누가 그러던데요? '소녀시대'가 왔으면 위메이드 부스는 무너졌을 거라고...







■ 지스타 행사 Good & Bad


루팡 : 유아용 놀이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꼼꼼한 배려였습니다. 그만큼 게임이 세대를 초월한 대중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겠죠. 행사의 주최측이라고 할 수 있는 진흥원과 조직위는 미비한 준비로 관계자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인벤에 익명의 비하인드 게시판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


팩트 : 신종플루 대책용 도우미를 다수 투입, 입구에서 분무장치로 소독하거나 곳곳에 손세정제를 배치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등 많이 준비를 했더라고요. 게임쇼의 특성상 서서 돌아다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다음 스페이스 카페와 같은 쉼터가 꾸며져 있다거나 유아들과 함께 온 부모들을 위해 별도의 유아용 놀이시설을 마련해 방문객들을 배려한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핸디 : 입장표를 구입하고, 현장 등록 문서를 작성하고, 다시 현장 등록을 하는 복잡한 입장 방식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로비 곳곳에서 어떻게 들어가는지 몰라 헤매는 방문객들을 볼 수 있었죠. 프레스 센터의 불안정한 인터넷 상태도 불편했고요.


헥터 : 누구 하나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만 치러도 성공한 행사죠. 또 예전 행사에서 볼 수 있었던 특정 부스 편중현상도 사라졌다 할 정도로 고른 분포를 보였는데, 게임사들이 많이 준비했고 이에 따라 방문자들도 여러 게임부스를 골고루 살펴봤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어요.


엔터 : '지스타가 걸스타의 오명을 벗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솔직히 말하면 예전보단 좋아졌지만 여전히 '걸스타', '경품스타'라는 말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지스타2009였습니다. 경주소녀(레이싱모델)들이 대놓고 노출 경쟁을 하는 일은 사라졌지만 아슬아슬했죠. 오히려 부스걸 없이 수수한 복장의 진행요원들만 있었던 '한빛소프트' 같은 부스가 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내년 지스타에서는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부스걸', '경품', '이벤트'가 아니라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이번 지스타에서 게임을 시연해야 경품을 받을 수 있는 룰(?)이 아니었다면 썰렁한 부스 많았을 겁니다. 진짜로...






■ 지스타에서 발견한 주목할 만한 신작


니모 : 개인적으로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지스타를 통해 생각이 바뀐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넥슨의 에버플래닛. 다른 기자들이 다들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_+;





헥터 : 엔씨의 메탈블랙을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 했습니다. 현대식 액션 RPG로 WOW 레이드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는데요. 아쉽게도 공개는 내후년이라고. 내년에 당장 내놓아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은데 개발기간을 이렇게 길게 잡은 것을 보면, 액션RPG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욕심도 대단한가 봅니다.


팩트 : 엠게임의 발리언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던전 앤 파이터류 게임들이 다수 출시되는데 발리언트는 고해상도의 그래픽과 전투 중 무기 교체를 이용한 체인 콤보가 개성적이었습니다.





■ 지스타 최고의 부스는?


루팡 : 어떤 면에서의 최고를 정할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패, 밴드마스터, 오디션2 등을 들고나온 YD 온라인의 부스를 들고 싶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이점을 톡톡히 누렸는데, 들어서자마자 게임 캐릭터 복장을 한 코스프레 모델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판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눈길이 먼저 쏠릴 수 밖에요.


니모 : 까다로운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음에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는 본인. (후줄그레한 복장과 회색이 된 흰 운동화는 발 빠른 취재를 위한 희생이라 항변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고 어쩌면 우주에서 유일할 수도 있는 미적 기준에서 볼 때 18세 이용가 게임들을 차단하느라 벽을 쌓은 일부 부스들과 한 가지 게임에 집중하느라 한 바퀴 돌 필요도 못 느꼈던 부스들, 또 넓은 행사장에서 위치선정이 아쉬웠던 곳을 탈락시키고 남은 것은 한빛소프트의 부스입니다.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동선 디자인이라는 면에서 7개의 신작을 전시한 한빛을 따라올 자는 애초에 없었을지도...





헥터 : 엔씨소프트의 메탈블랙 코너를 뽑고 싶습니다. 메탈블랙 코너의 도우미 분은 아이템 먹는 것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체크해주고, 레벨업 할 때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정도로 게임 박사시더군요. 특히 보스와의 전투 때는 보스의 스킬에 따른 무빙 동작까지 알려주고, 보스 킬 이후 나이스라는 감탄사를 함께 할 정도였습니다. 유부남의 작업 멘트가 될까봐 이름을 알아 두진 못했지만, 내년에도 꼭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본 게임 도우미 분들 중에 최고였어요!


팩트 : 다른 부스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회사의 로고를 넣는 정도로 그친 반면, 게임 내 유닛은 배틀크루저를 모델로 부스를 디자인한 블리자드 부스가 기억에 남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하나의 게임에 120대가 넘는 시연대를 마련하고 20분이라는 플레이 타임을 두고 진행했는데도 참관객들을 소화하지 못해서 토요일부터는 시연 시간을 줄였지만 줄은 짧아질 생각을 안 하더군요.





핸디 : 방문객의 숫자는 쇼와 이벤트로 구성된 다른 부스에 비해 부족해 보일지는 몰라도 각 코너마다 테마 있는 연출을 보여준 엔씨소프트 부스를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메탈블랙은 다른 방문객과 함께 파티를 맺고 보스를 쓰러뜨리는 체험을 할 수 있게, 스틸독은 3:3 미니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했죠. 게임을 할 수 있는 시연대만 차려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테마를 부여해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엔터 : 탁 까놓고 말해서 가장 많은 참관객들이 '즐겼던' 부스는 '유니아나 부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너무 생뚱맞나? 그런데 직접 지스타에 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니아나 부스는 아주 미어터졌어요. 수십 대의 아케이드, 콘솔, 체감형 게임기가 가득했으니까요. 사실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을 시연할 수 있었지만 시연 자체가 재밌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MMORPG를 5~10분 하고 재미를 느낀다면 저는 '뻥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_-;

그런 면에서 유니아나 부스는 별다른 경품이나 이벤트 하나 없이도 '여기에 재밌는 게 많다'라는 것 하나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부스였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게임판이 온라인 위주로 흐르다니. 아케이드 게임이나 콘솔 게임 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블리자드 부스도 대단했죠. 메인무대에서 스타2 경기가 진행될 때면 정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변 부스들을 초토화 시켰으니... 민폐 수준이랄까 -_-; 스타2가 스타정도만 떠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지스타를 보고나선 '블리자드가 대한민국의 여러 청춘들을 또 폐인의 길로 인도하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네요.






■ 지스타 최고의 게임은?


루팡 : 줄이 가장 길었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2였습니다. 지스타 종료 한시간 전까지도 줄이 길더군요. 그 다음으로 길었던 줄은 블레이드 앤 소울이었죠. 눈에 띄었던 것은 스타크래프트2의 주변 분위기 장악 상황 속에서도 별다른 문제없이 활발하고 성공적으로 C9 퀴즈 이벤트를 진행했던 MC 였습니다.


니모 : 업무상 주목 '해야 하는' 게임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주목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고개가 돌아간 게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중 딱 하나의 게임을 꼽으라면… (상당히 오랫동안 고심을 하는 척 한 후에) 스타크래프트2. 이현주 캐스터의 중계로 시범경기가 시작될 때면 이상하게 발걸음이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그건 기자 뿐 아니었습니다. 마치 주변의 다른 부스가 클로킹이라도 한 듯, 오직 그 순간 그 공간에는 스타크래프트2 경기뿐이었죠. 전 분명히 모든 부스에 동등한 취재시간을 배분하려 했다고요. ㅠ.ㅠ





헥터 : 미래가 기대되는 게임으로 뽑아 보자면, 스타크래프트2, 블레이드 앤 소울, 그리고 메탈블랙. 스타크래프트2는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 받아 박진감이 넘치며, 새로이 등장한 유닛들 또한 전투 내에 적절하게 융합되어 가장 기대 되는 신작입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은 조금은 섣부른 판단일수 있으나, 팀의 수장뿐만 아니라, 개발팀 전체가 최고의 아티스트라는 느낌을 받을 만큼 완성도가 뛰어 났습니다. 물론 클로즈베타를 거치며 많은 부분을 유저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겠으나, 타 MMO와는 격이 다르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핸디 : 인기만 따지자면 120대의 시연대가 20분이라는 시간제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줄이 끊이지 않았던 스타크래프트2가 최고의 게임이라 평할 만합니다. 그 외에도 엔씨소프트의 메탈블랙과 NHN의 테라 또한 제법 해 볼만 했습니다. 특히 메탈블랙은 오락실에서 많이 보았던 건슈팅을 깔끔한 그래픽으로 온라인에 접목시켜 흥미를 끌었습니다.





팩트 : 많은 사람들이 몰려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박수를 치며 구경했던 모습으로 볼 때 가장 성공적으로 홍보한 게임은 역시 스타크래프트2가 아닐까 싶어요. 블레이드 앤 소울도 코스프레 도우미의 노출 사건과 함께 신작 영상을 인원 제한 방식으로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엔터 : '역시 엔씨'라는 감탄사를 뽑아낼만한 블레이드앤소울 영상 공개가 대박이었죠. 영상을 보려고 기다리는 줄이 엔씨소프트 부스를 둘둘 감더군요. 토요일, 일요일에는 빨리 보면 30분, 오래 기다리면 1시간까지 기다려야 해서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영상을 보고 나온 사람들은 불평은 커녕 감탄만 내뱉었으니 말 다했죠. 문제는 엔씨는 언제나 영상만(?) 기가 막히게 뽑아왔다는 사실이랄까. 다들 그러더군요. '정말 이대로만 나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