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기반의 카드 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오픈 베타를 시작한 지 곧 1년이 됩니다. 그동안 많은 유저분들이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 관심을 가졌고, 직접 플레이도 해보셨는데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해서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통해 카드 게임을 처음 접해본 유저라면 게임이 조금 어렵게 느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카드 게임을 원래 좋아한 유저라면 레전드 오브 룬테라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신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들고요.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서비스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 게임에 대해서 유저와 게임사는 어떤 점들을 느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올해 12월에 열린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첫 시즌 토너먼트 우승자 '리롤' 배기웅 선수와 레전드 오브 룬테라 브랜드 매니저 '스테락' 이응호 님과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가진 재미는 무엇인지, 유저로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지, 운영자의 입장에서 느꼈던 고민은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 나누며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 첫 시즌 토너먼트 우승자 '리롤' 배기웅(좌), 레전드 오브 룬테라 브랜드 매니저 '스테락' 이응호(우)

Q. 먼저, 이 글을 읽을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리롤: 이번에 룬테라 아시아 시즌 토너먼트를 우승한 ‘리롤’ 배기웅이라고 합니다.

스테락: 라이엇 게임즈에서 레전드 룬테라, 와일드 리프트 브랜드 매니저를 맡고 있는 '스테락' 이응호라고 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게임 커뮤니케이션 파트를 담당하면서 게임 스트리밍 방송이나 콘텐츠 제작을 꾸준하게 진행했었습니다. 지금은 레전드 오브 룬테라와 와일드 리프트의 대회 운영 및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Q.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오픈 베타서비스를 2020년 1월 25일에, 정식 출시는 4월 29일에 진행했습니다. 이제 곧 있으면 오픈 베타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지금까지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걸어온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리롤: 카드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유저 중에 한 명으로서 말씀드리자면, 다른 카드 게임들의 장점만을 잘 흡수해서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리그 오브 레전드만의 챔피언 특색을 잘 살린 시스템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고요. 운영 면에서도 라이엇이 2주마다 패치를 하고 있어서 만족하는 중이에요.

스테락: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라이엇 게임즈가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만들어서 진행하는 첫 게임입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론칭할 때나 마케팅을 할 때 팀 내부적으로 배워야 할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카드 게임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대중적인 장르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니아들에겐 굉장히 사랑받는 장르이기도 하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 내년에는 더 많은 콘텐츠와 대회 등을 진행하면서 유저들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Q. 말씀하신 대로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카드 게임입니다. 서양권에서는 나름 인기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장르인데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카드 게임의 매력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레전드 오브 룬테라만의 매력이 있다면 그것도 설명을 들어보고 싶어요.

리롤: 카드 게임은 완전한 실력 게임은 아니에요. 적절히 운도 필요하고, 그래서 상대도 저도 서로 예측하지 못하는 ‘의외성’이 있어요. FPS 게임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피지컬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나이를 많이 먹고도 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게임의 진짜 매력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만의 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잘 쓰지 않는 카드로 덱을 만들어서 적절한 운영을 통해 승리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있어요.

레전드 오브 룬테라만의 매력이라면, ‘주문 마나 시스템’을 정말 좋아해요. 대부분의 카드 게임이 한 턴에 써야 하는 마나(코스트)가 정해져 있고, 이를 쓰지 못하면 없어지잖아요. 하지만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쓰지 않은 마나가 최대 3개까지 ‘주문 마나’로 남아서 다음 턴에 쓸 수 있거든요. 그 덕분에 변수도 더 많아지고, 플레이어의 초반 손패가 말리더라도 운영할 여지를 더 줬다고 생각해요.

스테락: 저도 ‘주문 마나 시스템’이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특징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스템을 이해하면 할수록 생각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거든요.

그리고 ‘챔피언 레벨업’ 시스템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기반으로 한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특징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레벨업이라는 개념은 다른 카드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레벨업 하면서 나오는 영상이나 비주얼은 팬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거든요.


Q.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발매 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이 어렵게 느껴서 플레이를 포기하는 유저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유저들이 게임을 어렵게 느끼고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테락: 유저들은 게임을 다양한 형태로 즐깁니다. 한 게임의 고수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하는 분도 있고, 짧은 시간에 가볍게 한 판 정도 할 생각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있어요.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기에는 생각을 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게임이에요. 그런 이유로 가볍게 즐기려는 플레이어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리롤: 저는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다른 카드 게임을 즐겨 했던 사람에게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어려운 게임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통해 카드 게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낯선 경험이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게임 자체 난이도가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데, 철권에 ‘모르면 맞아야지’라는 말이 있어요. 카드 게임도 처음에 모르면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스테락: 저희가 많이 부족한 부분을 ‘리롤’ 선수가 이야기해주신 것 같아요. 리그 오브 레전드도, 철권도, 모든 게임들이 다 모르면 맞아야 하잖아요. 게임사의 역할은,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유저들이 적당히 맞으면서도 게임에 재미를 느끼고 배울 수 있게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이지요.

라이엇 게임즈가 만든 모든 게임들이 공통적으로 초보자분들이 게임에 잘 정착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드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어요. 앞으로는 초보자 분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드나 튜토리얼을 보완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재 게임 내에는 ‘탐험’이라는 모드가 있는데요. 레오나 vs 다이애나와 같이 AI와 대결을 하면서 게임에 적응해가는 모드입니다. 이걸 플레이하시면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 조금은 더 편하고 재미있게 배우실 수 있을 거예요.


Q. 카드 게임 장르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이나 카드 게임에 입문해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추천하는 ‘카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리롤: 모든 게임은 일단 이겨야 재미를 느낄 수 있잖아요(웃음). 인터넷에 찾아보면 만들기 쉽고 강한 덱들이 많이 올라와 있어요. 일단 그런 덱을 찾아서 플레이해보는 걸 추천해요.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조금씩 넣어보는 거죠. ‘난 이 카드가 더 좋은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카드를 바꾸다 보면, 점점 더 자신만의 덱이 완성되거든요. 그 덱을 통해 이기고 승리하면 재미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레전드 오브 룬테라 첫 시즌 토너먼트에 우승한 '리롤' 배기웅

Q. 지난 13일,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첫 시즌 토너먼트 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리롤’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셨는데요. 먼저 대회를 참가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리롤: 일단 제가 우승을 해서 정말 좋았어요(웃음). 온라인으로 경기를 해서 긴장을 덜 했던 부분도 있었고요.

그리고 영화나 만화도 마찬가지지만, 대회를 보는 시청자분들이 선수에게 많이 몰입하게 되잖아요. 이번 대회에는 일본 선수들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낯이 익은 한국인 선수가 대회에서 계속 이기고 올라가는 걸 보면서 더욱 응원하게 되고, 재미를 느끼셨던 거 같아요.


Q. 대회를 운영한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을 느끼셨나요?

스테락: 저희가 오픈 베타를 한 이후로 3월에 첫 대회를 진행했었습니다. 그게 세계에서 처음으로 열린 레전드 오브 룬테라 대회였는데요. 이 외에도 여러 대회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프로 레벨 경기를 보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제가 느낀 확신에 대해 라이엇 게임즈 글로벌 팀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에는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첫 시즌 토너먼트 대회가 시범적으로 열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1,024강을 한 번에 진행하는 독특한 포맷을 사용해서요.

많이 서둘러서 준비를 한 대회였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잘 나와서 내부적으로 많이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번 대회에서 유행한 메타가 상당히 재미있었기도 했고, 해설분들이 각 선수들의 플레이를 잘 읽어주신 부분도 좋았고요.

앞으로도 시즌 토너먼트 대회가 계속 열릴 예정인데,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대회 준비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Q. (리롤에게) 이번 대회에 유독 일본인 선수가 플레이오프에 많이 진출했었습니다. 한국 선수 8명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반면에 일본 선수는 24명으로 약 세 배가량 많았는데요. 일본 선수들의 실력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리롤: 일본이 카드 게임에 열정적이라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연구도 많이 했다는 게 보였고, 플레이어들이 다들 자신만의 독특한 덱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운이 많이 좋았어요. 카드 서순도 잘 맞았고요. 카드 게임은 어찌 됐든 운이 가장 중요한 요소잖아요. 제가 대회를 많이 해봤는데, 결국 운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되더라고요.

▲ '극악무도'를 활용해 경기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리롤'은 본인 넥서스를 칠까봐 걱정했다고 한다.

Q. (스테락에게)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일본에서 인기를 많이 끌고 있나요? 세계적으로 봤을 때,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요?

스테락: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일본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려울 듯해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카드 게임 중에 상당수가 일본에서 나온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역시 일본이 카드 게임의 종주국이라서 스물네 명의 진출자가 나왔다’고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나요.

이번 대회에서 유행한 덱을 일본 선수가 만들기도 했고,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 비해 특이한 덱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EU처럼 창조적인 스타일을 많이 시도한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글로벌적으로 본다면,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인기가 저희가 원했던 만큼 반응이 있다고 말하는 건 과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드 게임이라는 장르 내에서 레전드 오브 룬테라만의 위치는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레전드 오브 룬테라가 한국에서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 위해서 필요한 업데이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리롤: 라이엇이 레전드 오브 룬테라 사전 체험 서비스를 할 때에 유저들에게 챔피언 만능 카드를 5장 정도 줬었어요. 그 만능 카드를 이용해서 덱을 완성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픈 베타를 진행할 때는 챔피언 만능 카드를 아예 주지 않더라고요.

챔피언 만능 카드 세 장 정도는 입문자에게 제공해서 덱을 만들고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덱을 만드는 데 무조건 현금 결제가 필요하다면 그것도 진입장벽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을 한 번 생각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Q.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입문해보고 싶은 유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쉽고 좋은 덱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리롤: '타곤 군도 악령 소환사' 덱을 추천합니다. 유닛을 기반으로 플레이하고 주문 마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덱이에요. 마나가 될 때마다 카드를 알맞게 내다보면 이길 수 있는 덱이라서 카드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덱을 추천드려요.

숙련자분에게는 ‘카르마-쓰레쉬 거침없이 컨드롤 덱’이나 리신-제드를 이용한 운영 덱을 추천드려요. 후반까지 끌고 가면서 게임 설계하는 걸 좋아한다면 이 덱의 묘미를 살리실 수 있을 거예요.

스테락: 카드 게임 초보 분들께는 언제나 미드 레인지 덱을 추천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데마시아와 빌지워터를 섞는 정찰 덱을 써보시면 게임을 배우기 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게 플레이한 덱은 ‘나가 트페’ 덱이었어요. 순간순간 어떤 판단을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거든요. 덱 자체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카드 게임을 좋아하는데, 룬테라를 처음 해보시는 분이라면 이 게임의 사악한 재미를 많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Q. 레전드 오브 룬테라는 챔피언을 기반으로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여러 카드에 각 챔피언의 특성이 녹아들어 있는데요. 챔피언의 특성을 잘 살렸다고 느끼는 카드가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스테락: 저는 루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나와 연계되는 부분도 있고, 개인적으로 게임의 서사가 잘 녹아들어 있다고 느껴졌어요. 루시안의 패시브도 카드의 특징에 잘 드러나 있어서 카드가 레벨업을 했을 때, 이중 공격을 통해 상대를 폭사할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카드들과 궁합도 좋아서 앞으로 루시안에 대한 평가가 더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요.

리롤: 저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피오라를 많이 했는데요. 피오라의 궁극기는 4타를 치면 약점이 펼쳐지면서 궁극기가 개방되잖아요.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는 적 넷을 죽이고도 생존하면 게임을 승리하게 돼요. 그런 부분이 피오라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고 느꼈어요.


Q. 대회 이야기와 게임 및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이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매력도 느끼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스테락: 올 한 해 동안 룬테라를 플레이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한국 플레이어 분들께서 이 게임에 대해 주시는 여러 피드백이 저희가 게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항상 커뮤니티를 주시하고 있으니, 여러 의견 게시해주시면 저희가 게임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내년에는 정말 많은 콘텐츠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올해 타곤 확장팩까지 내면서 소개해드리지 못했던 다양한 시스템이 추가될 예정이니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리롤: 대회할 때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요. 다음 시즌 토너먼트 때도 열심히 해서 우승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