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워커 원작의 첫 맛은 담아냈지만, 길게 끌 저력을 보여줘야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소울워커 IP를 활용, 모바일 MMORPG로 재해석해서 만든 작품이다. 장르만 바뀐 것이 아니라 원작에 없는 설정과 인물들이 등장하는 등, 여러 가지로 변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학원에서 만나는 세기말 MMORPG'라는 광고 프레이즈처럼, 소울워커들은 원작과 달리 이능력자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이능학원'에 입학, 동료들과 함께 소울정크 및 베시와 맞서게 된다. 원작 IP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인 만큼, 이런 소소한 차이에도 팬들이 반발하지 않을까 약간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장르의 차이에서 오는 갭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원작에 맞춰 잘 녹여낸 모습을 보였다. 그보다는 MMORPG의 긴 템포와 호흡을 어떻게 맞춰갈지가 문제였다.

게임명: 소울워커 아카데미아(Soulworker Academia)
장르: MMORPG
출시일 : 2021. 2. 1.
개발 : 와이제이엠게임즈
배급 : 와이제이엠게임즈
플랫폼: 모바일



원작을 간결하게, 핵심만 담아내다


원작 소울워커는 2017년 출시된 PC MORPG다. 그 무렵까지 출시된 PC MORPG의 구성을 살펴보면, 대체로 몇 개의 필드를 스테이지식으로 반복해서 도는 방식이었다. 때론 경험치 때문에 서브 퀘스트를 받아서 동일한 구간을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돌기도 했다. 그런 스테이지들은 대다수가 중반, 혹은 후반이 아니면 난이도가 쉬웠고, 컨트롤보다는 적을 더 빨리 더 많이 없애는 쾌감을 추구했다.

이러한 구성은 소울워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비교적 초반부터 데미지가 강하거나 혹은 패턴이 까다로운 몹들을 중간중간 배치해 컨트롤을 생각보다 요구했다. 동시기의 콘솔 액션 RPG만큼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인터페이스에 온라인 액션 RPG치고 초반부터 다소 높은 난이도에 일부에서는 소울류에 빗댄 밈까지 나오기도 했다.

초반부터 주인공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NPC들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매운맛' 스토리도 소울워커의 특징이자, 재조명받는 원인이기도 했다. 심지어 12세 이용가에서 15세 이용가로 이용등급을 올린 뒤로는 더욱 무겁고 매운 데다가 여태까지 국산 온라인 게임에서 보기 드문 유형의 캐릭터도 추가된 바 있다.

▲ 이능학원이라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초반 분위기가 다소 풀어질 것 같았으나

▲ 원작과 동일하게, 소울워커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NPC들의 대사가 여과없이 나온다

그런 만큼 소울워커에 모바일 MMORPG, 거기에 학원물이라는 요소가 가미되면서 다소 싱거워질 우려가 있었다. CBT 단계에서부터 그래픽은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는 평가를 들은 만큼, 다소 싱거워질 때 괴리감이 더 느껴질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초반부터 이능학원에 입학, 다른 이능력자들과 함께 팀을 이룬다는 설정이 도입되면서 다소 수위가 누그러진 감이 있었다. 다만 원작의 스토리 라인과 대사의 톤은 유지하되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서브퀘스트들은 쳐내거나 후순위로 미루면서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다.

존과 스테이지 방식의 MORPG였던 원작과 달리 다수의 유저들이 한꺼번에 필드에서 사냥할 수 있게 되면서 필드 사냥 및 일부 퀘스트의 난이도는 원작에 비해서 낮아졌다. 그러나 스토리에서 중요한 구간은 별도의 존으로 옮겨 홀로 공략하게 하거나, 일부 콘텐츠는 초반부터 어렵게 설정하면서 원작의 그 매운 느낌을 원작처럼 비교적 빨리 느낄 수 있게끔 했다.




적당한 액션과 간단명료한 구성


모바일 액션 게임을 논할 때 '기기의 한계'라는 말이 항상 나오곤 한다. 입력장치와 출력장치가 동일한 공간을 차지해서 시야가 가려지기 마련이고, 기기를 쥐는 자세도 여러 키를 동시에 입력하기 불편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바일 게임은 이런 제약을 최대한 피하고자 게임 시스템을 자동과 연결시키거나, 혹은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하되 다른 요소를 가미하는 식으로 설계해왔다.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이 중 전자에 가까운 방식을 채택, 초반부터 자동을 지원했다. 그렇지만 스토리를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는 자동으로 플레이하기엔 한계가 있게끔 해 자동 의존도를 낮췄다. 또한 캐릭터 스킬은 최대 5개까지 화면에 노출되어있지만, 각 스킬을 누르면 원작의 Z키 콤보처럼 다음 스킬로 이어지게끔 설정해 회피한 뒤 스킬콤보를 심플하게 우겨넣을 수 있도록 했다.

원작에는 없지만 스태미나가 찬 상태에서 타이밍 맞춰 회피하면 시간을 멈추는 '소울 타임'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 회피하고 나서 스킬 콤보를 난사하는 묘미를 한 층 더 살렸다. 소울 타임이 발동하면 해당 타이밍에 발동된 적의 패턴을 넘어갈 수 있어 초보자나 모바일 가상 패드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금방 적응하고 액션을 선보이게끔 했다. 그러면서 자칫 쉬워질 우려가 있지만, 가면 갈수록 적이 다양한 상태이상기를 활용하거나 각종 조건을 들고 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컨트롤과 게임 지능이 요구됐다.

▲ 제대로 패턴을 파악하고 딜을 우겨넣지 않으면 초반부터 이 화면을 자주 볼 수도 있다

PC 환경보다는 아무래도 모바일이 제약이 큰 만큼, 원작의 액션을 완벽히 동일하게 담지는 못했다. 특히 상태이상기와 에어리얼 콤보 요소는 상당히 깎여나갔다. 따라서 몹을 한꺼번에 띄워서 박살내는 쾌감은 느끼기 어려웠다. 다만 제대로 적쪽을 보지 않으면 일반 공격이나 스킬을 아예 맞추지 못하는데다가 따로 타겟팅을 주는 키도 없는 등, 모바일의 편의성보다는 원작의 논타겟 요소를 살린 흔적이 엿보였다.

그간 줄곧 소울워커 원작과의 유사한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해서 원작을 접하지 않은 유저에겐 다소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겠다. 어쨌든 소울워커는 모바일 MMORPG라는 장르를 채택한 만큼, 해당 장르의 왕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전투력을 높이는 각종 시스템은 모바일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에 기반해서 설계됐기 때문이다.

소울워커 세계관에 맞춰서 명칭은 변경됐지만, 필드보스, 무한의 탑, 인스턴스 던전 등 유저들에게 익숙한 콘텐츠와 그로 인해 캐릭터를 육성하는 체계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장비 강화에 실패가 없고, 강화 레벨과 아이템 옵션을 다른 장비로 옮길 수 있어 육성의 부담감은 한 층 덜어냈다. 대신 일부 콘텐츠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이고 여러 기믹을 추가해서 컨트롤에 조금 더 집중하게끔 유도했다.

▲ 장비 강화 및 옵션 이전 등으로 캐릭터를 쉽게 강화할 수 있다



모바일 MMORPG로의 이식은 완벽하지 않았다


모든 MMORPG 유저가 다 그렇진 않지만, 평균적으로 MMORPG 유저의 게임플레이타임은 상당히 긴 편이다. MMORPG는 다수의 유저를 수용할 만큼 크고 방대한 세계를 구축해야 하다보니, 필연적으로 콘텐츠가 방대해져서 이를 맛보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MMORPG는 이 과정의 대부분을 자동으로 대체하면서 유저가 직접 손을 대는 시간 자체는 줄었지만, 그렇게 해서 키워둔 캐릭터를 써먹을 수 있는 여러 콘텐츠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와 달리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MORPG인 원작을 최대한 따라가는 방향을 선택했다. 모바일 서브컬쳐 게임의 왕도에 가깝게 이능학원 및 여러 콘텐츠가 추가됐고, MMORPG처럼 필드사냥 및 필드보스 개념이 생기는 등 변화는 있었다. 그렇지만 원작의 스토리 라인과 동선, 주요 배경은 고스란히 유지했다. 도시의 구조나 필드 맵의 구조도, 원작을 해봤던 사람이면 "아 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런 만큼 국내 유저들이 흔히 생각하는 MMORPG식으로 콘텐츠를 빌드업하지 못했다. 넓은 필드에서 사냥하면서 레벨을 올리고, 스토리를 점차 밀어나간 뒤에 최종 콘텐츠를 즐기기란 소울워커 원작의 좁은 필드로는 어려웠던 것이다. 대신 모바일 MORPG에 가깝게 일일 과제 및 메이즈 콘텐츠를 배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혹은 원작에서는 현재 중후반부에 나오는 프라이멀까지 난이도를 다소 낮춰서 앞당겨서 오기도 했다.

▲ 원작에서는 중후반부에 나오는 8인 레이드, 더 프라이멀이 월드 보스 개념으로 등장했다

이러한 설계는 나쁘진 않았지만, 유저들이 플레이를 꾸준히 이어가게 할 만한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원래 MMORPG식 설계라면 여기에 PVP나 커뮤니티 요소를 곁들이거나, 혹은 다음에 할 것을 기대하게 만들도록 예고하고는 했다. 그러나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그렇지 못했다.

물론 원작도 PVP가 거의 비중이 없다시피한데다가 커뮤니티 요소도 비교적 최근에 강화되기 시작한 게임이었다. 그런 만큼 소울워커 아카데미아의 선택지는 다소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콘텐츠인 스토리를 다음 챕터로 일정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원천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등, 다소 낯선 방법을 채택한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비록 극초반부에 벌어진 해프닝 정도로 끝났지만, 앞으로의 업데이트 및 콘텐츠 접근 방향에 대해 의문이 들 만한 일이었다.

▲ 오픈 첫날엔 로코타운 스토리가 절반 가량밖에 열리지 않아 시간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일종의 길드 역할을 하는 '기숙사'는 원작의 '리그'와 비교해도 콘텐츠가 다소 빈약하고, 설계도 조악했다. 기숙사 인원들과 같이 공략하는 공허의 틈은 필드의 기믹은 괜찮았지만, 등장하는 몹은 고만고만했다. 더군다나 기숙사 인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기숙사가 타 MMORPG의 길드에 비해 소수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플레이하기가 어려웠다.

MMORPG라는 장르가 콘텐츠 요구량이 막대하고, 소모량도 그만큼 크기 때문에 일부 제약을 걸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일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그 관점으로 보기에도 미흡한 점이 보였다.

▲ 기숙사 콘텐츠의 질은 괜찮지만, 기숙사 최대 인원이 4명이라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서 하기 힘들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바일에도 PC 게임 수준의 그래픽과 콘텐츠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PC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단순히 IP의 몇 부분만 따오는 것이 아닌, 해당 게임을 모바일에 맞게 바꾸면서도 핵심을 고스란히 담아서 구현한 게임도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도 그 중 하나로 꼽을만 했다. 적어도 원작의 그래픽과 핵심 스토리만큼은 확실했다. 이능학원이라는 설정이 가미되었지만 핵심 이야기는 변함이 없었고, 인물들의 대사 톤도 원작과 비슷하게 맞췄다. 스크립트가 종종 오류가 나는 등 눈쌀을 찌푸릴 법한 일들이 몇 개 있긴 했으나, 맵의 구조나 NPC, 지형지물 배치 등까지 원작을 최대한 충실히 드러내고자 한 모습이 보였다. 원작처럼 스테이지별로 존이 확실히 구분되어있는 MORPG가 아닌 필드가 어느 정도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MMORPG로 바뀌었는데도 괴리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밈이 있을 정도로 회피 및 패턴파악, 스킬 콤보가 중시되던 원작의 액션은 MMORPG가 되면서 다소 축소되긴 했다. 그러나 컨트롤 및 게임 이해도를 요구하는 콘텐츠를 중간중간 배치하면서 맞춰가고자 하는 흔적이 엿보였다. 여기에 원작을 접하지 않았던 유저라 해도 쉽게 육성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모바일 MMORPG 요소를 원작의 설정에 끼워맞추는 식으로 보완을 했다. 원작에는 없지만, 서브컬쳐 유저들을 겨냥한 여러 가지 시도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현 단계의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MMORPG 장르 특유의 긴 템포를 맞춰가기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이 보였다.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압축해 이야기를 밀도 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너무 빠른 진행 속도에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방법까지 동원해서 소모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원작의 필드를 고스란히 구현했지만, 대신 필드의 자유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프라이멀, 더 씽 등 원작에선 다소 늦게 출현하는 요소들까지도 앞당겨서 쓰고, 일부 콘텐츠의 난이도를 높이는 등 시도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서 원작의 액션을 다소 살리고 유저에게 할 것을 더 마련해줬지만, 꾸준히 플레이해서 캐릭터를 키워가는 느낌이 확 살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필드가 제약이 있었던 이전 세대 MMORPG의 요소들을 많이 차용한 만큼, 육성 과정은 다소 고루한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원작의 고난도 콘텐츠 일부를 미리 끌어다가 쓴 만큼, 그렇게 육성해서 어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해야만 하는데, 이 부분은 아직 미지수인 점도 컸다.

▲ 원작에서 중간 단계의 콘텐츠를 비교적 빨리 앞당겨왔다

그간 캐릭터 게임의 IP를 따온 MMORPG들은 원작의 요소는 곁다리로 둔 채, 자기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해버리거나 혹은 아예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버리는 일도 흔했다. 가면 갈수록 원작의 느낌을 고스란히 모바일로 옮기고자 하는 작품들이 등장했지만, 그마저도 구색을 겨우 갖췄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 다수였다. 거기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 동력을 잃고 흐지부지되고는 했다.

그에 비해 소울워커 아카데미아는 다소 다른 설정을 도입하고 장르까지도 바꿨지만, 원작의 첫 맛을 모바일에 맞춰 잘 담아낸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다. 이미 4년도 전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콘텐츠를 쌓아온 원작이 비교 대상인 데다가, 가히 MMORPG의 시대라 할 만큼 시중에는 경쟁작이 많은 상황이다. 현 단계에선 여운이 짧아서 아쉬운 만큼, 이 느낌을 어떻게 길게 이어갈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라 하겠다.


장점


+ 원작을 재현한 그래픽과 디테일
+ 짧고 간결하게, 핵심만 추려내 스피디한 전개
+ 간단하게 즐기는 스피디한 액션


단점


- 메인 스토리와 콘텐츠의 볼륨이 부족하다
- 미완성 단계인 길드 및 중간 콘텐츠
- 다소 아쉬운 조작감과 올드한 UI/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