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2010 첫날 오전의 마지막 강연, "팝캡의 초대박 히트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강연실을 찾았다.

강연을 준비하는 와중에 팝캡의 히트작인 "식물 vs 좀비"의 배경음이 흘러나오자 강연실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팝캡에 대한 국내 개발자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팝캡 아시아/태평양 지사 부사장, 제임스 거츠먼은 "식물 vs 좀비(이하 식좀)"의 영상을 시연하면서 사내에서는 정말 이상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었지 이렇게 크게 흥행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설명과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리테일 패키지로는 약 150만장, 다운로드 방식으로 1500만장이 판매되었고 아이폰으로 출시된지 첫 주에 100만 다운로드를 이뤄낸 초 히트작 게임 '식물 vs 좀비'





제임스 거츠먼은 팝캡의 개발팀 4명이 3년간의 개발 기간을 통해 이렇게 멋진 게임을 만들어온 과정을 11가지 성공 비밀을 통해 설명했다.



1. 여러 곳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라

식물과 좀비의 경우 다른 좋은 게임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4명의 개발자 중 프로젝트를 책임 진 '조지 펜'은 팝캡에 입사하기 전에는 블리자드에 있었는데 워크래프트3를 좋아했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타워 디펜스 모드에 관심이 많았고 타워가 식물로 바뀌면 더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게임들을 참고하면서 캐주얼 게이머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스크롤 없이, 한 화면에서 모든 액션이 발생하고 화면 구조가 다섯 개의 라인으로 구성되어 좀비의 침입과 식물의 방어를 플레이어들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들을 구상했다.

특히, 영화 로빈슨 가족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영화의 마지막 부분 해적 일당이 로빈슨 가족을 공격할 때 로빈슨 가족이 여러가지 함정을 설치해 적들을 물리치는 장면에서 실제 게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다른 미디어로부터 영감을 받아야한다는 설명이다.



2.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라.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라. 식좀의 최초 프로토타입의 경우 좀비와 전투하는 것 뿐 아니라 게이머가 직접 물을 뿌리고 파종해서 식물을 길러내는 플레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팝캡은 이 둘 중에 전투 식물 파종 부분이 오히려 재미를 급감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과감하게 이 부분을 삭제한다.

여기서 동시에 3번째 교훈이 나온다.






3. 재미있는 것은 추가하고 재미없는 것은 빼라.

처음에 구상한 것은 식좀이 아니라 식물과 해충이 서로 싸운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농작물을 이용해서 식물과 해충과의 전투를 다루는 게임들이 상당히 많이 출시되었고, 메인 프로듀서인 조지 팬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출시해봤자 다른 게임을 베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별화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었는데 찾은 해답은 다름아닌 '좀비'였다.

이후 조지는 tcg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식물들의 카드가 존재하고 덱을 만들면 더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초기 버전의 경우 덱이 제한적이었고 자신이 원하는 식물을 얻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삭제 되었다. 하지만 초기 아이디어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그대로 최종버전까지 사용되었다.



4.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그것을 두려워 하지 마라.

사실 처음에는 식물과 좀비라는 아이디어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도 안된다" "터무니없다"라는 반응를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 많은 유저들이 좋아하는 게임이 되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에 대한 위험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5. 이름을 짓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처음 지었던 이름이 "식물 vs 좀비"였다. 그냥 프로토타입의 이름으로 지어 놓은 것이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출시를 위한 이름을 생각했었는데 백여개 이상의 후보들이 나왔다. 고민 고민하다가 저작권 등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히면서 결국 원래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게임은 아무런 문제 없이 흥행했다.



6. 팀원 모두가 창의적인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지가 처음 컨셉원화를 그렸고 그것을 보여주며 아티스트를 찾았다. 결국 뜻이 맞은 한 사람을 찾아 아티스트로 채용했는데 원하는 결과물을 찾아가면서 서로 영감을 받게 되었고 원래 계획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조지가 팀을 책임지고 있지만 모든 팀원은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팀장은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7. 최대한 테스트를 빨리하고, 자주하라.

개발자들은 보통 게임이 개발 중일때 테스트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하고 자주 해야 한다. 너무 나중에 테스트를 하게 되면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 때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팝캠에는 전 직원이 공유하는 사내 채팅, 게시판 시스템이 있는데 이 곳을 통해 각 게임들의 초기 버전을 다른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도록 되어 있다.

한번의 한 개발자의 아내가 피드백을 했는데, 식좀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처음부터 공격하는 식물로만 배치해서 해바라기를 심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개발팀은 해바라기를 먼저 심어야 한다는 것을 플레이어들에게 인지시켜야 함을 알게 되었다.



8. 플레이어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라.

조지는 튜토리얼이 있다는 것 자체가 게임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시인하는 거라며 절대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해바라기와 공격 식물의 가격이 똑같았기 때문에 공격 식물부터 심어 결국에는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하고 끝나는 현상이 생겼다.

조지는 해바라기 가격을 50으로 공격식물의 반으로 낮추고 각 식물을 심는 것에 쿨타임을 줘서 튜토리얼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유저들이 이러한 구조에 피악할 수 있도록 했다. 간단한 작업같지만 쉽지않은 일이었고, 이것에만 한달 이상의 작업시간이 걸렸다.






9. 측정하고 분석하라.

식좀의 베타테스트 기간에 상당히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었다. 어떤 레벨이 쉬운지 어려운지, 어떤 식물을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지, 앞으로 뭘 해야할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방향성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10. 게임을 개발하면서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만우절날 사내 게시판에 식좀의 봅슬레이 레벨이 포함된 빌드가 올라왔다. 실제로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해보면 가짜였고, '모든 것이 얼어 붙어' 아무런 작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인해 개발팀 뿐 아니라 사내 다른 직원들도 함께 즐거워 했었다.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면서 재미를 느껴야 좋은 게임이 나온다.



11.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시킬 때는 매우 신중하게 해라.

팝캡은 일단 pc로 출시하고 그 게임이 크게 흥행하면 다른 플랫폼으로의 출시를 준비하는데 그 때도 항상 신중하게 결정한다.

기존 게임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게 아니라 해당 플랫폼에 맞도록 인터페이스도 바꾸고 캐릭터 모델도 바꾸는 등 세심한 작업을 더 한다. 그래서 식좀 아이폰 버전은 제작에 6개월이 걸렸고, xbox360 버전은 1년이 걸렸다.






아래는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팝캡이 가진 다른 게임회사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나칠 정도로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가 안된 상태로는 절대로 출시하지 않으며, 개발팀에 엄청난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점이 다르다.

또 한가지 큰 차이점은 팝캡은 소수가 아닌 18세 남자 아이부터 60세 여성까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작은 회사고 때때로 그것 때문에 큰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돈을 먼저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 같다. 게임이 좋으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 팝캡의 문화다.




= 팝캡은 징가와 어떻게 다른가? 징가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면?

팝캡이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을 한다면 징가는 최적화와 수익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징가에게 배울 점은 다른 게임을 분석해서 최적화하는 점과 소셜게임에 특화된 광고전략이다. 하지만 게임의 혁신적인 부분이나 창의력은 별로 배울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을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고 단지 선택의 문제다.




= 팝캡도 실패한 적이 있나?

많다. 개발을 다 해놓고 판매하지 않은 게임도 많다. 심지어는 2년 동안 개발했는데 캔슬한 적도 있다. 그 와중에 사기를 잃어 그만둔 사원도 있다. 그래서 조기 테스트를 강조한 것이다. 어차피 실패할 프로젝트라면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내에서는 실패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실험이라고 한다. 중단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 단지 뒤로 밀린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실패는 성공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