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 대표가 이끄는 XL게임즈가 지스타를 맞아 유저 번개 모임을 개최했다.


부경대 앞 모처 호프집에서 열린 번개모임에는 부산 근교에 거주하는 50여 명의 아키에이지 유저들이 모였다. 물어보니 서울에서 이 행사 때문에 내려온 분, 대구에서 KTX를 타고 내려온 분 등 부산 지역 행사치고는 규모는 전국구. 어느 호프집에서 조촐하게 열린 행사였지만 XL게임즈 개발자들은 세계관을 소개하고 질문의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고 유저들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정도 안주로 배가 찬 후 먼저 개발팀이 아키에이지의 세계를 소개하는 영상 소개가 있었다. 아직 클로즈베타에서도 잘 공개되지 않은 많은 지역들이 공개되면서 번개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부분은 인벤팀이 영상으로 촬영했는데, 번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현장의 분위기를 느껴봤으면 한다. 현지 취재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동영상의 질적인 부분은 양해를 바라면서…





이후 송재경 대표와 주요 개발자들이 등장, 유저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원래는 짧고 가볍게 진행될 것 같았던 호프집의 분위기와는 달리 날카로운 질문들이 개발팀에 던져지기도 했는데, 전민희 작가의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자유도가 높은 아키에이지의 특징에 대해 많은 질문이 집중되어 아키에이지가 어떤 점에서 어필하고 있는지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





= 개발진이 생각하는 아키에이지란.

송재경 대표 : 아키에이지는 변화하는 세상이다. 유저분들과 함께 원하는 것을 만들어갈 수 있는 판타지 월드가 되고 싶다.


= 송재경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한다. 게임을 만들면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송재경 대표 : 내가 꿈꾸고 있는 게임은 단순한 사냥이나 해상전 같이 한 가지 모습에 국한 된 것이 아닌, 일종의 가상 세계다. 그 안에서 생활도 하고 즐거워 할 수도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이런 꿈을 다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 자유도를 추구한다는 게임이다. 방대한 자유도를 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제한된 자유도를 추구하는 것인지.

김경태 기획팀장 : 역사에 남을 명작 울티마 온라인과 비교해주기도 해 일단 영광이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울티마 온라인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자는 이야기를 개발팀 내부에서도 했다. 하지만 막상 개발하다 보니 여러가지 제한 사항이나 기술적 한계를 알게 되었다.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지금은 단순히 울티마 온라인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살릴 것은 살리면서 유저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자유도도 추구하면서 편안하고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목표다.


= 농사를 짓거나 배를 만드는 등 다양한 할 것들이 존재하지만, 막상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아쉽다.

김경태 기획팀장 : 많이 받는 질문이다. 일은 많이 벌려 놨는데 과연 어떻게 융화된 하나의 컨텐츠로 묶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생산과 하우징 등은 생산품으로 물약을 만들거나 방어구를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도록 하고 있다. 물론 단기적인 동기 부여가 없을 때 유저분들이 재미를 못 느끼거나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아키에이지가 10레벨이 되면 뭘 주고 하는 식으로 몇 레벨 단위로 제공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레벨에 따라 즐겨줬으면 하는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워놓고 있다. 어떻게 그런 콘텐츠까지 유저들을 데려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딱딱 정해진 코스나 방법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흐름과 같이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 내 콘텐츠에 접근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 상용화 이후에도 업데이트가 될텐데 멀티 플랫폼이나 다른 플랫폼과의 연계는?

송재경 대표 : 계획상으로는 아이폰, 모바일, 웹 등에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키에이지의 일부 콘텐츠는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송재경 대표의 인터뷰에 사냥을 하고 싶으면 사냥으로, 퀘스트를 하고 싶으면 퀘스트로만 레벨업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막상 공개된 아키에이지는 그러지 않았다.

김경태 기획팀장 : 지난 클로즈베타 때 공개되어야 하는 지역이 공개되지 않은 것이 있다. 하얀 숲에 들어가기 전에 두 군데의 동선이 더 있어서 레벨이 부족하지 않게 되어있는데, 그 부분이 있으면 그런 느낌이 덜할 것이다. 퀘스트가 오히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주시는 분도 있다. 그런 부분은 다른 아이디어가 있긴 한데 그렇다고 천 마리 사냥을 하시오(이 때 송재경 대표가 '좋아! 좋다!'하고 추임새를 넣기도)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퍼블릭한 퀘스트를 만난다거나 사냥, 전투 등 다양한 방식을 생각중인데 아직 확답을 드릴 수는 없는 단계다.





이 때 전민희 작가가 등장. 질문들도 전민희 작가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 전민희 작가가 쓴 스토리가 혹시 변경되었나. 이전 공개된 버전에서는 메인 스토리와 다른 퀘스트들이 잘 연결되지 않았다.

전민희 작가 : 스토리가 바뀌려면 뭔가 고쳐질 수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할텐데 아직 나온 내용이 별로 많은 상태가 아니다. 일단 메인 스토리는 내가 쓰고 감수도 하고 있는데, 내부 과정을 통해 변하는 부분도 있고 나온 뒤에 반영되는 부분도 있는데 당장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다만 현재 다른 퀘스트들은 세계관을 기반으로 작가분들이 다양한 것들을 집어넣은 것이다. 메인스토리와 보조적인 이야기를 각자 담당하는 부분이 다른데 일단은 각자의 역할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송재경 대표 : 작가님은 스토리를 재미있게 써주셨지만 퀘스트화 되면서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거나 지루하거나 하는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 앞으로 개선될 것이므로 참고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작가님이 재밌게 써 주신 스토리를 재미있게 열심히 만들겠다.


= 이번 지스타 때 새롭게 공개된 동영상의 스토리를 혹시 전민희 작가가 쓴 것인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스토리였다.

전민희 작가 : 일단 내가 쓴 것은 아니다. 사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스토리보다는 게임 내에 존재하는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게임 내 세계관이나 표현될 것들과 다른 부분도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마리아노플은 내륙도시인데 해상전이 벌어지고. (웃음) 엘프 메인 스토리를 해봤으면 알겠지만 아키에이지의 엘프는 동영상의 그런 순진무구한 캐릭터가 나오기 힘들다.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려는데 포인트를 뒀다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송재경 대표 : 사실 2차 클베를 하고 나서 좀 쉬어야 하는데 지스타 10일 전이었다. 그래서 바로 게임에 있던 것들을 그대로 써서 10일만에 후다닥 만들다보니 그런 면이 있는데, 다음에는 동영상도 멋지게 만들테니 이해해 달라.


= 룬의 아이들 3부는 언제 나오나.

전민희 작가 : 아까 부스 이벤트 때도 그 질문이 나왔다. 내가 쓴 세계관이 2개가 있고 아키에이지가 어떻게 보면 세 번째인데, 아직도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 아직까지 이런 세계관은 모두 살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할 지는 모르겠다. 태양의 탑을 끝내면 아키에이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태양의 탑이 언제 끝나냐고 하면 확답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랫동안 글을 쓰면서 언제 나온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중에 결정이 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공식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다. 돈 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개발하는 내내 그런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나.

송재경 대표 : 사실 회사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른다. (웃음) 능력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못했다고 소리치고 난리피우는 경우도 없다. 게임 개발에 돈이 들어가긴 하고 필요하긴 하지만 우선 순위는 아래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개발할 때 개발자의 영혼이 녹아들어가야 게임을 통해 유저들에게 전달이 되어 무언가를 느끼거나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게임만 아니라 그림이나 음악 등도 마찬가지 아닐까. 앞으로도 그런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온라인 게임에서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클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송재경 대표의 생각은.

송재경 대표 : 스스로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대륙의 이름이나 제목을 짓고 하는 게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항상 원작이 있는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같은 게임을 만들어왔다. 이번에도 원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스토리 텔링의 전문가와 함께 일하면서 그런 부분을 유저분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전민희 작가가 쓴 스토리가 게임 내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콘텐츠의 가이드라인 역할도 하고 있다. 스토리라고 꼭 글과 말로만 전달되는 건 아닐 것이다. 마리아노플이라는 이름, 엘프라는 종족의 성격, 이런 세계를 이루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스토리와 세계관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이 유저들과 함께 섞여 술잔을 기울이는 3부로 이어진 이번 행사는 밤이 늦도록 이어졌다.


사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지스타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만 해도 업무의 양이 상당하다. 지스타용 버전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지스타 전용 영상도 하나 만들어야 한다. 부스도 만들어서 운영해야 하고 관람객도 응대해야 한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행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여야 하는 것이 지스타 행사다. 이런 행사를 한 번 하고 나면 개발팀들은 녹초가 되곤 한다.


그런데 XL게임즈는 여기에 더해 지스타 공식행사로 유저들과의 번개모임을 추가로 계획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계획이었다.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올 지 예상하기도 힘들었다. 온다고 했다가 오지 않을 수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가 올 수도 있다. 공식홈페이지에 뭘 남기고 레벨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거나 하는 제약도 따로 두지 않았다. 둘래야 둘 수도 없었다. 맥주 한 잔 마시며 아키에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데 문을 걸어둘 수는 없는 노릇.


물론 전국적으로 개최된 유저간담회의 연장선에 있다고는 하지만 ‘네임드급’ 개발자들과 송재경 대표, 전민희 작가가 유저들과 만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낸다는 것. 그것도 한창 바쁜 지스타 기간 중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은 규모는 작을 지 몰라도 그래서 더욱 기자의 눈에는 크게 비춰진 사건이었다.


ps. 이 사건을 기념하는 의미로, 인벤 가족분들에게 전하는 전민희 작가의 친필 싸인을 받아왔음도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