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서 금기시되는 단어중 하나가 바로 'Big3' 입니다. 리니지 형제와 WoW 의 뒤를 이을 게임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고 2005년도에 나란히 오픈베타를 실시했던 3개의 게임은,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썩 신통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간간히 이런저런 게시물에서도, 또 기자들끼리의 술자리에서도 종종 언급이 되곤 하는 단어입니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기대작들 몇개가 몰려있어도 쉽게 그 앞에 '빅'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징크스가 되풀이될 것을 두려워해서일 것입니다. 실제로 2005년 이후 게임계는 아이온이 나올때까지 마땅한 흥행작이 없어 난감해했고, 덕분에 경쟁업체의 관계자들마저도 '게임업계를 위해 아이온은 성공해줘야 한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완성도를 제대로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오픈베타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이 자리잡힌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요.


현재 대형게임으로 기대를 받으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게임은 5개 가량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그리고 블루홀(퍼블리셔: NHN 한게임)의 '테라(TERA)'입니다.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차례차례 오픈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라는 개발사인 블루홀 뿐만 아니라 한게임의 미래까지도 짊어지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단일 게임으로 개발비만 해도 400 억이 넘는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마땅한 대표 게임, 대형 게임이 없는 한게임 입장에서도 성공이 절실한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부산에서 열린 이번 지스타 2010에서 한게임은 부산 시내 곳곳에 테라 홍보물을 부착하고 행사의 메인스폰서로 참여할 정도로 상당한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그만큼 테라에 대해 거는 기대 자체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여운으로 인해 Big 5 라는 말을 쓰기 어려운) 이들 5개 게임중 가장 먼저 출발선에 선 게임이 바로 테라(TERA)입니다. 마치 수능시험을 치르기 직전의 수험생과 같은 심정일 수도 있는 블루홀 김강석 대표와 지스타 기간에 잠시 만나 짧은 인터뷰를 가졌었습니다.



▲ 블루홀스튜디오 김강석 대표



▷ 지스타보다 수정된 버전이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 26일부터 마지막 테스트라고 할 수 있는 서버 부하 테스트가 예정되어 있는데, 지스타와 동일한 버전인가 ?

= 이번 서버 부하 테스트는 지스타 버전을 약간 수정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지스타에서 선보인 버전은 사실은 만들어지고 나서 시간이 좀 흐른 버전이다. 오픈베타를 위해 여러번이나 업데이트되고 수정된 버전이 이미 준비되어 있고 내부에서 열심히 테스트중에 있다.


◆ 서버 부하 테스트 이후가 오픈일텐데, 정확히 언제인가 ?

= 연말연초를 고려중이다. 정확한 날짜는 서버부하 테스트를 한 다음에야 확정할 수 있다. 또한, 연말연초라는 시기가 기술적 준비와는 무관하게 시기적 특성을 고려하는 시기이다 보니 날짜 선택에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있는 중이다.


◆ 정액제 방식의 요금제를 채택한다고 발표했는데, 리니지나 아이온처럼 시간제한이 곁들여진 정액제인지 궁금하다.

= 시간 제한을 고려하지 않은, 말 그대로의 순수한 정액제 모델이다. 나중에 시간 제한 같은 모델을 도입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내부에서 검토한 바는 없다.





◆ 오픈베타 이후 상용화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고려하고 있나 ?

=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한게임측과 협의 진행중이다.


◆ 퍼블리셔인 NHN 한게임의 플레이넷에서도 서비스가 되나 ?

= 한게임과 플레이넷은 서로 다르다. 플레이넷은 한게임이 아닌 NHN 의 사업분야이며, 인력도 서로 다르다. 우리의 퍼블리셔는 한게임이며, 아직까지 플레이넷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은 상태이다.


◆ 예전 아이온 런칭 당시,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회사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하며 동시접속자가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다는 기사사 나온 적 있다. 테라도 혹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 ?

= 우리도 같이 모여서 카운트다운 및 동시접속자 체크를 해볼 생각이다.


◆ MMORPG 의 경우 다른 장르와는 달리 운영의 중요성이 높은데, GM 서비스를 블루홀과 한게임중 어디에서 하나 ?

= 한게임에서 담당하고 있다. 단순히 인력을 많이 배치했다 정도가 아니라, 한게임에서 몇개월 이상 테라를 전문적으로 테스트해왔던 사람들중에서 GM 을 선발하여 배치할 정도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GM 을 위한 운영툴 등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 논타겟팅이 아닌 프리타겟팅, 그리고 True Action MMORPG


◆ 그간의 대형 흥행작들은 MMORPG 를 하지 않던 신규 유저를 많이 창출하면서 성공을 해왔다. 게임을 아예 하지 않던 사람, 게임은 하되 MMORPG 가 아닌 다른 장르를 하던 게이머, 기존의 다른 MMORPG 를 하고 있는 게이머들 중 테라는 어디에 타겟을 두고 있나?

= 테라는 기획 초기부터 플래그쉽 MMORPG를 만들고자 했다. 기존 MMORPG의 정해진 문법을 바꾸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길 원했다. 따라서 테라의 타겟층은 기존 게임에 질려버린 MMORPG 코어 유저와 20대 초중반으로 FPS에 익숙하면서 새롭게 MMORPG를 시작하려는 신규유저로 나누어 생각하고 프리타겟팅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콘솔 중심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해외 유저층 모두에게 적합한 전략이라 판단했다.

3차례의 CBT와 수차례의 FGT 및 내부 테스트를 통해 최근 기존 MMO에 익숙한 유저들이 프리타겟팅 전투에 대한 난이도와 피로도에 대한 많은 피드백을 받았으며, 게임 내 많은 부분의 개선이 이뤄졌다. 기존의 코어 유저에게는 프리타겟팅과 같은 생동감 넘치고 신선한 경험을, 신규 유저에게는 익숙하면서 장시간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으로 어필하길 원한다.



◆ 그간 테라를 상징하는 단어중 하나가 논타겟팅이었고 최근에는 프리타겟팅으로 용어를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오픈 이후의 테라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인가?

= 아직 마케팅적인 슬로건과 캐치프레이즈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퍼블리셔인 한게임과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다. 다만, 블루홀이 좋아하는 문구는 'True Action MMO'다. 어느 해외매체가 전시회에서 테라를 보고, 'Action과 MMO가 만났다'라는 표현을 했는데, 우리가 처음 기획하고 바랬던 모습이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북미에서 사용하는 True Action MMO가 테라를 잘 표현하는 마케팅 슬로건이라 생각하지만, 런칭이 된 이후에는 'MMORPG의 새로운 장을 연 게임'으로 평가받고 싶은 바램이다.





◆ 테라의 오픈베타를 WoW 대격변과 리니지2가 둘러싼 형국이다. 두개의 게임에 비해 테라가 지닌 우위를 꼽아본다면?

= 먼저 오픈베타시기를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최근 다른 게임과 비교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오랫동안 서비스된 기존 게임이 주는 재미도 그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테라가 줄 수 있는 재미는 조금 다른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굳이 말하자면 신선한 게임, 최근 시장의 요구와 트렌드에 가장 많이 귀 기울이며 제작된 게임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3차 테스트때 이후 반응이 좋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테라 관계자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 3차 테스트 이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고, 독일 GC 출품 이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달 전에 한게임의 직원 600 명을 대상으로 5일 내내 사내 테스트를 실시했었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때는 지스타 버전처럼 캐릭을 제공하지 않고 대다수의 직원들이 1레벨부터 2~30레벨 대까지 직접 키웠는데, 다들 전과 달리 좋은 반응을 보였다.

처음부터 플레이하는 재미와 중간에 제공된 캐릭터로 잠깐 플레이하는 것은 MMORPG 의 특성상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어 지스타에 출품할 때도 걱정을 좀 하긴 했지만, 다행히 많은 게이머분들이 잘 적응해서 집중해서 플레이를 하고 별로 어려워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조금 다른 질문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플레이한 게임이나 종족,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 출시된 게임들을 대다수 하는 편이다. 가장 즐겨한 게임이라면 WoW 이고 오크 사냥꾼으로 가장 많이 플레이했다. 대다수의 MMORPG 는 중반 레벨 정도까지는 플레이를 해보곤 하는데, 올해는 테라의 내부 테스트에 집중하느라 평소에 비해 플레이를 많이 하지는 못한 편이다.






▷ 성공하더라도 매각이 아닌, MMO 위주의 개발사로 남을 것


◆ 최근 성공한 개발사에 대한 M&A 가 많은 상황이다. 테라가 성공할 경우 회사의 M&A 에 대한 계획은 ?

= 블루홀은 창업때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IP 를 만들어내면서 개발을 근간으로 삼고 있는 회사이다. 과거에도 회사를 경영하면서 매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별로 행복하다고 느끼진 못했다. 그런 점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블루홀의 멤버들도 마찬가지이고.


◆ 그렇다면, 향후에도 MMORPG 에 집중할 것인지, 여러 장르로 확장해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 설립 당시부터 초기 비전을 'MMORPG의 명가'로 정했다. 블루홀이 제일 잘하는 것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여 MMORPG 전문 개발사로서 글로벌하게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 훗날 역량이 더 쌓이고 구성원간의 공감대가 있다면 다른 장르에도 도전해볼 순 있겠지만, 그건 좀 더 먼 미래의 일이 아닐까 한다.


◆ 테라 개발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단계라거나 경영상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

= CEO 로서 전체 직원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을 하나로 동기화시키는 것은 여전한 숙제가 아닐까. 테라의 경우, 초기 기획했던 테라를 다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MMORPG 로 구현하는 것이 힘들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3차 클로즈 베타 이후 수많은 개선 피드백을 받았을 때이다. 많은 멤버들이 지치고 힘겨워했지만,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한다. 개발초기부터 관심있게 지켜봐준 게이머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질책, 그리고 지금까지 개발해오고 앞으로도 개발을 해나갈 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게임이 아닌 다른 IT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과 다른 IT 산업이 가진 중요한 차이점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나? 테라를 개발하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예상이 들어맞았던 것과 들어맞지 않았던 것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 게임 이전의 대부분의 경력은 네오위즈에서의 인터넷 서비스 및 사업 기획 부문이었고, 네오위즈의 사업 방향과 개인적 비전이 잘 맞아 2005년부터 게임분야에 몸 담게 되었다. 인터넷 서비스에 비해 온라인 게임이 국경을 넘는 데 상대적으로 장벽이 낮고 한국의 게임이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이 차이이며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기왕이면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좋다고 판단했다.

블루홀 합류 이전에도 대작 MMO의 시장은 성장의 여지가 많다고 느꼈으며, 경쟁사의 게임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그 예측도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실패 사례를 보면서 또 테라의 개발과정을 통해 이 시장에서의 성공은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 해외 서비스의 순서 및 시기가 궁금하다.

= 일본, 북미, 유럽중 어디에서 먼저할지 순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단 북미와 유럽은 동시 런칭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북미와 유럽의 퍼블리셔의 요청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유럽 지역은 EU 소속 국가를 말하는데, 동유럽, 러시아, 터키는 별도로 구분하여 서비스할 계획이다.

북미/유럽 서비스의 경우, 시나리오 및 퀘스트에 대해 단순 번역이 아닌 리라이팅 형태의 작업이 진행중이고 이 작업에 던전앤드래곤의 작가도 합류해 있다. 오히려 이들이 퀘스트 내용에 대해 우리에게 제안을 해오기도 했고, 이 내용을 테라의 퀘스트에 반영하기도 했다.

북미/유럽에서는 국내의 3차 CBT 버전으로 두차례 정도 FGT를 한 상태이고, 내년 상반기중 CBT 를 계획하고 있다. FGT 에 대한 피드백 내용이 한국의 3차 CBT 와 거의 유사했다. 일단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서비스할 계획인데, 4번째 언어로 스페인어와 이탈리어어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할지 논의가 진행중이다.



◆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다른 회사에도 투자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벤처캐피탈을 설립하여 2개 게임사에 각기 몇억씩의 투자를 했다. 두 회사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고 MMORPG 게임과 MORPG 게임을 개발중이다.


◆ 이제 런칭을 앞둔 시점인데, CEO 로서 감회를 말해본다면 ?

= 아직 시간은 있지만, 블루홀 스튜디오가 대형 MMORPG 시장에서 좋은 선례로 남길 바랄 뿐이다. 일부 대형 개발사만 가능하다고 믿어왔던 분야에 신생 개발사가 성공적으로 게임을 완성하고 출시한다는 점, 개발사/퍼블리셔의 협업 모델의 성공이 단지 캐쥬얼 장르에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한게임과 성공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동고동락한 블루홀 멤버들과 꼭 좋은 성과를 함께 나누고 싶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