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5일,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설립한 회사로의 첫 출근. 비록 잘나가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이었던 웹에이전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그의 꿈 때문이었다. 같은 달 출산예정일이 잡혀 있었던 아내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그의 꿈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것이 앱스토어 어플 개발사이자 1,000만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한 '젤라토매니아'의 시작. 창업멤버이자 현재 CTO를 맡고있는 이춘원 팀장은 당시를 그렇게 회상했다. 전 회사에서 나눠주었던 아이팟을 처음 접한 순간, 그와 동료들은 새로운 UI에 매료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곧 이 기기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그렇게 회사를 설립한 이들은 앱스토어도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 어플 개발 경험조차 일천했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눈에 띌 때마다 가리지 않고 어플을 만들었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손가락으로 터치 후 기기를 옆으로 움직여 길이를 재는 줄자 어플이나 강수량 확률을 계산하여 내가 있는 지역에 비가 오게 되면 푸쉬로 알려주는 날씨 어플 등의 독특한 어플들도 이런 무모함(?)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한 결과 iOS가 업데이트되면 추가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주목을 받는 노하우까지 터득하는 부가 효과(?)도 얻었다.


시장을 바라보는 그들의 예상이 적중한 것일까?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와중에 앱스토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며 점점 진입하는 업체들도 많아졌고 경쟁은 심해지기 시작했다. 개발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들이 선택한 것은 대학교 동아리와의 연계. 업계에서 이미 경력이 있는 인력들을 채용할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앱스토어 개발 경험을 가진 인력이 국내에는 없었기 때문에 무엇인가 하려는 열정을 더 높이 샀다고 한다. 그때의 인연으로 당시 함께 작업했던 동아리 인원들은 현재 모두 직원으로 입사하여 '바닐라브리즈'를 이끌어가고 있다.









점점 개발인력도 갖추어지고 다양한 어플을 개발하던 중 그들이 주목하게 된 소재는 바로 '총'이었다. 앱스토의 주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는 총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이를 잘 활용한 어플이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곧바로 다양한 총기에 대해 조사하고 이를 활용한 어플을 만들기로 한다.


그렇게 개발된 어플이 바로 바닐라브리즈의 대표어플 '아이건'이다. '아이건'은 어플 내에서 다양한 총기를 선택하여 실제 총을 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어플이다. 아이패드를 타겟으로 삼고 아이폰으로 총을 쏘는 멀티플레이까지 지원한다.


당시 총기 관련 어플들은 대부분 아이폰의 다양한 기능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건'은 진동, 기울이기, 멀티터치 등 아이폰의 다양한 성능을 잘 활용하여 개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런 노력의 결과 ‘아이건’은 출시 후 꾸준히 탑 어플 100안에 들며 많은 수익을 가져다줬다. 이때부터 개발팀도 ‘아 이렇게 하면 팔리는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아이건’은 여러모로 지금의 ‘바닐라 브리즈’가 있을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된 것이다.







팔리는 어플의 특성과 매출에 대한 감을 잡기 시작하자 이들이 눈을 돌린 것은 바로 게임 시장이다. 회사 내에서도 많은 직원이 게임개발을 바라고 있고 앱스토어에서도 게임시장이 가장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올해 초부터 게임 시장에 집중하며 벌써 이들은 벌써 두 개의 게임을 내놓았다. 첫 번째 는 ‘젤라토 매니아’라는 게임으로 다양한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미션을 해결해나가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고 두 번째는 ‘노르망디’라는 남성 유저층을 겨냥한 전쟁 게임이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이 두 게임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한 엔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미 능력이 검증된 상용 엔진이 많긴 하지만 거기에 맞춰 개발하다 보면 나중에 다른 플랫폼으로의 커스터마이징이 어려워 직접 엔진을 개발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이폰 시장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지만 후에 다른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나가려면 자체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계속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그들은 국내 최초로 게임 제외 어플 누적 다운로드 1,000만을 기록했다. 게임에서도 '젤라토 매니아'가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무료어플차트 3위까지 기록되었다. '노르망디' 역시 꾸준히 좋은 평을 들으며 현재 유료화 모델이 업데이트 중이다.









5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어느새 직원 수 50명이 넘는 기업으로 발전했다.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일단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 그들을 이렇게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 이제는 슬슬 궁금해지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을 둘러보며 우리는 그에 대한 몇 가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바닐라브리즈의 사무실은 여느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팀 별로 나누어져 있는 구역마다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해 언뜻 보면 같은 회사의 사무실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이런 분위기를 가지게 된 이유는 각 팀의 인테리어를 저마다 스스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인테리어비를 각 팀에게 나눠주고 이 비용에 맞춰 팀원들에게 자유롭게 인테리어를 맡긴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팀은 편하게 앉아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했고 어느 팀은 편한 소파를 들이는데 집중을 하기도 했단다. 벽을 화이트보드 형식으로 만들어 자유롭게 회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팀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팀들에게 인테리어 비를 주고 나니 돈이 없어 임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사비를 털어 인테리어할 수밖에 없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했다.


▲ 각 팀별의 취향대로 인테리어한 작업공간


▲ 저 소파가 매우 비싼! 소파라고 강조했다.


▲ 편하게 회의할 수 있는 공간과 호랑이 가죽 담요






▲ '바닐라'와 '브리즈'라는 이름의 새도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다.



이들의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는 인테리어에만 그치지 않았다. 업무 분위기도 자유로워 8시에서 10시까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는 자유출근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1년에 사용할 수 있는 연차도 24일이나 된다고 한다.


연차는 되도록이면 해외여행이나 자기 계발 등 평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몰아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그 때문인지 휴가철인 7월의 바닐라브리즈는 곳곳에서 빈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 곳곳에 빈자리는 휴가를 떠난 직원들 자리라고





이 외에도 이들은 한 달에 한번 팀별로 외부 체험활동을 나간다. 다양한 체험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기획하에 시도된 이 제도로 직원들은 도자기 만들기, 가죽 공예, 바다낚시 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전쟁게임인 '노르망디'를 개발할 때는 팀원들이 직접 전쟁 박물관을 견학하여 게임 내에 들어갈 콘텐츠에 대한 지식도 쌓았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들은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준비도 하고 있다. 게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푸딩 게임즈라는 게임개발 전문 스튜디오도 만들었다.


그런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첫 번째 게임은 플라잉피그. 날으는 돼지와 새가 등장하는 게임이다. 언뜻 돼지와 새라고 하면 앵그리버드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이 게임은 돼지가 새를 좋아하여 날아다니는 설정으로 그와는 다르다고 한다.


이 외에도 외부에서 유명한 픽셀 디자이너를 영입하여 개발 중인 픽셀 월드와 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와일드 웨스트 히어로와 와일드 웨스트 점프, 거기에 디펜스류 게임까지 출시할 때만 기다리는 타이틀들이 줄을 서 있다.




▲ 현재 개발 중인 게임들의 설정원화들



설립 당시 1년에 100개의 어플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들. 비록 1년이라는 시간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최근 2년 사이 그들은 100개가량의 어플을 개발했다. 그리고 더욱 성장하여 꼭 그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이야기하는 ‘바닐라 브리즈’. 그런 그들을 보면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이념이라는 그들의 도전이 과연 어디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그들을 보며 즐거운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