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참여하고 만들 수 있는 방송! '팟캐스트'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가는 가운데 게임과 관련한 팟캐스트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분야도 다양해 인기를 사회 현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는가 하면, 게임에 대한 리뷰나 감상평을 선보이기도 하고, 게임의 사회적 위상이나 위치와 관련된 이슈 등 다양한 방면으로 시도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최근 '게임 개발자 랩소디'라는 다소 흥미로운 팟캐스트가 등록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게임 개발자 랩소디'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직 게임 개발자가 주체가 되어 시작한 팟캐스트로, 인벤 기고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박민근 게임 개발자가 그 주인공이다. 내용 또한 현직 개발자들의 생활 단편이나 회사 생활, 게임에 대한 단상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첫 화 방송에서는 '게임 개발자는 정말로 불쌍한가?'라는 다소 재미있는 주제로 '아이튠즈 인기 게임 및 취미 팟캐스트'분야에 1위, 게임 및 취미의 기타 게임분야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어떻게 게임과 관련된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박민근 개발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 '게임 개발자 랩소디' 아이튠즈 메인화면 ]


Q. '게임 개발자 랩소디' 이름부터 재미있다. 어떻게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는가?

= 기존에 ‘게임 구타 위원회’나 ‘POG’같은 게임 업계나 게임들에 대한 팟캐스트는 이미 있었다. 그런 팟캐스트들을 듣다 보니, 실제 현업 개발자로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유저들끼리 게임 업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나 흥미로운 소재에까지 접근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그래서 현업 게임 개발자들을 모아서 직접 팟캐스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처음 기획에서는 게임 업계의 뒷담화와 까는 이야기들로 팟캐스트를 만들려고 했었는데 아무도 같이한다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직장인이다 보니(웃음). 그래서 미뤄졌다가, ‘그럼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 방향으로 게임 개발자들만의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콘셉으로 방향을 다시 잡고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다.

현재 제목 외에도 후보가 상당히 많았다. “게임 업계 뒷담화”, “그래도 우리는 게임을 만든다”, “나는 게임 개발자다” 등 후보에 있었는데, 1화를 녹음하기 직전에 멤버들끼리 상의해 게임 개발자들끼리 썰을 푼다는 의미에서, “게임 개발자 랩소디”라는 제목을 정하게 됐다.


Q. 첫 화를 들어보니 팟캐스트에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팟캐스트에 참여했나?

= 2화까지 녹음을 진행했는데, 현재까지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현업 게임 개발자들이다. 1화에서 나를 포함한 프로그래머 3명과 2화에 게스트로 출연한 게임 원화가까지 총 4명이 지금까지 참여했다.

매화마다 게스트와 패널을 바꾸면서 진행할 예정이다. 현업 게임 개발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 앞으로 게임 기획자, 테크니컬 아티스트, QA 등의 가능한 다양한 분야의 게임 개발자들을 초청할 것이다. 북미에서 근무 중인 게임 프로그래머도 예정되어 있다.


Q.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 1화가 공개되었는데, 유저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 1화에서는 “게임 개발자가 정말로 불쌍한가?”를 다루었다.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이 너무 힘들고, 찌질한(웃음) 직업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것은 외부의 시선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자들 스스로도 자학 개그를 너무 많이 한 영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이 얼마나 괜찮고,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직업인지를 이야기했다.

2화에서는 “게임 원화가 특집”으로 진행했다. 1화가 게임 프로그래머들만의 내용이라 2화는 다른 직군의 이야기와 삶의 애환 등을 다루어 보고 싶었다. 1화, 2화 둘 다 아직까지는 실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클로즈베타테스트라고나 할까….

편집 기술도 없고 대단한 기획도 없이 무작정 시작했다. 1화부터 해보고 재미없으면 그냥 접는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런데 1화가 아이튠즈에 올라가고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아이튠즈의 “취미 및 게임”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2화가 올라간 현재 “취미 및 게임 분야” 1위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으며, 팟캐스트 오디오분야 전체 순위에서 16위까지 올라갔었다. 악플도 포함해서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반응이 돌아 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웃음). 즐겁게 들어주신다고 하니 감사하다.

[ ▲ 인기 게임 및 취미 팟캐스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


Q. 개발자로서 방송에 도전했다. 처음 하는 작업에 어려움도 있었을것 같은데... 어떤 경험이었는지 소감이 궁금하다.

= 편집하는데 제일 고생했다. 대단한 녹음 장비도 없어서(사실 자취방에서 마이크 하나로 녹음한다) 1화에서는 볼륨 조절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다. 특히 편집 프로그램은 태어나서 처음 다뤄보는 것이라 고생을 많이 했다. 남들은 디아3 레벨 올릴 때, 혼자서 밤새 편집 프로그램과 싸우면서 편집 레벨을 올렸다(웃음).

이제 2화에 접어들었는데, 녹음 한 것을 들어보면 지금도 손발이 오글거린다. 자기가 이야기한 것을 녹음해서 듣는 게 이렇게 손발이 오글거리는 일인 줄 몰랐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재밌게 녹음했다.


Q. 팟캐스트를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 사실 우리가 게임 업계를 대변하겠다는 목표나, 유저들에게 게임 개발자의 현실을 알리겠다는 그런 거창한 목표는 없다(웃음). 처음부터 재미로 만든 방송이기 때문에, 그냥 게임 개발자들끼리 서로 썰을 풀고, 듣는 게임 개발자들이 공감하고 재밌으면 그게 전부다. 게임 업계를 까는 방송도 절대 아니다. 그냥 게임 개발자들끼리 모여서 노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다.


Q.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준비되어 있는 방송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 우리 방송은 나꼼수처럼 무언가를 까고, 숨겨진 진실이나 소재를 꺼내는 방송이 아니다. 그냥 개발자들끼리 모여서 웃으면서 떠드는 방송이다. 실제로 녹음할 때도 간식은 물론, 술 마시고 담배도 피우면서 자취방에서 녹음했다. 이 콘셉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물론 뒷담화를 하거나 까는 소재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것이 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정적인 이야기보다는 개발자들끼리 서로 이야기하고 같이 애환을 나눌 수 있는, 그런 포지티브한 방송으로 나갈 생각이다.

1화 때부터 밝혔듯이 방송의 콘셉은 매화마다 새로운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2화에서는 게임 원화가가 게스트였듯이, 다음에는 게임 기획자나 TA 등 다양한 분야의 게임 개발자들을 끌어들여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래서 매화마다 진행을 맡은 나자신 외에는 계속 패널이 바뀔 것이다. 여러 게임 개발자들을 모아서 다양하고 재미있는 소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나중에 “게임 웹진 기자 특집”도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게스트를 환영하고 있다.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임 개발자분들은 언제든 연락만 주면 대환영이다. 까는 이야기도 좋고, 자신의 애환과 에피소드 이야기도 좋다.


Q. 마지막으로 방송을 들어주시는 청취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린다.

= 단지 게임 개발자들 몇 명이 술자리에서 ‘우리끼리 팟캐스트 하나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들어진 방송이다. 장비도 없고, 편집 실력은 더욱 없다. 그리고 더 투자할 예산도 계획도 없는 아주 허접한 방송일뿐이다. 진행하는 사람들도 방송이라곤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태생적으로 재미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재미 없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팟캐스트에서 1위를 해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들어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재밌는 방송이 되기 위해서 노력 하겠지만..안되면 안되는 거다(웃음). 태생적으로 재미없는 놈들인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