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 우려내듯 시리즈를 양산하다 팬들에게 더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할때, 약발이 떨어졌다는 것을 직감한 제작사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의 시작점이나 그 이전으로 돌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리메이크, 리부트, 프리퀄이라는 부르는 이런 제작방식은 이미 영화나 콘솔게임에서는 익히 알려진 제작 공식 중 하나죠.

스토리와 설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현세대 기술로 다시 제작되는 것을 리메이크, 제작자의 색깔에 따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을 리부트, 시리즈의 기원보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 몰랐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을 프리퀄이라 부릅니다. 팀버튼과 조엘 슈마허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 배트맨 시리즈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는 훌륭한 리부트이자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죠.

얼마 전 외신을 통해 '울티마 온라인'과 '발더스 게이트' 리메이크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서비스 종료했거나 10년 이상된 국산 온라인게임 중 컨셉이나 게임성을 인정받았던 게임을 '리메이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죠. 마음속으로 곰곰이 그런 작품들의 리스트를 뽑아보니 꽤 분량이 나왔습니다.

그래픽과 연출력은 분명 좋아졌지만 아이디어가 부족한 현시대의 온라인게임과 아이디어는 넘쳤지만 기술력이 부족했던 구시대의 온라인게임. 과거와 현재의 온전한 결합을 '리메이크'를 통해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인벤에서는 그 추억의 작품 8선을 선발해봤습니다.


▣ 리니지를 위협했던 캐주얼 MMORPG ‘샤이닝로어’

⊙ 개발사: 판타그램
⊙ 컨셉: 스토리가 있는 MMORPG
⊙ 서비스: 2002년 3월 서비스~ 2003년 11월 28일(서비스 종료)




줄여서 '샤로'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콘솔, 온라인 게임 가리지 않고 개발했던 판타그램의 리즈시절, 세가의 차세대 기기 드림캐스트용 2D RPG를 개발하다 플랫폼을 변경해 캐주얼 3D MMORPG도 개발한 첫 사례가 있었으니 그 주인공이 바로 '샤이닝 로어'입니다.

'샤로'가 과연 재평가 받을 명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콘솔게임을 개발했던 개발사답게 스토리가 있는 MMORPG를 만들었다는 점, 전사, 요리사,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친숙한 직업관을 설정해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MMORPG를 개발했다는 점, 게임내 미니게임을 추가해 단순 사냥외 즐길거리를 추가했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받을 요소였죠.

더불어 당대 MMORPG의 확고한 위치를 구사하고 있었던 '리니지'를 위협할 정도로 유저 타겟층을 명확하게 구분해 개발됐다는 것과 라그나로크와 함께 캐주얼 MMORPG의 길을 열었다는 점도 인정해 줘야할 부분이겠죠.

부분유료화 모델만 제대로 정착했더라면 더 인기를 끌 수도 있었겠지만 캐시아이템에 대한 개념도, 결제 솔루션에 대한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판다그램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금난에 허덕이기 시작한 판타그램은 엔씨소프트에 판권을 넘겼고 이후 엔씨가 5개월간 서비스를 중지하고 리뉴얼을 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됐죠.

후문이지만 '샤로' 서비스 종료 후 보상으로 리니지 1개월 무료 이용권을 줬던 점은 엔씨소프트의 씻을 수 없는 흑역사 중 하나겠죠.


▣ 100억원 투자한 캐쥬얼 MMORPG ‘요구르팅’

⊙ 개발사: 레드덕(구 엔틱스소프트)
⊙ 컨셉: 학원물 MMORPG
⊙ 서비스: 2005년 5월 10일 서비스~ 2010년 5월 14일(서비스 종료)

[▲요구르팅 프로모션 영상 *출처 유튜브]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추억까지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혹시 이 노래 기억하시는 분 있나요. 순수 개발비만 70억, 기타 투자비용까지 합쳐 개발비 100억이 들어간 캐주얼게임 '요구르팅'의 주제가입니다. 코요태 보컬 신지가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죠.

당시 100억이라는 자금은 그 무게감만큼이나 상징적이기도 했습니다. 애들이나 하는 오락으로 취급받던 게임이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추로 성장하는 단계에 나온 작품이니까요. NHN의 '아크로드'를 비롯 BIG3라 불렸던 제라, 썬, 그라나도 등 대작들이 개발비 100억 시대를 열었다면 '요구르팅'은 캐주얼 게임으로 개발비 100억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명 댄스가수 섭외, 뮤직비디오를 통한 TV광고, 온·오프라인의 공격적인 마케팅, 당시 게임을 몰라도 요구르팅 주제가를 아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로 전방위 마케팅을 펼친 '요구르팅'은 그해 가장 뜨거운 게임으로 자리매김합니다. 하지만, 고작 1년을 넘기고 그다음 해 가장 실패한 게임이 되어버렸죠.

잘 짜인 게임배경에 비해 할 게 없었던 콘텐츠, 너무 더딘 업데이트, 운영적인 미숙으로 인해 유저들이 급격히 이탈하면서 폐교를 하게 됩니다. 이후 요구르팅 부활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까지 등장했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죠.

당시 레드덕 오승택 대표는 차기작 '아바(A.V.A)' 관련 인터뷰를 하면서 "두 번 다시는 이따위로 만들었냐는 소리를 듣지 말자"라고 요구르팅에 대한 자평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투자비도 못 뽑고 망한 까닭에 '망겜'의 대명사가 되긴했지만, 아직도 자신의 추억의 게임으로 '요구르팅'을 꼽는 유저가 많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기긴 했습니다. 당시 흔치 않았던 학원물 배경, 수준 높았던 카툰렌더링 그래픽, 설렘 가득했던 OST 등 확실히 기억할 거리는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 MMORTS의 선구자! – '택티컬 커맨더스’

⊙개발사: 넥슨
⊙컨셉: 끊임없이 벌어지는 대규모 실시간 전투
⊙서비스: 2000년 정식서비스 ~ 2005년 12월 31일(서비스종료)



잠깐만요. 일단 눈물 좀 닦고요. 이 게임만 떠올리면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 상륙해 대중들에게 RTS의 '재미'를 전파하고 있을 때 2000년 혜성처럼 등장한 게임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택티컬 커맨더스'입니다. 택컴의 아버지 정상원 대표(현 띵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식 RTS를 철저히 탈피하고 MMO와 RTS를 결합한 MMORTS를 시장에 선보였죠.

당시 택티컬 커맨더스를 한단어로 표현하면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24시간 끊임없이 벌어지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국가간 전쟁, 저레벨도 무시할 수 없게 설정한 밸런스, 국가간 대통령 선발제, 유저가 벌이는 내부 쿠테타, 그와중에 벌어지는 스파이 작전,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외교 동맹, 퀘스트 따위는 없어도 완벽하게 몰입하는 시스템 자유도 등 타사의 게임보다 진보한 RTS를 만들어버린 것이죠. 스타크래프트 카피캣 게임만 판치던 시대 나온 작품이라 생각하면 더욱 놀랄만한 부분입니다.

단순히 아이디어만 빛났던 게임이 아니라 게임성 자체에 대한 평가도 좋았습니다. ▲2000년 9월 이달의 우수게임 선정,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부문 게임대상 수상, ▲IGF 대상, 인기상, 게임디자인상 4개 부분 수상, ▲미국 게임스팟 선정 올해 최고의 인터넷 RTS게임으로 선정되면서 글로벌한 인기도 얻었죠.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택컴'에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역시 운영 미숙이었습니다. 게임자체도 매니악하긴 했지만 초보유입을 도울만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료화 단행, 이어지는 무분별한 캐시아이템, 이해할 수 없는 업데이트 등 많은 택컴 유저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죠.

온라인게임에서 서비스와 운영이 얼마나 소중한지 유저들에게 느끼게 해준 점이'택티컬 커맨더스'의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 더이상 하드코어는 없다! ‘프리스트 온라인’

⊙ 개발사: JC엔터테인먼트(JCE)
⊙ 컨셉: 하드코어 MMORPG
⊙ 서비스: 2003년 1월 14일 오픈베타~ 2004년 2월 24일(서비스 종료)



보시는 화면은 몬스터가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국산 온라인게임 중 이보다 더 그로데스크한 그래픽의 게임이 있었을까요? 지금은 명랑 스포츠게임 개발사로 알려진 JCE의 개발작품이라 생각하면 더 놀라워집니다.

형민우 작가의 만화 '프리스트'를 원작으로 개발된 '프리스트 온라인'은 인간인 이반과 타락한 천사인 테모자레 두 종족이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대결을 펼치는 하드코어 MMORPG입니다. 당시에도 전쟁 중심의 게임은 많았지만 대부분 보상을 목적으로 한 전쟁이었을 뿐 싸움을 즐기기 위한 전쟁 게임은 드물었죠.

그런면에서 '프리스트 온라인'의 전쟁 컨셉은 매우 명확했습니다. 허우대 멀쩡하게 생긴 인간 종족과 기괴하게 디자인된 테모자레 종족은 이들의 생김새 차이만큼이나 이질감이 심했고 서로 채팅도 되지 않아 일단 칼을 꼽고 말하는 이른바 '철의 대화'가 자주 이루어졌죠.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 디자인인 탓에 평가가 엇갈리긴 했지만 한번 '프리스트 온라인'의 전쟁을 맛본 유저들은 그 짜릿한 손맛을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겨줬습니다. 하지만, 전쟁외엔 딱히 할게 없었던 콘텐츠 탓에 많은 유저들이 이탈을 했고 이후 JCE에서 '러쉬 온라인'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기를 노렸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죠.

꽃미남 꽃미녀, 혹은 귀엽거나 섹시한 캐릭터가 아니면 어필하기 힘든 현시대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디자인과 컨셉을 원하는 게이머들 꽤 많거든요.


흉내낼 수 없는 명품 타격감 ‘릴(RYL)’

⊙ 개발사: 가마소프트
⊙ 특징: 논타겟팅과 키보드 이동 시스템
⊙ 서비스: 2003년 6월 25일 정식서비스~ 2005년 8월 8일(NHN 서비스포기-가마소프트 재서비스)




'쩌는' 타격감으로 주목받았던 게임이지만 사실 '릴 온라인'의 대표적인 특징은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동시에 지원하는 최초의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 할 경우 키보드 조작 방식으로 바뀌면서 '릴 온라인'만의 극대화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2000년 가마소프트에 입사한 김대일 PD는 팀원들과 함께 밋밋한 타격감의 게임을 탈피하고 오로지 액션에 특화된 MMORPG를 개발에 전념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릴 온라인'입니다. 쉽게 몰이사냥을 할 수 있는 논타겟팅 액션,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독특한 게임모드, 스킬 하나하나 담겨있는 화려한 이펙트, 그리고 역할 분담이 뚜렷한 파티사냥. 이 모든 것이 '릴 온라인'에 담겨있었죠.

휴먼과 아칸이 끝없이 벌이는 종족 전쟁도 '릴 온라인'의 백미였습니다. 액션성 기반의 무쌍 천하였다면 뻔한 전쟁이 될수도 있었겠지만 '릴 온라인'에서는 직업별 특징있는 조합 구성으로 박진감 넘치는 전쟁을 할 수 있어 많은 유저들에게 열성적인 지지를 얻었죠.

아쉬웠던 것은 역시 운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전쟁이외에 즐길만한 추가적인 콘텐츠 업데이트가 부족했고 퍼블리셔였던 NHN이 서비스 포기를 선언하면서 소리소문 없이 기억에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와우' 등 해외 게임 한국 진출이 활발해졌던 시기에 타격감에 대한 유저 니즈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다시 '릴 온라인'에 대한 게임성이 재평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유저들에게 타격감 하나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게임이었죠. '릴 온라인'이 다시 리메이크된다면 어떨까요? 누가 뭐래도 전 할겁니다.



▣ 그저 채팅만으로도 재미있었던 온라인게임 ‘4Leaf(주사위의 잔영)’

⊙개발사: 소프트맥스
⊙컨셉: 사람이 모이면 즐겁다는 것을 알게해준 온라인게임
⊙서비스: 2001년 5월 정식서비스 ~ 2009년 4월 30일 서비스 종료




온라인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냥을 하거나 PVP를 해야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가볍게 오락을 즐기는 것 또한 '온라인 게임'이죠.

과거 이런 즐거운을 느끼게 해준 게임이 바로 소프트맥스의 '4leaf'입니다. 게임이라고는 창세기전 세계관 베이스의 보드게임(주사위의 잔영) 달랑 하나 있었지만 '4leaf'는 당대 최고의 커뮤니티형 온라인게임으로 인기를 얻었죠.

사실 4Leaf 자체만으로는 게임이라고 하기보다는 아바타 채팅 프로그램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공통을 관심사를 가진 유저들이 '주사위의 잔영'이라는 보드게임을 통해 하나로 뭉쳤고 실로 놀라운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었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프트맥스는 이런 광대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해 '4Leaf' 서비스를 종료했는데 그 결정적인 실수 중 하나가 4Leaf의 유일한 게임인 주사위의 잔영 서비스 종료였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주사위의 잔영2'를 개발하기 위해 종료를 선택한다고 했지만 '4leaf'를 유지하는 가장 큰 원동력을 없애버렸으니 유저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4Leaf는 2009년 4월 30일자로 웹버전 오픈 이후 5년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죠. 소프트맥스는 종료 이유로 "이제 더 이상 재미와 감동을 충분히 드릴 수 없다고 판단되어 이같이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근본적인 원인이 소프트맥스에 있다는 사실을 본인들만 몰랐던 셈이죠.

비록 서비스를 유지하진 못했지만 전투와 사냥이 온라인게임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 4Leaf의 시도는 그래픽게임으로 획일화된 요즘 온라인게임이 본받아야할 요소겠죠. 또, 그렇기 때문에 '리메이크'가 가장 기대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 사냥과 레벨업만이 전부인 세상에 풍류를 권한다! – ‘풍류공작소’

⊙ 개발사: 싸이오닉소프트
⊙ 컨셉: 채집, 제작에 특화된 MMORPG
⊙ 서비스: 2007년 8월 2일 OBT 시작 ~2008년 3월 20일 (서비스 종료)



"사냥과 레벨업만이 전부인 세상에 풍류를 권한다"

지금 들어도 풍류공작소의 개발 모토는 정말 근사했습니다. 싸이오닉소프트가 개발하고 KTH가 서비스했던 ‘풍류공작소’는 당시 사냥과 PVP라는 천편일률적인 게임방식에서 벗어나 ‘환경오염’과 ‘에너지고갈’이라는 주제로 채집과 제작 위주로 게임방식을 내세운 MMORPG였습니다.

한편의 애니메이션과 같은 그래픽, 세계관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복식 등 풍류공작소가 추구했던 방향은 당시로써는 충격 그 자체였죠. 게임 콘텐츠로 넘어가면 풍류공작소의 차별점은 더욱 뚜렷해 집니다. 약점 공격이라 불렸던 독특한 전투 시스템, 보드게임 형태로 구현된 제작 시스템, 주위 환경에 변화를 주는 온도, 환경 오염 게이지 도입 등 기괴하리만큼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풍류공작소는 상용화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충격적인 콘텐츠 기획만큼이나 충격적인 버그, 최적화 문제 등 테스트마다 지적되었던 사항이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 오픈베타에서 서비스를 종료했죠.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어떤 게임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을 해냈다는 점. 테스트 동안 도전을 게을리지 하지 않았다는 점은 '풍류공작소'가 재평가 받아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 독보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다 ‘거상’

⊙ 개발사: 조이온(운영권 포기후 AK인터렉티브에서 서비스)
⊙ 컨셉: 경제시스템의 재미를 다룬 온라인게임
⊙ 서비스: 2002년 5월 정식서비스 시작 ~2008년 AK인터렉티브로 판권이전 (현재서비스중)
-파란닷컴(Paran.com)에서 서비스했던 '올스타거상'은 2008년 서비스 종료



'거상'은 충무공전, 임진록, 군주, 아틀란티카,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삼국지를품다까지 20년 동안 역사게임이라는 한우물만 파온 김태곤 PD의 첫 온라인게임 대뷔작이기도 합니다.

임진록2의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경제시스템을 재구성해 만든 거상은 '임진록2+ 조선의 반격' 데모버전의 선택 메뉴에 포함돼 베타테스트 형태로 배포되다 인기를 끌게 되자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하게되죠. 이후 AK인터렉티브에 운영권이 넘어오면서 '임진록 온라인: 거상'을 거쳐 업데이트를 통해 '천하제일상 거상'이라는 현재의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당시 거상은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독창적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특징은 바로 교육적인 효과를 얻어낸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유저들은 경제시스템의 기본을 익힐 수 있었으며 역사적 고증을 살려 나라별 지명이나 상인들의 계급체계도 그대로 적용해 게임을 하면서 역사를 배울 수 있었죠. 한때 중앙대에서 '콘텐츠 비즈니스 경영전략'이라는 과목에 '거상'을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게임 역시 이러한 경제 시스템을 한껏 잘 살렸습니다. 저레벨 유저라도 지역별 시세를 파악해 차익만 잘 노린다면 말 그대로 돈을 버는 '거상'이 될 수 있었죠. 유저들은 개인거래, 생산, 좌판, 경매, 상단, 마을투자 등 다양한 루트로 경제시스템에 몰입했으며 스스로 깨우쳐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냥, 던전, 레이드를 통한 아이템 파밍이 아닌 오로지 경제 시스템을 익히고 이를 활용하는 재미. 요즘같이 경제 문제에 민감한 시대에 현대판 버전으로 꼭 다시 나와야 할 게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