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공개된 김대일 대표의 신작 MMORPG '검은 사막'은 이제까지 가졌던 막연한 예상을 모두 넘어섰다.


캐릭터는 수려했고, 전투는 화려했으며, 필드는 광활했다. 무엇보다 다른 MMORPG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반짝이는 갑옷의 반사광이 마음에 들었다. 어디서 저런 돌을 구해다 벽을 쌓아놓았을까. 중세의 어느 마을을 그대로 들여놓은 것 같았다.


당장 평촌에 위치한 개발사를 찾아갔다. 김대일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 관련기사 : 내가 가진 모든 것 쏟아부었다. 검은 사막 김대일 대표 인터뷰


그리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그러니까 이것은 검은 사막에 대한 최초의 플레이 후기다.





심리스 월드! 크라이 엔진인 줄?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전체적인 풍경.


가끔 크라이 엔진으로 만든 게임이 '우리 게임은 스크린샷을 찍으면 이렇게 예쁘게 나옵니다'하고 자랑할 때 나오는, 해가 지는 필드라던가 하는 것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검은 사막의 화면을 보면 자체 개발 엔진이 이정도 퀄리티가 되어도 되는가 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 손꼽힌다는 크라이엔진으로 만든 게임에서나 볼 수 있던 그런 멋진 풍경이 게임 내에 실시간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 그래픽 엔진은 특별한 이름도 없어서 굳이 부르자면 '검은 사막 엔진'이라고나 불러야 하는데, 펄 어비스가 직접 밑바닥부터 새롭게 개발한 것이라고. 특히 김대일 대표는 빛 처리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썼다고 귀뜸했다.



▲ 이걸 직접 게임 화면으로 보면 더 멋진데...



▲ 특히 원거리 표현이 대단한 수준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100% 심리스 월드라는 것. 저 멀리 보이는 언덕을 향해 말을 타고 달려가면 정말로 그 언덕이 나오고, 저기 멀리 있는 산, 건물 이런 것들이 실제로 거기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제한된 공간을 두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컨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입구와 출구 외에는 지역의 외곽을 '벽'으로 둘러싸 버리곤 하는 최근의 다른 게임과 차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꼬깃꼬깃 구겨진 필드존들의 입구 출구를 간신히 이어붙여놓은 다른 게임에 비하면, 검은 사막은 정말 광활히 펼쳐진 대륙의 모습이라고 할까.



▲ 캐릭터가 바라보는 저 먼 곳의 산으로, 뛰어가면 직접 가볼 수 있다


▲ 당연히?! 공성전도 오픈 필드에서




이렇게 날 바라봐주는 캐릭터라니.


검은 사막의 첫인상이 좋았던 이유는 전체적인 그래픽의 방향성이 현재의 다른 MMORPG와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판타지스러운 MMORPG도 있고, 그래픽이나 캐릭터가 '애니메이션'과 같은 어떤 컨셉을 가진 MMORPG도 있지만, 중세 유럽을 이렇게 뛰어난 퀄리티로 그리고 있는 MMORPG는 잘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버하지 않고 굉장히 사실적으로 건물을 구성하고 있는 벽돌의 느낌이나, 마을을 지키는 경비원의 갑옷의 반짝임 등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전체적인 배경 속에서 녹아들어가고 있는 느낌을 준다.



▲ 차분하면서도 오버하지 않은 조화로운 화면을 보여준다



▲ 도시의 모습도 상당히 고퀄리티



이렇게 높은 퀄리티의 중세 배경 게임은 오히려 해외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던 것인데, 해외 게임들에서 늘 아쉬움으로 남았던 캐릭터의 미모 면에서 검은 사막은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는 한국 온라인 게임 미모의 여성 캐릭터 중 하나인 C9의 '샤먼'을 직접 만들어 낸 바로 그 디자이너가 검은 사막의 캐릭터 또한 만들어 냈는데, 일본풍 또는 서양풍이 아닌 그 중간의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좀 더 실사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캐릭터를 디자인했다고.


재미있는 디테일도 있다.


시점을 돌리면 캐릭터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 영상에서도 잠깐 볼 수 있지만 이게 꽤 마음을 움직였다. 카메라를 위로 해서 내려다보면 캐릭터는 나를 '올려다' 본다. 뒤에서 보면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쳐다본다. 나와 동일시되는 아바타였던 캐릭터가, 어떤 감정이나 의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출시될 때는 과도하지 않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도 고려하고 있다고.







▲ 시점이 어디에 있든 모니터 밖의 게이머에게 시선을 보내는 캐릭터 연출은
자꾸만 캐릭터 앞모습을 구경하게 만들었다.



기마부대의 돌진 장면을 상상하며... 이것은 앨리샤?


영상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었던 말타기는 정말 수준급이었다. 말을 불러서 옆으로 또는 뒤에서 뛰어서 올라탈 수 있는데, 실제 승마와 마찬가지로 방향을 바꾸려면 말이 몸을 기울여 조금씩 방향을 틀게 된다. 스피드 게이지가 있어서 순간적으로 속도를 낼 수도 있는데, 주변의 배경이 슉슉 지나가는 게 굉장히 속도감이 느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말을 타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었다. 특히 '드리프트'가 되는 것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정도면 그냥 '앨리샤'가 게임 내에 그대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순히 말이 빠른 이동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앞발을 들어 몬스터를 밟을 때면 그 데미지가 상당했고 뒷발차기도 할 수 있었다. 말에 탄 상태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은 과연 마상전투가 어느 형태까지 구현될 지 기대감을 갖게 했으며, 창을 꺼내들고 돌진하거나 던지는 모습은 중세 마상시합이 게임 내에서 가능해보일 지경이었다.


수려한 말의 외모 또한 굉장한 디테일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또한 김대일 대표가 하나하나 퀄리티를 체크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추가로, 검은 '사막'인 만큼 사막에서는 낙타를 탄다고 한다.



▲ 탈 것은 교역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전투, 그리고 액션과 인터랙션


심리스 필드에서 펼쳐지는 논타겟팅 전투는 이제 익숙한 문구다. 하지만 C9 같은 액션을 필드에서 한다면 또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연속해서 클릭하면 평타 콤보가 나가면서 방패로 치는 것은 딱 C9의 바로 그 느낌이었다.


방패를 정확한 시점에 막아서 상대를 쓰러뜨리거나 공격을 옆으로 굴러 회피하는 것도 가능했다. 파이터는 상대방을 잡아서 복부에 칼을 꽂아넣은 다음 땅에 찍어눌렀다. 레인저는 얼음 화살로 상대방의 발을 느려지게 만든다음 화살을 연발로 날리다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공중제비를 돌며 뒤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짧은 거리를 대쉬해서 다음 타겟에 빠르게 접근한다음, 몬스터를 여러 마리 모아서 광역 스킬을 퍼부어 쓰러뜨리는 호쾌한 전투도, 1대1로 붙어서 상대방의 공격 모션을 보고 발로 차서 넘어뜨리는 섬세한 컨트롤도 가능했다.


타격감? 김대일 대표의 게임 아닌가. 이 부분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옆에서 게임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던 김 대표는 '여기 이 부분 타격감을 개선해야겠다'며 따로 지시를 하곤 했다. 아직 그의 눈높이에선 성에 차지 않는 부분도 남아있는 모양.








재미있는 것은 사물과의 인터렉션이었다.


특히 올라가거나 타 넘거나 하는 액션이 자유롭게 가능했다. 울타리를 타 넘는 것도 그냥 점프해서 넘는게 아니라, 울타리에 손을 짚고 훌쩍 뛰어 넘는 연출이 나왔다.


사다리나 넝쿨 같은 특정 위치에서만 벽을 오르거나 하는 타게임과 달리 손을 뻗어서 잡을 공간이 있으면 집도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손만 닿으면 아주 높은 건물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것이 검은 사막이라고 했다.


하긴, 말을 탈 때도 옆에서 타느냐 뒤에서 타느냐에 따라서 타는 모습이 다르게 나오는 검은 사막이니.



▲ 아마 그 어느 게임보다 활발한 '등산 대회'가 열리지 않을까




게임에서만큼은 마이홈을!


일반 필드에 천막을 짓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방향이나 위치를 마음대로 정하고 옆에 서랍장 같은 가구들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모습은 향후 검은 사막의 하우징 시스템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 샌드박스형 게임인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부분이었다.


마을이나 도시에 존재하는 집들은 모두 부동산의 형태로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칸방 집도 있고 2층 짜리 대저택도 있었는데, 아직 내부는 비어있었지만 이곳에 다양한 가구 등을 배치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에 있는 모든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인스턴스 공간이 아니라 이 또한 심리스. 집 안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멀리 해가 산을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는 모습에서는 심리스에 대한 고집마져 느껴질 정도였다.



▲ 마을의 집이 그저 배경이 아니라 모두 '집'의 기능을 한다




새로운 기대작을 환영하며...


개발사 이름이 '펄 어비스(Pearl Abyss)'라더니. 심해 깊은 곳에서 조용히 자라난 단단한 진주가 여기 있었다. 함께 취재를 갔던 동료 기자는 좀 더 간단하게 이렇게 말했다. "대박인데요?"


사실 요즘은 블레이드&소울이나 아키에이지, 디아블로3 같은 기대작을 모두 '소비'해버리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밀려든 공허함을 달랠 길이 없던 차였다. 그런데 검은 사막의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검은 사막의 첫 영상은 흥분되고 털이 곤두서게 만들었다. 기자는 영상을 연달아 네 번 돌려보고서야 진정이 되었다. 기자의 호들갑일까. 여러분은 어떠셨는지.


플레이를 하고 나서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글은 검은 사막 최초의 플레이 후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대작 게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알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