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으로 제작되었으나 뛰어난 독창성과 재미를 인정받으며 전세계적으로 700만개 이상이 판매된 '마인크래프트'의 수석 개발자가 한국을 찾았다. KGC 2012의 마지막 날,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사 '모장 AB'의 수석 개발자인 젠스 베르겐스텐이 발표한 강연은 '마인크래프트의 2년'.

발표자인 젠스 베르겐스텐은 jeb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마인크래프트의 수석 개발자지만 모장 AB에 입사하기 전부터 오랜 기간 인디 게임을 만들던 인디 게임 개발자. 강연이 오전 9시의 이른 시각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KGC에는 많은 청중이 참여해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열기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젠스는 '2010년 12월 마인크래프트가 약 30만개 정도 판매되었을 시기에 모장 AB에 입사하였으며 이후 2년간은 정말 내가 상상해왔던 놀랍고 즐거운 기간이었다.'며 '제가 지금까지 2년간 즐거웠던 경험과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연에서 언급된 마인크래프트의 기록은 놀랍다. 그의 발표에 의하면 PC버전은 지금까지 약 700만 개가 판매되었으며, 등록된 계정은 4천만개에 달한다. 또한 iOS 버전의 포켓 에디션은 250만 개, 안드로이드 버전은 77만개가 판매되었고, 비디오 게임 플랫폼인 XBOX 에디션 역시 380만개가 판매되었다.








인디 게임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게이머들과의 커뮤니티도 뛰어나다.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자인 '노치' 마커스 페르슨은 트위터 및 포럼 등을 활용해 꾸준히 게이머들과 교류하고 있다.

젠스는 게이머들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경우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게이머들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어 게임의 품질 관리가 쉽고 만족감도 높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반대로 비전문가인 게이머들의 의견이 상반되는 경우나 의견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게임상의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며, 개개인에 따라 특정한 요소들에 선입견을 갖거나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게다가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부분들이 노출되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느려질 경우 게이머들이 불만을 표하고 의문을 제기하거나 비밀의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것 역시 단점으로 꼽혔다.


젠스는 '물론 이런 방식이 모든 게임이나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게임이나 회사의 규모에 따라 이런 접근 방식이나 제작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수석 개발자인 젠스가 바라보는 마인크래프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성공 요인을 분명한 부분과 분명하지 못한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마인크래프트가 기존의 게임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완전히 새로운 장르였다는 점과 깊이있는 게임의 재미에 비해 굉장히 단순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한 성공의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게이머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의 전파나 지속적인 업데이트, 게임의 주요 목표가 액션이 아닌 점, 경쟁작이 없었던 게임의 출시 시기 등을 분명하지 못한 성공 요인, 즉 확실하게 설명하기 힘든 부분으로 설명했다.


젠스는 '초창기 마인크래프트는 인디 게임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입소문 외에는 홍보할 길이 없었다'면서, '게이머가 오직 그 게임 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때, 그리고 게이머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때 입소문을 타고 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업데이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어떤 콘텐츠를 추가할 때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도 중요하지만, 이런 핵심 요소들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면 안되고 새로운 콘텐츠들 역시 기존의 콘텐츠들과 어울려야 한다.'면서, 원래 돼지로 만들어졌던 크리퍼의 변경이나 워터 엘레베이터 등을 예로 꼽았다.


'때론 비난받거나 좋지못한 반응을 받을때도 있지만, 게임 개발은 수술이 아니다.'는 말로 강연을 마친 젠스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환영하진 않지만, 마인크래프트의 핵심 특성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피드백은 항상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말을 마쳤다.






개발사에서 의도하지 않은 형태로 플레이가 되고 있을때 이걸 고칠 것인가 막아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어떤 선택이 더 많은지 궁금하다.

워터 엘레베이터가 비슷한 경우일텐데, 내부에서는 버그를 의도한 대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새로운 개발자가 팀에 합류하게 되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예상한대로 정리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그걸 이용하던 게이머들은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기능을 버그가 아닌 형태로 제공하려고 한다.


모장의 게임이 아니라 외부의 서드파티 게임도 퍼블리싱 했던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게임의 퍼블리싱은 생각이 없나?


현재 업무 부하가 많아서... (웃음) 미래에는 어떤 형태나 규모의 업무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


서바이벌 모드의 팬이고 다양한 업적을 즐기고 있는데, 향후 서바이벌 모드의 새로운 콘텐츠나, 혹 새로운 모드를 업데이트할 생각은 없나?


오는 10월 중에 패치가 있을 것이고, 서바이벌 모드는 계속 접속해서 반응을 체크하며 부족한 콘텐츠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향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면 추가하려고 한다.


마인크래프트에는 다양한 모드가 있다. 만약 누군가 정말 멋진 모드를 만들었다면 어떻게 되나?

모장 AB에서 누군가 만들어놓은 멋진 모드를 코어 게임에 통합할 경우 제작자에게 어떤 보상이나 혜택이 돌아가느냐는 질문같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고, 오픈 형태의 API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고 있지만 법적인 문제도 있고 우리가 이미 비슷한 것을 내부에서 만들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적 재산권의 보호라던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다만 현재 몇몇 분들이 만들어놓은 유명 모드는 사용하고 있고 그분들의 이름을 명시하고 있다. 법적인 문제가 쉽지 않다.


강연자인 젠스도 그렇지만 모장의 팀원들 역시 오랜 기간 인디 게임을 개발해오면서 재정적인 문제를 겪었을것 같다. 어떻게 힘든 시기를 견뎠는지 궁금하다.


원래 강연의 내용에 비슷한 부분을 넣으려고 했었는데 징징대는 느낌이라 빼버렸다. (웃음) 모장 AB에 입사하기 전부터 Oxeye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었고, 대학에서 공간을 얻어 개발한 적도 있고 소니 에릭슨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거나 페이스북의 퀴즈 게임에서 업무를 맡은 적도 있다.

업계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순진해서? (웃음) 그냥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성공하겠지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패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마인크래프트의 모장 AB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계속 순진하게 힘들었을 것 같다.


실제로 마인크래프트를 만들면서 의견을 내서 적용되었거나, 반대로 의견을 냈는데 적용되지 않은 것이 있나?

원래는 지금의 마인크래프트보다 좀 더 복잡한 형태의 포션 제조 기능을 넣고 싶었는데 마커스(노치)가 별로 안 좋아했다. 그리고 나중에 실제로 테스트도 해봤는데 별로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결국 애초의 생각보다 훨씬 더 단순화해서 적용되었다.


마인크래프트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목적도 명확하지 못하고 마치 장난감과 같은 느낌의 게임인데, 어떻게 게임이 되고 성공까지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제 개인적인 예상이긴 하지만 솔직하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모장에 입사하기 전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구입했을때 3일 가량 잠도 안 자고 게임을 즐겼지만 당시에는 그냥 귀엽고 매력있는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독창적이고 멋진 게임이 분명하지만 처음 만든 마커스(노치) 스스로도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지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킬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마인크래프트의 캐릭터를 실제 사람의 크기로 환산하면, 마인크래프트의 땅은 지구의 몇배 넓이가 될 정도로 거대해진다. 실제 게이머들이 사용하는 지역은 수백분의 1에 불과하고 최적화의 문제도 있을텐데 크기를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일단 게임에서는 게이머가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지역만 먼저 로드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다. 우리가 그런 크기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고, 또한 게이머들이 무한에 거대한 가까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대함일까 그런 멋진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다. XBOX나 스마트폰의 포켓 에디션은 성느의 한계상 PC버전보다 월드의 크기도 작고 제한도 있다.


일반적인 게임은 재미를 주기 위해 개발되는데, 마인크래프트는 초등학생의 교육용 교재로도 쓰인다. 그런 다양한 활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놀라운 일이고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은 교육에서 더욱 확장되어서 블록 바이 블록이라는 프로젝트에도 사용되고 있고, EDU라는 교육용도 있다. 향후 건축 등 게임 외의 다른 목적으로 활용된다면 그것도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API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방된 형태의 API에 대한 논의를 지난 2년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왔다. 향후 계획은 지금 당장 말하긴 힘들지만, 게이머들에게 공개된 후에는 마인크래프트가 엄청나게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마인크래프트를 즐길 수 있게 될테니 너무 행복한 순간이 될 것 같다.


게이머들이 인터넷에 굉장히 거대한 건축물이나 유명한 유적들을 만들어 공개하곤 하는데, 본인 스스로는 어떤가?

시간이 바빠서... (웃음) 가끔 작은 형태의 건물을 만들거나 공개된 서버에 들어가서 남들이 만들고 있는 것들을 돕기는 한다. 입사하기 전에는 나 역시 친구들과 서로 더 높은 건물을 만드는 경쟁을 한다거나 에펠탑을 만드는 등 많이 즐겼었다.



만약 후속작을 시리즈로 만든다면 마인크래프트의 독창성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 같다.

후속작을 내가 만든다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될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여전히 개발과 확장이 끝나지 않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미 알려져 있듯이 지금 모장에서 만들고 있는 게임은 '스크롤'이라는 카드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와는 다르다.


마인크래프같이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개발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간단하다. 그냥 하면 된다. (Simple. Just Do It.) 시도해보기 전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다만 가능한 많은 게이머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첫번째 대상의 게이머는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내가 재미없는데 다른 사람이 재미있을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