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TCG게임. 이른바 카드배틀 게임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다소 생소한 장르였으나 '밀리언 아서'를 필두로 한 다양한 일본산 TCG게임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어플마켓 차트 상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외산 TCG게임들이 인기를 얻은 후 '데빌메이커'등 한국산 게임들도 속속 등장해 성공을 거둔 지금, 모바일 TCG는 업계는 물론이고 유저들에게도 익숙한 장르가 되었다.

모바일 TCG게임의 원산지라고도 할 수 있는 일본, 그것도 지난 2년여간 많은 게임을 히트시킨 개발사인 '글룹스(gloops)'의 소셜게임 사업 본부장 카토 히로유키의 강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강연장 바깥까지 길게 줄이 늘어선 청중들에게서도 역시 국내 업계의 모바일 TCG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글룹스(gloops)의 카토 히로유키


카토 히로유키는 글룹스의 역대 히트작들에 대한 설명에 이어 모바일 TCG게임이 성공하기 위해 어떤 컨텐츠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더불어 게임 기획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플래닝 노하우에 대한 설명도 함께했다.

먼저 2010년 7월부터 2012년 5월까지 2년여간 글룹스에서 출시한 7개의 타이틀에 대해 소개했다. 모바일게임 최초로 팀플레이를 도입하여 모바일TCG 장르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는 '대난투 길드배틀'을 시작으로, 전작의 세계관을 일부 변경하여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시킨 '레전드 카드', 롤플레잉 배틀 개념을 도입한 '대진격 드래곤 기사단', 덱 컬렉션을 도입하는 한편 가챠(뽑기) 시스템을 강화한 점이 특징적인 '대열광 프로야구 카드'와 국내에도 출시된 게임인 하드코어 유저들을 위한 TCG인 '오딘배틀'에 이어 모바일게임에서는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마지게이트', '오딘배틀'의 세컨드 버전이면서 화려한 일러스트를 전면에 내세웠던 '삼국지 배틀'까지 유사하면서도 특징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글룹스의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글룹스의 7가지 게임들은 같은 장르이고, 전체적으로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매번 독특한 요소를 추가하고 컨텐츠를 변경하는 작업을 거쳐 각각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다.

이에 대해 카토 히로유키는 글룹스의 개발 노선은 플랫폼 API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면서 유저에게 새로운 매력이 담긴 게임을 계속해서 제공하고자 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면, 이전의 플랫폼에 집착하지 않고 인기있는 게임 그 자체를 플랫폼으로 삼아 다시 스피드하게 개발할 수 있는 융통성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글룹스의 컨텐츠 개발 방식은 크게 ▲기존 플랫폼 활용으로 개발 시간을 줄이고 ▲새로운 컨텐츠를 추가해야 하며 ▲이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세 가지로, 이 세 가지 원칙을 통해 효율적인 개발을 함은 물론 유저들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게임을 제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아이디어는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게임의 종류는 굉장히 많으니까요. 수많은 아이디어 중 가치있는 아이디어를 잡아 내기 위해서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저는 이런 아이디어를 모바일 tcg라는 장르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딘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

카토 히로유키는 길드배틀, 즉 유저들이 길드(혹은 클랜)를 이루어 길드와 길드가 서로 경쟁을 하는 컨텐츠를 중점으로 잡고 있는 게임의 경우 유저가 무기 등의 아이템을 사용하면서 강해지고, 동료를 모아서 게임을 즐기게 되면 그 선에서 게임은 일종의 종료라고 볼 수 있는데. '종료'된 게임을 더 플레이하는 의미가 있을까? 카토 히로유키는 다시 이런 고민을 시작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푹 빠져서 함께 놀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 수는 없을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가 있느냐의 문제다. 재미가 없는 컨텐츠에 유저가 돈을 쓸 리 없고, 그 전에 플레이를 하지도 않을 테니까. 카토 히로유키는 게임을 기획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라는 컨텐츠를 가장 베이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어디가 끝인지를 모르게끔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이를 즐기지 않는 유저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유저들에게는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

글룹스는 이런 유저들을 위해 게임의 종결점을 설정해 주고 다른 게임으로 움직이게 하는 사이클을 성립시킴으로써 좀 더 큰 재미를 주고자 했다. 기존의 컨텐츠를 완료한 유저에게 또다른 목표를 제시하고,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어차피 유저 이탈을 100% 방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게임의 형태를 어느 정도 지키면서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컨텐츠를 추가해 좀 더 나아간 형태의 게임을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길드배틀 시스템의 게임에 익숙해져 이를 즐겼던 유저가 또다른 게임을 흥미롭다고 생각했다면, 이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에서 함께 했던 유저들에게도 게임을 추천하게 되겠죠.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을 노릴 수도 있게 됩니다."

'마지게이트'는 글룹스가 지난해 2월에 런칭한 보스를 토벌하는 덱 컬렉션 게임으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버스 등에 광고를 붙이거나 TV광고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형 홍보를 진행한 것인데, 카토 히로유키는 이에 대해 초반에 게임의 킬러콘텐츠를 앞에 내세워 홍보를 함으로써 유저들을 끌어와 자연스럽게 유저들이 직접 자신들의 친구나 지인에게 입소문을 퍼뜨리게끔 하는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갓챠 시스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모바일 TCG게임, 아니 TCG게임 전체를 보더라도 빼놓을 수 없는 컨텐츠 중 하나가 바로 갓챠(뽑기)다. 갓챠, 즉 뽑기 시스템은 분명 재미있는 시스템이기는 하다. 그러나 300엔짜리 갓챠를 돌렸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슈퍼레어 카드를 얻고, 어떤 사람은 얻지 못한다. 전자의 경우 한번 더 돌려봐야지, 재미있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후자의 경우 흥미를 잃거나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카토 히로유키는 이에 대한 해답을 게임 기획에서 찾는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게임 기획을 명확하게 하고, 유저들에게 무엇을 하게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중에는 이렇게 확립한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가야 하는데, 이 목표로 삼은 것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과감히 빼는 결단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설계, 즉 유저의 목표를 개발 목표로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지켜가는 것이 바로 게임 기획이라는 이야기.

갓챠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돈을 내면 반드시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 유저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해 줌으로써 게임의 종결점이라는 지점을 찾을 수 없도록 해 지속적으로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게임 개발사의 역할이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유저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카토 히로유키는 게임 개발과 운영의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만족도라고 말했다. 고객을 제대로 생각하고 그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고객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확인하고 그들의 만족을 위해 노력할 때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만족한다면 그만큼 게임 매출도 올라가리라는 것.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플레이어들이 컨텐츠의 많은 부분이 전혀 바뀌지 않는다거나 다 똑같다고 느끼게 된다면 시장은 사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경쟁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만 플랫폼은 발전할 수 있으며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죠.

사실 현재로서는 모바일 TCG 장르에서 그런 도전정신이 다소 부족해 약간 지루해지는 중입니다. 업계 전체에서 생각을 달리해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부분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