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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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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2013] 우리가 게임을 하는 이유? 넥슨 김주복 실장의 게임속 심리학

이은별 기자 (desk@inven.co.kr)


"여러분이 하고 있는 그 게임, 재미있나요? 혹시, 버릇처럼 게임을 플레이하지는 않는가요?"

게이머라면 즐겁게 하던 게임이 갑자기 질려버리는 경우나 무의식적으로 과금을 해 다음 달 고지서 폭탄을 맞은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특별히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않는데 그냥 습관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왜 내가 이 게임을 하고있는 거지?' 라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이런 행위를 반복하는 것일까? 도대체 게임의 무엇이 재미있길래 게이머들은 플레이를 지속하는 것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재미의 이유를 찾기 위해 많이들 노력했지만 아직도 정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NDC 13의 둘째 날, '재미는 심리학적 현상' 이라는 정의를 토대로 진행된 넥슨 엔스퀘어 개발본부 김주복 실장'심리학으로 다시 보는 게임 디자인'이라는 강연 또한 재미의 이유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게임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로 재미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진 지금,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는 강연임은 분명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게이머들이 게임에서 얻는 재미란 무엇인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PPT 73장과 50분의 시간을 들인 대규모 세션이었던 김주복 실장의 이야기를 이 지면에 옮겨 적는다.



마음의 두 가지 모드와 재미 이론 - 시스템 1과 시스템 2 : 빠른 사고와 느린 사고



김주복 실장이 제시한 두 사진을 보도록 하자. 첫 사진은 한 눈에 봐도 '자동차를 타고 있는 여자가 굉장히 화가 났다' 는 사실을 바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사진은 다르다. 바로 답이 나오는가? 그렇지 않다. 첫 번째 경우가 바로 '인식의 시스템 1 - 직관' 에 따라 사고한 것이고, 두 번째는 '인식의 시스템 2 - 추론' 이 적용되는 경우다.


시스템 1은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판단하는 사고다. 우리 인간들은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는다. 그 중 반복적으로 특정 상황을 계속 접하다 보면 본능적으로 기존에 행했던 대응과 비슷하게 행동하게 된다. 사진 1처럼, 우리는 이미 자동차가 무엇인지도 알고, 색깔도 판별할 수 있으며 표정에서 드러나는 대상의 기분을 알 수 있다. 이미 무수한 반복 인식작업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굉장히 빠른 인식의 결과가 나오지만 착각이나 편향 등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시스템 2는 아주 느린 속도로 상황을 판별하고 집중을 요구하는 매우 수고로운 인식 작업이다. 시스템 1이 일종의 동물적 감각, 즉 본능에 따르는 것이라면 시스템 2는 인간의 언어에 많은 연계성을 지니게 된다. 낯설고 신중을 요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인간은 한 번 더 생각하고 대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의력과 시간 등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식과정 중 시스템 2는 자주 작동하지 않게 된다.

버릇, 습관적인 행동과 일상 생활을 계속 반복하는 이유도 즉각적인 시스템 1의 결과에 시스템 2는 작동을 멈추고 그 결과를 거의 그대로 수락하여 행동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유다. 그러나 가끔은 시스템 1보다 시스템 2의 결과를 따라 행동할 때도 있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 마음은 쉽게 예측이 되면서도 의외성이 생기기도 한다.









▶ 게임의 재미요소란?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시스템 1에 따른 '패턴 학습' 요소와, 시스템 2에 따른 '예상 외의 보상' 이라는 요소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슈퍼마리오가 물음표 블록 밑에서 점프를 하면 블록이 깨지고 아이템이 나온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는 패턴 학습이다. 그러나 그 블록에서 예상치 못한 굉장한 아이템이 나왔을 때, 혹은 실수로 점프했는데 비밀 블럭이 튀어나올 때 우리는 시스템 2에 의해 예상 밖의 상황에 즐거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슈퍼마리오만 계속하다보면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게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은 바로 지루함이다. 직관적인 사고인 시스템 1이 게임 플레이라는 행동을 버릇처럼 처리해버릴 때, 우리는 게임을 지루한 행위로 치부하게 된다. 김주복 실장은 위와 같이 설명하며 이제껏 게임들은 신선한 자극을 제공하는 형태로 발전하며 지루함이라는 인식에 맞서 싸우며 그 수명을 늘려 왔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 실장은 '자극' 역시 기존의 동물적, 본능적 자극에서 확대되어, 현재는 더 고차원적인 자극을 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다음과 같은 5가지 자극 제공 방법을 설명했다.

1. 더 좋은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여라

콘솔 게임 업계가 성장해 온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스펙의 변화' 다. 콘솔 게임 업계는 차세대 기기나 게임이 출시될 때, 더 좋은 그래픽과 사운드 등 실재감을 증가시키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왔다. 이 결과 유저들은 게임에 몰입하게되어 비슷한 구조의 게임이라도 다른 자극을 받고 새 게임을 구매해왔다.


2. 잘 짜인 스토리를 제공해라

스토리 역시 큰 자극을 주는 콘텐츠가 된다. 유저들이 어떤 콘솔 게임의 엔딩 도달율에 관심을 가진다던가, 감동적인 스토리를 아직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상황의 인과관계를 인식하는 것은 유저의 시스템 1 - 직관 사고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엔딩을 보기 위해 지루해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게 된다.


3. 끊임없이 할 일을 줘라

유저들은 대부분 한 번 시작한 일을 완수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원래 인간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완료한 일보다는 중도에 그만둔 일을 더 머릿속에 담아두는 편이다. 또한 목표에 근접할 수록 그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하는 습성도 있다. 따라서 몇몇 게임들이 클리어 이후에 더 높은 난이도를 제공한다던가 퀘스트를 부여하고 수집 요소를 추가하는 이유도 유저의 게임플레이 지속 시간을 증가시키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4. 숙련의 욕구를 건드려라

인간의 본성은 시스템 1에 따라 지금의 낯선 상황이 점차 익숙해지기를 원한다. 이는 주변 환경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고, 자기 마음대로 컨트롤하길 원하고, 자신이 얼마나 잘 하는지 확인하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건드려 레벨과 같은 장기적인 기록을 제공해 자신의 성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여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릴 수 있다.


5.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줘라

예측하고 있던 미래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상황이 발생한다면? 랜덤이라는 것은 절대 예측할 수 없고,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만큼 큰 즐거움을 얻고, 나쁜 결과가 나온다면 크게 실망하는, 자극이 강한 요소가 된다. 랜덤성이 들어있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좋은 결과' 를 위해 그만큼 더 플레이하게 된다. RPG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희귀 아이템이나, 최근 유행하는 TCG가 이러한 랜덤요소를 중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6. 낭비하지 않게 하라

최근 대두되고 있는 과금요소가 이 항목과 직결된다. 사람들은 뭔가를 얻는 것보다, 본디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 두 배 가량 고통스럽다는 통계결과가 있다. 또한, 갖고 있는 재화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질색한다. 이런 심리학적 이론이 최근 페이스북이나 카카오게임에서 보는 '에너지' 같은 콘텐츠에 적용되어 있다. 유저는 게임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고, 소비한 에너지가 아까워 더 열심히 게임을 하게 된다. 또한 이 에너지는 시간이 흐르면 자동적으로 차오르기 때문에 최대치까지 차기 전에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면 유저 스스로 손실을 억제하게 하여 몰입도와 플레이타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편향과 오류: 과금의 심리학 - 스마트폰 보급과 가격 차별화, 과금 마찰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




김주복 실장은 최근 스마트폰 게임이 유행하면서 Free-to-Play게임이 대두되고, 이에 따라 '과금' 요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패키지게임처럼 모든 유저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배포하던 형태에서, 지금의 스마트폰게임은 각 유저에게 맞는 결제를 유도하는 '가격 차별화' 가 용이한 형태라는 것이다. 김주복 실장은 이와 같이 설명하며 결제 과정에서 유저들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니 유저들의 심리를 분석해 그 마찰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일단 김 실장이 설명하는 가격차별화를 들어보자. 실제로 가격차별화는 스마트폰게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적용되는 과금전략이다. 카페에서 한정으로 판매하는 계절메뉴의 경우, 그 맛을 위해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들은 이 비싼 메뉴를 선택하곤 한다. 최근 F2P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과금방식 역시 좀 더 편하고 더 많이 즐기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염두에 두고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한 '가격차별화' 방법이라는 것.

김주복 실장의 말에 따르면, 위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유저가 생각하는 결제에 대한 거부감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유저들에게 손실의 경우가 발생했을 때 이를 회피할 수 있도록 결제의 도구를 사용하게끔 하는 방법, ▲플레이 초반에는 유료 아이템을 무료로 제공하여 유저들의 소비 규모를 늘리는 방법, ▲친구와의 비교를 통해 더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 ▲현재 상태를 선호하는 유저를 위해 소액으로도 살 수 있는 유료 아이템 항목을 마련하는 방법, ▲결제한 아이템의 숫자를 낮게 책정해 결제액을 작게 느끼도록 하는 방법 등이 결제 허들을 상당히 낮출 수 있는 전략들이다.








▶ 퍼즐앤드래곤과 밀리언아서로 보는 과금의 심리학







우리는 게임에서 무엇을 얻는가 - 시스템 2가 어째서 게임을 하고 있는지 묻는 날이 오면



지금까지는 시스템 1 - 직관에 대한 설명과, 그 심리를 파고드는 게임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무리 게으른 시스템 2 - 추론이라 할 지라도 언젠간 '대체 왜 게임을 하고 있는거냐' 라고 묻는 날이 올 것이다. 김주복 실장이 이제껏 한 설명만을 놓고 본다면 게임은 그저 심리학적 헛점을 악용하는 무의미한 유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김주복 실장은 강연의 마지막 내용으로 두 번째 시스템, '추론' 으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의 논리적인 재미를 정리해주었다.


김주복 실장의 분석에 따르면, 게이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게임은 내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직접 체험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보통 숙련, 자율, 관계에 대한 세 가지 내적 욕구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 욕구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여가가 바로 게임이다. 게임은 현실에 비해 내적 욕구가 충족되어 가는 과정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게임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며, 그 중에서도 각자가 최고로 생각하는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 주는 게임을 선택해 플레이하게 된다.







▶ 쉬운 내적 욕구 충족, 하지만 경계해야 한다



이어 김주복 실장은 게임은 단순한 대리만족을 넘어 생활로 갖고 돌아올 가치가 있는 체험을 제공해주지만, 이로 인해 몇몇 게이머들에게 나타나는 '과몰입'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김 실장은 과몰입 현상의 모든 원인이 게임에 있지는 않지만, 신경성 성향이 강하거나 자제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처럼 게임을 쉽게 포기하거나 혹은 심히 몰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도 어느 정도 과몰입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관련된 안전장치들을 마련하는 등 조금은 배려해 나가야 된지 않겠느냐는 자문을 끝으로 김주복 실장의 강연이 마무리되었다.


본 강연의 PPT자료 전문 : 심리학으로 다시 보는 게임 디자인 PPT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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