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오, 아응응, 오우 좋아요. 어헝어헝"

인벤의 강민우 부팀장님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고 약 10초 후에 내셨던 감탄사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듯 합니다. 꽤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22일, 오큘러스 코리아의 서동일 이사님이 인벤 강남점을 방문하셨습니다. 그의 한 쪽 손에는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가, 그리고 반대 쪽에는 이를 구동할 고사양 PC 본체가 들려 있었는데요. 저는 작년 말, 그리고 올해 초 여러 행사장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체험해봤기에 기대치가 조금 덜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오의덕 팀장님을 제외한 다른 기자들은 이 가상현실 머신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죠.

때문에 지난 만남 때, '인벤 동료 기자들에게 오큘러스 리프트를 소개하고 싶다'고 서 이사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는 이를 흔쾌히 승낙하며, 직접 리프트를 들고 갈테니, 모니터 하나만 준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 ▲ 기자의 자리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설치 중인 서동일 이사 ]


서 이사님이 기기를 설치하는동안 오큘러스 리프트를 간단히 소개해 보도록 할까요.

오큘러스 리프트는 2012년 7월에 설립된 '오큘러스'에서 제작하고 있는 가상현실 헤드셋입니다. 창업주는 이제 갓 20세(한국나이 21세)가 된 '팔머 럭키'로, 그는 취미로 각 기업의 가상현실 헤드셋을 모을 만큼 해당 분야에 열정이 넘치는 청년입니다. 회사 대표는 '브랜든 이리브'로 오큘러스 CEO로 재직하기 전에는 '가이카이', '스케일폼'의 요직에 있던 인물입니다. 스케일폼은 현재 콘솔 및 온라인게임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모듈로 자리잡았으며, 가이카이는 얼마전 소니가 개발중인 PS4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장 큰 특징은 넓은 시야각입니다. 기존 제품보다 넓은 대각선 110도까지 지원해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또한, 기존에 시장에 출시된 가상현실 헤드셋에 비해 대폭 향상된 카메라 무빙을 보여줍니다. 이는 머리의 움직임과 화면 움직임이 거의 근접하게 움직인다는 뜻으로, 넓은 시야각과 함께 몰입감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옵니다. 또한, 뛰어난 착용감과 가벼운 무게도 강점이라고 서동일 이사는 꾸준히 강조해왔죠.

[ ▲ 한 장면을 두개로 동시에 뿌리는만큼 PC 사양도 높아야 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

[ ▲ 오큘러스 리프트의 렌즈 부분. 돋보기의 원리를 이용해 3D효과를 구현 ]


아울러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 키트가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중입니다. 가격은 300달러로, 처음 킥스타터를 진행할 당시의 가격과 일치합니다. 정식 상용모델은 내년 4/4분기에 출시 예정입니다.

처음 테스트 자리에 앉은 기자는 저였습니다. 이미 몇 차례 오큘러스를 경험해본 것을 토대로,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으리란 것 때문이었죠. 체험한 게임은 인디게임 '호큰'입니다. 소규모 개발팀에서 제작한 게임답지 않은 화려한 그래픽이 강점이며, 기계를 타고 싸운다는 설정을 잘 살려낸 게 특징입니다.




[ ▲ 인벤 박태학 기자(Karp)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 영상 ]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하고 10여 분간 '호큰'을 플레이한 소감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가벼워진 만큼 높아진 몰입감'이었습니다. 전에 착용했던 프로토타입에 비해 확연히 가벼워진게 착용하자마자 느껴졌고, 머리에 오는 피로감도 훨씬 적었습니다.

시연작 '호큰' 역시 오큘러스 리프트와 궁합이 매우 좋았는데요. 일단 플레이어가 로봇의 조종석에 탑승한 채 싸운다는 요소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현장감을 바로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고개를 돌리면 조종석 뒤의 벽까지 보이는데 이 부분은 오리지널 '호큰'에서는 볼 수 없는 요소입니다. 즉, 오큘러스 리프트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버전이죠.

이렇게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그래픽을 따로 제작해야 하는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제 질문에 서 이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개발자 키트에 포함된 SDK 모듈을 통해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이 모듈은 언리얼 및 유니티 엔진과의 통합도 매우 쉽기에 따로 배울것도 거의 없다는 게 장점입니다.

[ ▲ 착용시 다소 민망한 헤어스타일이 연출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 ]





[ ▲ 인벤 강민우 부팀장(Roootz)의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 영상 ]


오의덕 팀장님이 오후 미팅이 있어 잠시 외부로 나가셨기에 다음 순서는 인벤 강남지사의 강민우 부팀장님이었습니다. 부팀장님은 유니티 엔진의 테스트 목적으로 개발된 레이싱 게임을 선택하셨습니다.

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사 첫머리에 썼던 그 멘트가 다 나옵니다. 어느정도 오큘러스 리프트에 익숙했던 저와는 달리 매우 적극적인 감정표현을 해 주셨죠. 시연을 준비한 서동일 이사님조차 "이정도로 즐거워하실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 하셨습니다.

헤드셋을 벗은 부팀장님께 소감을 여쭤봤습니다. 일단 대기업에서 개발 중인 경쟁 제품에 비해 해상도는 떨어지나 입체감과 공간감은 훨씬 뛰어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또한, 보기와는 달리 매우 가벼워 놀랐다는 말씀과 함께 안정적으로 머리에 밀착된다며 착용감 부분에서 만족도를 표하셨죠.

아, 참고로 강민우 부팀장님은 지독한 3D멀미 환자입니다. 3D게임, 특히 FPS나 레이싱 게임에 약합니다. 5분 정도 플레이하면 그 전에 무엇을 먹었는지 바로 확인하는 게 가능할 정도라니 더 무슨말이 필요할까요? 그래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했을때 멀미 현상은 어땠는지도 여쭤봤습니다.

"의외로 멀미는 괜찮았어요. 화면 외에는 아무것도 안보이니 오히려 괜찮은건가. 아무튼 생각보단 괜찮았어요. 음... 내가 레이싱에 약한데, PC 화면으로 하는것에 비하면 좀 나은 것 같아요. 하지만 벽에 부딫혀 화면이 흔들릴 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전체적으로 보면 비슷한 것 같아요"

예상 외의 답변이었습니다. 두 화면을 겹쳐 3D로 연출하는 방식이기에 멀미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기우였나 보네요. 멀미 쪽은 기존 PC로 할 때와 비슷하다는 답변이었습니다.

[ ▲ 인벤의 대표 멋남인 부팀장님은 착용 시에도 스타일을 놓치지 않으셨다 ]





그 외 기자들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벤의 근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종훈(JeeK) 기자는 "사실 나도 멀미가 심해요. 그래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기 전에 약간 선입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부팀장님 말씀대로 그렇게 멀미가 심하진 않더라고요"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서동일 이사가 불러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호큰' 머신의 뒤 쪽이 보이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레이싱 게임을 할 때도 주행방향과는 상관없이 주변을 둘러볼 수 있어 드라이브하는 느낌이 제대로 났다고 합니다.

인벤의 여성 덕력을 독차지하고 있는 김지연(KaEnn) 기자 역시 생각보다 공간감이 뛰어나 놀랐다면서 오큘러스 리프트에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이종훈 기자와 마찬가지로 뒤쪽까지 느껴지는 공간감이 매우 신기했다며 어린애처럼 흥분하기도 했고요. 다만 실제 PC에 보여지는 것과 달리 부족한 해상도는 빠른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인벤 e스포츠 취재진 중 최고의 경력자인 오세준(Sett) 기자는 안경을 써서 그런지 약간 애매한 구석이 있다고 했습니다. 착용감 같은게 아니라 돋보기와 안경 사이의 공간 때문에 화면이 약간 뿌옇게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서 이사가 안경 착용여부 문제가 아닌 기기 자체의 해상도 문제로, 해당 부분을 개선중에 있다고 전하자 그 외의 문제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전체적으로 매우 신선하다는 것이 주된 평입니다. 또한, 착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공간감 차이도 매우 크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의외로 3D멀미 유발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해상도 부분은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정도면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 ▲ 오큘러스 리프트를 시연 중인 김지연(KaEnn) 기자 ]

[ ▲ 마지막 시연자로 나선 오세준(Sett) 기자 ]





시연이 끝나고 서동일 이사님과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시연 당시 언급됐던 이야기들과 함께, 오큘러스의 비전과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 ▲ 오큘러스 코리아 서동일 이사 ]



이미 여러차례 오큘러스에 대한 기사가 나가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인벤과 인터뷰는 처음이잖아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오큘러스 한국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서동일이라고 합니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엔도어즈의 '군주 온라인' 해외서비스 부문 GM을 하고 있었습니다. 엔도어즈 게임을 다른 나라에 소개하는, 뭐 그런 역할이었어요. 제가 중고등학교를 모두 캐나다에서 다녀서 현지 사정에 밝았거든요.

그 후 2008년도 말 쯤 됐나? 지금 오큘러스 대표인 '브랜드 이리브'를 만났어요. 그 분은 당시 '스케일폼'에서 주요 임원이었고, 저도 그쪽으로 이직해 스케일폼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게 됐죠. 그 후 '파머 럭키'에게 오큘러스의 비전을 듣고나서 이리브가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저도 '좋아, 나도 가겠다' 해서 지금 여기까지 온겁니다.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오큘러스는 정말 신생 개발업체잖아요. 스케일폼에서 이쪽으로 직장을 옮기겠다는 결정을 쉽게 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브랜든 이리브는 지금 오큘러스 대표로 있기는 하나 이전에는 '스케일폼' 및 '가이카이'의 주요 임원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어느날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아, 그분과 저는 이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였어요.

어쨌든 만나긴 했죠. 갑자기 이리브 대표가 내게 '신세계를 볼 준비됐냐?'고 묻는 거예요. 그리고 뭘 주섬주섬 꺼냈어요. 그게 오큘러스 리프트의 프로토타입이었어요. 청테이프 덕지덕지 붙여 만든 초라한 물건이었어요. 그걸로 'RAGE' 데모를 시연해봤는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아래 상하좌우 360도 완벽히 게임 세상에 들어와 있는 거에요. 해보고 바로 느꼈어요. '이거 나오면 게임 세상이 달라지겠다' 싶었죠. 그래서 같이 일하게 된거에요.

오큘러스는 30명 규모의 회사에요. 저는 그 중 8번째 멤버고 유일한 한국인이고요. 스케일폼이 한국에서 널리 쓰이는 것을 이리브 대표가 보고 한국 개발자들의 능력을 높이 샀고, 한국 시장에도 관심이 많아요. 옆나라 일본에 비해 한국 개발자들은 새로운 장르 만드는데 두려움이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군요.

아,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 다른 이유중 하나가 주력 산업이 온라인이라는 데 있어요. 오큘러스 리프트를 게임에 적용하려면 VR이 적용돼야 해요. 그런데 콘솔게임에 이 기능을 넣으려면 2~3년이 걸려요. 반면 온라인게임은 패치 하나로 해결되거든요.


국내 온라인게임 중에서 오큘러스 리프트로 즐기면 더 재미있겠다 싶은 것들이 있었나요?

음... 솔직히 얘기하자면 '카트라이더' 같은 레이싱 게임이 가장 잘맞을거라 생각해요. 아니면 '테라'같은 논타겟팅 액션 RPG가 괜찮을 것 같고요. 테라에서 자신의 캐릭터는 전투를 펼치게 하고, 플레이어는 조금 위에서 다른 곳의 전투현황을 확인하고 그러는거죠. 뭐랄까... 플레이어 위에 떠 있는 신 같은 이미지?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 같은 FPS 종류는 물론 적응이 쉬울거라 예상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마비노기 영웅전' 같은 게임을 1인칭으로 즐겨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큘러스에서 일하기 전에도 가상현실 헤드셋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지 궁금합니다.

아뇨. 전혀요. 가상현실 헤드셋 자체가 비싸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물건은 아니었어요. 1990년대에 가상현실을 대중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북미를 중심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간적이 있었어요. 그전에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지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이 강했죠.

제가 가상현실 헤드셋에 관심이 생긴 것도 순전히 이리브 대표 덕분입니다. 그를 통해 오큘러스의 창업자 '파머 럭키'를 알게 됐어요. 20살의 젊은 청년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의 가상현실 헤드셋을 만든다고 하니 관심이 안 갈수가 없었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기획도 봤어요. 그런데 이게 꽤 현실적이더라고요. 참고로 '파머 럭키'는 대학교도 안나왔어요. 순전히 취미로 만들고 있었는데 그정도 수준이었던 거에요.


한국에 오큘러스 리프트가 처음 소개될 때부터 쭉 봐왔어요. 디자인 부분은 점점 개선되고 있더라고요. 성능 부분은 어떻게 변했나요?

일단 초기 버전에 비해 디스플레이가 더 커졌습니다. 작년 7월 미국 E3에 참가했는데, 당시 '존 카멕' 아저씨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테스트하고 가셨어요. 당시 제품과 지금 것을 비교하자면 우선 화소 밀도가 증가했고, 색상 변화도 더 빨라졌어요. 당시에는 이미 시장에 출시된 모션 트렉킹 센서를 사용했지만, 지금 오큘러스 리프트에 들어간 제품은 저희 개발팀이 자체 개발한 것입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해본 분들에게 주로 들어오는 피드백 중 하나가 해상도 문제였어요. 조금 더 정밀한 화면을 보고 싶다고 요구했죠. 이 부분도 더 개발중입니다. 실제 판매되는 제품은 1080p 해상도를 지원할겁니다.


3D멀미에 대한 대책은 세우셨나요? 전 원래 3D멀미 없는편인데,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니 조금이지만 어지러움증이 느껴졌어요. 다른 기자들도 몇몇 그런 증상을 호소하더라고요.

3D멀미 증상은 게임의 구현도에 따라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퀘이크콘을 비롯한 해외 게임쇼에 오큘러스 리프트가 많이 참가했어요. 해외 유저들을 보니 '호큰'은 백 명에 한 명정도 멀미가 있었고, 오히려 '레이싱' 장르에 멀미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죠. 이게 일단 장르에 따라 멀미 강도가 다르다는 뜻이에요.

FPS 게임을 예로 들어볼게요. 이 장르의 캐릭터 움직임은 실제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빠른게 보통이에요. 이럴 경우에는 몰입 저하로 멀미가 오는게 정상이에요. 또한, 오큘러스 리프트를 사용하면 헤드트랙킹 속도가 실제 화면과 100% 일치할 수 없기에 색상 변화 속도가 조금 밀리게 되죠. 그래서 잔상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초창기 개발된 노트북에서 발생하는 현상과 같아요. 이건 오큘러스 리프트의 오류가 아니라 현재 시판되는 디스플레이의 반응속도가 느려서 생기는 문제거든요.

개발자 키트를 선판매하는 이유가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에요.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한 뒤 개선해야 하니까요. 오큘러스 리프트가 출시되면 이 플랫폼에 맞는 최적화된 게임이 등장할 겁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멀미 현상은 지금보다 훨씬 완화될 겁니다. 저희는 그 미지의 디바이스가 어떤 모습일지 피드백을 통해 미리 그려보고 싶고요.


실제 일반 게이머들에게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은 대략 얼마 정도로 생각하고 계세요?

개발자 키트 판매가가 300불인데, 그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겁니다. 되도록 그보다 더 싸게 판매될 수 있도록 개발 중이에요. 이게 창업자 '팔머 럭키'의 개발 이념과도 일치해요. 그가 처음 이 제품을 개발하던 곳이 창고였고, 그런 만큼 일반인에게도 쉽게 다다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를 원하고 있어요. 솔직히 디스플레이 더 좋은거 가져다 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프로테우스'와 '디어에스더' 같은 관찰형 인디게임이 오큘러스 리프트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많은 게이머들이 '배틀필드'나 '콜오브듀티' 혹은 '헤일로'의 신작에 오큘러스 리프트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하지만 이런 큰 회사들은 그렇게 바로 적용하는게 쉽지 않아요. 게임이 덩치가 커서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 버전 개발을 위해선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어쨌든 그들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니 함부로 이런 모험심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인디 개발자들은 달라요.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무언가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왔을 때 그것을 개척해보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처음 시장에 출시됐을 때도 세가, 캡콤 같은 대기업들 안들어왔어요. 무명 개발사들이 먼저 들어와 히트치는 모습을 보고 그때서야 들어왔죠. 바로 그것때문에 오큘러스 리프트가 시장에 등장한 직후에는 인디개발자들이 먼저 도전하리라 언급한 겁니다.

그리고 '디어에스더'와 '프로테우스'는 말 그대로 돌아다니면서 관찰하는 게 목적인 게임이잖아요. 기자님도 '호큰'을 리프트로 즐겼을 때 말씀하셨듯 저희 제품을 사용하면 일단 배경 보는 재미가 커져요. 슈팅 게임할때도 배경 보는게 재미있을 정도로요.


오큘러스 리프트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리라 예상하나요?

국내에서의 성과보다는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말하면 '중국도 있고, 일본도 있는데 왜 하필 한국을 선택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단,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콘솔게임의 영향력이 굉장히 낮은게 첫째 이유에요. 동남아 쪽은 거의 한국산 온라인 게임이 점령했어요. 텐센트의 주력 히트작들이 대부분 한국산 온라인 게임이니까요. 그래서 한국 게임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사 측에서 판단한거죠.

그렇다해도 어쨌든 한국의 소비 시장은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적은 편이에요. 저희 목적은 '한국에서 많이 팔겠다'가 아닌, '한국의 깐깐한 소비자 심리를 만족시킨다'입니다. 유행에 민감하고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여준다면 전세계 어디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렇게 오큘러스 리프트와 함께 인벤도 방문해 주시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 있으신가요?

오큘러스 리프트는 아직 정식 상용화 버전이 아니기에 아직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점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몰입감 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오큘러스 VR의 전 직원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니 관심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