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10대들에게 PC방 문화가 있다면 1~20년 전만 하더라도 오락실 문화가 있었습니다. 숨겨진 요소 가득했던 던전 앤 드래곤 2, 스테이지를 깰 때마다 벽을 보고 풍선을 불어 점수 올리던 보글보글, 100%로 클리어하는 친구가 부러웠던 땅따먹기 걸스패닉S2 등등. 주머니 가득 100원짜리를 채워놓고,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오락기에 동전을 올려놓던 풍경은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딱딱이'로 동전 주입구를 튀기던 친구들도 그립네요.

귀가 아프도록 갖가지 소리로 유혹을 하던 오락실 게임 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다면 철권입니다. "오~와, 우리야!" 붕권, 나락쓸기는 물론이거니와 초풍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동전을 오락기에 헌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킹의 잡기 콤보를 외우기 위해 연습장에 버튼을 그려놓고 수업 시간에 연습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의 철권 실력은 나쁜 편이었고, 잘하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철권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 격투 게임 대회인 EVO 2013에서 철권 부문 우승을 거둔 '무릎' 배재민 선수. 앞서 테켄 스트라이크 시즌 1에서 최고의 강적 'J.D.C.R' 김현진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배재민은 Evolution 2013(이하 EVO 2013)의 우승으로 철권에서는 명실상부 국내·외 최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철권의 최강자. 진정한 테켄 갓 '무릎' 배재민 선수에게 대회 우승과 함께 철권의 현재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카페이드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철권 프로게이머 배재민입니다. 철권 5부터 본격적으로 철권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고요. 지금까지 약 9년간 즐기고 있습니다. 철권 프로게이머가 생긴 게 2010년 MBC 게임 테켄크래시 리그 때부터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공인됐는데요. 그때 4강에 2번 입상하면서 프로게이머 인정받게 됐습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지는 3년이 되어가네요.

▲ 독산동에 위치한 카페이드 연습실에서 만난 '무릎' 배재민 선수


격투게임을 즐기는 분들에게 카페이드는 단순한 팀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카페이드란 어떤 팀인가요?

한국 내 격투 게임 전문 팀입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지금의 매니저와 친구들이 모여 홍대 근처에서 카페를 구축했었는데요. 연습을 통해 수준을 올린 후 대회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좋아지면서 해외로부터 지원도 받게 됐지요. 격투 게임 전문 팀이다 보니 다루는 게임의 종류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KOF 등이 주력이고요. 원래 KOF와 스트리트 파이터가 주력이었는데, 최근부터 철권도 주력 종목이 됐습니다. 철권 태그 토너먼트 2부터 카페이드쪽에서 관심을 가졌고요. 처음에는 고수급 선수들을 찾아야 했기 때문에 카페이드에서 자체적으로 대회를 개최했었습니다. 그때 제가 3번의 대회 중 2회 우승을 거두면서 카페이드쪽에서 관심을 두게 됐지요. 박현규 해설의 도움도 컸었고요.

카페이드가 추구하는 바는 비주류 종목을 활성화 시키자는 것입니다. 작년부터 철권 관련 대회가 사라지는 등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목표 의식의 부재로 인기가 매우 시들해졌어요. 안타까운 마음에 카페이드에서 철권 역시 주력으로 다루기로 한 거지요. 그 이후 무릎, NIN 과 함께 시작하게 됐습니다.

비주류 격투 게임은 해외 플레이어들의 관심이 높고, 잘 뭉칩니다. 예전 한국에서 오락실 문화가 활발할 때 게임을 즐기는 지역을 한 나라 단위로 봤다면, 지금은 전 세계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해외로 나가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여건이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1년 이상 후원을 하면서 해외에서의 인맥을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카페이드는 실력 있는 선수 중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서 후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KOF나 스트리트 파이터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사람의 층은 얇습니다.


최근 펼쳐진 EVO 2013에서 배재민 선수가 철권 부문 우승을 차지했어요. EVO 2013이 어떤 대회고,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우선 EVO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EVO는 2002년에 처음 개최가 된 1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대회입니다. 격투 게임만 취급하는 대회로 전 세계 격투 게이머들의 축제와도 같습니다. 이전까지 나라마다 격투 게이머들에게 유명한 대회로는 한국에는 WCG, 일본에는 투극이 있었는데요. 올해부터 일본의 투극이 없어지고, WCG에서도 격투 게임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EVO가 사실상 세계 최고의 격투 게임 대회가 됐습니다.

EVO는 항상 여름쯤에 개최되는 데 많은 나라의 선수들이 참가합니다. 일본 게이머들의 경우 타 국가 대회에는 잘 참가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EVO 만큼은 꼭 참가하지요. 그래서 EVO에서는 입상만 하더라도 네임 밸류가 대폭 상승합니다. 올해 대회에도 각 종목별로 천 명 이상의 게이머들이 참가했는데요. 대회 참가비, 숙소, 교통비 등은 모두 사비로 부담해야 하지만, 많은 이들이 대회에 참가하고 관람하기 위해서 모여듭니다.


EVO가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무척 긴장하고 있었어요. 철권에는 300여 명 이상의 게이머들이 출전했는데, 수준은 국내 대회가 더 높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회에 참가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지금까지 참가한 대회들은 참가자가 많다고 해도 100명 남짓이었습니다.

참가자가 많은 만큼 변수도 많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선수들 위주로 지켜보면서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실제 경기가 진행되고 나니 여러 가지 변수들이 많았어요. 강적들이 8강도 가지 못하고 탈락하는가 하면, 전혀 알지 못했던 선수가 8강에 진출하기도 했고요. 이런 선수들의 경우에는 데이터가 없어서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습니다. 편파적인 현장 분위기와 같은 문제도 있었고요.

이번 경기에서도 NIN 선수가 미국 선수를 상대로 패배했어요. 모든 철권 유저들은 한국이 가장 잘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그 미국 선수가 기세를 타고 올라오더라고요. 그 선수를 8강전에서 봤는데, 당시에도 변수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었어요. 당연히 NIN 선수가 올라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의외의 결과에 자신감이 불안감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침착하게 상대의 카운터 캐릭터를 결승전 때 선택했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다 보니 당황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EVO 외에도 타 국가 대회에 참가해 본 적이 있는데 원정 경기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지는 경우가 있어요.

해외 경기의 경우 우리나라 대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를 조용히 지켜보지만, 외국에서는 응원 열기가 뜨겁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선수들의 대회를 지켜보는 것 역시 재미있기도 해요. 세계 각 지의 선수들이 모두 모이다 보니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어요. 이번 EVO 2013에도 관중들이 3천 명 이상 있었습니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도 자유롭게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고요.


EVO 2013 결승전 당시 데빌진, 브루스 조합을 사용했어요.

사실 NIN 선수가 4강전에 이기고 결승전으로 올라올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상대 선수가 실력은 부족하지만, 노련하게 이기는 법을 알더라고요. 사실 '오파치' 조합이 결승까지 올라올 수 있는 그런 조합은 아니에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번만 져도 탈락하는 패자조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 상대 조합을 카운터 치는 것을 노렸습니다.


언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나요?

당시 결승전에서 한 세트를 내 줬어요. 그때 상대가 준비한 카드를 모두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의 준비한 카드가 없겠다고 생각했고,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죠.


우승 당시의 기분은 어땠나요?

사실 그렇게 막 좋지는 않았습니다. 일방적으로 경기가 끝나기도 했고, 대회의 중압감 때문에 불안했었지 상대 선수가 불안감을 느낄 만한 초고수 급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큰 규모의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카페이드에서 EVO 2013에 참가할 때 전 종목 우승을 노렸던 만큼 할 건 했다는 안도감도 들었고요.

▲ EVO 2013 철권 부문 우승을 거둔 배재민 선수(사진 출처: KARAFACE)


EVO 2013 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경기하는 입장이다 보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거든요. 온라인 게임 결승전에는 다수 관중이 모이지만, 격투 게임은 관중이 적어요. 그래서 격투 게임을 즐기고 환호하는 문화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게임 하나로 쉽게 친해집니다. 현장 분위기에 어울려 함께 응원하고, 다 같이 캐릭터의 소리를 따라 하는 등 재밌었어요. 긴장감이 돌 때는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게임을 많은 사람과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해프닝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EVO 2013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습니다. 물론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라스베이거스다 보니 카지노에 들리기도 했어요. 다른 건 못하고, 머신만 하다 왔지만요. 돈은 날리고 왔어요.(웃음)


철권에서 '무릎' 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정말 유명한데, EVO 현장에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던가요?

우승하고 나니 다들 축하해 주더라고요.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들도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고,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습니다. 게임마다 유명한 사람들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도 우승하기 전부터 철권을 하는 사람들은 알아봤었어요. 그런데 우승을 한 뒤로는 철권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다 알아보고, 축하를 전했습니다. 확실히 외국이 오픈 마인드라는 것을 느꼈어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오락실 문화가 대중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이 중심이 되었어요. 오락실의 대표 게임인 철권 프로게이머로서 이런 바뀐 풍조가 아쉬울 것 같은데요?

주변에서 저 보고 농담으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해야 했다고 얘기를 해요. 임요환 등의 스타급 플레이어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고요. 물론,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했다고 해서 성공할 거란 보장은 없어요.

오락실 게임에서 컴퓨터 게임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씁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오락실의 경우 '알아가는' 오프라인 문화가 많습니다. 어느 오락실에 유명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거든요. 반면, 온라인 게임은 쉽게 그런 유저들을 만날 수 있다 보니 폐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오락실 특유의 인간적인 면과 철권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많다 보니 철권을 끊기가 어려웠어요.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에요. 철권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경우 평범하게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나오고, 취직하는 것이 정석적인 라인이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라인이 맞지 않아 게임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군대에 가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게임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입대를 한 후 테켄 크래시가 나왔어요. 왜 내가 한창 철권을 할 때는 저런 대회가 없다, 이제야 생겼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자신이 하는 게임이 주목받기를 원하는 바람이 있다 보니, 밖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을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대회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방송 무대에 서 보고도 싶었고요. 사실 제가 철권을 하면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이 부러웠던 점이 방송에 나가 주목을 받는 것이었거든요. 그때,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을 보면서 철권은 왜 저런 게 없느냐고도 생각했었고요.


철권을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테켄크래시가 끝나고, MBC 게임이 사라졌어요. 테켄크래시가 시즌 8까지 했는데 할 때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그러다 온게임넷에서 테켄 버스터즈가 생겼는데, 테켄크래시처럼 가겠나 싶었는데 잘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게임회사에 다니다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게 됐습니다. 그 후 쉬던 중 나이스게임TV에서 다시 철권 대회를 개최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대회가 있어야 게임을 열심히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나이스게임TV에서 대회를 열기도 하지만, 해외 대회가 많습니다. 스스로 앞으로 게임을 해봤자 얼마나 더 하겠냐는 생각에 지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테켄 스트라이크에서 잡다('J.D.C.R' 김현진) 선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어요. 무릎과 잡다, 철권 계의 라이벌인데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본격적으로 잡다 선수와 붙은 게 올해부터였습니다. 올해 3월 미국 대회에서 잡다 선수에게 지고, 카페이드 대회에서 한 번 이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졌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주변에서 라이벌 스토리를 많이 만들더라고요. 그러다 인천 실내무도대회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패배했습니다. 인천 실내무도 경기하기 전, 테켄 스트라이크 4강에서 3:0으로 패배하기도 했고요. 인천 실내무도 대표 선발전에서도 패배했었고요.

그러고 나니 다들 "무릎은 끝이다, 잡다가 최고다"라고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왜 지는가에 대해서 계속 연구했습니다. 누군가를 이기려고 그렇게까지 열심히 해본 적은 없었어요. 인천실내무도에서도 지고 나니 하기 싫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벽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동안 누구에게 져서 철권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인천실내무도 결승전에서 지면서 그 생각이 처음 들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추슬러 준 덕분에 철권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졌던 경기 영상을 계속 보면서 왜, 무엇 때문에 지는지 연구했습니다. 잡다 선수를 이기기 위해서 맞춤형으로 파훼법을 찾기도 했고요. 잡다 선수가 자주 쓰는 아머킹의 경우 타격 위주의 캐릭터지만, 잡기 역시 좋은 캐릭터이기에 잡기를 푸는 연습도 많이 했었습니다. 또한, 주공격을 어떻게 파훼하고, 움직여야 하는지도 연구했습니다.

캐릭터의 변화도 줬습니다. 데이터로 보니 잡다 선수가 머독에게 패배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또, 머독에게 약하다는 평가도 있었고, 주변에서 머독을 하는 유저들이 아머킹을 상대하기가 편하다고 조언을 주더라고요. 왜 그렇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 그렇구나, 믿고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샤넬이란 친구의 도움이 매우 컸습니다. 처음에는 머독을 해서 잡다를 이길 수 있을까는 생각도 했는데, 실전에서 매우 잘 통하더라고요. 하면 되는구나,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철권은 나이 들면 못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잡다 선수가 저보다 4살이 어려서 그동안 역시 늙으면 안 되나는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잡다 선수는 제 영혼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시 경기에서 지면 그다음 시즌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었어요. 우승자에게만 시드를 주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역 예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번 EVO 2013과 일본 대회 일정이 있었기에 모든 것을 걸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테켄 스트라이크 우승 후 기분이 어땠어요?

제가 원래 우승을 하고 나서 팔을 번쩍 드는 식의 제스처를 잘 취하지 않거든요. 지금까지 WCG 2010 우승 때와 이번에 잡다 선수를 상대로 우승했을 때 팔을 번쩍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히려 EVO 2013 우승보다도 잡다 선수를 상대로 이겼을 때가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WCG 얘기가 나왔는데, 올해 WCG에서는 철권이 종목에서 제외됐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까지 WCG를 기다리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WCG 종목에서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원래는 가을 되면 WCG를 준비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습니다. 이게 철권의 현실인가 싶습니다. 사실 EVO의 경우에도 가장 주력은 스트리트 파이터입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철권이 다시 WCG 정식 종목에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철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모든 격투 게임이 다 그렇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매력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이 대전에서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비교하자면 5명이 모여서 게임을 하다 보니 흔히 말하는 한 명이 똥을 싸는 등 다른 사람 때문에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철권은 1 대 1의 게임이기 때문에 자기가 잘하면 이기게 됩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하면 철권이 더욱 단순하고, 시원시원한 맛이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한정된 종족으로 고정된 빌드가 있지만, 철권은 선택 가능한 캐릭터가 많고, 각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 하거나 계급을 올리는 등 쉽게 질리지 않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같은 캐릭터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고요.

또한, 오프라인이 주력이다 보니 사람을 알아가는 매력이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만나 교류한다는 것이 좋습니다.

▲ 철권의 매력은 가수 테이마저도 노래를 끊게 만들었죠


마지막으로 격투 게임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e스포츠 쪽으로 보자면 인천실내무도대회나 WCG 등 국제 대회에서 철권 종목이 있으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항상 입상합니다. 그만큼 철권은 효자 종목입니다. 그런 종목이 WCG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e스포츠가 컴퓨터 게임만이 아닌 콘솔 게임류도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다면 다양한 종목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e스포츠는 LoL과 스타크래프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20대 후반쯤 되는 세대라면 오락실에서 하던 킹오파(더 킹 오브 파이터즈), 철권, 사무라이 쇼다운 등의 게임을 알고 있는데, 그 이후의 세대는 오락실을 거의 가지 않다 보니 잘 모릅니다. 이런 세대를 위해 이러한 게임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주목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의 시작은 오락실이 먼저인데, 이제는 컴퓨터에 밀려 있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대국이라고 한다면 온라인 게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권을 재밌게 보고 시작하게 됐다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떤 게임이든 입문은 어려운 법입니다. 좌절하지 말고, 조금 더 인내심과 애정을 갖고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오락실의 향수를 지금의 세대들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재미로라도 한, 두 판 즐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스게임TV에서 하는 철권 리그나 해외에서 하는 리그에 관심 있는 분들도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카페이드, 그린 게임장, 샤넬, 철권 해설자 NIN 등 많은 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응원해주는 팬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철권을 얼마나 더 오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